소설리스트

15화 (15/31)

가능

Fuckable[73]

“……하.”

“네드, 아침나절부터 사람 앞에 두고 한숨만 푹푹 쉬지 말고 말로 해요. 나도 듣는 귀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두 개 물어봐도 괜찮은데요?”

“장난치자는 거 아닙니다.”

“알겠어요. 묻고 싶은 게 뭔데요?”

“샘, 당신한테 진심 같은 게 없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가지고 놀려고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니까 일단 그건 믿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저랑 그럴 생각이 있는 것처럼 구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괜한 사람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책임 같은 건 애초에 질 생각도 없잖습니까?”

“와……. 네드야말로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꼭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말하면 상처받아요. 네드 눈에는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쓰레기처럼 보이기라도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한 짓을 따지면 인간쓰레기 맞잖습니까? 상처받느니 뭐니 하는 거짓말을 하려면 입에 침이나 바르시죠.”

“흠. 맞아요, 거짓말이에요. 그런 걸로 누가 상처를 받아요?”

“…….”

“누군가는 받나 보네요. 알겠어요, 그래서, 내 태도가 뭐 어때서요? 정확히 뭐가 불만인지 말해 보세요.”

“저는 당신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되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장난 아니라니까 아직도 그러시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늘 아침에만 해도……!”

“아침에, 뭐요?”

“……제 무, 무릎에 앉아서…… 그…… 걸……, 만…… 졌잖습니까…….”

“자지요?”

“…….”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길래 옷 위로 한 번 쥔 것뿐이잖아요. 그게 그렇게 싫었어요? 나는 겨우 웃통 깠다고 세웠길래 나랑 하고 싶은 줄 알았는데요.”

“그건…… 생리적 현상으로…….”

“내가 싫으면 밀쳐 내라고도 했잖아요.”

“……못 합니다.”

“왜 못 해요? 그 근육을 가지고 그냥 미는 것도 못 한다는 게 말이 돼요? 그냥 힘주고 툭 밀기만 해도 끝이겠는데요? 나는 리즈한테도 맞고 다니던 사람이니까 반격 안 해요. 걱정 말고 너무한다 싶으면 주먹으로 쳐요.”

“그러니까, 그게 불가능하다잖습니까!”

“그럼 좋은 거네.”

“…….”

“왜 좋은데 자꾸 싫은 척해요?”

“……당신 같은, 장난삼아 사람 가지고 노는 놈한테 빠져 봤자 나만 손해니까요. 얼마 전까지 약혼녀도 있었고, 지금껏 남자를 그런 대상으로 본 적도 없는 스트레이트 개새끼가 재밌다고 달려드는데, 그따위 손장난에 진짜로 반응한 제가 병신이기는 하지만…….”

“저, 네드? 갑자기 말이 굉장히 험해지셨는데요? 우리 조금 진정하고…….”

“게다가 그……, 그 와중에도 아무런 반응도 안 하면 당연히 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놀아난 꼴이잖습니까!”

“내가 반응을 안 했어요? 나 되게 열심히 대답해 줬는데? 대체 무슨 반응을 더 해야 하는데요?”

“…….”

“갑자기 왜 거길 쳐다보는…… 아! 네드, 설마 내 자지가 얌전한 게 섭섭했던 거예요?”

“그, 그런 말이 아니라……!”

“맞는 것 같은데요?”

“……조금은 맞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꼭 그런 이유인 것만은 아닙니다. 요는, 당신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걱정 마세요. 난 지금 네드한테 굉장히 진지하거든요. 안 진지했으면 내가 왜 사내새끼한테 들러붙어서 입질에, 스트립에, 좆까지 만지려고 들었겠어요? 심심해서 장난으로 하기엔 좀 이상하잖아요.”

“당신 태도 때문에 안 믿깁니다.”

“네드, 너무 의심이 많은 거 아닌가요?”

“아뇨, 저는 지극히 이성적인 겁니다. 평생을 이성애자로 살아온 남자가, 같은 남자에게 그런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게 얼마나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는지 압니다. 굳이 그런 걸 따지지 않아도 보통 그렇잖습니까? 성별 문제보다도,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런 식의 호감을 사는 건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일단 정정해 두자면, 난 그게 네드가 말하는 것처럼 불쾌해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하지만…….”

“게다가 나랑 자고 싶어 한 게이가 네드가 처음은 아니거든요.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한 네 명 정도……? 내가 모르는 것도 합치면 더 많을지도 모르고요.”

“네?”

“뭐, 그때는 리즈도 있었고 그냥 웃어넘겼지만요. 어쨌든, 난 남자가 나 보고 발기하는 것 정도로 불쾌감을 느끼진 않아요. 그 정도는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흔한 거 아닌가요?”

“……뭐라고요?”

“왜, 이고르 그 멍청한 놈도 그랬는데요. 옛날에 야한 포스터 숨기려고 그 위에 오아시스 브로마이드 붙여 놓고 몰래몰래 자위하다 어느 순간 오아시스 보면서 발기하게 됐다고 울던데. 술 처먹고 징징 짜면서 하소연하고 다음 날 허드슨 강에 뛰어들려고 하는 거 관전했거든요. 하여튼 멍청한 놈이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고르 그 자식은 게이한테 고백받으면 불쾌해할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은 찔리는 게 있으면 더 날뛴다고들 하니까요.”

“하.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굳이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그래서, 이제 좀 믿을 마음이 드나요? 내 진심을?”

“……글쎄요.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은 이고르처럼 질색하니까 여전히 의심쩍습니다.”

“네드는 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이라는 생각 안 해 보셨나요?”

“안 합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고요. 개중에는 리버럴한 척, PC한 척을 하고 싶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사람도 있겠죠. 당신 말처럼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알잖습니까? 아직도 소수 성애자를 퀴어[74]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단어가 정말로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미국인도 있습니까?”

“게이로 사는 것도 복잡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로 끝까지 갈 생각이 없다면 어중간하게 집적거리면서 가지고 노는 걸 그만둬 주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 원래 그따위인 인간이라지만, 남의 마음을 장난삼아 짓밟는 건 너무하잖습니까?”

“오, 그새 내가 짓밟을 만한 마음이 생겨났어요?”

“제발 사람이 말을 하면 진지하게 듣는 자세라도 보여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듣고 있어요. 나한테 마음이 있다면서요? 어떤 마음인데요?”

“……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알겠어요. 어쨌든 네드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답하자면, 나는 딱히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서 건드리는 거 아니에요. 전에도 말했죠? 난 그렇게까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면 대체 왜…….”

“그리고 난 네드의 마음처럼 가져 봤자 하등 쓸모없는 걸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손에 넣고 싶지도 않거든요. 당연히 그걸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요.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귀찮게 사람 마음 같은 걸로 놀겠어요?”

“정말 듣는 사람 열받을 정도로 더럽게 솔직하시군요.”

“요는, 난 네드를 가지고 놀려고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럼 대체 뭡니까? 왜 없는 인내심까지 끌어다 참고 있는 사람한테 자꾸 불을 붙이려 드는 건데요?”

“그야, 나도 나름대로 미래를 걸고 하는 짓인데 확실히 해 둬야 안심이 되지 않겠어요?”

“미래를…… 걸었다고요?”

“그건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고요. 복잡한 집안 사정이 있어요. 어쨌든, 난 지금 굉장히 진지하게 네드의 기대에 부응해 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 게이 연애 말이에요.”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

“네드, 나 좋아하잖아요?”

“절대로 아닙니다.”

“아직도 얼굴만 좋아요? 이제 슬슬 날 좋아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건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경험의 축적?”

“…….”

“솔직하게 말해 봐요. 지금 그 마음이라는 게 어디까지 온 것 같아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그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모든 게 거절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느껴지기는 합니다.”

“저런, 좋아한단 말을 하면서 그렇게 분한 얼굴로 진저리를 치면 어떡해요?”

“어쩔 수 없잖습니까?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데도 내 집에 들일 만큼 상태가 심각한 어이없는 상황에 대고 폭죽 들고 축하라도 해야 합니까? 저는 할 수만 있으면 뇌수술 같은 걸로 이상형을 바꾸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러지 말고 나한테 협조해 봐요. 해 보고 안 되면 나도 다른 사람 찾아볼 테니까.”

“그러니까, 무슨 협조를 말하는 겁니까?”

“내가 네드와 할 수 있을지Fuckable 없을지.”

“할Fuck, 뭐라고요?”

“사실 지금까지는 거부감도 없고 순조로웠어요. 꽤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네드처럼 웃통 깐 것 좀 보고 허벅지에 앉았다고 발딱발딱 서지는 않더라고요. 내가 생각하기엔 나한테는 더 노골적인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나는 네드와 달리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남자끼리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요.”

“그 말은, 지금, 저랑…….”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네드가 협조해 주기만 하면 결론이 나오는 거잖아요? 나도 금욕주의자는 아니라서 안 되면 다른 사람 찾을게요. 맹세해요.”

“협조를…… 무슨…… 어떻게……?”

“난 사실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단계별로 시도해 보고 있었어요. 강박증 이야기만 아니었으면 그냥 한번 하자고 했을 건데, 나름대로 배려하고 있었던 거라고요.”

“아니, 그럼 지금까지 하던 짓이……!”

“손잡았고, 뽀뽀했고, 같이 영화 봤고, 무릎 벴고, 같은 침대에서 잤죠? 어때요. 네드도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배려하고 있는지 느껴지나요?”

“저는 거기서 안 잤습니다! 당신이 시어터 룸에서 남의 다리 위에서 잠들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옮긴 것뿐입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네드의 침대에서 잔 거라고 해 둘게요. 별 차이도 없는데 굳이 고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요. 자, 네드는 이제 우리가 뭘 할 차례라고 생각해요?”

“모, 모르겠습니…….”

“모르는 척하면 그냥 침대로 갈까요?”

“…….”

“좋아요. 그러면 내숭쟁이 네드를 위해 오늘 정오까지 다음 단계가 뭔지 생각해 보는 걸로 하죠. 답을 말할 기회는 세 번 줄게요. 참고로 내가 정해 둔 답만 답이에요.”

“그, 그걸 세 번 다 틀리면 어떻게 됩니까……?”

“그럼 내가 생각했던 걸 하는 거죠.”

“그런 게 어딨,”

“지금부터 생각 시작.”

사기꾼

“좀 있으면 정오네요.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갔어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애초 당신이 늦잠을 자서 그런 겁니다. 브런치를 11시에 먹기 시작했으니 정오까지는 한 시간도 남지 않았잖습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네드 침대가 너무 편해서 오래간만에 푹 잤단 말이에요. 소파는 아무래도 허리가 아파서 뒤척이게 되더라고요. 조금만 움직이면 떨어질 것 같아서 깊게 잠들기도 힘들고.”

“그게 다 멀쩡한 집 놔두고 남의 집에서 악랄한 계획이나 꾸미니까 벌받은 겁니다.”

“네드, 꼭 신부 놈처럼 말하네요. 그러지 마세요. 나 그 사람 별로 안 좋아해요.”

“아무리 안 좋아한다고 해도 신부님을 보고 신부 놈이라니……. 전부터 생각한 겁니다만, 당신 같은 사람이 가톨릭 신자를 자청해도 되는 겁니까? 거의 그 종교에 대한 모독같이 느껴질 지경입니다.”

“모독이라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 주님은 네드의 생각보다 포용력이 넓으실걸요?”

“어째서 추측형인 겁니까?”

“사실 아직 한 번도 만나 뵌 적이 없어서 확신하기가 어려워요.”

“……보통 그분과 만나면 큰일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만?”

“큰일이야 나겠죠. 사기꾼으로 몰려서 정신 병원에 갇히거나, 조셉 스미스[75]처럼 새로운 종교를 만들거나. 대충 그 둘 중 하나일 테니까요.”

“은근슬쩍 몰몬교를 사기꾼이 창시한 종교로 몰고 가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 네드, 설마 몰몬 교도[76]예요? 그럼 우리 결혼하기 전에 Z는 시도 못 해 보는 거잖아요? 아니면 몰몬교는 게이도 결혼하기 전엔 소킹Soaking[77] 같은 걸로 대신 욕구 불만 풀어요? 그냥 넣기만 하고 안 움직이면 몰몬 기준으론 섹스 아니니까?”

“……당신이라는 사람은,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게 고작 그겁니까? 정말이지 저속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로군요.”

“네드, 내가 저속한 인간이라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현실이 그래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부 관계 문제로 이혼하는지 알기나 해요? 알게 되면 네드도 깜짝 놀랄걸요? 몰몬처럼 결혼하기 전엔 못 한다고 못 박아 버리면, 결혼 후에 몸 맞춰 보고 만족 못 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고요.”

“부부 관계 문제로 이혼하는 커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놀라고 있기는 합니다.”

“다음에 통계 자료 구글링 해 줄게요. 그리고 원래 종교는 믿고 싶은 만큼만 믿는 거니까 자잘한 건 신경 안 써도 돼요. 어차피 주님도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안 쓸 건데 왜 네드가 신경을 써요?”

“아니, 대체 당신은 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음. 그건 토요일 정오에 어울리지 않는 심오한 질문이네요.”

“당신이 본인의 종교를 대하는 태도를 봤다면 누구든 가졌을 의문일 겁니다.”

“그런가요? 신이라…….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내 가족들은 ‘오, 주여!’라든지 ‘지저스 크라이스트!’ 같은 말을 곧잘 외쳐요. 마치 ‘으악!’이나 ‘젠장!’처럼요. 신은 대체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구상에서 가장 권력 있는 다수파[78]를 적으로 돌리는 말을 하시려면 아무도 안 듣는 곳에서 해 주면 안 되겠습니까?”

“하하, 진화론이 소설이라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요, 뭘.”

“그건 반대쪽 소수파[79]를 적으로 돌리는 말 같습니다만……?”

“괜찮아요. 제 주변은 대체로 적, 때때로 숙적이라 좀 늘어난다고 바뀌는 것도 없거든요.”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존경할 만한 인생이로군요.”

“칭찬 고마워요.”

“비꼰 겁니다.”

“무시한 거예요.”

“…….”

“아. 네드, 시계 보이죠?”

“……보입니다.”

“정오니까 이제 답을 말할 시간이에요.”

“그거, 꼭 해야 하는 겁니까?”

“그럼요. 아니면 그냥 내가 생각한 다음 단계에 바로 넘어갈까요?”

“…….”

“네드는 어렵게 생겼는데 알기 쉬워서 그 점이 참 간편해요.”

“당신은 그렇게 안 생겨 놓고 알맹이만 시커메서 가끔 놀라울 지경입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점까지 포함해서.”

“그래서, 첫 번째 대답은 뭔가요?”

“이렇게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하하, 네드도 참. 어차피 기회는 세 번이나 있으니까 아무거나 질러 봐요.”

“……키스입니까?”

“땡!”

“왜 키스가 아니라는 겁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다음 단계는 보통 키스잖습니까?”

“아니에요. 그런데 네드는 내가 상식인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건 좀 고맙네요.”

“…….”

“두 번째 대답은?”

“키스가 아니면 대체 뭐가 남았다는 말……, 설마 대낮부터 끝까지 가겠다는 건 아니겠죠? 당신, 남자랑 해 본 적 없어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했잖습니까?”

“땡! 네드야말로 그렇게 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보기보다 대담하네요.”

“누, 누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겁니까! 처음부터 이런 이상한 문제를 낸 쪽이 더 음란한,”

“네, 네. 이게 마지막 기회니까 신중하게 대답하세요. 틀리면 벌, 아니, 상으로 내가 생각한 다음 단계를 시도할 거예요.”

“……벌?”

“네?”

“지금 분명히 벌이라고,”

“설마요. 내가 네드한테 왜 벌을 주겠어요? 이렇게 귀여운데.”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지껄이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드의 입은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네드의 얼굴은 더 귀여워해 달라고 외치고 있어요. 좀 혼란스럽네요.”

“내 얼굴은 그런 말 안 합니다.”

“맞아요. 얼굴은 보통 말을 안 하죠.”

“왜 갑자기 혼자 상식인이 되는 겁니까?!”

“저는 상식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원래 잘 왔다 갔다 해요.”

“그렇게 간단하게 인정하지 말아 주시죠…….”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저를 건사하면서 살아야 하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더불어 살기 편하지 않겠어요?”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 고치려고 시도라도 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서 제가 안고 있는 성격적 문제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제 얼굴을 좋아하는 네드의 앞에서 시도하고 있는 건데요.”

“…….”

“네드, 마지막 대답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계속 빙빙 돌리면서 피할 생각이라면 나는 이걸 밤새도록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럼요?”

“만약에 제가 세 번째에 답을 맞힌다고 가정합시다.”

“그럴게요.”

“그러면 우린 그 정답에 해당하는 행위를 안 하게 되는 겁니까?”

“아니요. 당연히 할 건데요.”

“틀리면?”

“그래도 해야죠. 처음부터 그런 약속이잖아요.”

“……그거, 내가 세 번이나 틀려 가면서 맞히는 의미가 있기는 한 겁니까?”

“정답!”

“…….”

“맞히든 안 맞히든 할 거니까 그만둬도 괜찮아요.”

“…….”

“참고로, 내가 생각한 정답은 만지기예요.”

“뭐, 뭘 만지…….”

“순서대로 하면 손은 이미 만졌으니까 어깨, 허리, 그리고 그 외의 신체가 되겠죠?”

“대체 당신은 무슨 순서를 따라가는 겁니까?”

“첫 만남에서부터 섹스까지, 스킨십의 12단계[80]요. 그런데 기준이 이성애자인 것 같아서 게이 연애에도 통용되는지 애매하긴 해요. 구글링 하니까 나오더라고요.”

“게이고 이성애자고를 떠나서, 그런 멍청한 걸 검색하는 사람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그런 멍청한 걸 검색하는 사람과 그걸 같이 해야 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네요.”

“자, 잠깐만요.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부터 날 만지겠다는 겁니까?”

“일단 서로를 만질 수 있어야 뭐라도 시작이 되지 않을까요? 서로 즐겁게 Z까지 가려면 아무래도 중간 단계가 필요하니까요.”

“어, 어, 어디를 만지겠다는…….”

“일단은 손과 팔과 어깨부터 시작할까 싶은데요. 뭐, 네드가 그러고 싶다면 만지고 싶은 만큼 내 얼굴이라도 만지시든지요. 아, 그런데 우리 이거 시작하려면 설마 또 샤워해야 하나요?”

“…….”

“알겠어요. 샤워하고 올게요.”

“자, 잠깐만요.”

“왜요? 샤워 말고도 준비할 게 있어요?”

“그, 만진다는 게 정확히 어떤…… 옷 위로 만지는 건지, 직접 만진다는 건지, 당신이 만지는 건지, 서로 만지는 건지를 알아야 마음, 마음의 준비를…….”

“일단 샤워나 하고 오세요. 마음은 별로 안 중요하니까.”

“…….”

“어서요, 네드.”

“…….”

달칵.

“너무 오래 씻지 말아요! 안 나오면 안에서 다른 거 한다고 의심할 거니까!”

“내 샤워에 참견하지 말고 본인 샤워나 하시죠!”

“내숭쟁이!”

“입 닥쳐!”

“네, 닥치고 샤워할게요! 거실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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