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성사
[뭐야. 새미잖아?]
“그럼 내가 새미지. 마미겠어?”
[너 미쳤냐? 왜 네가 나한테 연락을 해? 난 너랑 렉스 사이에 끼어들기 싫으니까 둘이 알아서 해.]
“미쳤냐니, 말조심해 맥. 난 렉스 뒷조사가 아니라 고해 성사 하려고 연락한 거야.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신부님답게 굴어 줘.”
[야 이 개자식아! 세상에 어떤 미친 신부가 페이스 타임[62]으로 고해 성사를 받아?]
“그래서 카메라 가려 줬잖아?”
[얼굴만 안 보이면 되는 문제냐?!]
“나 지금 급해.”
[뭔데? 설마 사람이라도 죽인 건 아니지? 아버지가 아무리 열받아도 아무나 죽이진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나 참. 내가 내 손으로 사람을 왜 죽여? 해도 내가 직접 하지는 않을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전해.”
[너 요즘 정신 나가서 거기 사는 남자한테 집적거리는데 잘 안 된다며? 마음에 안 드는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리는 게 네 스타일이잖아? 하기야, 처리한 다음 고해 성사까지 하는 건 네 스타일이 아니긴 하다만.]
“난 연애 좀 안 된다고 사람을 죽이진 않아. 게다가 누가 네드랑 잘 안 된대? 착착 진행하고 있거든? 이고르 그 새끼가 거기까지 가서 입 털었어? 그거 헛소리니까 다 믿지 마.”
[뭐라고?]
“너한테 내 연애 잘 안 된다고 한 게 이고르냐고.”
[아니, 그거 말고. 연애가, 뭐?]
“리즈만큼 패밀리에 도움되는 사람 데리고 오란 게 누군데 자꾸 헛소리야?”
[그거 때문에 연애를 한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결혼을 전제로 서로를 알아 가는 걸 연애라고 부르니까 연애겠지?”
[그거, 상대방도 동의한 연애 맞기는 하냐?]
“누구? 네드?”
[네드인지 뭔지……, 그놈도 너랑 그거 하겠대?]
“왜 연애하는데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해?”
[……새미, 내 정신 나간 동생아. 너 연애가 뭔지 알기는 하지?]
“결혼을 전제로 서로에 대해 알아 가는 거라고 방금 말했잖아.”
[그러니까 넌 설마, 네가 얼마 전까지 리즈랑 연애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는 거냐?]
“아니야?”
[…….]
“나 리즈랑 7년 동안 연애했잖아.”
[……아닐 텐데?]
“됐어. 넌 고자인 주제에 뭘 아는 척이야?”
[고자 아니거든,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어차피 앞으로 계속 고자로 살아야 하잖아?[63] 그게 고자지 달리 뭐가 고자겠어?”
[씨발,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악마야.]
“너야말로 입 닥치고 고해 성사나 들어.”
[그게 사람한테 부탁을 하는 태도냐?]
“구원을 위한 뗏목[64]에 태워 주시든지.”
[표현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라는 거잖아!]
“왜 자꾸 까탈스럽게 굴어? 진짜 고자 되고 싶어?”
[태도를 더럽게 바꾸면 어쩌자는 거냐?! 뭔데? 대체 이번엔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회개를 하려는 건데?]
“영국의 필름 자위 놀이에 속아서 12.99달러를 낭비했어.”
[……뭐?]
“청빈하라는 주님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죄를 지었지.”
[청빈? 웃기고 있네. 네가 언제부터 청빈했는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하냐?]
“맥, 시비 걸지 마. 나 안 그래도 기분 별로야.”
[너 독립하면서 집 사야 하니까 필요하다고 뜯어 간 돈이 얼만지 기억은 하지?]
“아니.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 안 나는데.”
[7억 달러[65]였거든, 미친놈아?]
“아니야. 정확히는 6.3억 달러였어. 반올림해도 6억인데 왜 그걸 올려? 게다가 결국 갚았잖아. 갚았으면 됐지.”
[이자는?! 그 돈이면 이자로도 평생 먹고 살겠다! 뻔뻔하게 원금밖에 안 갚았잖아!]
“대신 패밀리 일 무료 변호 했는데?”
[1년에 한 번밖에 안 하는 것도 이자냐? 네 이자는 제로 금리야?]
“그게 내 몸값에 상응하는 횟수야. 그래서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 망할 입으로 청빈함이라는 단어를 발화하는 것 자체가 단어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
“헛소리할 거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내 죄나 사하는 게 어때?”
[난 죄를 사하는 게 아니라 벌을 사하는 거거든? 벌써 저지른 죄를 어떻게 없던 걸로 만드냐!]
“그래, 잡소리 말고 그걸 해.”
[고해 성사 맡겨 놨냐?]
“네 직무잖아? 대놓고 직무 유기야?”
[하, 내가 진짜……. 야, 너도 우리 가족들 중에 제일 가업에 어울리는 게 너라는 거 알고 있지?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그냥 들어오지 그러냐? 어차피 놀고먹기만 하면서 불쌍한 민간인 괴롭히지 말고 가업이나 이어. 너한테 잘못 걸린 그 남자가 불쌍하다.]
“싫어. 너희나 생각 다시 해. 다른 형제들이 무능한 걸 내 탓으로 돌리는 거 슬슬 질릴 때도 되지 않았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용서하기 바라며,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나도 그분의 권한을 가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사합니다. 됐지? 이제 꺼져.]
“일단은 알았어. 그런데 네 태도에서 진정성이 안 느껴지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영혼을 담도록 해.”
[내 영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전부 너 때문이거든?]
“아, 맞아. 이건 덤으로 미리 고해해 두는 건데.”
[고해 성사에 덤이 어디 있냐? 예고가 어디 있어?]
“나 조만간 남자를 상대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를 예정이야. 하지만 미리 회개했으니까 괜찮지?”
[……죽이지 마. 넌 너 같은 놈한테 걸린 어린양들이 가엾지도 않냐?]
“그런 폭력적인 거 말고. 어른스럽고 음란한 쪽으로.”
[빌어먹을! 제발 부탁이니까 동생의 동성 섹스 라이프 같은 건 모르게 해 줄 수 없는 거냐?]
“불만이면 이직하든지.”
[야, 이 악마 같은……!]
“크리스마스에 봐.”
[샘, 새미! 잠깐만! 너 보속[66]은……!]
뚝.
“맥은 고자 주제에 말이 너무 많다니까.”
개수작
“네드, 나 좀 위로해 줘요.”
“고해 성사 하고 온다더니 왜 그런 얼굴로 돌아옵니까?”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데요?”
“좀 지쳐 보입니다.”
“그렇구나. 사실 신부님이 나보고 지옥에나 가라고 해서 상처받았어요. 온라인 고해 성사 끝내고 왔거든요.”
“……그게 사이비가 아니라 진짜 신부님이라면, 아마 그런 말을 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뭐야, 왜 내 편을 안 들고 맥 편을 들어요?”
“맥이요?”
“신부 놈 이름이에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직접 겪고 있는데도 안 믿길 정도로 본인의 종교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인간입니다. 온라인으로 고해 성사를 하겠다는 발상까지 포함해서요.”
“종교에 대한 존중심은 나만 없는 거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건 다른 독실한 종교인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하지만 누구든 태어나 보니까 이미 가지고 있던 건 그다지 소중히 여기지 않을걸요? 예를 들면, 내 무슬림[67] 친구는 라마단[68]에 애인이랑 밀월여행에 가서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돼지고기 요리에 와인[69]까지 곁들여 마시는데요. 모태 신앙에 대한 나 같은 태도는 내가 네드와 달리 타고난 내 얼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종교와 외모는 상당히 다른 차원의 문제 같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분은 정말 그러고도 괜찮은 겁니까……?”
“글쎄요. 걔네 알라[70]가 우리 주님보다 자비로운가 보죠.”
“…….”
“중요한 건 내가 신부 놈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거예요.”
“새미, 당신이 부당한 대우를 말입니까?”
“왜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을 해요? 나도 가끔은 그런 대우 받아요. 나라고 늘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으니까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
“묘하게 설득력이 있기는 한데, 신부님께 대체 뭐라고 했기에 그런 말을 들은 겁니까?”
“나는 착한 말만 했어요.”
“예를 들면?”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겠습니다.”
“……그건 착한 말이 아니라 당연한 말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편이 나은 말이기도 하고요.”
“포괄적으로 따지면 이웃을 사랑하겠다는 거랑 비슷한 말도 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할 건지도 말했는걸요.”
“설마 그 이웃이 접니까?”
“네드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어땠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고해 성사 때문에 지친 거라면 자러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요. 시간도 늦었잖습니까.”
“하지만 내일은 주말인데요? 오늘은 무비 나잇이잖아요?”
“무비 나잇이 뭡니까?”
“밤새도록 같이 영화 보다가 어느새 딱 붙어서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옷이 없어져 있고 둘 사이가 좀 어색해지는 거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쳐야 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금요일 밤에 당신 같은 사람한테 시달린 신부님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타협해서 〈매치 포인트〉 같이 봐요. 이것만 보면 침실에 가서 자게 해 줄게요. 대신, 이번엔 보는 동안 무릎베개 해 줘요.”
“무릎…… 뭘 해 달라고요?”
“네드의 무릎에 내 머리를 올릴 거예요.”
“…….”
“그럼 나는 영화를 보고, 네드는 내 얼굴을 보다가 가끔 슬쩍 만지기도 하는 거죠.”
“…….”
“로맨스 대신 남은 연쇄 살인마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살벌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마, 마음대로 눕지 마…….”
“나 정말 일어나요?”
“…….”
“셋 셀 때까지 싫다고 안 하면 영화 끝날 때까지 베고 있을 거예요.”
“…….”
“한 둘 셋.”
“……대체 누가 숫자를 그런 식으로 셉니까?”
“네드가 만지고 있는 머리카락 주인이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로군요.”
“과찬이세요.”
“칭찬도 아니거니와, 남의 허벅지를 그런 식으로 만지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머리도 그런 식으로 뒤척이면…….”
“네드, 허벅지 되게 딱딱하네요. 편하게 자세 잡기 힘들어요.”
“내가 베 달라고 한 거 아닙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시든지요.”
“싫어요. 그런데 허벅지만 딱딱하진 않은 거 네드도 알죠? 지금 내 귀랑 뺨에 좀 닿았는데. 느낌이 딱.”
“…….”
“이제 와서 어딜 도망가려고요?”
“놔, 놔주……!”
“싫은데요.”
“하지만, 다, 닿았다고…….”
“닿으면 좀 어때요? 닳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사람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세울 수도 있는 거죠. 대신 영화 보는 동안 혼자 싸는 건 안 돼요. 조루는 아무래도 좀 거부감 들어서요.”
“…….”
“네드, 착하게 참을 수 있죠?”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왜요? 고작 두 시간인데 못 참겠어요?”
“당신은 불쾌하지도 않습니까?”
“뭐가요?”
“같은 남자가 이런 식으로……,”
“별로요? 불쾌하다기보다는, 고작해야 허벅지 좀 만졌다고 세우는 게 재밌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남의 생리 현상에서 재미 같은 것 좀 찾지 마세,”
“쉿.”
“…….”
“조용히 영화 보면서 참아 봐요.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들 하잖아요.”
도둑
“…….”
“…….”
“…….”
“…….”
“…….”
“…….”
“…….”
“…….”
“…….”
“…….”
“샘.”
“…….”
“새미?”
“…….”
“자는 겁니까?”
“…….”
“같이 영화 보자던 사람이 누군데, 먼저 자 버리면 어떡합니까?”
“…….”
“당신이 입 다물고 있으니까 정말…….”
“…….”
“……무섭네요.”
“…….”
“샘? 정말로 자는 겁니까?”
“…….”
“새미, 샘, 샘포드…….”
“…….”
“하.”
“…….”
“좋은 꿈 꾸세요.”
쪽.
적과의 동침[71], 다음 날 아침
“샘, 일어났으면 샤워하러 가세요. 벌써 해가 중천에 떴는데 언제까지 누워서 뒹굴거릴 생각입니까?”
“나 안 일어났어요. 아직 자요.”
“자는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합니까?”
“잠꼬대예요. 냠냠[72].”
“냠냠은 아기들이 먹을 때 내는 소리고요. 다 큰 성인이 하면 징그럽기만 합니다.”
“네드의 이상형이 어느 날 네드의 침대에 누워서 네드를 보면서 냠냠 한다고 생각해 봐요. 덜 징그럽게 느껴질걸요?”
“…….”
“냠?”
“……당장 내 침대에서 일어나세요.”
“냠냠.”
“계속 그러면 욕실에 집어 던질 겁니다.”
“저런. 네드는 내가 순순히 던져질 거라고 생각해요?”
“안 던져지면 어떡할 겁니까? 저한테 힘으로 이기긴 힘들 텐데요?”
“약자를 힘으로 누르려고 들다니. 야만적이에요, 네드.”
“눌러도 눌리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십니다.”
“네드야말로, 그 얼굴이 좋아서 쫓아내지도 못하면서 말은 잘하죠?”
“저는 못 쫓아내는 게 아니라 1주일간 재워 주기로 약속했으니까 지키는 것뿐입니다.”
“약속을 지키다니 정말 착한 어른이네요. 나는 약속하면 어떻게 깰지부터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정말 궁금한 건데, 당신은 대체 왜 인생을 그렇게 삽니까? 사람들과 좀 더 평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겠다는 선택지도 있지 않았습니까?”
“선택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람들이 다 착하고 옳은 선택만 했다면 세상이 이 꼴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짜증 나는군요…….”
“하지만 뭐, 네드는 비교적 착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착하게 군 어른한테 상을 줘 볼까요?”
“네?”
“나 가서 샤워할게요. 대신 샤워하고 나오면 데이트하는 거예요?”
“데이트는 또 무슨 데이트……자, 잠깐! 잠깐만요!”
“왜요?”
“왜 갑자기 여기서 벗는 겁니까?!”
“착한 어른에게 주는 상이라니까요.”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욕실에 가서 벗어 주세요!”
“그렇게까지 기겁하니까 기분 상하네요. 보통 사람들 중에도 밖에서 벗고 씻으러 들어가는 타입과 안에서 벗는 타입으로 나뉘는데 왜 꼭 제가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말을 하시나요?”
“다 좋으니까 제 앞에서 벗지만 마세요!”
“뭐예요. 복근 없는 배는 보기 싫다 그건가요?”
“드, 드, 들지 마시죠! 당장 그 셔츠 내리란 말입니다!”
“싫어요. 정 내리고 싶으면 내 배에 대고 다시 말해 봐요. 복근도 없이 납작하기만 한 배는 보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해 보란 말이에요.”
“제발, 그 망할 셔츠 좀 다시……!”
“늦었어요. 벌써 벗었어요.”
“…….”
“네드, 얼굴을 그렇게 허술하게 가리면 어떡해요? 손가락 사이로 다 보이잖아요. 타조 되고 싶은 거 아니면 얼른 손 내려요.”
“왜, 왜 지금 여기서 타조가 튀어나오는 겁니까?”
“몰라요? 타조들은 겁먹었을 때나 위협받을 때 모래 속에 머리 처박잖아요. 뇌가 작아서 자기 눈에만 안 보이면 맹수가 없어졌다고 착각하니까.”
“…….”
“하지만 네드는 닥터니까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머리가 나쁜 건 아니긴 해요. 그래도 계속 손에 얼굴 처박고 있으면 타조처럼 보이니까 좀 깨네요.”
“…….”
“음. 나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네드는 게이잖아요?”
“……그렇습니다만.”
“내 얼굴은 원래부터 취향이었던 거라고 치고, 몸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성애자인 남자들은 벗은 속살만 가지고도 흥분하거든요. 얼굴이 딱히 취향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그건 게이들도 마찬가지인가요?”
“……왜, 굳이 지금 이 순간 그런 걸 묻는 겁니까?”
“그 반응을 보니까 궁금해져서?”
“가, 가, 가까이 오지,”
“그런데 네드의 경우 얼굴 때문인지 벗은 것 때문인지 잘 모르겠어서…….”
“헉! 그, 만……!”
“저런. 의자 넘어갈 뻔했잖아요. 그렇게 안 보여서 덜렁거리신다니까.”
“더, 덜렁거리는 게 아니라…….”
“싫어요? 내려갈까요? 그럼 밀쳐 내요. 나 운동 싫어해서 별로 어렵지도 않을걸요?”
“…….”
“아, 혹시 무거워서 그래요? 뭐, 남자니까 아무래도 무겁겠죠. 그런데 좀 견뎌 봐요. 게이들도 기승위 정도는 할 것 아니에요? 내 무게 정도로 그렇게 허덕대면 어떻게 다양한 체위를 즐기겠어요?”
“…….”
“아하……, 내려가라는 건, 무거운 게 아니라 다른 이유였군요.”
“거, 거기 좀 그만 쳐다봐……!”
“하하, 그렇게 눈 부릅뜨고 노려봐도 하나도 안 무서운데. 네드는 얼굴이랑 하반신의 의견 조율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왜 또 죄지은 것처럼 눈을 내리깔아요? 아, 혹시 내 아래가 궁금해서? 미안해요, 난 아직 못 세웠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거면 벗을까요? 난 좀 보여 줘도 상관없는데. 닳는 것도 아니고.”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그만 내려가 주세요……!”
“저런. 싫으면 뿌리치고 가라니까 왜 애원을 하고 그래요? 혹시 강박증 때문에 그래요? 눈 똑바로 뜨고 자세히 봐요. 나 아래는 입고 있잖아요. 우리 아직 맨살 안 닿았어요. 아니면 만지고 싶어서 그러시는 건가?”
“…….”
“괜히 죄 없는 입술 깨물지 마시고요. 힘들어 보이는데, 손 빌려 드려요?”
“…….”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감사합니…… 읏! 가, 갑자기 그, 렇게, 쥐면……!”
“약간의 서비스였어요.”
“샘, 당신이란 남자는, 대체 이게 무슨 미친……!”
“내가 샤워 부스 쓸 테니까 네드는 다른 욕실 써요. 그거 해결해야 하잖아요? 아, 아니면 여기서 빼고 가셔도 괜찮고요. 네드 침실이니까 평소에도 그런 용도로 쓰죠?”
“…….”
“나 샤워하고 올게요. 도망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