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2권) (6/9)

#6.

작업장인 집사에게 사업을 맡기고 태준은 자신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아직은 더운 초가을의 날씨에 맞게 여름 임산부 원피스에 얇은 카디건을 여러 벌 챙겨서 캐리어에 우겨 넣었다. 캐리어를 달달 끌고 나와서는 아직 문이 조금 열려있는 작업실로 향해서 갔다. 작업실 안은 다른 때와 비슷하게 적당한 수다와 적당한 일거리가 잘 공존해서 단란해 보였다.

똑똑.

조금 열려있던 문에다가 노크를 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업실 안에 있던 태준의 사람들이 고개 돌려 일제히 태준을 바라봤다. 달달 끌고 오던 캐리어를 작업실 앞에다 세워두고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다. 작업실의 사람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동안 미숙한 사장이랑 일 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저는 배가 꽤 많이 불러와서 이제는 출산까지 일하기가 버거운 것 같아요. 출산 후에 몸조리도 잘하고 나서 돌아오도록 할게요.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우리 작업장님께서 사장의 역할을 대신해 주실 거예요.”

“푹 쉬고 오세요.”

“예쁜 아이 잘 낳길 바랄게요.”

“여기 일은 걱정 말고 몇 달간 잘 있다가 오세요.”

태준의 직원들은 모두가 태준의 요구에 찬성했다. 작업장에게 몸을 돌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를 또 드렸다.

“저 대신에 일을 도맡아 해주실 분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걱정 마세요. 잘 운영해볼게요. 그런데 어디 멀리 가시려고요?”

작업장은 문 앞에 놓여있는 캐리어들을 보며 태준에게 물었다. 태준 또한 그와 시선을 같이 했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고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렇게 멀리는 아니고요. 그냥 지방에 좀 있다가 오려고요. 여기도 자연이 가까이에 있기는 하지만 지방에 있는 거랑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서요. 좀 갑갑해서요.”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사장님.”

신혼집의 화단들 사이로 커다란 캐리어들 두 개를 양손에 쥐고 달달 끌며 나갔다. 가녀린 몸이 오히려 캐리어들에게 의지하는 것처럼도 보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끌고 나아갔다. 밖에 서 있는 운전기사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양손에 있던 캐리어들을 기사와 함께 트렁크에 실었다. 운전기사님은 태준의 엄마가 보내준 기사님이었다.

“부산에 있는 집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네,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기사도 이미 알고 있는 행선지였지만 확실하게하기 위해 번복했다. 부산에는 태준의 엄마 명의로 되어있는 세컨드하우스가 있었다.

띠리링.

태준의 폰에 전화가 왔다.

[엄마]

“엄마? 저 이제 막 부산 가려고 출발했어요.”

“너 진짜 추석 만찬회 때 안 올 작정이니?”

“안 가요. 원래는 얼굴만 비출까 했는데, 이젠 그것도 하기 싫어졌어요.”

“그래도 너랑 임 서방 얼굴 비추라고 만든 자리인데 네가 아예 안 오면 어떡하니?”

“저 하나 있으나 없으나 잘 돌아갈 만찬회인 거 알아요. 저는 그냥 아무도 안 보고 싶어요.”

“여기 식구들 안 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너 그럼 민혁이도 안 볼 거야? 민혁이 만찬회 때 온다고 하던데.”

‘엄마는 아직 형이 한국에 와 있는지 모르구나.’

민혁이 한국에 와 있는 것을 연우가 모르게 해달라고 부탁했었기에 연우를 알고 있는 그 모두에게 민혁이 돌아왔음을 비밀에 부치기로 한 태준이었다.

“민혁이 형 하나 보자고 그 수많은 보기 싫은 사람들을 굳이 보기는 싫네요. 그리고 그 만찬회 끝나더라도 저랑 민혁이 형 만날 수 있도록 배려 안 해주셔도 돼요. 그 형도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동안은 감사했어요, 배려해주셔서.”

평소의 태준과 다르게 삐죽삐죽 날이 서 있는 말투와 말의 내용들 때문에 엄마는 태준이 조금 걱정되었다.

“너 임 서방이랑 어떻게 다퉜길래 이렇게 기분이 완전 다운되어 있는 거야? 굳이 부산까지 내려가 있으려는 것도 그렇고.”

“그냥 사소한 걸로 싸웠어요. 추석 지날 때까지는 서로 몸이 떨어져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애기까지 데리고 있는데 스트레스 안 받고 싶어서요.”

대충 말을 만들어서 얘기하고 있는 태준을 직감한 엄마는 그냥 같이 대수롭게 넘기기로 했다.

“알았어. 신혼 생활 중에 그럴 수도 있지. 결혼해서 서로 맞추고 사는 게 어디 쉽기만 하니?”

문득 성질 안 좋은 알파와 함께 살아온 엄마는 어떻게 평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진 태준이었다.

“엄마는 지금 호적상으로 제 아빠인 분이랑 어떻게 살아오신 거예요?”

“그냥 나는 그 사람 비위를 잘 맞춰줬지. 하라는 대로 다 해주고.”

“좀 기분 나쁜 말 하거나 강압적으로 나올 때는 없었어요? 아빠는 분명 그랬을 것 같은데.”

“있기야 있지. 그냥 애 같다고 보면 돼. 본인 기분이 나쁠 때면 그러거든. 나는 그럴 때마다 너네 봐주면서 더 행복해하고 그랬었어.”

“엄마가 현명했네요.”

“왜? 임 서방이 너한테 그래?”

“좀 그런 거 있긴 있죠.”

“임 서방 그래도 너 사업하는 거 허락해주고 애도 키워주겠다는 거보면 널 많이 좋아 해주는 것 같긴 하더라.”

‘좋아 해주는 거 알긴 알지.’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대답 없는 태준이었다.

“둘이 빨리 잘 풀면 좋겠네.”

“네, 덕분에 부산에 잘 쉬러 가요. 엄마도 잘 있으세요.”

전화를 끊은 태준은 피로함이 많이 누적된 사람처럼 좌석에다가 머리를 푹 처박고 창문 밖으로 눈을 향한 채 끔뻑대다가 이내 잠들어 버렸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주상복합아파트 제우스.

“감사해요, 기사님.”

행선지에 도착하자마자 트렁크를 달달 끌고 최고층, 펜트하우스 50층으로 갔다. 통유리에는 해운대 바다가 속 시원하게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내부에 있는 가구들과 벽지는 베이지 색의 유럽풍 테마였다.

빛이 너무 강하게 들어와서 바깥보다 더 데워져 있는 공기 탓에 에어컨을 바로 틀고 캐리어는 대충 아무 데나 던져 놨다. 거실의 가 쪽에 놓여있는 안락의자에 털썩 앉아서는 푸르다 못해 저 끝은 거무스름한 망망대해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 태준이었다.

‘나는 이제 가출한 거야.’

일탈감에 작은 희열이 느껴졌다.

저녁에 가까운 오후, 신혼집.

형의 업무를 차차 인계받으며 트레이닝하고 있는 연우는 평상시보다 좀 늦게 집에 도착했다. 1층 리셉션 데스크를 지나가려 할 때 데스크의 하녀가 연우에게 뛰어오듯 다가와 편지 한 통을 전해줬다.

“오늘 태준 님께서 며칠간 밖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시며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편지를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외박? 가출?’

일단 편지를 받아든 연우는 하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랑 같이 간다는 말은 없던가요?”

“혼자 있다가 올 거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연우는 3층의 연우 방에 가기 전에 2층에 있는 태준의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다른 때보다 일찍 작업이 끝났는지 아무도 없었다. 태준의 샤워실에 들어가 봐도 휑하니 아주 잘 정돈된 샤워실의 공기만이 연우를 맞아줬다. 태준의 드레스룸으로 옮겨간 연우는 다수의 옷들이 없어졌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마지막, 태준의 방. 사람이 머물던 흔적도 없이 침구가 아주 빳빳하게 잘 정돈되어있고 자그마한 의자들도 한 치의 틀린 각도 없이 직각으로 서로 잘 마주보고 있었다.

‘가출했구나.’

태준의 보랏빛 침대 위에 살포시 앉아서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편지봉투를 뜯어 편지지를 꺼내려 했다. 그러다가 동그란 뭔가를 발견했다. 자신의 손에 그 동그란 물체를 톡 올려놓았다.

‘결혼반지잖아…!’

반지를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던 연우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얘가 설마 이혼하자고 그러는 거 아니야?’

얼른 편지지의 내용을 읽어봤다.

[To. 임연우

내가 없어져서 내심 놀랬을 모습을 상상하니 통쾌하네요.

나, 추석 연휴 마지막에 하는 만찬회에 가지 않을 거예요.

당신과 함께 만찬회에 가겠노라고 했던 그 약속? 취소예요.

딱 그 만찬회가 끝날 때까지만 당신 곁을 떠난 채로 쉬고 싶네요.

그래서 이 결혼반지도 당신한테 돌려준 거예요.

나중에 다시 와서 이 반지를 다시 낄지 말지는 당신 하기에 달렸어요.

나한테 잘하겠노라고 싹싹 빌지 않으면 다시는 이 반지 끼는 일 없을 거예요.

그럴 마음 없으면 지금 당장 그 반지 버려도 돼요.

나 또한 당신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내가 잘못한 죄는 사과를 제대로 해놔야죠.

당신이 바람 폈을 때는 그렇게 따지고 들던 내가, 당신 몰래 바람 피고도 뻔뻔스럽게 나왔던 점.

내가 생각해도 내로남불이었어서 부끄러워요. 죄송해요.

그 부분은 정말 내가 잘못했어요.

나는 이렇게 사과를 분명히 해놨어요.

이에 걸맞게 응답해주고 싶지 않다면 당장 이 편지지를 찢어버려도 좋아요.

당신과 나의 관계는 그 순간 찢어지는 거니까요.

나와 계속 부부의 연을 맺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내 눈앞에 나타나 사랑을 주세요.

내 눈 앞에 나타나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나와 연을 끊고 싶다는 것으로 알아들을 테니.

From. 지금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제우스 50층에 있을 이태준.]

“뭐… 뭐가 이렇게 도도한 거야?”

밉상인 야옹이가 도도한 캣워킹으로 수놓은 고양이 발자국들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인 태준의 편지를 읽고 난 그였다. 오히려 그 자신이 바람을 펴서 방금 전까지 태준에게 혼이 나고 있었던 건가 싶은 느낌이었다.

편지지를 다시 곱게 편지 봉투 안에 넣어놓고 결혼반지도 편지 봉투 안에 다시 넣었다. 넣으면서 피식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

‘주소까지 꽤 상세하게 알려줘 놓은 거 보면 자기 찾아오라고 완전 광고를 하는 것 같네. 도도한 광고.’

어느 날엔가 태준이 머리에는 고양이 머리띠를 하고 엉덩이에는 고양이 꼬리를 달고 살랑살랑 엉덩이 흔들며 유혹하던 그때의 그 모습이 오버랩 되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태준의 침대에도 ‘큰 대’자로 한번 누워봤다.

“되게 귀엽다. 쪼끄만 게 새침하네.”

태준의 침대에서 벗어나 당장 자신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큰 캐리어 하나에 많은 옷가지들을 넣고 캐리어를 번쩍 들어 1층까지 뛰어 내려갔다. 자신의 자동차로 향했다.

하나 백화점.

태준에게로 가기 전에 연우는 백화점에 들려 태준과 똑같이 생긴 반지 하나를 구매했다. 그는 왜인지 모를 기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부산 제우스.

그는 장시간의 운전을 끝마치고 자정이 조금 지나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굉장히 기분 좋아 보이는 발걸음으로 태준이 있을 집으로 찾아갔다.

띵동.

50층에 존재하는 가구는 딱 한 가구뿐이어서 태준이 알려준 주소 그 이상으로 뭔가를 알아내야할 필요도 없었다.

딸칵.

흰색 잠옷 원피스 차림의 태준이 문을 열고 여전히 정장 차림인 연우와 눈을 마주쳤다.

‘에이, 오더라도 안 웃어 보이기로 했는데.’

저도 모르게 연우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어버린 태준이었다.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었기에 덩달아 웃어버린 듯했다. 트렁크를 현관 쪽으로 밀어 넣어 버리고 당장 태준을 껴안으며 집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의 태준 집에는 거실의 천장 가 쪽으로 띄엄띄엄 설치되어있는 주황색 무드등들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통유리 밖의 고요한 밤바다는 거실의 무드등들이 더욱 은은하면서도 밝게 빛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음, 보고 싶었어.”

웃고 껴안아 주는 연우의 모습에 태준은 행복감을 느껴 함께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준은 양 팔로 연우의 목을 감싼 채 볼에다가 뽀뽀를 해줬다.

“내가 언제 집 나왔다고 벌써 보고 싶었어요?”

태준의 이마, 코, 입술에 순차적으로 뽀뽀를 해주고 나서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마음으로는 한 1년 된 것 같은데?”

“거짓말 너무 잘한다.”

능글맞은 연우의 대답에 태준의 기분은 사실 매우 좋았지만, 애교 주먹으로 연우의 가슴팍을 살짝 때리는 정도로만 언행일치를 시켰다.

“여보, 손.”

연우의 손 위에 강아지 마냥 한 쪽 손을 살짝 올려놓는 태준이었다. 연우는 정장 안에 넣어놨던 편지지를 꺼내 태준의 결혼반지를 태준의 손 위에 털어놔 줬다.

“다시 끼워줄게요 여보.”

태준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다시 착용시켰다. 이윽고 정장 재킷 주머니에 있던 새로운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오? 그건 뭐예요?”

연우는 군말 않고 한쪽 다리로 무릎을 꿇은 채 태준을 올려다보며 새로운 반지케이스를 태준에게 내밀어 보였다.

“내가 앞으로는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그렇게 심한 말들은 내뱉지 않을게요. 내가 참 미안했어요. 사랑해요, 여보. 앞으로는 더 세심한 남편이 될게요. 내 프러포즈를 받아 준거면 나한테 이 반지를 끼워주세요.”

태준은 눈을 크게 깜빡이며 반지 케이스를 열어 보였다.

“내 거랑 똑같은 거다! 나랑 색도 똑같네요, 하얀색!”

“이왕이면 여보랑 같은 반지인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앞으로는 나만 여보 말 잘 듣는 게 아니라, 여보도 내 말 잘 들어야 해요. 알겠어요? 안 그러면 이렇게 도망 나올 거니까요.”

태준의 귀여운 협박에도 행복한 연우였다.

“알겠어요, 귀여운 여보.”

“나도… 한 눈 팔지 않고 앞으로 여보만 더 바라보는 조강지처 될게요. 나도 미안했어요.”

눈치를 살살 보는 태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준은 케이스를 받아들고 반지를 꺼내 연우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연우는 당장 일어나 작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땄다. 두 와인 잔에 적당량 따르고 한 잔은 태준에게 줬다.

“마시진 마. 여보가 내 와이프여서 감사해요.”

“나도 여보가 내 남편이어서 감사해요.”

둘은 와인잔을 기분 좋게 부딪혔다.

연우가 와인을 마시는 동안 태준은 와인 마시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도 마시고 싶다.”

“안 돼. 우리 공주님이 싫어해.”

태준은 입술을 툭 내민 채로 들고 있는 와인잔을 쳐다봤다. 연우는 곧장 태준의 와인잔을 빼앗아 들어 자신의 목 안으로 원샷을 해 버렸다.

연우는 빈 와인 잔에 물을 채워 넣어 줬다.

“왕비 마마는 깨끗한 물만 마시세요.”

갑자기 공주님, 왕비님 거리는 연우를 눈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게 쳐다봤다. 연우는 태준의 손목을 잡아끌고 침실로 가려 했다.

“어디야? 제일 큰 방이?”

연우에게 큰 방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줬다. 둘은 제일 큰 방인 마스터 룸으로 향했다. 마스터 룸의 한쪽 통유리의 경치는 칠흑 같은 바다뿐이었다.

“네가 먼저 씻어.”

마스터 룸에 딸린 샤워실을 보고는 태준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순순히 응하는 태준에게 연우는 심장 박동이 조금 더 빨라졌다.

쏴아아.

태준이 샤워하는 소리가 연우의 귀에 들렸다.

띠링.

[나 이번 추석 만찬회에 갈 거야.]

연우에게로 최서연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심 속에 있는 말을 서연에게 그대로 답장 주고 싶었지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 채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걔가 만찬회에 왜 오려고 하는 거지? 원래 남의 모임에는 잘 참석 안 하는 앤데.’

털썩.

이마 위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손을 떼고 이불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태준이 엿 먹일려고? 아니면 나나 다른 남자랑 노닥거리려고?’

다른 건 몰라도 태준을 엿 먹이려는 수작이라면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예전에 줬던 까만 반지는 끼고 오지 마.]

서연에게 당부하는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의외로 심플하게 답하는 서연이지만, 연우는 서연을 못 미더워 했다.

‘알긴 뭘 알겠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할 애라서 큰일이네. 만찬회에서 보자마자 반지부터 빼내야지.’

꾸욱.

서연에게서 연락이 혹시나 더 올 까봐 신경이 쓰여 폰 전원을 꺼버렸다.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야.’

한 10분은 더 흘렀을까, 계속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있는 채로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 됐어요.”

샤워 가운 차림에 촉촉한 머리, 실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오는 태준의 모습을 본 연우는 태준이 꼭 비에 젖은 강아지로 보였다. 태준의 머리를 손으로 살살 헝클어트렸다. 태준은 그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태준의 미소가 그에게는 치료제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누워있어.”

태준에게 누워있으라고 지시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연우가 샤워하는 동안 그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 만에 태준에게 온 건지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는 태준이었다.

‘저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하나 봐.’

손을 꼼지락거리며 샤워가운의 끈을 만지작거렸다.

‘가출해보는 것도 꽤 효과가 있네? 한 번씩 가출해봐야지.’

이상한 걸 습득해버린 태준이었다.

연우는 10분이 채 안 되어서 샤워를 다 하고 나왔다. 완전한 나체로 나온 그는 샤워가운을 입고 누워서 찬찬히 훑어보는 태준에게 수치심을 느꼈다.

‘뭐야 어딜 그렇게 열심히 보는 거야.’

중요한 그곳에 제일 시선이 많이 머무는 것을 느끼고는 커다란 수건으로 얼른 중요부위를 가렸다.

“좀… 부끄럽네.”

그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태준은 은근히 신이 났다.

“여보 자지 크네.”

태준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더 창피해졌다. 여전히 장난 가득한 미소를 띠며 연우를 어떻게든 골려주고 싶은 게 눈에 보였다.

‘수치스러운 건 나만 느껴야하는 게 아니라고!’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워할수록 더 희열을 느끼는 태준이었다. 태준이 이제껏 연우에게 많은 수치플을 당해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였다.

얄밉게 입꼬리를 실룩이며 연우를 약 올리듯 쳐다보는 태준의 눈에 시선을 계속 맞췄다. 슬금슬금 다가와서 태준의 옆에 누웠다. 태준은 이불 위에 가운을 입고 누운 상태이지만 연우는 이불 아래로 나체의 상태에서 누웠다.

“태준이도 여기 이불 안에 들어와.”

자꾸 태준이 깔고 있는 이불을 들추면서 이불 안으로 유혹했다. 태준이 말을 쉽게 듣질 않으려고 하자 연우는 태준의 샤워 가운 허리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태준은 연우에게 더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꽁꽁 묶은 허리끈을 절대 안 내어줄 생각이었다. 연우가 계속 태준의 허리끈을 풀려고 하지만 자꾸 피하는 태준에게 연우의 빈정이 상하기 직전이었다.

‘웃는 게 아니고 삐지네? 내가 바람 폈어서 그래. 오해하게 만들면 안 되겠다.’

태준은 스스로가 허리끈을 풀어버렸다. 연우는 태준의 가운 양쪽 깃을 잡고 완전히 벗는 것을 도와줬다.

“이제는 허리끈 그렇게 꽁꽁 묶지 마. 어차피 벗을 거.”

태준의 귀에 입을 바싹 붙여서 속삭였다.

“알겠어요.”

태준의 귀를 핥으면서 태준의 가슴으로 손을 옮겼다. 태준의 몸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유두를 자극하며 귀를 핥던 연우는 태준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젖을 가슴 전반적인 곳에 묻혔다. 덕분에 하얀 젖으로 물든 태준의 가슴이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진 연우는 태준을 자신의 앞으로 앉게 만들었다. 연우의 다리와 다리 사이로 안착했다. 연우는 계속 태준의 귀를 빨아먹고 한 손으로는 가슴에서 젖이 더 나오도록 열심히 주물렀다. 다른 한 손으로는 아랫구멍을 왔다갔다 거리며 자극했다.

“하, 하, 하아-.”

점점 더 느끼는 태준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자신의 젖을 보며 더 흥분했다. 흥분 탓에 더 거칠게 주물러 대는 연우의 속도에 맞춰서 젖이 다른 신체 부위로도 타고 내려갔다. 질에도 성감대가 있는 태준은 한 곳을 유난히 집중해서 파고들고 만지려고 하자 허리가 저도 모르게 튕겼다.

젖으로 물든 연우의 손과 태준의 몸이 보였다. 태준의 꼿꼿해진 남성기에도 젖이 흘러가 있었다. 태준은 제 눈으로 이런 광경을 보며 차마 못 견디겠다는 듯이 연우의 입술을 찾았다.

신음을 주체할 수 없던 태준이 연우의 입술을 찾고 나서는 일단 안정감을 찾았다. 연우도 태준과의 키스에 더 집중하기 위해 가슴과 질에 자극을 가하는 속도를 줄였다.

방 안에는 야설스러운 이 둘의 혀 놀림 소리가 들렸다.

“돌아서 고양이 자세 해봐.”

태준에게 명령했다.

연우의 명령에 따라 고양이 자세를 취했다. 태준이 힘을 잃을 때 볼록한 배가 갑작스럽게 침대에 의해 압력을 받을까 봐 베개 두 개를 태준의 배 밑과 가슴 밑쪽에 받쳐놓았다.

베개 두 개가 각각 밑에 공간을 차지하자 태준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생각을 해주는 거구나.’

“다리 조금만 더 벌려봐.”

자리를 더 편하게 확보한 연우는 혀로 태준의 밑을 애무해주기 시작했다. 혀끝을 세워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혀끝이 감질나게 태준의 여성기를 자극하는 바람에 몸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질 수축이 일어났다.

“으, 으응-.”

여성기에서 애액이 충분히 나왔다고 생각한 그는 엎드린 포지션을 고쳐서 무릎으로 선 후 여성기에다가 물건을 집어넣었다.

“하, 하으-.”

안 그래도 수축 중이던 질이 그의 것을 받아들이며 더 흥분했다. 쫀득쫀득한 태준의 질에 의해 그의 물건은 넣고 빼는 것에 저항이 걸렸다. 질이 그의 물건을 최대한 옭아매는 느낌을 받은 그는 쾌감을 극도로 느꼈다.

“후, 태준아, 냐옹 해봐.”

“냐옹.”

배가 나왔어도 위에서 보기엔 여전히 잘록해 보이는 태준의 허리가 요염했다. 태준의 허리 라인 쪽에 손을 대고 계속 피스톤 질을 열심히 했다.

“나옹해 보세요.”

“냐옹.”

‘진짜 고양이 같애. 인간이 된 고양이.’

“태준아, 나 올려다 볼 수 있겠어? 그 상태에서.”

‘이 상태에서 뒤쪽 위를 보라고?’

그의 말대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 뒤에 있는 그를 올려다봤다.

‘되네? 여기서 냐옹하면 더 고양이 같겠지?’

“냐옹.”

자신을 올려다보는 태준의 땡글땡글한 눈망울과 도도해 보이는 태준의 T존, 요염한 등라인이 그에게는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얘는 저렇게 생긴 애가 스스로 고양이 같은 것도 아나 봐. 졸라 더 꼴려.’

“욕, 해도 돼?”

‘욕?’

‘욕’이라는 단어에 조금은 놀랬다.

[씹에 좆 박으면 좋지?]

과거에 민혁과 자동차 섹스를 하면서 민혁에게 들었던 욕들이 생각났다.

[씨발]

연우가 한 번씩 섹스 도중에 했던 욕들도 떠올랐다.

‘알파들은 다 욕 좋아하나 봐. 알파의 특권이라 생각하는 건가?’

기분이 영 나쁘지만은 않고, 묘하게 기분 좋았던 욕들이었기에 허용했다.

“욕해도 좋아요. 욕해주세요. 주인님.”

“씨발.”

태준이 허락하자마자 욕을 내뱉었다.

“씨발 년.”

내심 태준의 눈치를 살살 봤다.

“하아, 하.”

오히려 더 느끼는 듯한 태준의 반응에 그는 더한 욕을 해도 된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았다.

“씨발 년, 존나 보지 쫄깃해.”

‘와! 역시 욕 잘하네.’

저도 모르게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태준의 질이었고, 연우는 대나무 숲 향이 나는 제 페로몬을 풀었다.

‘페로몬 풀었으니까 질이 더 맛있어지겠지?’

태준은 지탱하고 있던 팔 힘이 달려가던 시기에 그의 페로몬 향을 맡고는 더 흥분하게 되어 자꾸만 팔을 이전과 같이 지탱할 수가 없었다.

‘기분은 좋은데 슬슬 힘이 들어.’

더 애액이 많아진 태준의 질과 항문이었다. 그는 태준의 질에서 물건을 빼냈다. 그러고는 바로 가슴과 배 밑에 여분의 베개 2개를 더 대어주고는 팔로 지탱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세를 만들어 줬다.

“편하게 받으세요, 우리 야옹이.”

“야옹.”

왠지 모르게 ‘야옹’이라고 대답해야 할 듯해서 대답해버렸다. 베개들 위로 엎어진 채로 연우의 향을 즐겼다.

“박아주세요, 연우 님.”

‘주인한테 애원하는 것 같네.’

스스로 박아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많이 만족한 연우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항문을 통해 지스팟을 자극하고 싶어진 그는 무릎 꿇고 앉아서 항문으로 나오는 애액들을 살살 만져 봤다.

“개 벌렁거리네? 야옹이 구멍.”

“만져주니까 좋아요.”

뻐끔거리는 항문 주름에 연우는 귀두를 갖다 대고 살살 자극해봤다. 더 벌렁거리는 항문이 보였다.

“넣어달라고 난리네, 넣어줘? 야옹아?”

“야옹, 야옹!”

급한 마음에 태준 또한 두 번이나 야옹거렸다.

“알았어. 우리 야옹이, 맘마 먹자.”

“우유 주세요, 우유, 하악-.”

연우에게서 정액 또한 우유라고 가르침을 받았던 태준이었다. 오메가가 알파에게 복종해야하는 이유는 알파가 오메가에게 우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정작 진짜 우유는 자신의 젖이지만 연우의 취향에 순종해주는 태준이었다.

“응, 우유 먹으려면 젖병을 더 쪼아야 돼. 야옹아.”

항문에 자칭 ‘젖병’이라고 한 자신의 물건을 꽂아 넣고 슬슬 피스톤 질을 했다.

‘더 여러번 힘 줘야 해.’

연우의 페로몬 향, 현재의 불편한 체위, 괄약근을 여러 번 조여줘야 하는 그의 요구 등에 따라 땀이 온몸에 범벅이었다. 베개들에 의해 눌려지는 가슴에서도 젖이 계속 나와 베개도 젖어 들어갔다.

아까 고양이 자세 때부터 가슴이 흔들리는 와중에 젖이 흩뿌려져 침구가 젖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침구와 베개에 젖이 흘러나오고 있어 온 방에는 젖비린내가 더 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연우가 풀은 대나무 숲과 비슷한 알파 향에 의해 태준에게는 자신의 젖 냄새가 확실히 덜했다.

“임신한 우리 야옹이, 젖 냄새도 좋다.”

연우에게는 자신의 페로몬 향보다 태준의 젖비린내가 훨씬 더 많이 진동하는 게 당연했다.

“야옹이는 뒷구멍도 쫄깃쫄깃해.”

연우가 음경을 밀어 넣을 때마다 갈수록 더 조여오는 항문 안쪽 주름들에 의해 연우의 만족도는 더 올라만 갔다.

“하악, 항, 하앙! 아응!”

연우가 태준의 지스팟을 찌르자 엉덩이를 더 쳐들려고 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구나.’

흥분점을 찾은 연우는 집중적으로 찔러댔다. 자지러지는 교태 어린 신음 소리가 들렸다.

“오메가 고양이 년, 알파 좆 더 밀어 넣으려고 궁둥이 치켜드는 것 봐.”

착, 착.

엉덩이를 몇 대 때린 연우는 또다시 피치를 올려서 태준이 흥분 속에서 어쩌지를 못하도록 만들었다.

바들바들 떠는 태준의 등을 쓰담쓰담 해줬다.

“야옹. 앙-.”

간간히 ‘야옹’거리며 응답해주는 태준에게 연우는 자칭 ‘우유’ 선물을 태준의 안에 뿌려줬다.

둘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연우는 페로몬을 거뒀고 태준은 가쁜 숨을 돌리고 있었다.

“힘들어?”

태준의 배에 손을 올리며 물어봤다. 태준은 그의 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별로 안 힘들어요.”

‘사실 좀 힘들었지만. 내가 힘들다고 하면 바람 필 것 같아.’

그는 흡족한 듯 웃음 지으며 태준에게 한쪽 팔로 팔베개를 해줬다.

“자, 누워.”

연우의 팔에 살포시 누운 태준은 연우가 들고 왔던 캐리어들을 다시 떠올렸다.

“근데 내일 회사 안 가요?”

“안 가도 돼. 내일이랑 월요일은 그냥 휴가 쓸 거야. 추석 연휴 내내 너랑 있을 건데?”

‘와, 연휴 내내 나랑 있을 거래.’

“나랑 여기서요?”

“응, 여기서 한 주 가까이 있어도 되지 뭐. 그럴 생각하고 왔어.”

“그러면 만찬회에는 안갈 거예요?”

“만찬회 가야지.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그전까지 너랑 있다가 마지막 날 되면 너네 친정에 만찬회 갈 건데?”

“나랑 같이 가고 싶은 거예요?”

“같이 가야지. 같이 가고 싶고. 와이프 친정 집에 가는 건데 와이프 없이 나만 가기 좀 그렇잖아.”

‘여전히 나는 가긴 싫지만 이렇게 나랑 있으려고 노력해주는데… 갈까?’

태준은 연우의 얼굴을 빤히 오랫동안 쳐다봤다.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보며 연우는 눈을 크게 뜨며 물어 봤다.

“여전히 가기 싫은 거야?”

“음… 부산에서 나한테 하는 거 봐서 결정할래요.”

태준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여보님한테 잘 해야겠네, 계속.”

“네, 잘해주세요. 그러면 따라갈 거예요. 군소리 없이.”

“알겠어 내 야옹이.”

연우는 태준에게 못 말린다는 듯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 얼굴을 비벼준다.

부산에서의 나날은 행복했다.

연우는 부산의 고층 건물 뷰가 가장 잘 보이는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놨다.

“태준아 오늘 저녁에 내가 예약한 레스토랑에 가자.”

“레스토랑 예약 해둔 곳 있어요?”

“응, 너 생일 기념으로.”

태준은 연우와 함께 제우스의 거실에서 창밖 광안대교 뷰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연우가 태준의 생일을 챙긴다는 말에 태준의 몸은 연우에게로 돌려졌다.

‘내 입으로 생일이라고 말한 적도 없었는데, 이미 내 생일을 알고 있었구나.’

“내 생일을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이미 결혼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

연우는 감동받은 태준의 표정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태준이 좋아하는 웃음이었다. 연우에게는 쾌남같이 정말 행복할 때면 짓는 웃음이 따로 있었다. 그럴 때면 태준은 자신이 연우에게 행복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연우 못지않게 행복해지곤 했다.

연우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다시 조금 차분한 그로 돌아왔다. 약간은 초조함에 떨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태준은 함께 긴장감을 느꼈다.

“내 얼굴도 팔리고 우리 집도 가십거리인 상태잖아. 지금 여론이 별로 안 좋아서, 오픈된 공간에서 예약은 못 했어. 그래도 거긴 룸이 있는 레스토랑이라서 거기로 예약했어. 뷰는 걱정 마, 좋을 거야.”

그는 태준에게 실망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해줬다.

‘애초에 뷰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는데….’

“이런 거 해주는 거 자체가 고마워요. 놀랬어요.”

“가서 보고, 진짜 마음에 든다면 그때 고맙다고 해줘.”

태준은 신중한 그의 모습에 잠시 놀랬지만 빙긋 웃었다.

“알겠어요.”

해운대의 시티뷰가 장관인 요트장 옆 레스토랑.

연우가 태워주는 차량 안에서부터 태준은 두근거렸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주차장에 다 와서는 요트장과 시티 야경이 보여주는 엄청나게 반짝거리는 뷰의 모습에 감탄을 내뱉었다.

“우아. 홍콩 같다.”

홍콩에 가본 적 있는 태준은 고층 건물이 즐비한 홍콩에서 밤에 바다에 일렁이는 건물들의 불빛을 상기시켰다.

“예쁘지?”

연우는 창문 밖의 야경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태준의 뒤통수와 볼록 나온 볼의 젖살이 아기 같이 귀엽게 보였다. 야경보다도 태준이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둘은 레스토랑 바로 앞에 있는 요트장으로 향했다.

함께 가기보다는 태준이 먼저 뛰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연우는 그런 태준을 뒤쫓아 갔다.

“여기서 꼭 이렇게 안 봐도 돼. 우리가 예약한 자리에서도 이 뷰가 다 보여.”

그는 태준의 팔목을 잡아서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레스토랑 안.

화이트 색으로 천장, 바닥, 벽지가 이루어져 있는 레스토랑 안은 밤인데도 전체 조명을 키질 않아서 그런지 어두웠다. 오픈된 좌석들에는 각각의 테이블들 위에만 노란 조명들이 켜져 있어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다. 배경 음악으로 나오고 있는 생상스 ‘숲속의 뻐꾸기’였다.

연우가 입구의 직원들에게 얘기를 하더니 태준의 손을 잡아끌고 예약된 룸으로 데리고 갔다. 태준은 밖에 바다와 요트장과 고층빌딩들이 보이는 풍경 속에서 모두가 화목하게 식사하고 있는 오픈된 공간을 좋아 보인다는 듯 두리번두리번 보면서 지나갔다.

“우와, 여기도 좋다. 고마워요.”

연우가 예약한 조용한 룸은 그리 넓은 룸은 아니었지만 딱 커플들에게 적합한 크기의 룸으로 보였다. 둥그스름하게 휘면서 룸 안을 감는 느낌을 주는 희고 높은 벽이 시크릿한 룸의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둥그스름한 벽과 어울리게 타원형의 흰색 탁자, 원형에 낮은 등받이가 있는 흰색 의자가 있었다.

“여기 맘에 들어, 태준아?”

태준은 룸 안을 몇 십 초간 두리번거리다가 야경으로 눈길이 다시 향해있었다.

‘야경이 그대로 다 보여서 좋아.’

“네, 너무 좋아요. 예약 잘했네요. 너무 고마워요, 여보.”

연우는 많이 흡족해하며 음식과 와인, 태준이 먹을 음료를 시켰다.

‘와인은 참 꾸준히 마시네, 진짜 좋아하나 보다.’

상대가 와인을 먹으나 안 먹으나 꼬박꼬박 와인을 챙겨 먹는 그를 보며 태준은 내심 신기해했다. 웨이터가 오더를 받고 돌아가자 그는 태준을 그윽하게 보다가 태준의 왼손에 있는 하얀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자신의 왼손도 꺼내놓은 채로 결혼반지를 보라는 듯 내놓고 말이다.

“우리 나중에, 나이 들면 여기서 살까?”

‘세상에, 나랑 나중에 살 도시도 생각해놓다니.’

갑작스러운 제안에 또 한 번 그가 새로이 보이는 태준은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여기가 좋아요?”

“여기서 너랑 이렇게 생활해보니까 좋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사람하고 여행 같은 걸 같이 안 다녀봤구나.’

태준은 세계의 다른 도시들에 대해서도 떠올려봤다. 어디서 사는 게 제일 좋을지. 하지만 연우와 함께라면 또 어떤 나라의 어느 도시가 제일 좋을지를 감 잡을 수 없었다.

“우리 같이 와본 데가 여기 뿐이잖아요.”

“그치, 궁전 같은 집에서 거의 갇혀 살다시피 하긴 했지.”

“그러니까요. 우리가 같이 다른 곳으로 막 여행도 다녀보고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해 봐요.”

“그래, 좋아.”

“여보는 부산에서 나랑 이렇게 사는 게 되게 좋긴 한가 봐요?”

“응, 밤마다 산책도 바닷가 산책로에서 하고, 집 밖에 보면 바다랑 예쁜 다리도 보이고, 그리고 도시 자체가 서울 쪽보다는 한적하고, 그래도 또 영 작은 도시는 아니어서 좋네. 며칠 있어보니까.”

‘누군가와 이렇게 다른 곳에서 살아볼 미래도 꿈꿔보다니.’

그의 말에 행복해서 가슴이 두근거려진 태준은 그가 보여주고 있는 왼손의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려 줬다.

똑똑.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케이크와 촛불이 등장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이태준~ 생일 축하합니다!]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불러주는 태준의 생일 축가와 미니 폭죽들, 그리고 태준에게 주어지는 축하 꽃다발이 보였다.

‘와, 이런 이벤트까지도 준비해주다니!’

“너무너무 감사해요!”

태준은 감사한 마음에 연우보다도 노래 불러준 직원들에게 먼저 굽신굽신 인사했다.

“기념 촬영해 드릴까요?”

찰칵.

둘의 폰으로 각각 찍어준 생일 기념사진이었다. 연우가 태준의 어깨를 한쪽 손으로 감싸 쥐고 태준이 꽃다발을 든 채로 한 장을 찍고, 태준이 케이크를 들고 연우가 꽃다발을 들어준 채로 한 장을 찍었다. 직원들은 행복한 시간 보내라고 말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하트 모양의 레드벨벳 케이크에 하얀 크림으로 또 하트를 그리고 글자가 쓰여진 케이크를 태준은 가만히 바라봤다.

[Dear my love, H.B.D.]

“너무 고마워요.”

쪽-

연거푸 감사함을 표현하는 태준에게 그는 알겠다는 듯 태준의 이마에 짧게 뽀뽀해줬다. 레스토랑 직원들이 나가자마자 태준은 그를 안아주며 키스했다. 창밖에는 오색찬란한 건물의 불빛, 그 불빛들이 바다에 반사되어 일렁이고 요트들이 저마다 노란 불빛을 달고 저마다의 하얀 몸체를 드러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요트장.

레스토랑을 나선 둘은 레스토랑 앞의 요트장에 입장했다.

“오늘 요트 한 대도 예약해놨어. 여기서 자고 가자.”

태준은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요트까지 예약해놨어요?”

“응, 너 이렇게 이색적인 거 좋아할 것 같아서. 흐, 애처럼.”

태준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귀엽다는 듯 실실 웃었다. 태준과 함께 거품 목욕을 할 때면 거품 가지고도 천진난만한 애처럼 잘 놀고, 함께 정원을 거닐 때면 날아다니는 나비보고도 애처럼 따라가던 태준의 모습을 생각해낸 그였다. 아무리 도도한 고양이 같이 굴어도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늘 태준의 한편에 있는 것을 연우는 알고 있었다.

‘동동 떠다니는 요트 위에서 신랑이랑 하룻밤 자면 얘는 또 얼마나 즐거워할까.’

반응을 기대하고 태준을 바라봤다.

“요트 타고 광안대교 지나갈 거예요?”

“응, 가자.”

“이야!”

손으로 박수를 치고 신나서 두 발을 펄쩍 뛰며 너무 좋아했다. 태준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기대했었고, 태준은 딱 그만큼 좋아라 해줬다.

“오늘은 발로하는 산책이 아니라, 요트로 하는 바다 산책.”

태준의 어깨를 잡으며 안내받은 요트로 향해 갔다.

요트 내부.

요트 밖에 작은 테이블 두 개가 있고 네다섯 명 정도는 앉을 수 있을 만한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었다. 그 위에는 동그랗고 노란 전구 하나가 요트의 외부를 밝혀주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요트 안의 불이 환하게 켜진 채로 큰 테이블과 그 주변에 사람 대여섯 명이 앉아서 즐길 수 있을 만한 ‘니은’자 모양의 소파가 둘러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칵테일 바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주류와 컵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칵테일 바를 넘어서는 조그마한 주방이 있었다.

“우와, 여기 재밌게 생겼다.”

태준은 기다란 소파에도 앉아보고 칵테일 바에 있는 술병들과 잔들도 요리조리 만져봤다. 주방에 있는 수도꼭지도 괜히 틀어보고는 잘 나오는 건지 그냥 장난감같이 비치되어있는 수도꼭지인지를 확인해봤다. 한 공간에 들어서면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만져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만져보는 태준의 습성을 잘 알던 그였다.

‘진짜 저럴 때마다 애 같다니까.’

연우와 같은 엄한 집에서는 새롭고 신기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이것저것 만져보는 건 절대적으로 금지된 행위였다.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인 태준이 그래도 연우에 비해서는 많이 허용적인 환경에서 자랐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우리 아빠 밑에서 컸으면 넌 쥐어 터졌겠다.’

연우는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내려가며 태준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연우의 머리가 자신보다 밑으로 내려가는 중인 신기한 상황을 본 태준은 당장 따라 내려갔다.

“우와. 오두막집이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간단한 침대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2인용 침대는 요트 안의 조명으로 환하게 비춰져 있었다. 매트리스가 딱딱해 보여서 많이 편안해 보이는 침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딱 두 명이 누워서 야릇한 행위는 할 수 있을 만한 구색을 갖춘 침대이긴 했다. 침대의 옆으로는 바다를 볼 수 있고 여닫을 수 있는 자그마한 창이 나 있었다.

‘딱 봐도 여기서 자겠네.’

침대를 보고는 므흣해진 둘은 서로를 한번 쳐다봤다. 여느 커플들처럼 여러 번 잔 사이에 별 것 아니라는 듯 짧게 눈 사인을 주고받고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란 소파에 다시 앉으려던 태준은 연우가 내미는 손을 잡고 연우를 따라나섰다.

“어디 가요?”

“요트 산책.”

요트 2층에 요트 운전을 해줄 직원이 탑승해 있고 연우는 태준을 데리고 요트 끄트머리쯤에 설치되어있는 해먹으로 다가갔다.

“으왓!”

사람 네 명 정도는 누울 수 있을 만한 해먹이었다. 하지만 해먹 밑으로는 아무것도 없이 바닷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오우!”

갑자기 먼저 소리를 지른 연우에 의해 태준도 같이 놀래버렸다.

‘뭐야, 에이 저거 보고 겁먹는 거야, 설마?’

해먹이 꽤 단단하게 설치되어있다는 걸 눈으로 빠르게 스캔한 태준은 연우보다도 먼저 해먹 위로 올라갔다.

‘여기는 누워서 즐기라고 설치되어 있는 거네.’

두 발로 성큼성큼 걸어서 해먹의 중심에 덩그러니 서서 연우에게 외쳤다.

“올라와 봐요, 괜찮아요! 나 여기 올라왔잖아!”

“여기 왜 땅바닥이 아니야!”

“바다니까 땅바닥이 아니지!”

“아니 왜 여기는 요트 바닥이 아니냐고!”

“이 위에 누워서 하늘 보라고 만든 데라고요! 어서 와!”

“너는 가벼워서 이거 안 끊어지는 거 아니야? 내가 올라가면 끊어지는 거 아니야?”

“에이, 진짜!”

연우에게 과감하게 다가가서는 팔을 우악스럽게 잡고 해먹의 중심부로 끌고 들어왔다. 요트는 때맞춰 광안대교를 향해 출발했다.

“으와아!”

첨벙대기 시작하는 해먹 아래의 바다의 하얀 물결에 연우는 태준을 꼭 끌어안았다.

‘내가 자길 안아줬으면 하는 거구나?’

태준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연우가 안고 있는 팔을 풀었다. 대신에 태준이 연우의 허리를 최대한 끌어 안아줬다. 태준이 안아주기가 무섭게 조금 잠잠해지는 연우였다.

‘내가, 임산부한테 보호받는 건가?’

“으유, 보기랑 다르게 겁은 엄청 많네! 저기 봐요! 다리랑 가까워지고 있어요!”

멋쩍어지려 하던 연우는 태준이 주의를 돌려주는 곳을 향해 함께 바라봤다. 이제야 주위 경치가 눈에 들어오는 연우였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광안대교는 계속해서 불빛의 색깔을 바꿨다. 해운대의 마천루를 장식하던 고층빌딩들은 내부를 밝히는 불들과 건물 외벽 테두리를 밝히는 불들의 합세로 높고도 아름다운 피사체에 대하여 정의 내리고 있었다.

펑! 펑! 펑!

대교와 가까워 오자 갑자기 쏴지는 요트의 불꽃들이었다. 그리 크진 않아도 둘이 즐기기에는 충분히 큰 불꽃들이 그들의 눈앞에서 만발을 했다.

“꺄아, 예쁘다!”

태준이 발을 동동 구르며 환호성을 치자 연우는 태준에게 뛰지만은 말아 달라며 부탁했다. 연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트의 맨 끄트머리로 혼자 달려가 자유로이 바람을 맞으며 불꽃들을 감상하는 태준. 혼자 남은 연우는 해먹 위에 혼자 있다는 두려움 반, 불꽃이 예쁘다는 감탄 반으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요트에서 그들은 해먹 위에 누워 밤하늘과 반짝이는 해안을 감상했다. 함께 손을 꼬옥 잡고 말이다.

요트 선착장.

직원은 내리고 남겨진 둘만의 시간이었다. 태준과 연우는 선착장 밖에 있던 맥주와 안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가게에서 맥주와 안주, 그리고 태준이 마실 오렌지 주스를 사 들고 와 요트 1층의 거실과 비슷한 공간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요트 안의 좁은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 그들은 아까 봐두었던 침실에서 잘 준비를 했다. 요트의 모든 불을 끄고 침실의 불만 남겨둔 그들은 침대에 눕기도 전에 서로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오늘 어땠어?”

‘제발 좋았다고 해.’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스윗하게 물어봤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최고의 날이었어요.”

‘됐어!’

너무 기쁜 마음으로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둘 다 나체인 그들이었다. 연우는 생각보다 딱딱한 매트리스에 태준이 다칠까 봐 이불 두 개 중 하나를 재빨리 깔아뒀다. 태준을 곱게 앉히고 나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입술 표면을 탱탱한 탱탱볼을 빨 듯 빠르게 아래와 윗입술로 자극했다. 태준을 안은 힘은 약했다.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다루듯이 말이다.

태준이 혀를 넣기 시작하자 연우는 이때인 듯 태준의 옆쪽 머리를 받쳐주고는 아주 조심스레 딱딱하고 좁은 침대 위로 눕혔다. 자신도 태준을 바라보며 그 곁에 조심스레 누웠다.

“좁은 데서도 격한 걸 원해? 아니면 다정하게?”

“다정하게.”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넣듯 대답했다. 연우는 다정한 섹스를 서비스로 제공하기로 했다.

“네, 와이프님.”

팔로 그러안고 프렌치 키스를 진행하며 아래로 손을 부드럽게 댔다. 태준이 다리를 천천히 벌려줬다. 연우의 부드러운 애무에 태준은 조금의 신음을 입술로 흘려 냈다.

“으, 음-.”

‘사랑스러워.’

그는 자신의 부드러운 애무에 알맞게 부드럽게 호응해주는 태준이 감사했다.

원래부터 서 있던 그의 물건은 태준의 안에 더 들어가고 싶어 해서 더 저돌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그는 물건이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행동으로 옮겨줬다.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다.

“음.”

원래라면 질 입구 정도부터 성감대가 있는 태준답게 넣자마자 교성을 내지를 태준이었지만 연우가 너무 부드럽게 넣어주는 덕에 약간의 비음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여긴 좁으니까, 아기 다루듯 해주세요. 내 뱃속의 아기 다루듯.’

태준은 연우에게 계속해서 부드럽게 리드해 주기를 갈망했고, 연우는 너무나 퍼펙트하게 태준을 다뤄주고 있었다.

연우의 조심스러운 피스톤 질은 계속 됐고, 태준의 질은 그에 맞게 여유롭게 연우의 물건을 천천히 먹었다.

툭, 툭.

아기가 발차기를 하자 태준의 배에 아기 발 모양이 울룩불룩 나타났다. 연우는 피스톤 질을 하다말고 물건을 태준의 안에 넣은 채로 웃었다.

“애기 발 봤어?”

“봤어요. 흐흐.”

태준은 아기에게 부끄러운 행위를 들킨 듯 쑥스럽게 웃었다. 연우는 다시금 물건을 넣고 빼기를 천천히 반복하며 다시 아기가 발길질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를 관찰했다.

툭.

연우가 물건을 빼다가 다시 집어넣으니 또 발로 배를 차는 아기였다.

“오, 호호호.”

연우가 신기하고 당황스러워 웃었다.

“아빠가 자기 집을 자꾸 들여다봐서 화내는 건가?”

“스읍, 그런가?”

연우는 조심스럽게 피스톤 질을 몇 번 더 하다가 안에 사정했다. 옆에 누운 연우는 배에 손을 살포시 올렸다.

“아기야, 아빠가 갑자기 들어가서 놀랬어?”

툭, 툭.

대답하듯이 발길질을 하는 아기의 모습에 둘은 내심 많이 놀랬다.

“아기가 언어지능이 높은 거 아닐까요? 벌써 뱃속에서부터 대화가 되는 애라니.”

태준이 여느 엄마와 비슷하게 아기가 천재일 지도 모른다는 류의 얘기를 시작하자 연우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슬며시 했다.

“그런 거 하나라도 타고 태어나면 좋지. 인생이 편하지. 적어도 자기가 어디로 향해서 살아가야 할지를 알고 살 테니까.”

연우는 계속해서 태준과 함께 아기의 장래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지만, 따지고 보면 남의 아이지만. 태준을 잃지 않고 싶기에 제 아이라고 생각하며 볼록한 배를 봐온 지 꽤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연우는 태준과 함께 동백섬 주변의 산책길을 걸으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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