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태준은 방으로 들어가서 나름의 전략을 짰다.
‘하, 엄마가 더 걱정할까봐 돈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네. 일단 오늘 임연우랑 자는 거야. 자면서 애기 낳아도 되는지 물어보자.’
밤.
연우의 야한 취향을 안 태준은 연우를 유혹해보고자 까만 시스루 원피스 잠옷을 골라 입었다. 늦은 밤이라 연우가 침실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태준은 그곳으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태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누워있던 연우. 생각보다 과감한 태준의 차림새에 연우는 피식 웃었다.
“이건 무슨 서비스야?”
생각지 못한 반응에 조금 수치스러운 태준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용기 내서 할 일은 다 해치우고 가야만 했다.
“오늘 연우 님한테 안기고 싶어서요.”
알아서 누워있는 연우의 앞으로 다가가 연우의 뻗어있는 팔 안쪽으로 들어온 태준이었다.
‘조용해 보이는 게 생각보다 적극적인데?’
“그래? 나한테 안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피스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벌려 연우의 위에 올라탔다.
“이제 정신 차렸나 보네?”
살짝 비춰졌던 웃음은 잠시, 이러는 게 마치 당연했다는 듯이 태준의 드러난 허벅지를 만져보는 연우였다. 보이기 시작하는 탐욕의 눈동자. 한쪽 손은 태준의 허벅지를 잡은 채로 다른 한쪽 팔로는 다시 팔베개를 했다. 태준을 아랫것 보듯 봤다.
“뭐든 해봐.”
태준은 부지런히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우의 잠옷 바지 앞섶에 계속 비벼지며 나오는 태준의 애액이었다.
연우는 시스루를 통해 드러나 보이는 태준의 젖가슴을 감아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유두를 살살 스쳐가며 자극했다.
“더 움직여. 너 쌀 때까지.”
“하, 하악, 항.”
신음인지 숨 차는 소리인지 모를 태준의 소리였다. 이윽고 쉬고 싶은지 잠시 멈추는 태준이었다. 이내 태준의 젖꼭지를 비트는 연우였다. 피 마냥 흘러나와 시스루를 적시는 태준의 우유가 있었다.
“싸라니까 젖에서만 싸대네.”
태준의 바짝 서 있는 남성기를 손가락으로 살살 튕겨보며 약 올렸다. 태준은 정신 차리고 계속 엉덩이를 비비려고 했다.
“어디 갔다 왔어?”
무슨 영문인지 태준의 골반을 잡고 태준을 멈추는 연우였다. 태준의 귀 주변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제주도에 갔다 왔어요. 엄마 별장에요.”
“갔다 와서 나한테 이러는 이유는 뭔데?”
이때다 싶은 태준이었다.
‘몰라, 죽을지 몰라도 일단 이렇게 얘기하자.’
“죄송해서요. 아기 가진 거… 클럽에서는 너무 화나 보이셔서 죄송하다고 말씀도 못 드렸어요.”
‘언어폭력이 무지막지해서 사실 사과도 하기 싫었지.’
“그거만 대답해봐, 네가 먼저 꼬신 거야?”
‘어떻게 대답해야 되는 거지? 민혁이 형도 지키고 나도 지키는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데….’
“원래 같이 샤워도 가끔씩 했어서 어릴 때처럼 그냥 씻으려고 했던 거예요 형제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제 몸에서 페로몬이 갑자기 많이 나왔었어요. 원래 히트싸이클 주기가 아니었는데 한주 정도 빨리 시작해버렸어요. 그래서 그만….”
“앞으로 이민혁이랑 접근금지야.”
“네. 당연히 그런 줄로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연우를 쳐다보는 태준이었다.
“애 낳고 싶어?”
태준의 배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연우였다.
“지우라고하면 지울 거예요. 너무 불편하시면 안 낳을 거예요. 말해주세요. 낳을지 말지.”
생각보다 야무진 태준의 말에 내심 놀랬다.
“낳아.”
머리에서 폭죽이 수십 개는 터지는 태준이었다. 상상치도 못한 대답이었으니까.
“낳아서 거기 갖다 줄 거야? 이민혁?”
가족 관계 간의 호칭은 이미 서로 사라졌다. 그보다는 남자 대 남자로 느껴져서였을까.
“당연하죠. 그 아기 보기 싫으실 거잖아요.”
“잘 생각했어.”
연우는 태준을 끌어안고 침대로 갔다. 침대에 던져진 태준. 태준의 다리 맡에 앉아 태준의 몸매를 감상하는 연우였다.
“장모님 모델 하셨다더니 몸매랑 와꾸가 아주 타고 났어. 응?”
‘저번에는 무슨 여자 오메가들이 훨씬 좋다면서… 갑자기 또 뭔 짓이지?’
옷을 벗고는 태준의 시스루 원피스를 걷어 올리는 연우였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하고 태준의 여성기에 연우는 남근을 꽂았다. 아까 애액이 나왔던지라 특별히 애무는 필요 없었다.
‘네 새끼는 내 정액이 제 친구들이겠지. 그냥 어떤 아저씨의 정자 친구들.’
피스톤 질을 나름대로 살살 해주면서 태준의 표정을 관찰했다. 풀린 동공에 황홀해 하는 태준의 표정이 보였다.
‘그 새끼한테도 이런 표정 지었다고.’
“아앙, 으응, 응-.”
‘이런 노래를 그 새끼도 들었고.’
“씨발.”
피스톤 질을 갑자기 격하게 하는 연우에게 사정없이 흔들리는 태준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계속 태준의 표정을 열심히 관찰했다. 태준은 침까지 흘리고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이런 표정도 지었다고.’
빡친 연우는 관찰을 거두고 태준의 안에다가 사정할 때까지 피스톤질에만 몰두했다.
‘네 친구들이야 아기야.’
나른해하는 태준을 최대한 꽉 끌어안고 귓속말을 했다.
“너 그 새끼 만나지 마.”
‘뭐야? 지금 저게 알고 하는 얘기야 그냥 하는 얘긴 거야?’
아무 대꾸도 않고 눈치를 살살 살피는 태준이었다. 거기에 그냥 키스를 해버리는 연우였다. 연우가 태준의 머리를 끌어당기는 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뭐야 술 취한 사람 같잖아. 화난 건가?’
키스를 2분 정도 했을까, 거친 연우의 혀 놀림에 정신없이 받아주던 태준은 갑자기 일어서서 잠옷과 카디건을 챙겨 입으려는 연우의 행태에 당황했다.
“어디 가요?”
“알파 냄새 빼러.”
‘알파 냄새. 헐, 진짜 알고 있는 거야?’
“뭐라고요?”
경악스러워하는 마음이 표정에 좀 드러난 태준이었고, 그걸 읽은 연우였다.
“너한테 그 새끼 냄새 난다고!”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혼자 침대에 누운 채로 두 눈이 동그래진 태준이었다. 일어나 앉아서 혼자 잠옷과 두 팔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아봤다.
“씻었는데 왜…, 나는 안 나는데….”
두 손으로 머리통을 감싸 쥐고 다시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냥 괴로운 마음에 든 환각일 수도 있잖아. 아닌가? 아, 도대체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괴로워하다가 일단 민혁을 몰래 만난 것을 모른다고 믿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연우가 태준의 옆에서 자긴 잔건지 태준의 몸이 침대의 정중앙에서 한쪽으로 잘 쏠려있고 태준의 옆에 누워 잤던 흔적이 있었다.
비밀이 보장되는 고급 메디컬 센터에 다니는 연우는 오늘도 상처 치료를 받으러 간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드나들었던 피부과였다.
“그래도 이제는 상처가 진짜 잘 안보이네요. 축하드려요, 요즘이 제일 낫네요.”
이제까지의 전신사진들과 오늘 새로 찍은 전신사진을 비교해주는 의사, 그리고 흡족해하는 연우였다. 연우의 이전 사진들에는 채찍질을 당한 자국들이 선명했다.
“스테로이드 약 계속 잘 먹어요. 이대로만 가면 쭉 나을 수도 있겠다.”
센터를 나온 연우는 운전기사의 뒷좌석에 앉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심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자식 낳아봐야 뭐해. 나는 잘 키울 자신도 없는데… 차라리 저렇게 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내가 내 자식을 낳게 되면 그 아인 나처럼 불행할 거야.’
집에 도착한 연우는 다른 하인, 하녀들과 함께 저택의 화단에서 열심히 꽃을 심고 있는 태준을 발견했다. 챙 있는 모자를 하고는 긴 팔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연우가 저를 보고 있는 것을 알고는 어딘가로 쪼르르 달려가 예쁜 화분 하나를 집어오는 태준이었다.
“연우 님, 이거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키워보실래요? 별로 손도 안가는 식물이에요.”
갈색의 부엉이 조각이 꽤나 크게 붙어져 있는 단단한 갈색 화분과 그 위로 조그맣게 꽂혀있는 다육이 식물은 연우의 눈에도 귀여워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 짓는 연우였다.
“물은 얼마나 주면 돼?”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 줘도 된대요. 줄 때도 많이 주지 말고 흙이 꽤나 젖었겠다 싶은 정도? 연우 님 이런 거 관리 잘 못 하실 거 같아서 일부러 손 덜 가는 애로 준비했어요.”
“고마워, 잘 키워볼게.”
“근데 오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오늘은 일이 별로 없는 날이었나요?”
붙임성 있는 태준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 연우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알았어요. 연우 님이 말 거실 때만 대답할게요. 제가 먼저 다가가도 되는 때는 선물 줄 때랑 잘 때. 이제 알겠어요.”
연우를 막아섰던 앞길을 피해 주는 태준이었다.
‘똘똘하군.’
연우는 제 방에 와서 화분을 배치했다. 태준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자신의 침실에 두려는 연우였다. 햇빛이 적당히 들어오는 소파 앞 테이블에다가 뒀다. 갈색 부엉이 화분과 연우 방의 갈색 테마가 잘 어울렸다.
“센스 있네.”
문득 클럽에서 자위를 즐기던 태준이 떠올라 또 웃게 되는 연우였다.
“얘는 질투가 없는 척을 하는 거야, 진짜 없는 거야?”
연우는 다육이를 살짝 건드리며 다육이에게 인사했다.
“잘 커라.”
귀여우면서도 씩씩한 다육이가 꼭 태준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 연우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보통은 후려치면 복종만 하던데, 걘 재밌어.”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아버지]
“여보세요?”
“연우야, 며느리 유즙 나오거든 판매 시작해. 최상급 오메가 유즙 공급을 하루빨리 원하신 댄다. 클라이언트들이.”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간단한 지시만 내리고 전화를 끊는 연우의 아빠였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구나.’
1년 남짓하게 남은 대선 기간, 연우의 아버지는 대선주자 중 한 명이었다. 이미 7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문화부 장관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연우의 아버지는 정치계에서 거물급이었다. 거기다가 연우의 할아버지는 4선 국회의원이셨다.
연우에게는 잔인하게 체벌을 가할 때도 있는 아버지였고, 다혈질에 늘 불안감에 시달려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연우가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매우 스마트하고 깔끔하며 심지어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이미지의 정치인이었다. 문화부 장관으로서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빼앗긴 문화유산들을 여러 점 되찾아오고, 문화적 공헌도가 높은 인재들을 최대한 배려해준 것으로 유명했다.
늘 그런 이중적인 모습의 아버지는 연우에게 크나큰 공포였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지옥 속에 갇혀 사는 줄을 모르니까. 아니, 남들도 다 그런 식으로 사는 건가 싶어서 그 공포를 억누르며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고 다들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지능들은 되는 거라고 여기며 살았다.
‘행복한 척해야지. 나는 남들보다 더 똑똑해야 하니까. 안 좋은 걸 드러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아온 척까지 해야지. 나는 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차별당하며 자랐다고 누군가에게 말해도 아마 내가 더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거야.’
다육이를 계속 바라보며 행복하게 미소 짓는 연기를 해보는 연우였다.
“얘도 행복한 척하는 거잖아. 아닌가?”
꽃 심는 작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린 연우는 늦은 오후에 태준을 불렀다.
똑똑.
“부르셨어요?”
알아서 또다시 야한 복장을 차려입고 온 태준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 연우였다. 이번에는 하얀색 비키니를 입은 채로 샤워가운을 두르고 왔다.
“너 되게 자기 일에 충실하구나. 주제 파악을 잘해도 이제 너무 잘하는데?”
“연우 님을 즐겁게 해드리는 게 제 일이니까요.”
“임신한 거 때문에 더 그러는 거야?”
“그냥 연우 님한테 안기는 게 좋아서요.”
‘거짓말, 내가 무서워서 그러지.’
슬며시 웃어주는 연우는 가운 벗으려는 태준을 저지하고 태준의 손을 잡아끌어 방을 나섰다. 처음 집 소개를 할 때는 가보지도 않았던 곳으로 인도하는 연우의 행보에 태준은 당황했다.
“여기 지하실 같은 곳이 있어요?”
대답하지 않는 연우에게 두려움을 느낀 태준은 제 팔을 잡고 있는 연우의 손을 놀고 있던 손으로 꽉 붙잡고는 멈춰 섰다. 멈춰선 태준과 연우는 서로 한동안 지그시 보고 있다가 연우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더 힘을 줘서 끌고 갔다.
지하실에도 빛은 들어왔다. 크나큰 철문을 열자 그곳에는 좌우로 큰 선반들이 놓여있었고 우유로 보이는 액체가 각각의 투명 용기 안에 든 채로 선반 위에 진열되어 있었다.
‘추워.’
아마도 이 우유들을 보존하기 위해 냉장 온도로 이 방의 온도를 맞춰놨으리라. 이 방에만큼은 햇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예 창문이 없었다.
“이게 다 뭔가요 연우 님?”
“이게 다 오메가의 젖이야.”
[을 이태준의 유즙을 판매할 수 있다.]
‘이게 다 파는 거야?’
계약서의 내용을 떠올린 태준은 연우가 어떤 말을 할지를 직감했다. 빙긋이 웃으며 태준의 얼굴을 가까이하는 연우였다.
“다른 남정네랑 임신한 거 미안하면, 이 정도는 하자. 네 젖이 필요해.”
갑자기 젖소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은 태준은 수치스러웠다. 수치스럽기도 했고, 뭔가 판매하는 물건이 된 듯한 느낌에 불쾌감이 온몸에 흘렀다.
“그, 그래도 이게 어디로 팔리는 건지는 알려주세요.”
“음식에 주로 들어가. 이 세상에는 오메가보다 알파들이 더 많잖아? 신세 비관해서 오메가들은 도태 되고 있는 중이라서 말이야. 하지만 너 같은 상급 오메가들이 만들어내는 페로몬, 그거는 알파들이 환장한단 말이지. 네 젖은 네가 내뿜어내는 페로몬들 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편에 속하는 페로몬일 거고.”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알아듣길 바라는 연우의 무언을 정말로 알아듣는 태준이었다.
“그래서 섞으면 그 음식을 더 좋아하겠네요.”
“그렇지! 미량으로 넣어도 묘하게 그 음식들을 더 찾는다니까? 대량으로 넣기엔 너무 티가 나서 못 넣어. 네가 젖을 빼내기에도 좀 한정적일 거 아냐. 그냥 가능한 최대로만 빼주면 그거 팔고 싶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기회를 노려 부수입을 만들고자 하는 태준이었다.
“판매하는 거면, 이게 아주 많이 판매가 될 지도 모르는 건데 저한테도 수입을 좀 떼 주세요.”
“제법 머리 쓸 줄 아네. 알겠어, 생각 좀 해보고.”
피식 웃다가 갑자기 태준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꽉 쥐는 연우였다.
“그렇다고 너무 오만방자해지진 마. 언제나 갑은 나야. 그리고 아무리 많이 판매해줘도 네가 내 말 안 들으면 난 네 아이 뱃속에서 당장 지우라고 할 거야.”
연우는 태준의 샤워가운을 벗겼다.
‘여기서? 이 추운 데서?’
냉장 온도로 차가워져 있는 바닥에 샤워가운을 깔고는 그 위로 태준을 눕혔다. 하얀색 비키니 바람으로 오들오들 떨며 누워있는 태준은 연우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다리를 배배 꼬며 손은 입에 갖다 대고 있는 태준이었다. 연우는 그런 태준을 보며 허리띠를 풀고 물건을 꺼냈다.
연우는 비웃듯 말했다.
“비키니 입을 거라고 자위 좀 하고 왔나 봐? 가슴 키워놨네.”
연우는 태준의 비키니 상의를 젖가슴이 완전히 드러나도록 아래로 잡아당겨 놓았다. 태준의 핑크빛 유두는 추위에 벌써부터 곤두서있었다. 거의 전라의 상태에 가까운 태준과는 달리 연우는 위에 와이셔츠와 얇은 재킷까지도 입었고 아랫도리도 물건만 내 놨지 바지를 다 입은 상태였다.
“아양 떨어봐.”
‘물건부터 빨아줘야 해.’
온몸에 소름이 돋은 상태에서도 연우의 물건을 빨기 위해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 무릎을 꿇은 채로 연우의 귀두부터 쪽쪽 빨기 시작했다. 연우의 빳빳해진 기둥을 한 손으로 잡고 혀를 세워 혀끝으로 기둥을 쓸어 올렸다.
‘만족하고 있는 걸까.’
동시에 연우의 반응을 보기 위해 연우의 눈을 향해 올려다봤다. 연우 또한 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심 부끄러워지는 태준이었다. 물건을 몇 번 말아 쥔 채로 위아래로 마사지해줬다. 쿠퍼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연우의 물건을 입속으로 우겨 넣기 시작했다. 늘 그랬듯, 입 속의 압을 최대한으로 두고 밀어 넣을 수 있는 데까지 넣었다. 그런데도 태준의 작은 한 손이 더 쥐어질 수 있을 정도의 여백이 남은 연우의 대물이었다.
‘움직여주세요.’
목구멍 안에다 최대치로 넣은 상태에서 입속 압을 유지하며 이에도 안 닿게 혼자서 피스톤 질을 하려는 건 힘들었다. 할 수 있긴 해도 펠라를 받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좀 불만족스러워질 것 같았달까. 입안의 압이 풀리든 이가 닿든 해서 흐름이 깨질 것 같았다.
연우의 물건을 입속에 넣은 채로 연우에게 움직여달라는 사인을 눈으로 보냈다.
‘예쁘다.’
자신의 것을 물고 있는 태준을 보며 한동안 감상하다가 겨우 태준의 머리통을 잡고 움직여줬다.
컥. 컥. 컥.
구토 반사가 잘 안 일어나는 태준에게도 구토 반사가 일어나게끔 입 뒤쪽 식도를 콕콕 찔러댔다. 토기가 올라온 태준은 올라오는 토를 연우의 자지와 함께 그냥 삼켜버렸다. 눈물이 송골송골 맺혔다. 덕분에 펠라만 하면 안 그래도 오르던 태준의 체온이 더 올라 버렸다.
‘아까보다 안 추워.’
연우의 불알을 계속 만져주던 태준의 손도 멈출 줄을 몰랐다. 연우가 태준의 머리를 빼서 알 쪽으로 이동시켰다. 연우의 알이 입안에 들어오자 알을 입안에 넣고 젤리를 빨듯이 살살 굴려줬다. 오른쪽, 왼쪽 순차적으로 해주다가 두 알을 다 넣어보려고 하다가 실패했다.
알을 빨면서도 계속해서 연우의 촉촉한 페니스를 손으로 자극했다. 연우는 태준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황홀경에 빠졌다.
“아아, 하아-.”
사정감이 밀려오자 알을 빨던 태준의 머리를 떼고 다시 음경을 밀어 넣었다. 다시금 피스톤 질을 열댓 번 하다가 태준의 목에 박아 넣고 부들거리며 사정했다. 바지를 추슬러 입었다.
“수고했어.”
‘자위기구한테 말하는 거 같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된 태준이었지만 저 ‘수고했다.’는 말은 참 들을 때마다 이질적이었다.
태준의 드러내놓은 가슴이 더 커진 것이 눈에 띤 연우는 태준의 핑크빛 유두를 엄지손가락 끝으로 살살 자극해봤다. 그리곤 냉장실 안에 따로 비치되어있는 유축기를 가져왔다.
“이거 쓸 줄 알아? 한번 써봐.”
유축기를 받아든 태준의 표정이 희한했다.
‘이게 젖 짜는 기계구나.’
깔대 모양을 자신의 유두 위에 올려놓고 분무기 펌프처럼 생긴 부분을 꾹꾹 누르니 젖이 나왔다. 나온 젖은 유축기의 하단에 달려 있는 투명 용기에 모여들었다. 펌프 윗부분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누르니 태준이 펌프질을 직접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유축기가 젖을 짜냈다.
‘오올! 근데 참 기분 이상해.’
누군가가 젖을 입안에 넣고 규칙적으로 빨아들이는 야릇한 기분이 드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유축기를 본 순간부터 머릿속 한구석에 그려져 있던 젖소들의 유축장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한쪽에다가 유축기 하나를 더 달아주는 밉상 연우가 또 출몰했다.
“여기 누워봐.”
태준은 아까 깔아놓은 샤워가운 자리에 다시 누웠다.
“너 거기서 자위해봐.”
태준은 제 남성기를 한쪽 손으로 잡고 딸치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여성기안에다가 제 손가락을 집어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태준의 항문괄약근과 질 내벽이 조여왔다. 가슴에는 유축기 두 개를 달고, 다리를 최대한 벌려 여성기와 남성기를 동시에 자위하며 느끼고 있는 오메가라니. 장관이었다.
“암캐 같다. 흐흐흐-.”
“사람 아니라 암캐 같아.”
또 미친 사람으로 변신한 듯한 연우였다. 혼자서 좋다고 웃어대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오메가가 아주 약해 보이는 모습을 하면 강약약강의 알파 본능이 DNA에서부터 아주 고스란히 나오는 듯한 연우였다.
‘에휴, 또 폄하하려고 드네.’
성격 삐딱한 연우를 그저 신기한 생명체쯤으로 여기고 있던 태준은 또다시 눈과 귀를 차단했다. 보이는 것은 형상이요, 들리는 것은 소리니라.
“자위하면서 유축하면 유즙 질이 더 좋아져.”
‘그래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라고 교육시키는 건가 지금?’
“섹스하면서 하는 것도 좋다던데.”
그 뒤에 별말이 갑자기 없어진 연우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섹스 할 때 유축기 차라는 거야 뭐야.’
“섹스 할 때 하면 좋다던데.”
태준의 얼굴로 좀 더 다가와서 강조했다.
‘왜 나 지금 이 사람이 이런 짓 하는 거에 안 말려들고 싶은 거지? 묘하게 기분 나쁘네.’
아무 대꾸도 안하다가 정적이 흐르자 입을 겨우 여는 태준이었다.
“섹스 할 때 차게 하고 싶으면 그럴 때만 직접 나한테 말씀하세요. 딱 그럴 때만 차 드릴게요.”
태준의 똑 부러지는 말투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하마터면 앞으로 매번 섹스 할 때마다 유축기 차고 해야 될 수도 있었던 거잖아.’
“지금.”
연우는 다시 허리춤을 풀고 물건을 꺼냈다. 태준의 성기들로부터 태준의 손을 떼고 자신의 물건을 태준의 여성기에 밀어 넣었다. 질척이는 애액 소리가 냉장 보관실 안에서 울렸다. 태준의 신음도 함께였다.
“앙, 하앙, 항-.”
유축기의 투명 용기가 태준의 젖으로 가득 차서는 작동하질 않았다. 유축기 두 개의 용기를 흰 젖으로 가득 채운 상태에서 연우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흔들리고 있는 태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 밤.
태준은 자신의 방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수치심’ ‘힘’
이게 연우를 대할 때면 주로 느껴지는 감정 같달았까. 연우만 만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수준은 아니어도 그보다 좀 하향된 단계에서 느껴지는 신체 변화들은 분명히 자주 있어 왔다.
‘땀이 좀 나고, 뭔가 몸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확 솟구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종종 들게 해.’
화내는 연우, 힘을 줘서 태준을 잡는 연우, 태준을 깎아내리는 연우를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주로 그런데. 자기가 그런 감정이나 신체 변화를 많이 느끼고 산건가?’
생각해보다가 머리에 쥐가 내리려고 했다.
‘그냥 명상하고 잘 거야. 나는 별문제 없어. 문제는 그 사람에게 많은 거지. 기억 안 나, 아무것도.’
5일쯤 지났을까.
태준은 꽃을 함께 심었던 하인, 하녀들과 친하게 지냈다. 저택의 모든 화단에 물을 주고 자기 방을 청소하는 일쯤은 태준이 거의 도맡다시피 하고 있었다. 심심하면 하인, 하녀들과 놀아달라고 조르고는 큰 저택을 놀이터 삼아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 이따금씩 이불 빨래하는 것도 도와주는 태준이었다. 매일 빠짐없이 하는 건 바로 유즙을 짜는 것이었다. 하루에 못 해도 10통 정도씩은 짜내는 듯했다.
그렇게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늦은 오후가 되면 거품 반신욕을 하며 혼자 노는 태준이었다.
“후,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풍성한 거품에 구멍을 뚫어 물을 봐야만 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거품 터널을 입김으로 뚫고 있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샤워실의 한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태준 님, 연우 님께서 부르십니다.”
“네.”
태준은 샤워실 안에 있는 침대로 가서 가슴을 부풀리기 위해 자위를 했다. 가슴을 움켜쥐며 보지를 쑤셔댔다. 연우에게 박힐 것을 열심히 상상하며 가슴을 부풀려봤다.
팔과 다리가 없는 망사 옷을 입은 태준은 샤워가운만 걸친 채로 연우에게 갔다.
똑똑.
“연우 님, 부르셨어요?”
걸친 샤워 가운도 벗고는 망사 옷만 입은 채로 연우의 옆에 앉는 태준이었다.
“오늘 뭐… 작정했어?”
태준의 망사 옷 밖으로 빼꼼히 튀어나온 핑크색 유두를 살살 만져보는 연우였다. 이내 한 손으로는 유두를 만지고 다른 한 쪽은 입으로 빨았다.
“후, 섹시한데?”
조금 위쪽 망사 사이로 빼꼼 나와 있는 태준의 남성기, 그 밑으로 보이는 태준의 핑크빛 여성기. 여성기의 구멍에 딱 맞춰서 망사 구멍이 나 있었다.
“먹어주세요, 연우 님.”
발정 난 연우는 태준의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혀끝을 세워 태준의 여성기를 건드렸다. 감질나게 살짝씩 건드리는 연우의 혀에 태준은 허리를 움찔거렸다.
“응, 연우 니임-.”
연우의 혀는 질구로 들어갔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질 속을 연우의 혀가 헤집었다.
찔꺽찔꺽.
혀가 질구 안에서 노는 소리가 들렸다. 태준은 흥분되는지 쓰다듬고 있던 연우의 머리칼을 힘주어 잡았다. 연우는 한참을 더 태준의 밑에 파묻혀서 놀다가 태준의 밑에 뽀뽀를 했다.
“넣어주세요, 연우 님.”
연우를 끌어안고 귓속말로 속삭인 태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우는 허리춤을 풀고 태준의 안에다가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물건을 집어넣었다. 질 속에다가 사정을 하고 나서 태준에게 고양이 자세를 하라는 연우였다.
짝, 짝!
망사 차림인 태준의 등골이 섹시했는지 만족감에 태준의 엉덩이를 때렸다. 또다시 여성기에 집어넣고 한 번의 사정을 더 하는 연우였다. 둘은 일이 끝나고 다시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오늘 사실 이거하려고 부른 건 아닌데.”
‘너무 섹시했어.’
“그러면 뭐 하려고 부르셨어요?”
연우는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서류를 태준에게 넘겨줬다. ‘계약서’라고 적힌 문서가 태준의 눈을 채웠다.
‘이야, 설마 유즙 판매 계약인 건가?’
태준은 당장에 망사 차림 위에 샤워가운을 다시 둘렀다.
“그건 왜 또 입는 거야, 보기 좋기만 한데.”
태준의 가운을 슬며시 벗기려는 연우였다. 그 손을 제지하는 태준이었다.
“계약할 때는 엄숙하게 해야 해요.”
귀여운 태준의 말에 ‘풉’하고 웃었다.
“어, 그래. 샤워가운 입고 해야지, 그럼.”
‘샤워가운 입으면 엄숙해지나? 하여튼 귀엽긴 귀여워.’
‘나는 진지하다구.’
태준은 심혈을 기울여 계약서의 요목조목을 따져봤다. 계약서의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1. 을 이태준은 갑 임연우에게 유즙을 공급한다.
2. 을 이태준은 갑 임연우로부터 유즙 판매액의 10%를 정산 받는다.
3. 을 이태준은 유축기 용기 기준으로 하루 평균 10통 정도의 유즙을 공급한다.
4. 을 이태준은 갑 임연우와 일주일에 3번은 동침한다.
태준의 인상이 조금 찡그려졌다.
‘유즙 판매액의 10%?’
“연우 님, 제 유즙 판매액이 얼마 정도 될 것 같으세요?”
“아직 잘은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 한 달에 못 해도 한 3억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3억! 3억에서 10%면… 3천만! 하, 임연우 쪼잔한데?’
말이 없는 태준을 보며 함께 입을 닫고는 괜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다육이 식물이의 위치나 살짝 바꿔놓는 연우였다.
‘그래도 한 30%는 타깃으로 해놔야 돼.’
“저는 한 50%는 주실 줄 알았는데!”
태준의 많이 실망한 표정을 본 연우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10%면 많지 않나? 너 생활하는 데에 충분하고도 남지.”
“10%는 너무 착취적이다. 오메가 중에서도 상급 오메가에, 남자치고는 여자 페로몬도 꽤 많이 가지고 있고, 거기다 유즙까지 이렇게 분비가 되는 오메가여서 저라는 자원자체가 희소성이 꽤나 높지 않나요? 나는 10% 줄 거면 이 계약 안하려고 했지.”
연우는 저도 모르게 빙긋이 웃었다.
‘말하는 것 봐. 진짜 재밌는 애다.’
“그래도 내가 하라고 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마지못해 했을 거잖아.”
“에이, 마지못해 하는 거였으면 유즙을 하루에 겨우 한 2통 정도만 뽑아줄 거예요.”
“그러면 한 20%? 어때?”
“30%면 딱 하루에 10통에서 20통 사이로 뽑아줄 맛이 날 것 같네요.”
“알았어, 30%.”
‘아싸, 9천만 원 확보!’
“근데 왜 일주일에 3번 자자고 정해놨어요?”
“너 돈 생기면 내 방에 안 올 거잖아.”
태준은 기분 좋게 웃었다.
“30%면 많이 벌 건데 뭐하러 나한테 50만원을 받아, 안 그래?”
문득 최근 들어 함께 놀던 하인들과 하녀들 한 대여섯 명이 떠오르는 태준이었다.
“흠, 그러면 계약서에서 한 가지 더 넣고 싶은 사항이 있어요.”
“뭔데? 말해봐.”
“을 이태준은 정산 받은 수입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머리가 갑자기 띵-해오는 연우는 이젠 웃기다 못해 어안이 벙벙했다.
‘오호, 그런 꿈도 꿔봤단 말이지?’
“무슨 사업할 건데?”
“꽃 사업이요! 구체적인 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큭큭거리며 웃는 연우였다.
“흠, 일단 다른 건 첫 정산 받아봐야 알겠는데요. 돈만 된다면 제가 이 집 하인이랑 하녀들이랑 필요한 방을 살 수도 있을까요?”
‘신기한 애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빈방들도 많던데.”
웃으면서 태준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연우는 대답해 줬다.
“그래, 돈만 주신다면야.”
훅훅 치고 들어오는 태준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난 연우였다.
3개월 뒤.
태준은 자신의 하인, 하녀들 네댓 명과 큰 방을 꾸미고 있었다.
띠링.
[태준아 오늘 민혁이 왔다. 제주도로 와.]
태준의 엄마에게서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그날 저녁, 제주도.
태준은 엄마의 별장에서 엄마와 민혁이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봤다. 오랜만에 보는 태준의 모습에 엄마도 민혁도 반가워했다. 서로가 부둥켜안으며 인사했다.
“엄마, 엄마가 이번에는 이 별장에서 쉬세요. 여기 엄마 공간이잖아요.”
“너네는 어디 가게?”
“저 요새 돈 벌잖아요! 호텔비 정도는 제가 낼 수 있어요.”
빙그레 웃는 엄마와 민혁이었다. 민혁은 태준에게 물었다.
“네가 숙박비 다 내줄 거야?”
“네! 내가 가자고 한 거니깐 내가 내야지. 낼 수 있어요. 빨리 나가요 우리.”
자신감 넘치는 태준의 모습을 본 민혁과 엄마는 깔깔거리고 웃었다. 엄마는 별장에 남기로 하고 태준과 민혁은 제주도의 특급 호텔로 향했다.
제주도의 바다가 숨통 트이게 보이는 전망과 함께 호텔의 인피니티 풀의 야경이 동남아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내줬다.
“우리 태준이가 번 돈으로 이런 데에 투숙해볼 줄은 몰랐네.”
민혁은 창밖을 빤히 보고 있던 태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태준의 어깨에 머리를 올렸다. 태준은 그런 민혁을 고개 돌려 바라봤다. 민혁도 함께 눈을 마주했다. 이내 키스했다. 태준을 두르고 있던 팔로 태준을 돌려세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태준의 머리 한쪽을 잡고는 격하게 키스했다.
태준의 셔츠 아래로 손을 넣었다. 태준의 배에 손을 잠깐 동안 올리고 있더니 태준의 가슴으로 향해 주물렀다. 셔츠가 젖으로 젖어갔다.
태준과 떨어지더니 태준의 셔츠를 벗기고 아래도 벗으라고 바지를 살짝 끌어당겼다. 태준이 바지와 팬티를 다 벗은 모습을 본 민혁은 자신도 위아래를 다 벗었다.
침대로 가서 태준의 다리를 벌려 애액이 충분히 나오도록 애무해줬다. 쿠퍼 액으로 젖어있는 제 물건을 넣고 흔들었다.
“아, 응응응.”
예전보다는 살짝 볼록해져 보이는 태준의 배와 신음을 내고 있는 태준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봤다. 태준의 안에다가 또 다른 씨를 뿌렸다. 자신의 정액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고는 태준의 옆에 누웠다.
“여전히 맛있다, 네 보지.”
민혁은 한쪽 팔로 태준에게 팔베개를 내어준 후 그 손으로 태준의 유두를 부드럽게 만지며 놀았다. 민혁에게 폭 안긴 태준은 자신을 갖고 놀고 있는 민혁의 팔을 매만졌다.
“형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일 배우고 있지. 여긴 또 다른 회사니까 수습 기간이 좀 필요해. 이제 막 끝날 거야.”
‘민준이 형은 얘기 꺼내봤자 싫어할 것 같아.’
“형은 아버지 얼굴 뵀어요?”
“아버지 나 싫어하시는데 뭘. 너 임신 시키고 나서 상당히 노발대발 하셨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안 봐. 최근에 통화만 한번 했어.”
“안부 전화요?”
“응, 막상 한국 잠깐 들어오려니까 또 생각은 나서. 그냥 잘 계시냐고 만 여쭤봤어. 잘 계신다더라. 너는 연락 안 하지?”
“네, 저는 시집와서 쭉 연락 안 하고 살아요. 안 보고 살 거예요.”
시집오기 전에 이상하게 돌변해버린 아버지와 민준의 모습을 떠올리는 태준이었다.
“민준이 형도 안 보고 살 거예요, 앞으로 쭉.”
태준의 두상을 가만히 보고 있던 민혁은 태준을 다른 쪽 팔로 끌어안아줬다.
“잘 생각했어. 안 보고 사는 게 나아.”
형도 보지 말고 살라고 하고 싶던 태준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형은 그래도 보고 싶을 수도 있지. 근데 나는 두 번 다시는 안 볼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니까.’
태준의 예쁘장하게 잘생긴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만져보던 민혁은 갑자기 웃으며 물어봤다.
“우리 태준이는 어떻게 꽃 장사할 생각을 했어?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원래 장사하는 건 관심 없었는데, 임연우 때문에 하게 되었어요.”
“임연우? 임연우가 장사하라고 협박해서 하는 거야?”
민혁의 손이 잠시 떨렸다.
“아니에요. 임연우랑 거리를 좀 두고 싶어서 장사하는 거예요.”
태준의 코를 만지고 있던 민혁의 손이 멈추고 침구 위로 놓여졌다.
‘무슨 소리지?’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임연우는 자꾸 안 좋게 파고들려고 해요. 그러면 나도 하루 종일 안 좋은 생각만 계속하게 되고 우울해져요. 그래서 하인 형들이랑 하녀 누나들이랑 같이 놀기도 하고 내가 같이 일해주기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임연우가 내 유즙을 판다고 하니까, 그 판권으로 꽃 사업을 해서 임연우한테서 서서히 독립하고 싶었던 거예요.”
“우리 태준이 똑똑해.”
태준의 머리칼을 보드랍게 만져줬다.
‘맞아, 난 제법 똑똑해.’
“우리 엄마랑 꽃꽂이는 제법 해봤었거든요. 그런데 신혼집에 있다 보니까 화단도 엄청 크고 땅도 엄청 넓게 가지고 있고 사람들도 제법 많이 있는 거예요. 봄 되니까 꽃도 막 심더라고요. 그래서 저 꽃들로 꽃꽂이를 해서 팔든 꽃다발을 만들어 팔든 꽃을 키워서 팔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스스로도 보람되다는 생각에 혼자서 재잘재잘 떠드는 태준을 바라보며 민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평상시에 잘 지내던 지인 분들께 먼저 팔았어요. 그다음엔 임연우 집안의 인맥들한테도 팔기 시작했고요. 근데 시들해지지 않는 꽃을 원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아서 조화나 드라이플라워도 팔아보려고 신혼집에 있는 큰 방 하나도 샀어요.”
“방도 사서 해?”
“네, 그래도 사업하는데 집주인한테 자릿값은 다 주고 해야 되잖아요. 그 집 하인, 하녀였다가 제 종업원이 된 형 누나들, 삼촌 이모들도 있어요. 내가 이제 월급 주니까요.”
일리 있는 태준의 말에 기특함을 이루 말 할 수 없이 느끼는 민혁이었다.
“사업가 머리 타고났구나, 너도.”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 들던데요. 사업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런 것도 있어요. 내 주위에는 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으니까요. 일단 친정집도 사업했지, 형도 사업한다고 그러지, 남편도 사업하지, 뭐 전부 다 사업한다고 그러니까요. 나라고 못 할까 싶었어요. 물론 제 친아빠 친엄마는 사업 안 하셨지만요.”
‘전부 다 사업한대. 나라고 못 할까 싶었대.’
태준의 당돌한 생각에 웃음이 터진 민혁은 태준이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래, 개나 소나 다 해. 너도 잘 할 거야.”
“맞아요.”
기쁜 마음에 민혁은 태준에게 키스를 하고 한 번의 정사를 더 나눴다. 둘은 욕조에서 거품 반신욕을 하고 거품을 서로에게 불어주며 놀았다.
태준이 민혁에게로 ‘후’하고 분 거품 덩어리가 민혁의 얼굴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해맑게 깔깔깔 웃는 태준이었다.
‘데리고 살고 싶다.’
갑자기 자각된 이루지 못할 흑심에 꽤 우울해졌지만, 태준에게는 웃는 표정으로 애써 대했다. 그러다 자기 자신의 코에다가도 또 거품을 잔뜩 묻히고 민혁을 바라보는 태준의 모습에 또 한 번 함께 웃었다.
‘그 미친놈도 이런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애초에 사업을 허락했다는 것 자체로도, 방을 내주고 사람을 내주고 많은 걸 허용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에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일어나는 민혁이었다.
아침이 되자 태준과 민혁은 초여름 제주도의 바닷가를 거닐었다. 둘 다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손발로 물장난을 했다. 서로 활짝 웃어 보이는 민혁과 태준이었다.
‘신혼 같다. 신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민혁은 국제선으로 갔고, 태준과 엄마는 국내선으로 갔다.
1주일 뒤.
민혁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회사에 출근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그의 직책, 경영전문가로서 수습 과정을 밟던 그는 부사장으로서 출근을 시작했다. 태성 그룹에서는 전략기획 본부장 및 전무이사로 일했다.
이민혁, 이민준의 친엄마가 회장으로 있는 ‘키메라’는 AI를 중축으로 생명공학, 바이오제약, 4차산업 교육 등의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아직까지 미국에서의 입지가 많이 튼튼하진 못 했지만 중견 기업치고는 주목을 받고 있는 편이었다.
키메라 회장실.
큰 키에 중성적이면서도 예쁜 얼굴, 가슴과 골반이 잘 발달된 편으로 육감적인 몸매,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의 소유자가 민혁과 민준의 생모였다.
“민혁아, 난 네 능력 믿어. 너무 열심히는 안 해도 돼. 적절히 열심히 해. 네가 중간 이상만 해줘도 지금 4차 산업이 대세인 시대에 앞으로 더 잘되기만 할 회사야. 실리콘 밸리에서 뽑아온 유능한 인재 분들이 계신 거 알지?”
“예, 어머니.”
“그 기술자 분들, 과학자 분들 믿으렴. 너무 너를 몰아치진 마. 그럴 필요까진 없어.”
민혁의 친모는 민준보다 좀 더 여린 품성인 민혁을 더 좋아했다. 동시에 자라는 과정에서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무서운 기질이 있는 남편과 동생에게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고.
다행히도 그런 불화들은 민혁의 명석함으로 많이 피해오긴 했지만, 태준의 임신을 계기로 그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민혁의 친모.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이제 더는 없으니 자신의 마음만은 예전보다 편안했다.
‘그래도 쟤가 내 곁에 있으니까 이제야 맘이 좀 놓여. 민혁이도 차라리 그럴 수도… 아직까지는 마음 아프겠지만.’
민혁은 회장실에서 친모께 아침 인사를 드리고 부사장실에 갔다.
비서가 오늘 할 일, 한 주 간의 미팅 예정, 중요한 뉴스, 민혁이 도착하기 전 왔던 전화 내용들 등에 대해서 브리핑 해줬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비서가 나가고 나서 업무를 시작하는 민혁은 전화 내용들을 다시 확인하고 중요 뉴스들과 그와 관련된 뉴스들도 싹 다 찾아봤다.
회장이 한국계 미국인인 회사인지라 한국 기업들의 추이에 대해서 매일 알아보는 것은 필수였다. 미국 시장에서 중박 이상을 터뜨리면 한국 진출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스피에 있는 태성 그룹과 코스닥에 있는 임연우네의 예당 식품, 예당 주류는 연일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오메가 유즙을 열심히 풀고 있구나. 대선이 오고 있어서?’
오메가 유즙을 식품 및 주류에 섞어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원래는 별 반감이 안 들던 민혁이었다.
‘저게 불법화가 되면….’
연우네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은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점심시간, 민혁은 친모와 함께 식사했다.
“너, 예당 기업한테 복수하고 싶지 않아?”
밥 먹다 강한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보는 민혁의 모였다.
“복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그렇겠지. 아무래도 여기 키메라보다도 태성 그룹이 훨씬 큰 곳인데 거기서 잘 버티고 있는 너를 내쫓았으니….”
“내가 재미있는 소문 하나 알려줄까?”
“예당 기업에 관한 소문인가요?”
“그것도 그렇고, 널 내쫓은 임연우랑도 관련된 소문인데.”
모친은 궁금해 하는 듯한 민혁의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
“걔네가 주로 파는 한국 전통 음식이랑 한국 전통 술 있잖아. 거기에 노예시장의 오메가들까지 동원 시킨대.”
갸우뚱하는 민혁이었다.
“요즘 예당기업 매출량이 이전과는 다르게 엄청 늘어났대. 그런데 걔네가 오메가 유즙을 넣기 시작했다는 건 너도 알잖아. 걔네가 갑자기 불어난 매출량을 감당하려면 어쩌겠어. 이제는 힘없는 오메가들의 유즙을 착취해서 넣는다는 소문이야.”
“사실인 건가요?”
“아직 알아보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지 않니?”
“제가 알기론 예당 기업은 원래 연구목적으로 오메가 유즙을 기증받아온 걸로 아는데… 이제 노예 오메가들한테까지 손 뻗는다고요…? 그렇게까지 해서 대선에 당선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권력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종족이야. 너 그쪽을 쉽게 보지 말아라. 네가 생각보다 그들을 쉽게 보고 있을 수 있어.”
민혁은 어머니와의 식사를 다 마쳤다.
“다 먹었니? 내일부터는 너네 AI 계열 사장이랑 거기 임원진 분들이랑 합석해서먹도록 해. 나는 내일부터 빠져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부사장실로 돌아온 민혁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대선 전에 저 기업을 내칠 수는 없을까. 그러면 대선도 물거품 될 수 있을 텐데.’
일단 키메라에서의 부사장 업무에 익숙해진 후 예당 기업의 뒤를 캐보기로 했다.
“내가 돌아왔어요. 우리 꾸미던 방마저 꾸며 봐요.”
신혼집에 돌아온 태준은 직원들과 함께 꾸미던 방을 마저 꾸몄다. 봄꽃에서 여름 꽃으로 바꿔서 판매하고 있는 태준은 여름 테마로 방을 꾸몄다.
그린벨, 길리아, 달리아, 리시안서스 등의 여름 꽃을 잘 말려서 미니 부케로 만들어 벽에 장식했다. 푸른빛의 아기자기한 꽃인 델피니움과 노란색 풍성한 꽃인 매리골드는 화병에 꽂아뒀다.
이외에도 하얀색 배경에 하늘색의 울타리 모양이 하단에 그려진 벽지를 방의 전체에다가 바르기도 했다. 방의 중앙에다가는 20명 정도가 모여서 작업이 가능할 만한 큰 테이블을 두고 방의 창가에다가는 완성작들을 진열해 놓을 수 있는 탁자들을 별도로 뒀다.
“형 누나들 의견대로 꾸민 건데 시원해 보이죠? 내 눈에는 시원한데.”
“어우~ 여름이 방 안으로 들어 왔네요, 사장님.”
“너무 맘에 들어요, 진짜 여름여름해요.”
“여름 꽃들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방이에요. 쾌적하고 좋아요.”
인테리어, 가구 배치 하나하나 직원들과 함께 고민해서 만든 작업실에 만족해하는 직원들을 보고 뿌듯해하는 태준이었다.
“꽃다발 예약되어 있는 거 오늘 다 만들어 봐요.”
느긋하게 일하길 좋아하는 태준의 성향에 따라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꽃가게는 꽃다발이든 꽃꽂이 장식이든 부케든 다 예약을 받고 나서 작업이 진행됐다. 일차원적인 꽃 배송을 빼고는 말이다.
“작업장님, 오늘도 힘 써주세요.”
“이제 제가 뭐라고 안 해도 다들 잘하는데요, 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정원을 돌보고 꽃다발, 꽃바구니 등을 이따금 씩 만들어 연우의 부탁에 따라 연우의 지인들에게 전해주던 집사가 대답했다.
‘진짜 능력자셔.’
친한 하녀와 하인들의 추천으로 플로리스트 자격증이 있는 집사를 섭외했다, 지난 3개월 간 정말 수많은 도움을 준 집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작업장 타이틀을 드렸다.
나날이 예약량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서로 웃을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태준은 막간을 이용해 토끼풀로 꽃반지를 만들어 직원들 하나하나에게 끼워줬다.
“이제 여름이니깐, 토끼풀 꽃반지예요.”
직원들이 발랄하게 말하며 손가락에 끼워 넣어주는 태준을 보고 웃었다.
“감사해요, 우리 사장님~”
“아이, 귀여워라. 귀여운 꽃반지다. 너무 예뻐요.”
“오늘 내내 끼고 작업할게요.”
‘하하호호’ 웃는 웃음소리가 2층 복도에 퍼졌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고, 늦은 오후 때까지도 그런 일은 잦았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늦은 오후, 연우가 퇴근하고 와서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오늘도 웃음소리야.’
연우는 웃음소리를 따라갔다. 조금 열려있는 방문 틈을 조금 더 열어 봤다.
태준과 태준의 직원들이 된 하녀와 하인들이 수다를 떨며 웃고 있었다.
연우는 그 후 일주일 동안 태준의 작업 방을 몰래 훔쳐보곤 했다. 태준이 무슨 말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지도 궁금했고, 저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도 궁금했다.
물론 매일 태준이 유축 해야 하는 양만큼의 젖을 짰는지도 확인했고, 거의 매일 태준을 불러 야한 행위를 즐겼다.
그래도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쟨 뭐가 저렇게 행복해 보일까.’
태준은 그렇게 연우의 머릿속을 점점 더 채워가고 있었다.
밤.
“이태준, 3층 발코니로 와. 옷 편하게 입고 와.”
‘무슨 일이지?’
3층 발코니.
3층 복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발코니에는 침대만큼 푹신하고 큰 소파가 하나 놓여져 있고 낮은 탁자가 있었다.
지금은 밤 11시, 달빛이 3층 발코니를 하얗게 덮었다. 그레이 색의 소파 또한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발코니에서는 신혼집의 큰 정원과 분수대가 보였다.
태준은 일반 복장으로 총총 걸어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발코니에 들어오기 전에 발걸음을 멈추고 연우의 눈치를 봤다.
깜짝!
연우가 휙 돌아보자 두 눈이 놀란 태준은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
“무슨 도둑질 해?”
“아니, 저… 원래 야하게 입고 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 이렇게 정상적인 옷을 입고 오라고 하시니까 제가 당황스러워서….”
“나랑은 원래 야하게 하는 게 셋팅 값이었구나?”
‘그럼 셋팅 값 아니었나? 드레스룸에 야한 옷 겁나 많드만 그거 다 입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면서.’
눈치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준이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내 태준이 연우의 옆에 다가갔다.
“그런데 오늘 왜 부르신 거예요?”
연우를 빤히 바라봤다.
“왜 부른 것 같아?”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서 저도 모르게 더 빤히 연우의 눈을 바라봤다. 연우가 오히려 눈을 피하고 눈치를 살살 살폈다.
“아니, 흠….”
자신의 눈치를 보는 연우 모습을 처음 보는 듯한 태준이 또 한 번 내적으로 놀랬다.
‘임연우가 내 눈치를 보다니?’
“평범한 옷 입고 와서 하는 것도 좋아해.”
“풉.”
‘아, 이제 야한 옷에 오히려 질렸다는 말이구나. 좀 평범한 코스프레도 해와 달라?’
웃는 태준을 보며 부끄러운 듯 함께 미소 짓는 연우였다.
함께 웃어주는 순간 찌릿한 스파크가 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연우의 마음에서 거의 처음으로 느껴보는 듯한 몽글함이 올라왔다.
‘내가 얘를 좋아하는 건가?’
남들과 어울리며 잘 웃던 태준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얘는 나랑 다른 사람이야.’
조금 소심해지는 연우였다.
“저 옷 벗을까요?”
“응… 벗어.”
태준이 벗겨달라는 듯 양팔을 올리자 태준의 티를 벗겨줬다, 태준의 바지와 팬티도 벗겨줬다.
“나도, 벗겨줘.”
연우가 두 팔을 올리고 키를 한참 낮춰주고, 태준이 티를 벗겨줬다. 이어서 연우가 해줬듯이 연우의 팬티와 바지도 벗겨줬다.
나체의 두 남성은 달빛을 받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분수대의 분수가 흐르는 소리만이 들리고 하얀 달은 그들의 어두운 분신과 함께 그들의 하얀 형상을 함께 만들어 줬다.
연우는 태준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만히 관찰했다. 태준 또한 연우를 이토록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었다. 못된 성미와 다르게 얼굴은 고혹적이었다.
연우가 먼저 태준의 손을 잡아 태준의 손도 가만히 만져보며 관찰했다. 태준의 손은 안 그래도 하얀 피부에 하얀 조명을 받아 더 반짝였다.
‘섬섬옥수네.’
“예쁘다.”
‘와, 임연우한테 두근거려보다니!’
연우의 긴 속눈썹이 꿈뻑이며 제 손을 향해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던 태준은 또다시 놀라기 바빴다.
“음… 얼굴은 더 예쁘고.”
손으로 얼굴을 아주 다정하게 매만져주는 연우는 심지어 미소도 지었다.
‘어머, 속으로 미친놈 거리니까 진짜 미쳤니.’
태준의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리며 눈과 입이 동그래졌다.
멍-.
귀엽게 쳐다보는 태준의 모습에 태준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아 줬다.
“앞으로는… 나 너 조심스럽게 대해주고 싶어.”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태준은 경악했다. 연우의 입에서는 저런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꿈보다는 현실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았다.
“고마워요.”
연우는 태준을 떼고는 그윽하게 쳐다봤다.
‘또 왜? 무슨 이상한 말을 더 하려고?’
연우가 다시 태준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손을 바라보며 조금은 힘겹게 말했다.
“미안해, 내가 여태껏 너를 막 다뤄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알아? 천하의 임연우가?’
아무리 연우가 태준에게 미안할 짓을 많이 했다지만, 연우의 입으로부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태준은 그야말로 쇼킹한 상태여서 그냥 굳어있었다. 얼굴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 그대로였다. 태준의 뇌로 무슨 자극이 많이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에서 연우는 태준의 머리와 상체를 느슨하게 끌어안고 천천히 키스했다. 평상시의 과격한 연우의 키스가 아니었다.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아기와 하는 듯한 키스였다.
‘와, 이게 무슨 별천지야.’
태준의 마음에도 몽글몽글한 구름이 샤워할 때의 거품마냥 일어났다. 연우가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태준의 입술을 핥고 빨아주자, 태준 또한 연우를 살포시 끌어안고 연우의 조심스러운 리드를 따랐다.
‘이게 정말 사랑받는 느낌인 건가? 내가 아기가 된 것 같아.’
태준은 연우의 많이 부드러운 리드에 따르면서 오르가슴을 느꼈다. 태준의 질도 수축하고 남성기와 젖꼭지도 바짝 설 대로 섰다.
‘아, 내 성감대 부위들이 너무 찌릿찌릿해. 몸 전체는 부드러운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아.’
연우는 한참을 태준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그러다가 잠시 리드를 멈췄다.
이윽고 태준이 연우를 부드럽게 리드했다. 연우의 도톰한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매우 부드럽게, 아기에게 뽀뽀하듯이 했다.
자신이 받은 부드러운 리드만큼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은 태준이었다.
연우는 태준의 리드를 가만히 받아 봤다.
‘부드럽고, 귀여워.’
태준의 리드를 받던 연우도 포근한 솜이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태준의 입술이 떨어지자 연우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
‘심지어 고맙대.’
“뭐가 고마워요?”
“내 옆에 있어 줘서.”
‘이게 꿈이야 생시야.’
“왜 옆에 있어주는 게 고마워요?”
“내가 잘해준 거 없는 것 같은데… 너는 나 웃게 해줘서.”
‘오홍, 임연우 맞아?’
“나 때문에 웃게 됐어요?”
“응, 예전보다 더 많이 웃고 있더라.”
‘그렇긴 하지.’
연우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연우도 살짝 미소 띤 채로 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태준에게 또다시 가볍게 키스했다.
태준의 뒤통수를 양손으로 겹쳐서 감싼 후 소파 위로 태준을 눕혔다. 천천히 소중한 아기같이 소파 위에 뉘여 지는 태준이었다.
‘나 신생아 같아.’
신기하다는 듯 두 눈을 똥글똥글 굴리며 연우 얼굴의 이곳저곳을 관찰했다. 입술은 맞닿았던 연우의 입술을 상기시키며 음미하듯 조금씩 오물거렸다.
‘예쁜 아기 같네.’
한참을 그 상태에서 서로를 마주 보던 둘. 연우가 태준의 머리를 감싸던 한쪽 손을 풀고 태준의 눈을 바라보며 태준의 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태준도 계속 입술을 오물거리며 연우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짙은 고동색인 연우의 눈에는 이전의 탐욕보다는 평온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날 진짜 좋아하는 눈빛은 저렇구나.’
연우의 눈동자가 주는 생경하면서도 따스한 눈빛 덕분에 마음 속 목화솜들이 잔뜩 피어났다.
언덕같이 동그래진 가슴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태준의 아래로 내려가는 연우의 손이었다. 태준은 다리 한쪽을 소파 아래로 떨어트려 줬다.
태준의 벌어진 틈으로 손을 살포시 얹어 정성스레 애무해줬다.
“음, 음-.”
애액이 나오면서 신음도 흘러나왔다. 연우와 계속 눈 마주치며 신음하다가 점차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점점 숙였다. 연우가 계속 바라보는 시선은 느껴졌다.
‘왜 이런 모습까지 뚫어져라 봐, 민망하게. 이런 모습도 좋은 건가?’
애무를 지속하다 제 손이 충분히 젖자 삽입을 시작했다.
“아, 응-.”
넣는 순간까지도 태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넣었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지금까지도 연우는 태준을 지그시 바라봤다.
‘부끄러워.’
반면에 태준은 연우의 시선을 피해 연우의 배 쪽을 향해 바라보며 신음을 냈다. 다른 때보다 훨씬 부드럽게 천천히 움직이는 연우의 리듬에 편안함을 느꼈다. 이전보다 신음소리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소파가 무슨 깃털 침대 같네. 이렇게 편안한 섹스는 처음이야.’
노동에 가까웠던 지난 섹스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씩 강압적인 섹스가 끌리는 날이면 상기시키며 자위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에는 지금의 여유가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했다.
한참을 들락날락거리던 연우는 사정감이 몰려오자 태준에게 사인을 하듯 태준의 머리 뒤쪽을 다시 손으로 감쌌다. 연우는 살짝 속도를 높였다.
연우는 태준에게서 시선을 이제야 거두고 아래쪽을 바라보며 사정에 집중했다.
태준의 안에 씨를 뿌렸다.
‘그러고 보니 임연우도 저렇게 숨을 몰아쉴 때가 있네.’
거의 매번 섹스가 힘겨움의 연속이었던 태준은 혼자서만 섹스 후에 힘든 줄 알았다. 편안한 섹스를 경험한 오늘 밤은 연우의 몰아쉬는 숨이 유난히 잘 들렸다.
“고생했어요.”
매일 자신이 듣던 말을 처음으로 자연스럽게 말해보는 태준이었다. 연우는 태준을 바라보더니 살포시 안아주며 소파 위 태준의 옆으로 드러누웠다.
태준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민혁에게서만 제대로 받아보던 팔베개인데 연우가 제대로 해주자 섹스 후 만족감이 높아졌다.
‘아껴주는 것 같아.’
뿌듯해진 태준은 입을 앙다물고 옆에 누운 연우를 가만히 감상했다.
자신의 몸 안에 넣으려고 애써준 연우의 허리는 배 쪽에 근육이 잡혀있는 걸로 보아하니 튼튼해 보여 섹시했다. 달빛이 비추는 연우의 다리 쪽은 허벅지가 탄탄하게 부풀어 올라있어서 종아리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허벅지가 꽤나 굵었다.
연우의 얼굴 쪽을 감상하려는 순간 연우가 손을 내밀어 와서 태준의 손을 잡았다. 연우가 손을 다시 벌려 태준의 손을 벌어지게 만들고 깍지를 끼도록 했다. 손잡는 동안 태준은 연우의 눈을 신기하게 흘겨봤다.
‘이렇게 달달한 분위기도 연출할 줄 알다니.’
가만히 깍지를 낀 채로 태준은 연우의 얼굴을 이제야 대놓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연우도 태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제 부끄럽지도 않아. 아까 그렇게 느끼는 내 얼굴까지 다 관찰했으니까요, 당신은. 그런데도 내가 예뻐서 열심히 볼 수 있는 것 일 테니 볼 테면 보라지. 나는 당신 얼굴 관찰하기 바빠요, 지금.’
태준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곱슬기가 보이는 연우의 머리칼,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지만 잘 깎아놓은 듯한 적당한 양의 눈썹, 확실히 큰 눈이지만 위아래 쪽으로 크기보단 옆쪽으로 좀 더 넓게 큰 눈, 바로 위로 짙게 자리하고 있는 쌍꺼풀, 태준보다 좀 더 길어 보이는 속눈썹들을 관찰했다.
살짝 매부리인듯 하지만 옆에서 볼 때면 다른 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드높아 있는 코, 깊게 파여 있는 인중, 윗입술보다 더 도톰한 아랫입술, 귀밑 쪽으로 조금 져 있는 각 말고는 딱히 각진 곳도 없어 보이는 얼굴형도 관찰했다.
연우의 매력 있게 그을린 듯한 피부는 하얀 달빛 아래에서도 새하얗게 보이기보단 반짝반짝 윤이 나게 보였다.
“잘생겼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지만 태준은 당황하지 않았다.
‘사실이야. 잘생겼어. 자기도 할 걸? 매일 일상적으로 생각할걸?’
연우는 난데없이 툭 던져진 얼굴 평가와 여전한 태준의 똘망똘망한 눈빛에 기분 좋게 활짝 웃었다.
‘웃는 것도 봐. 웃을 때도 완전 쾌남 같잖아. 진짜 잘생겼다.’
연우의 드러나는 치열과 치아의 색, 살짝 보이는 잇몸 등도 하나하나 관찰한 태준이었다.
‘이도 잘생겼어.’
“연우 님, 치아교정 했어요?”
더 예상치 못한 질문에 행복해하는 연우였다.
“응, 어릴 때 했어. 왜?”
“이가 예뻐서요. 아니, 이도 잘생겨서요.”
한 번 더 기분 좋게 웃다가 태준을 진지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예쁘다.”
콩닥콩닥 심장이 뛰는 태준. 갑자기 태준의 옆구리와 배를 간지럽혔다. 간지럼을 유난히 잘 타는 태준은 ‘꺅꺅’ 조그맣게 소리 지르며 웃었다.
“태준아.”
“네?”
“치아교정 했어?”
‘풉’하고 웃으며 태준은 대답했다.
“네, 어릴 때 했어요. 왜요?”
“이가 예뻐서, 아니 이도 예뻐서.”
‘우와, 임연우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어. 이 정도 위트도 가능한 사람이었다니!’
꺄르르 웃는 태준은 곧 연우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연우와 태준은 한참을 발코니에서 놀았다.
“태준아, 이리 와봐.”
대충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지도 않고 어딘가로 가려는 연우를 따라 태준도 옷을 주섬주섬 챙긴 채로 나섰다.
연우의 방.
침대에 태준부터 먼저 눕히는 연우는 방에 있는 테이블 위의 반지 케이스를 들고 왔다.
‘어 저건?’
태준의 옆에 와서 앉았다.
“손 줘봐.”
반지 케이스를 열어 반지를 꺼냈다. 금색 틀에 하얀 알맹이들이 반짝이며 끼여 있는 반지였다.
‘응? 내가 저번에 봤던 반지랑 알맹이 색깔만 다르잖아?’
태준은 조금 의아해하며 왼쪽 손을 내줬다. 연우는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줬다. 연우의 표정을 보아하니 흡족해하고 있었다. 태준은 연우의 눈치를 살폈다.
“이게 무슨 반지예요?”
“왼쪽 네 번째에 끼면 뭐야? 결혼반지지.”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 듯한 태준의 표정에 조금은 당황했다. 연우의 살짝 뾰로통한 표정을 보자 정신 차리는 태준이었다.
‘맞아, 이런 반지를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반응을 보여야 해.’
“오와~ 예쁘다. 이걸 또 언제 사셨어요?”
“결혼 전에 사놨었지.”
‘근데 왜 까만 애 하나만 이 방 안에 있었던 거야? 그건 누구 거야?’
“아, 이렇게 예쁜데 왜 이제야 주시는 거예요? 나는 결혼하는데 반지 하나 못 껴보는 줄 알았어요.”
태준이 괜히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여보가 내 맘에 드는 사람인지를 봐야 했으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 나는 신중했을 뿐이야. 우리는 우리끼리 원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잖아.”
‘임연우, 역시 거리 두긴….’
“그러면 이제 아내로 받아들인다는 말이에요?”
“음… 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완전히 그러려면 계속 지금처럼만 잘해주면 돼.”
‘내 의사는 또 안중에도 없구만.’
태준이 조금 실망한 표정을 드러내자 급히 말을 바꿨다.
“나도 잘해야지 여보한테.”
‘갑자기 여보여보거리는 거, 어색하지만… 괜찮네.’
“그런데 연우 님은 반지 안 끼세요? 보통 결혼반지는 커플반지잖아요.”
“나는 반지 끼는 것 싫어해. 그래서 애초에 안 샀어.”
‘안 샀어? 화장대 안에 이거랑 커플 있잖아.’
태준은 표정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여보가 다음에 마음에 드는 반지 사줘. 그건 내가 끼진 않아도 꼭 가지고는 있을게.”
태준은 화장대 쪽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다시 확인해보고 싶다. 내가 봤던 게 그대로 있는지, 아니면 내가 착각하는 건지.’
“네, 이제 저도 돈 버니까요! 제 돈으로 살 수 있죠.”
당당한 태준의 어투에 또 활짝 웃는 연우였다.
“넌 참 밝아서 좋아.”
“그게 제 매력이에요. 저도 알아요.”
“좋겠다. 그리고 이제 연우 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여보라고 불러.”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여보.”
‘여보’라는 호칭을 듣는 순간 기뻐진 연우는 태준에게 다시 팔베개를 해주며 태준의 옆에 누웠다.
연우가 다시 태준의 손을 잡고 조몰락거리며 이런저런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입을 열었다.
“너랑 결혼하니까 그래도 아버지가 날 사람 취급해주시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사랑 제대로 못 받고 자란 건 다 티가 났지만….’
태준은 묵묵히 연우의 다음 말을 기다려줬다.
“아버지가 날 많이 때리셨거든.”
‘가정폭력?’
“언제요?”
갑자기 입을 닫아거는 연우였다.
‘내가 괜히 서둘러서 말했나…?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는데. 얘가 날 싫어하겠지?’
태준은 자신의 말을 씹는 듯하자 조금 화나다가도, 쉽게 할 수는 없는 말이었겠거니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기서 내가 화내면 더 말 안 하려고 할 사람이야.’
“그런 거 얘기해도 돼요.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음… 그게.”
당황한 나머지 가지고 놀던 태준의 손을 이제는 양손으로 잡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보이는 연우였다.
‘아픈 사람 맞다니까. 저렇게 말하려고 할 때 꼭 들어줘야 해.’
“나는 여보가 여보의 단점을 용기 내서 얘기해주면 그저 들어만 줄 거예요. 항상 마음에 품고 여보를 편견으로 바라보지도 않을 거예요.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고 우리가 갈라서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여보의 단점으로 여보를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연우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얘기들에 잠시 충격을 먹었다. 자신이 평상시 겪어오던 인간들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응… 나는 중학생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내내 학대받고 자랐어. 아버지한테.”
‘시아버지가 더 미친 사람이었구나, 역시!’
“정말 고생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상처 치료를 받으러 가.”
측은한 마음으로 연우를 바라봤다.
‘미친, 얼마나 애를 때렸으면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지금은 상처 같은 거 네 눈에 혹시 보여?”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용기 내어 물어봤다.
“안 보여요. 아예 안 보여요. 자세히 보면 모르겠는데, 제 눈에는 두드러지게 보인 적이 없어요, 여태껏.”
“아, 그래… 다행이네.”
소심해지는 연우의 모습을 처음 본 태준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자신의 치부를 남들이 알아 챌까봐 조마조마해 하는 연우의 모습은, 처음 맞기 시작했을 때쯤인 중학생 때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나 이런 거 누구한테 정말 처음 말해. 가족들한테도 말한 적이 없는데….’
태준은 말없이 연우를 꼭 껴안아줬다. 연우에게 최대한 안 보이게 울어주려고 했다. 그치만 주체할 수 없게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연우도 함께 눈물지어 보였으나 금방 그치고 태준의 눈물을 닦아줄 휴지를 챙겨왔다. 자신의 눈물부터 닦아내고 나서 태준의 눈물을 닦아줬다. 울어주는 태준을 보며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자신의 어깨에 따스한 이불이 와서 덮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들어줘서… 고마워.”
“아버지가 많이 힘든 상태였겠네요. 밉기도 많이 미웠을 텐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아졌어. 너랑 결혼했으니까.”
솔직히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혼하고 민혁과 합치는 것을 상상도 해본 태준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연우를 본 태준은 속이 아려오기도 하고 심란해졌다.
“끙끙 앓던 거 용기 내서 털어놔 줘서 고마워요. 그러기 힘든 거 알아요. 오늘은 이만하면 그만 얘기해도 되니까 이제 딱 잡시다.”
연우의 머리를 받쳐주며 연우를 조심스레 뉘였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 누워 있다가 하나 둘 등을 돌리고는 서로 몰래 울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다음날 정오에 가까운 오전.
“연우 님, 태성그룹 회장님 찾아오셨습니다.”
“장인어른 오셨다는데 같이 나가자, 여보.”
‘이상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네.’
태준은 허리 쯤 까지 내려가 있던 이불을 가슴 위까지로 올렸다.
“아빠 안 만나요.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안 보기로 했어요.”
“왜?”
“나한테 안 좋은 사람이거든요. 가서 보려면 혼자 가서 봐요. 나를 찾거든 절대 안 보려고 한다고 딱 말해요. 다른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요. 정확하게 말하고 와요. 태준이가 두 번 다시는 안 볼 거라고 한다고요.”
너무 단호한 태준의 표정과 말투에 연우는 그저 끄덕였다. 혼자서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태준은 이때다 싶어 화장대로 달려가서 서랍을 열어봤다. 반지 케이스가 그대로 있었다. 태준이 어제 받은 반지와 비교해봤다. 분명 같은 디자인에 다른 색일 뿐이었다.
‘산 게 아니면 누구한테 받았다는 건가? 찝찝한 건 못 참아. 물어봐야겠어.’
나가서 한 15분쯤 흘렀을까, 연우가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아빠 갔어요?”
“응, 뭐 다른 할 말 있으신 거 같더니 여보가 안 만난다고 하니까 그냥 가시네.”
“별말 없었어요?”
“그냥 추석 연휴에 여보네 친정에서 만찬회 한다고, 오라고만 하셨어.”
“그 얘기를 왜 직접 와서 해요?”
“모르겠어. 내 생각엔 여보한테 할 말이 따로 있으셨던 것 같은데.”
“흠. 상관없어요. 나는 알고 싶지도 않아요.”
“응….”
태준을 가만히 지켜보는 연우였다.
“나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가 궁금해?”
“나 사실 예전에 여기 방 청소 도와준 적 있거든요.”
‘사실 없지만.’
“그래?”
“네, 제가 여기 일하시는 분들 일도 좀 도와드리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본 건데, 이 반지랑 비슷한 반지를 저기 화장대 서랍 안에서 본 적이 있어요.”
‘우연히 봤다는데 설마 뭐 죽이겠어?’
생각 외로 의연한 연우였다.
“아 그거 봤구나. 사실은 전에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어. 그 여자한테 주려고 했던 건데 이제 안 줘도 돼.”
바로 화장대로 가서 반지 케이스를 빼 가지고 휴지통에 넣었다.
‘나한테 라이벌이 있었구나. 나도 이혼당할 수 있던 거였어.’
“앞으로는 여보만 바라볼 거예요, 여보.”
진심인 듯 의연한 모습의 연우였다.
“그런데 여보는 왜 장인어른이랑 안 보려는 거예요?”
‘저 입을 막아야 해.’
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우에게로 총총 걸어가더니 연우의 입을 검지 손가락 하나로 막았다.
“우리, 그런 안 좋은 일들은 깊게 파고들진 말아요. 행복한 일만 해도 짧은 게 인생이에요.”
‘행복한 일만 해도 짧은 게 인생이다라….’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준은 모든 걸 잊은 듯이 지냈다.
‘사랑이 고픈 사람이야. 나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배우자여야지.’
태준은 연우를 볼 때마다 밝게 웃어주고 보듬어줬다. 모든 것을 잊은 사람인 듯 그의 아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연우는 자신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태준을 바라봤다.
‘이렇게 밝게 대해주는데, 좀 더 떳떳한 남편이 되고 싶어.’
연우는 울다가도 태준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너 때문에, 집이랑 인연을 끊고 싶네, 나도.”
결혼 이전보다는 덜 했지만, 여전히 나쁜 짓을 조금씩 시키는 아버지가 미웠다.
‘나도 너 같은 오메가들한테 안 좋은 영향 주기 싫어졌어.’
그 전의 연우는 많이 없어지고 있었다.
‘예전엔 나쁜 일 시켜도 그냥 즐겨버리곤 했는데, 이제는 즐길 일이 아니란 걸 잘 알아. 너처럼 밝게 살고 싶어.’
자존감 낮은 자신에게 시집와서 힘들어했을 태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줬다.
클럽에서 모진 말을 듣고 주눅 들던 태준의 모습을 떠올렸다.
“미안해, 미안해.”
자고 있는 태준을 꼭 끌어안아 줬다. 그럼에도 자신을 보면 웃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태준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사랑해.”
‘내 곁을 떠나지 마. 너 아니면 날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 아직. 이기적이지만 나와 평생 있어. 나는 조금씩 떳떳해질게.’
연우는 여전히 잠에 빠져 정신없는 태준의 볼에 뽀뽀했다.
쪽.
태준은 슬며시 눈을 떴다.
“하암.”
잠을 덜 잤는지 일어나자마자 또 하품하는 태준을 보고 연우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연우는 태준을 그대로 눕힌 상태에서 자신은 태준의 위로 갔다.
눈을 뜨자마자 또 섹스를 하려는 연우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우스웠다.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연우를 가만히 지켜봤다.
‘사랑스러워. 아침에도 밤에도 널 안고 싶어.’
태준은 약간의 애무만 받고 갑작스럽게 삽입 당했다.
“아, 앙.”
‘혹시 입 냄새 안 나겠지?’
태준 자신이 느끼기에는 다행히도 입 냄새가 별로 안 났다. 그래도 혹시 몰라 신음은 작게 내기로 하는 태준이었다.
가만히, 얌전하게 연우만을 바라본 채로 연우의 리드를 따랐다. 연우의 물건으로 연우의 사랑을 느꼈다.
‘귀여워, 예쁘다. 나의 천사님.’
연우는 갑작스러운 삽입에 놀랐을 태준을 더 편하게 해주기 위해 태준의 등에다가 베개를 대줬다. 침대와는 조금 모로 누워진 채로 박혔다. 그래도 푹신하니 좋았다.
아침 섹스여서 배려하는 차원으로 키스하지 않는 연우였다.
그 마음을 느끼고 좋아하는 태준이었다.
‘고마워요, 이런 것도 배려해주고.’
한편.
일의 흡수력이 빠른 민혁은 부사장 일에도 적응이 빨랐다. 민혁은 자신의 사람을 불렀다.
“예당 기업, 뒷조사 해봐. 탈세, 인사, 제조, 유통, 투기 이런 거 가리지 말고 있는 비리 싹 다 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