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날 저녁, 큰 클럽을 통으로 빌려서 하는 송별회였다.
연우는 리무진에서 먼저 내려서 태준의 손을 잡아 에스코트 해줬다.
‘오늘 내가 너 주제 파악 단단히 하게 해줄게.’
연우는 분명 손님 자격으로 왔다. 하지만 해당 클럽은 임연우네 집안이 뒤를 봐주고 있던 지역구의 클럽들 중 하나였고, 그 송별회장은 사실상 연우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공간이었다.
민혁과 태준의 거사가 있던 날 밤, 연우는 이미 처가에 협박을 넣고 있었다. 임신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이민혁을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는 것이 민혁에 대한 연우의 복수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서로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민준에게 기업 후계자 자리를 넘겨주고 민혁은 외국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을 원하게 되었노라고 공적으로는 알려 놨었다.
“송별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정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한 민혁의 송별회장. 연우와 태준은 위층의 VIP 룸에 자리했다.
사실상 태준의 친정인 태성 그룹의 긴급 임원회의나 긴급 대주주총회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의 형식적인 송별회였다. 송별회다운 파티 분위기는 없이 꽤나 삭막하고 바쁜 분위기의 모임장이었다.
“이상, 태성 그룹의 전 후계자였던 이민혁 씨의 사퇴 선언에 따라 앞으로 태성 그룹의 후계자는 이민준 씨가 되실 것을 발표합니다.”
만장일치였다. 민준 역시 민혁에 못지않은 실력과 스펙의 소유자였기에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혼자 이민 간다는 사람을 뭣하러 잡았겠는가.
태준은 위층의 제 자리에서 눈으로 민혁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잖아요, 형. 나는 형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연우는 태준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있었다.
‘이걸로 끝일 것 같지? 너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송별회 2부가 진행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클럽을 나가는 이들이 절반은 됐다. 주로 젊은 알파들이 남아 있었다.
‘다 어디 가는 거지?’
태준의 눈은 1층 무대 주위에 앉아있는 민혁에게로 계속 고정되어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차분해 보이는 민혁이었다. 민혁의 친구들로 보이는 다른 알파들이 민혁에게 뭐라고 말하거나 어깨를 토닥여주다가 도로 자신들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태준은 민혁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민혁과 떨어져 앉아있던 민준을 바라봤다. 몇몇 나이 많은 알파들과도 악수를 하고 있는 민준이었다. 태준은 다시 가만히 앉아만 있는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이 형….’
“2부 시작합니다.”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클럽은 많이 어두워졌다. EDM 음악이 나오면서 클럽의 조명들이 춤을 췄다. 클럽의 양쪽 벽에서 ‘푸쉬-’하는 소리가 나며 물인지 가루인지 정체모를 물질들이 분사됐다.
‘저게 뭐야?’
태준이 놀라서 도르르도르르 눈알을 굴리고 있을 때, 클럽의 밑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오메가들이 클럽의 남은 부분들을 채웠다.
임연우가 클럽 오너에게 특별 주문을 넣어놓았던 노예들이었다. 오메가들을 일의 노예로 만들어서 파는 노예시장의 업자가 있는가 하면, 오메가들을 성의 노예로 만들어서 파는 노예시장의 업자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잘 훈련된 오메가들이었다.
‘나랑 같은 오메가들이다.’
태준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러면 아까 뿌려진 그 물질은….’
마약과 비슷한 페로몬 덩어리들이었다. 그 정도의 페로몬을 분사하게 되면 오메가는 물론이고 그 어떤 알파들도 자제력을 잃게 된다.
오메가들이 알파들에게 다가가서 유혹했다. 먼저 다리를 벌려가며 직접적으로 유혹하는 오메가들도 있는가 하면 요염하게 엉덩이를 알파들의 바지 앞섶에 비벼 대는 오메가들도 있었다. 클럽은 알파와 오메가들의 페로몬을 최대치로 뿜어내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태준은 잡고 있던 연우의 손을 저도 모르게 잡았다.
꽉.
연우는 태준에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왜? 너도 저기 나가고 싶지?”
태준은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연우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두려움에 떨면서였다.
“그럴 리 가요.”
웃고 있던 연우는 태준의 조금 벌어져 있는 블라우스 앞쪽을 더 벌리고 태준의 가슴으로 손을 넣었다.
“앗.”
놀라는 태준의 반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우는 태준의 가슴을 거칠게 주물럭거렸다.
“아파요! 하-하앗.”
연우는 태준이 소리를 지를수록 더 즐거운 듯 웃었다. 웃고 있던 연우가 손을 뺐다.
“나 몰래 임신하고 다니면 기분 좋지?”
연우는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젖을 태준의 블라우스에 닦았다. 더럽다는 듯이 탈탈 털 듯 닦았다.
‘알고 있었구나.’
“이렇게 조금만 만져줘도 젖 흘리고 다녀야만 했으면서 나랑 아무렇지 않게 잘 생각도 한 거야?”
블라우스 한쪽이 벗겨져 한쪽 유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태준은 연우의 말을 듣고 수치스러웠다. 태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방울을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나도 하고 싶어서 한 임신이 아닌데….’
연우는 우는 태준의 머리칼을 만져서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말 잘 들으라고. 그래야 살살 다뤄준다고.”
태준은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나 착한 사람 아니야.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싫어. 그래도 착하게 대해준 건데 너 왜 기어오르고 그래?”
‘안 좋은 사람이야, 이상해. 무서워.’
연우는 눈물 닦느라 바쁜 태준의 두 팔목을 모아서 자신의 한 손 안에 넣었다.
“내가 너한테 착하게 해준 건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널 이용하기 위해서였어. 내가 너한테 잘 보일 이유가 없잖아?”
‘주제 파악하라는 건가.’
“첫 경험인 오메가에게 우월감을 느끼려고 널 이용한 것뿐이라고.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처 주는 사람이네.’
태준은 닭똥 같은 눈물을 더 흘려버렸다. 흡흡-거리며 울기만 할 뿐이었다.
“알아들었어?”
“네.”
“앞으로는 나 네 방에 안가. 네가 내 방이든 내 서재든 와서 알아서 잠자리 요청해.”
‘미친놈.’
태준은 일말의 반항심이 생겨버렸지만 용돈이 다 떨어져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물주가 알아서 기라는데 길 수 밖에 없었다.
연우는 자신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라는 듯 태준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세게 줬다. 태준이 그 힘에 놀라며 두려움으로 연우를 올려다볼 때, 연우는 연우의 눈으로 태준에 눈에 도장을 찍듯 강하고 매서운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연우의 기세에 눌린 태준은 확인 대답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네.”
확답을 들은 연우는 금세 마음이 풀어진 듯 ‘하하하’ 웃으며 1층을 바라봤다. 따라서 1층을 바라보는 태준이었다.
‘와….’
자연스레 민혁을 눈으로 찾던 태준은 억장이 무너졌다. 여자 오메가들 둘 사이에서 한 오메가의 젖을 빨고 다른 오메가의 성기를 만지는 민혁이었다. 앉아있는 민혁의 밑에선 또 다른 여자 오메가 하나가 민혁의 성기를 열심히 빨고 있었다.
“그렇지. 오메가도 남자보단 여자가 더 맛있기는 하지 원래.”
태준의 눈을 따라가다 민혁을 함께 보고는 내던진 연우의 말이었다.
“남자 오메가 년들, 지가 어지간히 맛있는 줄 안다니까. 역시 여자가 맛있는 건데.”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구나.’
연우의 심한 말에 태준은 연우를 놀랍다는 듯 또 쳐다봤다.
“하하하하하!”
그 표정을 보고 깔깔대는 연우였다.
“찔리니? 넌 씨받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에 불과하니까. 그냥 임신하는 기계인 거 알지? 알아서 그렇지 뭐.”
‘정신병자구나.’
비웃는 연우를 보고 소름이 온몸에 돋은 태준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인격을 보는 듯 하다. 낯빛을 또 싹 바꾸는 연우였다.
“내가 너 오늘 테스트할 거야.”
‘테스트?’
“어, 내가 오늘 너 테스트한다고.”
‘쓰레기 새끼.’
“너는 나한테 용돈 100만원 받으려면 이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안간힘을 써야 되는 거야. 안간힘 써봐.”
기르던 개에게도 안 지을 듯한 표정과 말투로 태준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연우였다.
“들어와.”
연우는 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명령했다.
거의 헐벗은 듯한 복장의 여자 오메가가 들어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태준, 옷 벗어.”
‘이제는 부인이라고 안 불러주시겠다?’
태준은 연우의 명령에 따라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도 다.”
아예 모르는 남이 자신의 알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수치스럽지만 목욕탕에 가까운 바깥 풍경을 보고는 마음 굳게 먹은 태준이었다. 그렇게 알몸이 됐다.
갑자기 알파 페로몬 향을 방출해내는 연우였다. 연우의 알파 페로몬 향은 대나무 숲 향이었다. 민혁의 쿨 워터 향과 마찬가지로 시원하고 화한 느낌이라 최상급 알파의 페로몬 향으로써 그 격이 맞았다. 오메가들은 핏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의 페로몬일수록 자신들의 덥고 농밀한 오메가 페로몬이 잘 희석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게 임연우의 향이구나.’
민혁의 향은 얼음장같이 차갑게 하는 매력이 더 강했다면, 연우의 향은 속이 뻥 뚫리게 하는 매력이 강했다.
‘이 사람 것도 좋아.’
태준은 금세 오메가답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연우는 야한 차림의 여자 오메가에게 손을 댔다. 오메가의 드러나 있던 젖가슴을 완전히 드러나게 해서 주물거리는 연우였다. 여자 오메가도 태준처럼 몸이 달아올랐다.
털썩.
급기야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드러눕기까지 한 태준이었다. 연우는 태준을 보며 미소 지었다.
“태준아, 네가 여기서 자위를 안 하게 되면 내가 계속 주던 대로 용돈 100만원을 줄게. 그런데 네가 자위를 한다? 그러면 그때부턴 앞으로 용돈 50만원만 줄 거야. 내기하자는 거야.”
‘미친 새끼, 여기서 자위를 어떻게 안 해!’
“태준아, 그렇게 하자 알겠지?”
태준은 흥분감과 어이없는 감정들로 인해 잠시 연우의 말을 씹었다.
“이태준, 대답해야지?”
연우는 자신의 페로몬을 거의 최대치로 올려서 방출했다. 태준의 몸은 달달 떨리고 성기에는 찌릿한 자극이 왔다. 태준의 고개는 이미 자위할 때와 비슷하게 젖혀졌다.
“하아- 네- 네-.”
‘생각을 더 할 것도 없어. 그냥 운에 맡겨야 돼.’
“이태준, 여기를 봐. 여기 보고 있어.”
연우는 태준에게 자신과 여자 오메가를 보도록 만들었다. 오메가를 탐색하기 시작하는 연우였다.
성생활을 하기에 적합하게 길들여진 여자 노예 오메가의 몸매는 육감적이었다. 큰 엉덩이에 큰 가슴, 태준과는 다르게 섹시하게 그을린 피부, 구불하게 큰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하앙, 아앙.”
연우가 오메가의 귀를 빨며 젖을 주무르자 신음을 내는 오메가였다.
태준에게 보라는 듯 오메가의 얇은 티 팬티 위를 만지더니 오메가의 다리를 M자 형으로 벌리게 해서 룸 안의 허리 정도 높이인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연우였다. 그러자 티 팬티 사이로도 구멍을 내놓은 오메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 우웅.”
태준은 하염없이 끙끙거리는 신음을 내며 연우와 오메가를 주시했다. 연우는 오메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성기를 핥기 시작했다.
“하악, 하아앙.”
여자 오메가가 내는 신음소리와 태준이 내는 신음소리가 교차했다.
‘내 여성기를 핥는 것 같아.’
밑이 저릿저릿해지는 태준은 이대로만 가면 용돈 50만원이 코앞이었다.
연우는 다시 오메가의 뒤로 돌아와서 M자로 다리 벌리고 있는 오메가의 성기 구멍에 두 손가락을 넣어 씹질했다.
그에 따른 태준과 여자 오메가의 반응에도 흡족해진 연우는 빈 샴페인 병을 들고 와서 병의 주둥이로 오메가의 밑을 자극했다.
“아앙!”
병의 주둥이를 오메가의 구멍에 넣었다 뺐다가를 반복하느라 질꺽이는 소리가 들렸다. 병을 다시 뺀 연우는 오메가의 밑을 병 입구 부분으로 살살 문지르며 또다시 자극했다. 오메가의 성기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왔다.
‘우와 신기해.’
태준은 가면 갈수록 더 흥분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물이 나오는 오메가의 광경을 보고는 부러워했다. 기분이 더 좋아 보이는 것 같기에 그랬다.
‘물이 계속 나오네, 섹시하다.’
저도 병으로 문질림을 당하고 싶고 박히고 싶던 태준은 다리를 똑같이 M자 형으로 벌렸다. 상상되는 자극에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태준이었다.
태준의 변화를 눈치챈 연우는 좀 더 오메가의 물을 빼주다가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는 물건을 드러냈다. 태준의 심장은 급속도로 더 빨라졌다.
태준의 반응을 잘 지켜보고자 여자 오메가를 옆으로 돌리고 나서 물건을 박아 넣는 연우였다.
‘이제 자위를 시작해야지?’
태준은 연우의 물건을 제 안에 넣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 느낌을 고스란히 느껴보려고 애썼다.
‘굵고 검은 성기가 내 안에 들어와 가득 메워….’
“하아아, 하응.”
연우와 여자 오메가의 리듬에 맞춰 함께 엉덩이를 들썩이던 태준은 결국엔 손가락을 자신의 질 안에 넣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자위할 거야.’
연우와 오메가의 떡 치는 소리와 태준이 자위하느라 질꺽이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태준이 넘어온 상황을 보고 흡족해진 연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섹스했다.
여자 오메가의 큰 유방을 잡고 빨면서 박아 넣는 연우였다. 태준은 제 손가락을 좀 더 빠르게 질 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자 오메가를 들고 서서 박아대기 시작하는 연우였다. 태준은 자신의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 다리에 누운 채로 슬금슬금 다가가서 보지를 비벼댔다. 태준의 씹물이 이미 많이 나온 상태여서 테이블 다리는 태준의 진득한 물로 빠르게 적셔졌다.
“하, 하아, 아으응.”
피치를 올리는 연우를 따라 더 빠르게 다리에 제 여성기를 비벼대던 태준의 흥분치는 극에 달했다.
치지지직.
태준의 여성기에서도 분수가 흘러나왔다. 남성기에서의 사정은 이미 아까 전에 했던 태준은 여성기에서 처음 나오는 자신의 분수가 신기했다.
‘와, 여성기에서 싸고 나니까 되게 시원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연우는 기쁨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신혼집에 돌아온 이들은 남은 밤을 연우의 침실에서 함께 보냈다.
다음 날, 눈을 뜬 태준의 곁에는 연우가 없었다.
태준은 연우의 향기, 연우의 물건, 연우의 그 모든 것을 다시 생생하게 떠올렸다.
‘임연우도 매력 있는 건 확실해.’
하지만 어제 들었던 그 모욕적인 말들도 함께 떠올랐다. 그런 사람을 처음 본 태준은 그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봤다.
‘어딘가 아픈 사람이야. 사랑이 없이 큰 것 같아.’
태준은 연우의 체취가 스며들어있는 연우의 이불을 끌어당기고는 연우가 누워있던 베개에 손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태준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냈다.
바뀌긴 했지만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진 식구들이 모두 잘해줬다. 사랑받고 큰다는 게 뭔지는 알았다.
‘내 식구들도 바뀌긴 했지만… 이 사람은 그랬던 시절은 있던 사람인 걸까….’
태준은 연우의 방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갈색 계열의 가구들로 가득한 연우의 방은 꽤나 분위기 있었다.
아이보리 색의 천장과 벽지, 갈색의 거대한 카펫이 깔린 바닥, 갈색에 금색 포인트가 있는 침대, 아이보리 색의 이불, 갈색의 베개, 고동색의 소파와 아이보리 색의 테이블, 고동색 테두리 안에 있는 작은 그림 몇 점들, 장식을 위한 것인지 실제로 사용하는 용도인지는 모를 갈색의 벽난로가 있었다.
나무로 된 갈색 화장대 위에 선 태준은 연우의 침대와 연갈색 커튼이 창문의 바람에 의해서 휘날리고 있는 화장대 속 장면에 자신을 집어넣었다.
“태준아, 행복해야 해.”
그냥 되뇌여 봤다. 앞으로 불행한 일이 더 많을지, 행복한 일이 더 많을지도 알지 못한 채로.
화장대 위에 올려진 스킨로션, 향수, 바디로션, 헤어스프레이, 썬크림 등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커다란 방문 쪽으로 눈치를 살펴봤다. 이윽고 화장대의 서랍을 열어보는 태준이었다.
서랍 속에서 반지 케이스 하나와 가족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담은 액자가 엎어진 채로 발견됐다.
“응? 이건 다 누구지?”
‘장관님은 아버님이고, 여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머님, 여기는 형제인 것 같은데… 임연우가 형제가 있었어? 그리고 여기는… 형제의 부인?’
태준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액자를 다시 원래 상태대로 돌려놓았다.
“반지는 뭐지?”
금색의 테두리에 반질거리는 검은 색으로 채워져 있는 반지 하나가 있었다.
“이게 무슨 커플 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커플 반진가?”
반지를 들어 갸웃거리면서 관찰하다가 다시 반지 케이스에 집어넣고 케이스도 원상 복귀했다. 괜히 반지와 액자만 둘이 덩그러니 이 화장대의 서랍에 있는걸 보니까 연관된 게 있어 보였다.
‘임연우는 드레스 룸도 있고 액세서리도 다 거기 있을 건데 아까 그 반지는 도대체 뭐지? 중요한 거겠지?’
연우의 방에서 자신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들고 자신의 방으로 가려던 태준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띠링.
[태준아, 엄마 제주도에 와 있어. 별 일 없으면 오늘 저녁까지 제주도로 오렴.]
‘이 참에 돈 좀 달라 그럴까.’
어제부터 연우가 꽤 무서워진 태준은 잠자리를 최소한으로 해주고 싶었다.
“엄마한테 가야지.”
3층의 연우 방에서 2층의 자신의 드레스 룸으로 가 짐을 대충 싸든 태준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태준은 이제 옷 갈아입는 것에 대해선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1층의 리셉션 데스크에 간 태준이었다.
“저 오늘 친정엄마 만나러 제주도에 가야 해요. 언제 올지는 잘 모르겠는데 오래 있다가 오지는 않을 거예요.”
제주도.
이제 봄이 오기 시작하려는지 많이 따뜻해진 날씨였다. 햇볕은 좀 더 개운해졌고 들판과 나무들에는 아직 많은 꽃이 맺히진 않았다. 잡초 같은 애들만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맺힌 정도였다. 며칠 새 아무것도 없던 겨울에서 많이 파릇파릇해진 기운이 감돌았다.
태준의 엄마는 제주도에 별장이 하나 있었다. 제주도의 바다가 훤하게 보이는 절벽의 해안가, 주상절리 위로 펼쳐져 있는 넓은 들판, 그 위에 얹혀있는 하얀 돔 형식의 집. 마치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듯한 별장이었다.
태준과 같은 오메가인 태준의 엄마는 예쁜 여자 오메가였다. 태준의 동글동글한 얼굴형과 두상, 풍성한 머리숱, 자기주장이 매우 강한 이목구비는 엄마에게서 온 것이었다.
앳된 남자 아이 같은 느낌의 태준을 조금 더 성숙한 느낌으로 여성화시킨 얼굴이 태준의 엄마 얼굴이라고 하면 딱이었다.
“엄마! 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 태준아! 예쁜 내 새끼.”
두 모자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힘들었지, 태준아?”
꼭 닮은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 아버지는 그래도 연우만큼의 사악함은 아니었으리라.’
태준은 말없이 애써 웃어 보였다.
“어떡하니, 그 사람이 민혁이를 끌어내리는 걸 보고는 성격이 굉장하다고 느꼈는데… 혹시 너도 어디 맞고 그랬니? 어디 한번 보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임연우가 끌어내린 거구나.’
태준의 엄마는 태준의 남방 안을 들춰보고 바지도 잠깐 내리게 해서 다리도 살펴봤다.
“다행이네, 맞지는 않아서. 그래도 너 힘들게 하지?”
끄덕끄덕.
눈물이 고여 버렸지만 씩씩하게 재빨리 닦아내는 태준이었다.
“내 아기, 많이 힘들었구나.”
태준의 엄마는 태준을 쓰다듬어주다가 거실의 소파에 앉혔다.
“사실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어.”
“무슨 얘기요?”
‘괜히 또 긴장되네.’
“너 민혁이 아이 가졌지?”
긴장감 때문에 차를 한 모금 하려다가 훅 들어오는 질문에 멈칫했다. 엄마를 봤다.
“민혁이랑 너, 아기 가져도 되는 사이야. 그거 알려주려고 여기까지 불렀어.”
엄마를 보고 있는 태준의 눈이 많이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원래 근친상간으로 애 낳으면 기형아 확률 높잖아요. 혹시 형이랑 내가 근친상간의 관계를 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응. 형이랑 너랑 사실은 남남이야. 유전적으로는 근친상간은 아니지.”
이게 무슨 듣도 보도 못한 소리란 말인가. 흥행 불패의 드라마에서나 그도 아니면 아침 드라마에서나 잘 나오던 소재를 자신이 직접 겪어왔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들은 태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기 딴에나 극대노를 하던 연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아이도 지우겠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태준이었다.
‘일단 엄마를 보면 나는 분명한 엄마 아들이 맞는 건데….’
“도대체 어떻게 남남인 거예요?”
“일단 넌 내 아들 맞아. 지금의 아빠는 너의 친아빠가 아니야.”
‘아싸, 그래도 나는 아빠보단 엄마를 더 좋아하니까. 엄마 아들이기만 해도 행복해.’
슬며시 티 안 나게 미소 지으려는 태준을 보고 태준의 엄마는 환하게 웃었다.
“친아빠는 돌아가셨어, 사고로.”
낯빛이 좀 어두워진 태준은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엄마를 바라봐줬다.
“민혁이랑 민준이는 지금 아빠의 친아들들이 맞아. 그 둘의 친엄마는 내가 아니고 아빠의 전 부인이셔. 그 둘은 이혼한 상태야.”
“그 아줌마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미국에 계셔. 그 아줌마는 여자 알파에, 사업가야. 둘이 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했다고 하더라고.”
‘굉장히 멋있는 커리어우먼이실 것 같아. 성격도 강하겠지?’
민혁과 민준의 큰 키와 예쁘면서도 강해 보이는 골격, 스마트해 보이는 외모를 떠올린 태준은 그 아줌마의 스타일을 대충 짐작해 봤다.
“그래서 민혁이 형이 미국 가는 거예요?”
“아무래도 많이 도와주시겠지? 그런 건 민혁이한테 직접 물어봐. 오늘 같이 왔어.”
“어디 있어요?”
“그냥 밖에서 해안가 좀 거닐고 싶댔어. 늦지 않게 올 거야 아마.”
태준은 별장 안의 2층으로 갔다. 2층에 올라가면 나무로 된 방문 하나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 다른 특이한 구조물은 없었다. 2층 전체가 방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늘은 특별히 태준의 엄마가 태준과 민혁에게 양보했다.
주황빛 늦은 오후의 햇살이 방안을 밝히고 있었다. 통유리로 되어있는 창문 밖은 곧 있으면 석양이 질 듯한 차분한 주황 바다가 있었다.
태준은 오랜만에 와보는 2층 방 안에서 이곳저곳 둘러봤다. 엄마의 챙 있는 모자, 엄마의 봄여름용 가방 두 개, 엄마의 옷가지 서너 개 정도가 걸려있을 뿐이었다. 창문 밖 풍경이 가장 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린 태준은 킹사이즈 푹신한 침대 위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주황 바다 안에서 헤엄치는 것 같아.’
제가 누운 상태에서 오른쪽 옆으로 펼쳐진 주황빛 바다로 눈을 돌리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침대 위를 채우는 따스한 햇살로 시선을 옮기는 태준이었다. 미세하게 떠다니는 먼지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팔을 위아래로, 다리를 좌우로 움직여 봤다.
‘어푸어푸.’
침대의 보드라움이 꼭 바다 속 물결 같았다.
깜빡 잠이 들었던 태준이 눈을 뜨고 마주한 풍경은 하늘의 흰 바둑알 하나가 까만 창문에 붙어있는 풍경이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태준은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갔다.
“오, 태준아? 형이랑 저녁 먹을래? 엄마는 형 저녁 먹는 거 다 보고 호캉스 하러 갈 거야.”
‘형이다.’
주인 만난 강아지마냥 반가운 마음이 든 태준은 뛰어가려다 멈칫했다.
‘형이 마음 상해 있을 수도 있어.’
천천히 형의 맞은편으로 다가가서 사과하는 태준이었다.
“형, 일이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요.”
“네 잘못 없어. 앉아서 밥 먹어.”
태준의 엄마는 별장을 비워주고 태준과 민혁은 2층의 침대에 앉아있었다.
“형, 속 많이 상하죠?”
재차 사과하는 태준을 보는 민혁은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괜찮지만은 않지. 그래도 그냥 이렇게 되라는 운명이었나 보지.”
알파치고는 배려심과 자제력이 많은 민혁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았나 싶은 마음에 민혁이 더 안타까워진 태준이었다. 아직까지 희망이 있음을 상기시켜주려는 태준이었다.
“나, 형이랑 내가 남남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DNA가.”
“엄마가 말해주셨어?”
“네.”
“내가 12살쯤에 부모님 이혼하시고 바로 재혼하시는 걸 봤어. 그때 2살짜리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왔지.”
‘신기한 얘기다.’
“그… 형의 친어머니 얘기도 조금 들었어요. 사업하시는 분이라고.”
“맞아. 친엄마는 사업해. 이제 거기서 기반을 닦아야지.”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렇게 든든하신 어머니가 또 계셔서.”
“응.”
여전히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는 태준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혁이었다.
“괜찮다니까. 나 아직 많이 젊어.”
눈을 못 마주치는 태준을 끌어와서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는 달랬다.
“우리 아기만 예쁘게 낳아줘.”
‘임연우 성격 보아하니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이 받겠지만.’
“형은 아기 낳기를 원해요?”
“응. 너랑 나 닮으면 정말 이쁜 아기가 태어날 텐데. 왜? 너는 안 원하니?”
“임연우가 싫어해서요.”
눈물을 그치고 고민에 빠진 태준이었다. 뾰로통해진 태준의 표정을 지켜보던 민혁도 머리가 아파왔다. 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너 임연우한테 맞았어?”
태준의 옷을 여기저기를 들춰봤다.
“맞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마음을 자꾸 아프게 해요.”
“하, 낳으라 말라는 말은 아직 없었는데… 너 너무 힘들게 하면 낳지 마. 그때는 그냥 지워도 돼 태준아.”
태준의 눈을 아주 진지하게 바라봤다.
“그때는 낳지 마. 응?”
“그래도 낳게 되면… 형한테 줄 거예요. 그래도 돼요?”
“낳으면 당연히 나한테 줘야지. 나 애기 안 굶어죽게 키울 수 있어.”
태준은 민혁의 입술에 뽀뽀했다.
쪽.
‘태준이도 낳고 싶나 보다.’
민혁은 태준의 옷을 벗겼다. 곧바로 태준은 민혁과 키스에 돌입하고, 민혁은 자신의 옷도 벗었다.
삽입의 순간, 민혁은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졌다.
‘우리 아기, 아빠랑 인사하자.’
“하아, 하앙.”
민혁의 탄탄한 가슴 위에 손을 얹은 태준은 민혁의 눈을 바라봤다.
‘임신 전에나 후에나 얄짤 없이 거칠게 대하던 연우랑은 달라. 형이 확실히 젠틀해.’
태준은 임신 상대로 연우가 아닌 민혁이 당첨되었다는 사실에 묘한 다행감을 느끼며 민혁의 물건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민혁은 태준의 볼록 올라온 가슴에 사정을 했다.
“태준아 사랑해.”
태준의 이마에, 코에, 입술에 뽀뽀해준 민혁은 태준의 아래로 내려가서 아기가 있을 배에다가도 뽀뽀를 해줬다.
‘형도 아기가 생겨서 좋은 건 맞나봐. 저렇게 좋아해주는데….’
행복해하는 민혁의 표정을 보고는 아기를 가능하다면 되도록 지우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드는 태준이었다.
“나도 사랑해요. 형.”
태준과 민혁은 이틀 밤낮을 뒹굴었다. 태준의 신혼집까지 태준의 엄마가 데려다줬다.
“엄마, 제 친아빠는 어떤 분이셨어요?”
“태준이 친아빠는 배우인 알파셨어. 그리 유명하진 않으셨어. 그래도 되게 잘생기시긴 했었지. 사진도 있는데 그건 다음에 보여줄게.”
“그러면 엄마가 모델 일 하다가 만나게 된 거예요?”
“아니, 같은 모델 친구 소개로 만나게 된 사람이었는데 젠틀하고 좋은 분이셨어. 그래서 우리 태준이가 이렇게 착한 건가봐.”
차가 신혼집에 다다랐다.
“태준아, 민혁이 만났다는 거 임 서방한테 말하지 마. 앞으로도 한 번씩 민혁이 만나게 해줄 건데 그때마다 엄마가 끼여서 만나야만 해. 매번 엄마 얘기하고 나와야 된다. 알았지?”
“네. 알겠어요. 감사해요, 엄마.”
차는 떠나가고 리셉션 데스크로 향하는 태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