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유혹해 봐요.” 낮은 목소리가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내가 차은서 양을 안지 않고서는 못 배길 수 없게끔 만들어 보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원하잖아, 도망칠 곳.” 그를 담은 투명한 눈동자가 일렁였다. “내가 도피처가 되어 주겠다고. 차은서 양의.” 붉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며 정혁은 제 유혹이 성공하리라는 걸 직감했다. “재미있을 거예요, 우리의 게임.” - 환하게 웃던 소녀는 상처투성이의 어른이 되어 나타났다. 사랑도, 다정함도 싫다기에 차라리 널 울리는 나쁜 남자가 되기로 했다. 움켜쥐고 흔들어 네 세상을 무너트릴 작정으로. 이제는 내가 너의 구원이 되어 줄 차례였다. 네가 내게 구원이었듯이, 내가 네게 구원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