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악몽이 시작되기 직전
2018.09.08.
지연은 작정한 듯 도발했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는 듯, 아니면 이런 일을 계획했던 사람처럼,
그녀가 당긴 손에 수현은 속절없이 그녀 위로 쓰러졌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지금 그는 그녀의 입술 안에 갇혀버렸다.
와인에 듬뿍 취한 그녀의 입에선 달콤하고 쌉싸래한 와인의 향이 가득했다.
단단하게 돌기를 세운 그녀의 입술이 그의 숨결로 들어오자 그의 머리도 그만 아찔,
숨결과 숨결이 엉키며 이성은 이미 마비가 됐다.
그녀는 마치 이 세상에 오늘만 존재하는 사람처럼 그의 숨결을 놓아주지 않았다.
호흡이 달리며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가쁘면서도 딱딱한 사탕을 빨 듯 강한 흡입력으로 그의 숨결을 탐했다.
순간 수현의 세포는 경직되고 정신은 혼미했으며 오로지 살아 있는 건 남자의 본능뿐.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도 그는 머리에 물음표를 그렸다.
‘이 여자가 지연이 맞을까?’
숨겨진 그녀의 본능에 이렇게 단단히 털을 세운 고양이가 있었다니.
수현의 얼굴을 쥐고 있던 고양이의 손은 서서히 그의 넓고 딱딱한 등으로 내려갔다.
고양이의 손톱 날이 그의 등 근육을 파고들었지만 어느덧 고통은 쾌락이 되어 그의 본능을 더욱 불태웠다.
침대를 지탱하고 있던 그의 팔이 자유로워지며 그의 몸은 그녀의 몸 위로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 무게가 버거운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야릇한 비음이 흘렀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고양이의 강력한 도발로 그의 본능의 인내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부턴 그의 리드였다.
수현은 그녀의 굴곡진 몸 위에서 자유롭게 헤엄쳤다.
어느덧 미니 원피스는 그녀의 어깨에서부터 내려와 허리를 지나고 있었고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이 그의 벌어진 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툭-
드디어 그녀의 원피스가 그녀의 가는 발목을 벗어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툭-
그의 셔츠와 바지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달빛을 품은 그녀의 긴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막상 민낯이 되고 나니 갑자기 몰려오는 부끄러움,
그리고 이제 곧 시작될 아픈 쾌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현의 눈동자에 살짝 움츠러드는 고양이의 눈빛이 읽혔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밤은, 수현에게 자비와 부드러움이란 없다.
도발한 건…… 너다.
수현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긴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 하는 짧은 고양이의 신음이 입술에서 터져버렸다.
거친 사랑의 신호탄이었다.
.
.
.
아프고도 황홀한 밤이 지났다.
아주 조금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새벽 공기가 침투했다.
수현과 지연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그 공기를 호흡했다.
그는 바람을 막아주듯 창을 등지고 지연의 뒤에서 그녀를 꼭 품에 안았다.
그녀의 등과 수현의 가슴이 밀착하며 끈끈한 땀이 흘렀지만
그도 그녀도 조금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수현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입술로는 그녀의 정수리를 비볐다.
정수리를 비비는 뜨거운 그의 숨결이 머리를 타고 내려오자 그녀의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간지러워요.”
그는 그녀의 이런 예민한 반응이 귀여웠다.
“참아.”
그녀가 움직일수록 수현의 입술은 조금 더 강하게 그녀의 머리를 비볐다.
“아, 진짜 간지러워요, 하하.”
제 품 안에서 꿈틀대는 고양이의 몸짓이 너무도 야릇해 수현은 조금 더 장난을 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간질이기가 시작되었다.
“진짜 하지 마요!”
지연이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허리를 활처럼 뒤로 꺾었다.
그 몸놀림이 쉬고 있는 그의 본능을 또 자극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쾌락보단 그녀의 몸이 더 소중했다.
더 괴롭혔다간 끙끙 사랑의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기에 허벅지에 힘을 꾹 주면서 본능을 자제했다.
“봐준다.”
그는 그녀를 간질이던 손을 멈추고 다시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런데……
들썩대는 그녀의 어깨가 멈추지 않는다.
큰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미세하게 계속 떨고 있다.
“뭐야, 아직도 간지러워?”
등 돌리고 있는 그녀와 마주 보려 그녀의 어깨를 잡았는데,
“제발…….”
지연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그를 멈췄다.
“…… 울어?”
그가 묻자 그녀의 작은 어깨가 조금 더 큰 움직임으로 울컥거린다.
그녀가 등을 돌리고 있어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이 정도면 소리 없는 오열이다.
순간 싸한 소름이 수현의 몸으로 퍼졌다.
불길한 기운이 머리를 덮쳤다.
두렵고도 슬픈 예감이랄까?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수현이 그녀의 어깨를 다시 잡았다.
“지연아!”
그런데 그녀가 애원했다.
“보지 말아요…… 제발.”
눈물로 가득 찬 그녀의 음성.
그 음성으로 그녀가 나지막이 전했다.
“우리…… 헤어져요.”
그녀의 어깨를 쥐고 있던 수현의 손이 스르르 힘을 잃었다.
.
.
.
수현과 지연이 식탁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죄인처럼 고개를 떨궜지만 그녀의 앙다문 입술에서 굳은 고집이 보인다.
그 입술로 그녀는 다시 한 번 수현에게 이별을 고했다.
“우리 헤어져요. 수현 씨.”
초점 잘 맞은 선명한 사진을 들여다보듯 그녀가 이별을 원하는 이유가 너무도 분명하게 눈에 보였다.
‘문태규를 만났군.’
분명 문태규는 자신과의 이별을 조건으로 줄리를 걸었겠지.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쓸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했었지만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문태규,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생각 같아선 그녀의 마음을 바꿔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는 굳게 결심을 한 것 같다.
어제 그녀의 행동들이 이제야 아귀가 들어맞는다.
그녀는 취직을 축하하기 위해 단둘이 밥을 먹자고 한 것이 아니다.
줄리를 미리 아빠 집으로 보내놓고 그와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작정한 것.
그래서 그런 옷을 입었고,
그래서 그렇게 취했고,
그래서 그렇게 도발적으로…….
그녀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취하며 마지막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은 어긋났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를 감쪽같이 속이는 데는 성공했다.
‘마음으론 피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던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원망스러우면서도 짠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그는 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정적인 그녀에 휩쓸려 그까지 똑같이 감정적이 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
수현은 순간적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그녀를 빼자.
줄리가 볼모로 잡혀 있는 한, 그녀는 결코 문태규를 이길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 모든 건 나 혼자 책임진다.’
비록 그녀가 그를 원망할지라도.
수현은 아려오는 마음의 아픔을 숨기고 담담히 대답했다.
“그러자, 그럼.”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헤어지자, 지연아.”
떨궈진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담담한 그의 눈빛과 슬픈 그녀의 눈빛이 마주했다.
비록 자신이 먼저 이별을 고했지만 단 한 번의 만류도 없이 그가 동의했다.
헤어지자고.
막상 자신의 결심을 그가 담담하게 받아들이니 지연의 심장은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눌린 듯 내려앉았다.
은근히 섭섭하기도 하고 은근히 서럽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도, 돌이켜서도 안 되는 결심이다.
그녀가 흐린 미소로 그를 보았다.
“고마워요…….”
아무것도 묻지 않아줘서.
날 흔들지 않아줘서.
의욕과 생기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슬픈 눈망울.
그 눈망울에 수현은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말이 차올랐지만 어금니에 꽉 힘을 주었다.
아무것도 말하면 안 된다.
그녀를 흔들어선 안 된다.
대신 그는 한 가지 확인이 필요했다.
“취직했다는 건 사실이야? 아님 거짓말이었어?”
그녀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무슨 말이야?”
“취직이 된 건 사실인데 못 다닐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선 줄리 옆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그는 잠시 그녀 대신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금방 결론을 냈다.
“다녀, 내 마지막 부탁이야. 지연이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니는 걸 봐야 떠나는 내 맘도 편하지.”
위해주는 말인데 왜 그렇게 그 말이 섭섭할까?
심지어 그는 야속하게도 그녀를 재촉했다.
“당장 오늘부터 나가. 나랑 같이 가. 지연이 직장에 나가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 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줄리랑 있고 싶은데…….”
“줄리, 할아버지 댁에 있잖아. 문태규는 모르는. 그런 안전가옥이 어디 있어.”
틀린 말이 아니기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알겠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마지막 부탁이라는데 들어줘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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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품을 다루는 명성 있는 갤러리의 큐레이터에 알맞게 지연은 깔끔하고 우아한 정장으로 갖춰 입었다.
바로 갤러리로 가는 줄 알았는데 수현은 차를 봉수네 집 앞에 정차시켰다.
“나 줄리 좀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자꾸만 마지막이라는 걸 환기시켜주는 수현.
혹시 헤어지자고 하길 바랐나 하는 의심까지 올라온다.
조금은 원망을 담은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그럼 혼자 올라갔다 오세요. 전 퇴근 후에 볼래요. 지금 가면 엄마 출근하지 말라고 조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가 차에서 내려 지연이 앉은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지연이도 내려. 엄마가 애 얼굴을 보고 출근해야지.”
그 말투가 너무도 위압적이라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차에서 내렸다.
수현과 지연은 함께 봉수의 연립주택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자 다람쥐처럼 줄리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
“우와~~~ 수현 아빠다!”
줄리는 바닥을 도움닫기 하듯 굴러 수현의 품으로 점프를 했다.
코알라처럼 그의 가슴에 착 달라붙는 줄리.
오동통한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나 비행기, 비행기.”
귓가에 새가 한 마리 앉아있는 것처럼 그녀가 청량하게 지저귄다.
“넌 엄마보다 아저씨가 더 좋니?”
자신보다 수현에게 먼저 뛰어오른 줄리에게 지연이 은근히 섭섭함을 표시했다.
줄리는 빨간 입술을 날름 내밀면서 익살스럽게 웃었다.
“엄마는 매일 밤마다 찌찌 만지고 자는데 뭐.”
평소 같으면 장난처럼 부럽게 느껴졌을 그녀의 말이 오늘은 수현의 심장을 칼로 도려내듯 고통스러웠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냉정하게 얼려버려도 자꾸만 녹아버리려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이 모든 고통을 나 혼자만 당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내어줄 텐데.
하지만 한숨 한 번으로 마음을 다잡고 수현은 줄리를 향해 힘껏 웃어주었다.
“비행기는 나중에 태워줄게. 대신 아저씨랑 잠깐 데이트 좀 할까?”
데이트란 말에 줄리의 입에서 또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좋아요, 나 수현 아빠랑 데이트할래.”
작심을 한 것처럼 오늘따라 자꾸 ‘아빠’라고 부르는 줄리.
그는 줄리를 안고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지연이 들어올까 싶어 그는 안으로 문을 잠갔다.
시크하고 무뚝뚝한 면이 있긴 하지만 줄리에게만은 늘 당해주는 만만했던 수현.
그런 그가 조금은 진지하고 경직된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줄리야, 이리 와봐.”
눈치가 빠른 줄리는 수현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감지했다.
“왜……요?”
그녀는 경계의 발걸음으로 느릿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수현은 그녀의 팔을 잡아 제 앞으로 끌었다.
그리고 두 무릎을 바닥에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제부터 아빠 말 잘 들어.”
티끌만큼의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는 수현의 눈동자.
그 진중한 눈동자에 어린 줄리에게도 긴장감이 올라왔다.
줄리는 작은 입술을 모아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이요?”
수현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녀의 양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금부터 우리 잠깐 꿈을 꾸자.”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현 아빠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는 계속해서 견고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꿈이 별로 즐거운 꿈은 아니야. 어쩌면 무서운 악몽일 수도 있어.”
“…… 무서운 악몽이요?”
“줄리도 무서운 꿈 꾼 적 있지?”
그녀의 여린 턱이 끄덕였다.
“네…… 자주요.”
“그런데 꿈에서 깨면 옆에 누가 있어?”
“엄마…….”
“그래, 꿈에서 깨면 항상 엄마가 옆에 있었지? 이번에도 그럴 거야. 악몽에서 깨면 반드시 엄마가 옆에 있을 거야.”
도무지 수현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섯 살의 아이에게도 감이라는 건 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뭔가에 홀리듯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
수현은 경직된 그녀를 위해 있는 힘껏 웃어주었다.
“그러니까 우리 꿈에서 깨서 다시 만나자. 아빠도 엄마 옆에 있을게.”
그런데 그녀가 묻는다.
“꿈에서…… 못 깨면요?”
예상치 못한 줄리의 질문.
그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린다.
‘정말로 줄리를 악몽에서 구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순간적으로 그도 덜컥 겁이 났다.
언제나 변수라는 건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신은 나와 지연 그리고 줄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말을 바꾸어 줄리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줄리, 동화에서 보면 어때? 예쁜 공주들은 다 마법에 걸리지?”
“네, 백설 공주랑, 잠자는 숲속의 공주랑 또 엘사도 그렇고 신데렐라도…….”
“그런데 결국엔 어떻게 돼? 착한 마법사나 왕자가 나타나 마법을 풀어주지?”
끄덕끄덕.
“줄리도 나쁜 꿈을 꾸는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해. 하지만 왕자나 착한 마법사가 나타나 줄리를 반드시 구해줄 거야.”
그녀는 그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럼 아빠가 왕자님이에요?”
이 질문도 예상 못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 그건 아니지. 나는 엄마의 왕자님이지.”
“그럼 나는…….”
동화 얘기를 하며 반짝거렸던 아이의 눈동자가 섭섭함에 촉촉해지려고 한다.
나는 왕자가 없단 말인가?
공주가 슬퍼지기 전 수현은 재빨리 그녀를 구했다.
“대신 나는 줄리의 마법사야. 착한 마법사. 마법을 부려서 줄리의 악몽을 깨워줄 거야.”
줄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됐어요…….”
그녀가 무엇을 알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줄리가 오른손을 들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주세요. 꼭 구해준다고.”
“…….”
겨우 참아내고 있는 슬픔이 터져버릴 것 같다.
지금이라도 줄리를 안고 도망가 버리고 싶은 이 심정.
하지만…….
코끝까지 차오른 슬픔을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으로 누르며,
그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 걸었다.
줄리가 주문을 외웠다.
“약속, 도장, 복사.”
그와 그녀의 새끼손가락이 얽히고 엄지가 부딪치고 손바닥이 스쳤다.
그도 주문을 마무리했다.
“비비디바비디부.”
의식은 끝났다.
악몽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