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말고 니 형-39화 (39/77)

제39화. 악마의 술

2018.06.16.

예고도 없이, 전조도 없이,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훅, 지연은 수현의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그가 지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끝내자.”

낮은 음성의 속삭임이었지만 그의 말은 강렬한 명령 같았다.

지연은 덜컥 겁이 났다.

‘무슨 의미일까?’

뭘 끝내자는 걸까?

우리가 언제, 무엇을 시작했을까?

‘혹시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작은 인연조차도 끝내자는 말일까?’

하지만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입에선 달콤한 설명이 흘렀다.

“이런 고생 끝내자. 너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거, 나 그거 지켜보는 거, 끝내자고. 회사 옮기자, 옮겨줄게.”

온몸이 화로 뒤덮인 모양이었다.

그녀를 안고 있는 그의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설렘의 요동이 아닌 분노로 찬 요동질이었다.

그는 조금 전 그 진상 고객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고 했다.

이후에 불러올 사태도 사태지만 그녀가 혼자서 뭔가를 해보려는 걸 그냥 지켜봐주기도 해야 했기에.

그는 그녀를 품에서 꺼내어 바닷바람에 거칠어진 그녀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단단히 자신의 눈동자를 맞췄다.

곧이어 그의 입술에선 철퍼덕, 심장을 때리는 파도의 소리가 흘렀다.

“내가, 너 좋아해, 지연아.”

내가, 너, 좋아해…….

달콤한 세 마디가 메아리처럼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혹시 꿈인가?’

바람과 함께 들려온 말이라 꿈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형이 저한테 콤플렉스가 있어요. 그래서 지연 씨가 제 여자라고 하니까 좋아하는 척 장난을 치는 거 같아요.’

애런이 해주었던 얘기가 빨간 신호등처럼 그녀에게 경고했다.

‘장난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윽한 그의 눈이, 견고한 그의 입술이, 그녀를 잡은 따뜻한 두 손이 그녀의 마음에 속삭였다.

‘이 사람, 너 좋아해.’

그래서 그녀도 마음 놓고 그에게 속마음을 전했다.

“저도 수현 씨 좋아해요.”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물들 듯이 천천히, 얼마만큼인지 모르겠지만 버릴 수 없을 만큼 꽤 많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어 있던 그의 양 볼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 지연아.”

수현은 고백하기 위해 잠시 떼어냈던 그녀를 다시 품속으로 넣으려 했다.

그런데 지연이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그런데 할 말이 있어요.”

당기던 그의 손이 멈췄다.

“뭐?”

“수현 씨한테 기대지 않을 거예요. 회사도 옮기지 않을 거예요. 제가 꼭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수현도 그녀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직 태규에게서 줄리를 포기하겠단 법적 서류를 받지 못했고 그녀도 아직 법적으로 완전한 그녀의 엄마가 아니다.

그걸 혼자서 해결하겠단 의미.

“그래, 기다릴게. 그런데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

끄덕끄덕, 그녀는 작은 턱짓으로 대답했다.

바다의 짠내조차 향기로운 밤이었다.

*

수현과 지연은 다시 회식 장소로 돌아왔다.

바닷바람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춥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 회식 자리를 비워둘 순 없었다.

회식 장소의 문을 열자마자 두 사람은 떨어져 다시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꿈결 같은 고백이 끝났으니 다시 현실 앞으로.

그녀가 해결할 과제 태규가 곱지 않은 눈으로 그녀가 수현과 함께 들어오는 걸 보고 있었다.

그녀는 싫지만 할 수 없이 같은 조인 태규 앞에 앉았다.

단합회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해주기로 했으니 자연스럽게 행동해줘야지.

“화끈한 성격이네. 남자랑 둘이 나가서 이렇게 오래 있다 오고.”

그의 눈동자가 반쯤 풀려 있었다.

‘취했군.’

지연은 별 대꾸 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올 때가 됐는데 오지 않는 미선에게 전화 한 통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태규가 취기 어린 눈으로 물었다.

“송지연 씨, 잠깐 저랑도 얘기 좀 할까요?”

눈짓으로 함께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며.

단 1초도 둘이 있고 싶지 않지만 이것도 그녀가 넘어야 할 산.

이참에 나가서 다시 한 번 줄리에 대해 확실히 정리해달라고 얘기해도 좋을 듯했다.

“그래요, 그럼.”

두 사람이 함께 밖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민희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태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약 챙겨갔지? 확실히 하고 와.

전송을 누르는 그녀의 눈빛이 매서우면서도 교활하게 빛났다.

*

퐁퐁퐁퐁퐁퐁퐁퐁, 풍덩-

일렬종대로 세워놓은 맥주 잔 속으로 소주 잔 떨어지는 소리였다.

“진수현 씨 원샷!”

단합회장의 테이블에 뒤늦게 술잔치가 벌어졌다.

지연이 태규를 따라 밖으로 나간 사이, 수현은 맥주잔을 들고 단합회장의 자리를 찾았다.

지연을 위한 행보였다.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진수현이라고 합니다.”

그는 정치인처럼 씩씩하게 단합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연을 위해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한 목적을 가진 손이었다.

그의 의외의 공손한 인사에 단합회장이 볼멘소리를 냈다.

“나, 누군지 알고 찾아온 거예요? 나 단합회장인데. 단합회장.”

알죠, 지연이 엿 먹이려는 직원들 대장. 죽이고 싶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단합회장님. 피부가 좋으셔서 제일 먼저 눈에 띄셨어요.”

없는 소리를 해대려니 속이 부대꼈다.

지연은 알까 싶다. 그의 피나는 노력을.

“어머, 어디서 광채가 난다 했더니 진수현 씨 계시네.”

그때 하나둘씩, 수현을 보고 다른 직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자라곤 생전 처음 보는 여자만 있는 나라의 사람들처럼 수현의 주변을 에워쌌다.

“나이가 몇이에요? 키는 몇인데 이렇게 길어요? 근육은 타고난? 아님 만든 거?”

미인 대회 심사위원 같은 질문들.

“형제는요? 집은요? 자가예요, 전세예요?”

주민센터 직원 같은 호구조사.

다소 이런 개인적인 질문들에도 수현은 미간 한 번 구기지 않고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영혼을 탈탈 털어보자.’

20분 가까이 쏟아지는 질문 중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 터졌다.

“송지연 씨랑 무슨 관계예요?”

앞선 질문들엔 때론 솔직하게 때론 농담처럼 거침없이 대답하던 수현의 호흡이 딱 막히는 순간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여잡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니 그녀가 받을 질투와 시기가 걱정됐고,

‘아는 동생입니다.’

이건 그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대답을 했다.

“우리, 폭탄주로 파도 한 번 탈까요?”

“우와~~~~~~”

역시 세상만사의 어려운 질문을 피할 수 있는 정답은 술이었다.

쭉쭉, 수현의 목으로 술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 잔도 받으세요.”

“제 잔도요.”

벌써 열 잔이 넘는 폭탄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그는 가슴으로 말했다.

‘이건 모두 송지연을 위한 길.’

그런데 그녀를 위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그의 예리함은 점점 알코올로 무뎌지고 있었다.

지연이 태규와 사라진걸 알 턱이 없었다.

*

태규는 지연을 데리고 근처의 작은 BAR로 들어갔다.

더 이상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는 지연의 말을 무시하며 간단히 한 잔만 하자고 그는 고집을 부렸다.

등불도 잘 비치지 않는 후미진 자리를 찾아 태규가 앉았다.

지연은 건너편 의자에 몸을 내려놓기 무섭게 그에게 물었다.

“나오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

앉자마자 볼일 타령하는 그녀에게 물 잔을 건네려다 이크, 태규는 그만 잔을 엎지르고 말았다.

“아 차가워!”

안 그래도 짧은 미니스커트에 물이 쏟아졌다.

죽이고 싶다, 정말!

그녀는 태규를 눈으로 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아무거나 시켜요.”

어차피 마시지도 않을 술, 뭘 시키든 상관없으니까.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

.

.

‘휴, 다행이다. 겨우 화장실로 보냈어.’

태규는 지연이 시야에서 벗어나자 싱글 몰트 두 잔을 시켰다.

그도 어떤 술을 마시든 상관없었다. 목적은 술이 아니었으니까.

드르르르르륵-

문자가 와 확인하니 민희였다.

-약 챙겨갔지? 확실히 하고 와.

-알았어.

답문을 보냈지만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면서 긴장감이 올라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지고 온 졸피뎀을 만지작거렸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에 사용하는 수면유도제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면유도제보다 효과가 빠르고 기억을 상실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때때로 범죄에 이용되는.

그의 계획은 지연의 술에 약을 타 그녀를 쭉 뻗게 만든 후 그녀를 업고 사람들이 다 보는 회식 장소로 들어가는 것.

그녀를 내려놓으며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할 말 있다고 따로 딱 한잔하자고 해서 따라 나갔는데 이렇게 과음을…….”

이후엔 구구절절 설명 안 해도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술 마시고 부사장님 꼬시려고 했나 보다. 사실은 좋아했던 거네.”

“도대체 뭐하던 여자야? 행실하고는…….”

다음 날, 그녀는 전혀 기억을 못 할 테니 해명도 하지 못하겠지.

‘계획대로 잘될까?’

사실 태규는 지연에게 이렇게까지 할 마음은 없었다.

애초의 민희의 요구는 단합회에서 지연과 자연스럽게 지내며 둘 사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사고 이후로 민희의 명령이 바뀌었다.

태규는 다른 임원들과는 달리 저녁 회식 시간에 맞추어 단합회에 합류하기로 했기에 꽤 늦게까지 집에 있었다.

그런데 먼저 속초로 출발한 민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가 고속도로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단다.

“자기 괜찮아? 다친 덴 없고?”

기껏 걱정을 해줬더니 엉뚱한 대답을 했다.

“송지연, 그 여자 망신 좀 시켜.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쫓아내버리게.”

“무, 무슨 소리야?”

“나 가끔 잠 안 올 때 먹는 약 있지? 그거 가지고 나와.”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 그녀를 골탕 먹여야 할지 구체적인 플랜까지 짜주었다.

듣기만 해도 더러운 플랜.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지연일 싫어하지?’

심지어 민희는 태규와 그녀의 관계도 잘 모르는데.

그녀의 명령을 어길 수 없기에 일단 약을 가지고 나오긴 했지만 계획을 실행할 생각은 아니었다.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끝내겠다고 민희가 협박하면 강 회장에게 이를 맘도 있었다.

그런데 단합회장에 오고 나서 그의 마음이 바뀌었다. 민희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진수현이란 남자 때문이었다.

그도 원치는 않았지만 같은 조가 되면서 지연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그런데 오늘 초미니스커트에 섹시한 가죽 재킷을 걸친 지연이 민희를 포함, 회식 자리의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빛이 났다.

‘저런 모습도 있었어? 지연이한테?’

한 잔, 두 잔, 술을 더하며 점점 옛 추억이 떠올랐다.

‘맞다, 지연이가 날 좋아했었지?’

따지고 보면 내 프러포즈도 허락했잖아.

그래서 거나하게 둘이 술 한잔하며 묵은 감정을 좀 거둬낼까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수현이랑 함께 회식 자리를 빠져나간다.

뭔가에 홀리듯 두 사람 뒤를 쫓았다. 그런데 헐!

해변에서 두 사람이 깊게 포옹하는 장면이 딱 눈에 들어왔다.

‘저것들이…….’

질투와 분노의 감정이 올라오며 그의 이성을 잠식시켰다.

자기가 버린 여자지만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은 결코 반갑지 않다.

게다가 상대는 진수현. 안 그래도 요즘 민희의 눈길이 자꾸 저 자식한테 가서 눈엣가시였는데 지연이까지 홀렸다니.

그래서 지연을 그에게서, 아니, 그에게서 지연을 떼어내기로 했다.

민희가 시킨 방법으로.

그렇게 해서 이 자리에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주문하신 싱글 몰트 나왔습니다.”

고맙게도 바텐더가 그녀가 화장실에서 오긴 전 주문한 위스키를 언더록으로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그는 지연의 잔을 앞으로 가지고 왔다.

덜덜덜덜덜덜.

막상 술에 약을 넣으려니 손이 떨린다.

갈색 위스키 아래로 약이 흘러 내려갔다.

막대로 휘휘 저으며 액상 속으로 약을 녹였다.

얼음 몇 개 들어 조금 더 프레시해 보이도록 퐁당.

그녀의 자리 앞으로 막 밀어 넣는데 그녀가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할 말 해보세요. 빨리.”

여지없이 그녀가 앉기도 전에 또 재촉한다.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어?’

눈빛으로 그녀를 비난했다.

하지만 악마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거 다 마시면 그때 일어나자. 할 말이 별 거 있나. 단합회 끝나면 약속 지켜주겠다는 얘기지.”

지연은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쏘아보았다.

“진짜 이거 다 마시면 가는 거죠?”

그녀는 얼음이 찰랑대는 언더록 잔을 손에 쥐었다.

후…… 마시기 싫은 기분을 한숨으로 표현하더니 약이 든 잔을 입으로 올렸다.

꿀꺽꿀꺽-

얼음이 녹으며 희석된 위스키를 단숨에 마셔버린다.

꿀꺽-

그녀의 목 넘김과 함께 태규의 목에도 마른침이 넘어간다.

“크윽!”

사약이라도 넘겼을 때 나오는 괴로운 탄성이 그녀 입에서 터졌다.

탁, 그녀가 테이블 위로 잔을 내려놓았다.

투명 유리로 된 언더록 잔에는 얼음만이 남아 있었다.

모두 그녀의 몸으로 들어갔다.

모두, 전부.

빨리 이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단숨에 마셔버린 위스키.

쓰디쓴 위스키가 그녀의 목을 타고 명치를 지나 위까지 내려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할 수 없는 기운이 그녀의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술이 좀 독한가?’

취기가 퍼지나 싶은데 점점 몸속 신경이 하나하나 꺼져버리는 것 같다.

손끝이 떨리며 기운을 쓸 수 없더니 아무리 힘을 주어도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왜? 취해?”

앞에 앉은 태규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린다.

꺼져가는 촛불을 살려내듯 그녀는 꺼져가는 에너지를 안간힘을 쓰며 지켜냈다.

“나 다시 화장실…….”

테이블을 잡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벽을 잡고 겨우겨우 화장실에 도착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눈앞이 가물가물, 어질어질, 동공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힘 빠진 손끝으로 겨우 휴대폰 액정에서 수현의 이름을 터치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휴대폰에서 들리는 안내 음이 사형선고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흐린 정신에서도 언뜻 기억이 난다.

‘맞다. 사고가 나서 휴대폰이…….’

민희 차가 사고나며 휴대폰이 박살 났다는 그의 말이 마지막 기억처럼 아련하게 떠올랐다.

‘어쩌지…… 어쩌지……나…… 쓰러질 거 같은데…….’

스스로가 정신을 잃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했다.

입에선 잠꼬대같이 한 남자의 이름이 흘렀다.

“수현 씨…… 수현…….”

끝까지 부르지도 못한 채 그녀는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졌다.

*

잠시 후, 바닷소리가 들리는 외딴 방.

어스름한 달빛만이 비치는 어두운 방에 지연은 홀로, 누워 있었다.

#dark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