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말고 니 형-24화 (24/77)

제24화. 태규 이야기

2018.04.25.

다가오는 수현에게 쫓겨 벽에 막힌 지연을 내려 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벗어!”

지연은 두 손으로 가슴골을 가리며 본능적으로 방어했다.

“뭘 벗어요?”

“옷 벗으라는 거지.”

“지금이요? 왜요?”

“왜라니! 날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수현 씨를 보고 드는 생각?

지연은 그제야 그의 얼굴, 그의 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급작스럽게 생긴 어젯밤 사고와 벗으라는 그의 자극적 단어 때문에 순간적으로 멍했었다.

‘아하, 금발.’

그러고 보니 그는 지금 어젯밤 봤던 수현의 모습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처음 봤을 때의 모습, 금발 머리를 한 완전히 다른 남자였다.

심지어 의상도 평소와는 달랐다.

네이비 슈트에 하얀 셔츠 그리고 넥타이까지 완벽히 갖춘 꽤 격식을 차린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 참 슈트가 잘 어울린다.

전에도 느꼈지만 같이 있는 사람 주눅 들게 만들만큼 빛이 흐른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오늘따라 그의 얼굴은 더 뇌쇄적이었다.

피곤한 듯 힘이 들어간 미간과 거친 눈빛이 어우러지며 나쁜 남자들만이 줄 수 있는 치명적인 섹시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한마디로 잘 빗어낸 얼음 조각상이었다.

‘날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안기고 싶다.

지연은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려다, 다른 말로 표현했다.

“기생오라비 같네요.”

그녀가 아니더라도 그의 매력적인 모습에 찬사를 보내줄 여자는 많을 테니까.

그런데 그는 그녀의 말을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최고의 찬사네. 한국에선 그 말이 잘생겼단 말이라며? 시크하고.”

“뭔 소릴, 어디서 그런 이상한 정보를 들었어요?”

“맞다든데? 기생오라비 같다, 날라리 같다 그러면 그게 딱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말이래.”

생각보다 그는 한국말을 잘 알고 있었다. 여자들의 언어도.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그런데 내가 왜 내 모습을 보고 생각나는 게 없냐고 물었는지 알아?”

“모르죠.”

“오늘 고객 만나러 가기로 했잖아. 잊었어?”

“맞다, 고객!”

“그런데 그 꼴로 갈 거야? 나처럼 예의를 갖춰 입어야지.”

그의 말이 맞았다.

빨간 미니 드레스를 입은 이런 몰골로는 그 어떤 고객도 만날 수 없다.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지연은 벽과 수현 사이에서 빠져나와 소파 옆에 둔 트렁크를 뒤졌다.

가지고 온 청바지와 니트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이제 한겨울의 꿈같던 일들은 잊어야 한다.

빨간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다시 뷰티 카운슬러 송지연이 돼야 하니까.

*

싱그러운 뉴욕의 아침, 수현과 지연이 옷을 입고 벗고 하는 그 시각,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의 서울은 깊은 밤을 향하고 있었다.

태규는 이제 막 게임 드래곤볼 파이터를 끝내고 침실로 들어갔다.

민희가 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이불을 들춰 한 발을 넣었다.

이제 남은 한 발만 더 넣으면 성공!

그런데 순간, 귀신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꺼져.”

한마디의 반항도 못 하고 그는 올렸던 발을 다시 내렸다.

그녀의 발길질이 날아오기 전에 베개를 들고 일주일 전부터 침대로 쓰고 있는 소파로 향했다.

90평 아파트에 걸맞은 크고 긴 소파라 그 한 몸 누이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가죽의 쩍쩍 붙는 소리와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겨울밤의 썰렁한 공기 때문에 쉽게 잠이 올 것 같진 않았다.

그는 반드시 누운 상태로 높은 천장을 마주 보았다.

달빛에 반사되는 샹들리에 속에 어제도 생각하고 오늘도 생각하고 내일도 생각할 사람들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지연이랑 줄리는 잘 있을까?’

그리운 그들의 얼굴과 함께 그의 굴곡진 인생도 떠올랐다.

.

.

.

그의 이름은 문태규.

그는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옛날 시대로 따지면 소작농이라 불리는 농부의 늦둥이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을 위해선 힘이 좋은 게 나을 텐데 쓸데없이 머리가 너무 좋았다.

그것도 얕게 꾀를 쓰는 잔머리가.

그는 이른 나이부터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죽으라고 공부해도 지금 자신의 처지론 논밭이 아닌 도시의 찬란한 빌딩 숲을 누비며 살 수 없다는 걸.

그는 노부부를 졸랐다.

‘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에 가서 미국 변호사가 돼서 돈을 벌어오겠습니다.’

노부부는 오십 줄에 낳은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위해 전 재산을 털었다.

그는 그렇게 뉴욕으로 떠났다.

잔머리를 잘 굴리던 태규는 학비 절약과 미국에서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 위장 결혼을 했다.

변호사가 되면 돈을 주기로 하고 가진 거라곤 미국 시민권밖에 없는 미국 여자와 결혼한 것.

그는 마침내 시민권을 얻었고 로스쿨에 입학, 드디어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는 쿨한 이별을 했다.

여기까진 그의 인생이 계획대로 잘 굴러갔다.

‘이제 큰 로펌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 성공한 싱글 남자의 인생을 살아야지.’

그의 꿈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혼 1년 후 여자에게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당신 딸을 낳았어요.’

위장결혼이긴 했지만 한집에 있으며 딱 몇 번의 부부생활을 했는데 그만 줄리가 생겨버린 것.

여자는 줄리만 맡기고 바로 떠나버렸다.

그때부터 그의 화려한 싱글 인생은 사라지고 공포의 아수라 지옥이 찾아왔다.

금지옥엽 귀한 늦둥이로 자라며 물 한 번 스스로 떠본 적 없는 그가 시뻘건 갓난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

설상가상 아이는 순한 편이 아니었다.

엄마가 자신을 버린 걸 아는지 먹지도 자지도 심지어 용변도 보지 않고 하루 종일 울어댔다.

어느 날은 너무 울어 숨이 넘어갈 뻔한 적도 있었다.

태규는 아이 때문에 제대로 된 회사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간격으로 베이비시터들이 전화를 해 도저히 아이를 볼 수 없다고 협박했다.

돈을 더 주겠다고 사정을 해봐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도망갈 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태규는 줄리가 원망스러웠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 때문에 인생이 지옥 같아졌으니까.

‘알지도 못하는 이 아이가 내 인생을 망쳐버렸어.’

그는 줄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던지고 싶고 때리고 싶고 버리고 싶었다.

어느 날 그는 급기야 모진 마음을 먹었다.

‘시설에 보내버리자.’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는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한 남자였다.

여기저기 시설을 알아보고 있는데 바로 그때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처럼 지연이 나타났다.

희한하게도 줄리는 지연에게 안기자마자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방긋!

그런 줄리를 보며 그녀도 기뻐했다.

‘아이가 참 순해요.’

천생연분이란 말은 두 사람을 위한 말이었다.

그녀에게 줄리를 맡기며 태규는 새로운 인생을 맞는 듯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그의 인생은 좋아지지 않았다.

잦은 입사와 퇴사로 경력이 쌓이지 않으니 더 이상의 로펌 면접도 들어오지 않는 것.

할 수 없이 가진 돈을 투자해 개인 사무실을 차렸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로펌 브랜치가 자리한 뉴욕에서 로펌 경험도 없는 개인 변호사가 잘될 턱이 없었다.

기껏해야 불법체류자 영주권 소송 아니면 소소한 마약 거래상 또는 잔범 양아치.

그런데 설상가상 지연이 떠난단다. 한 학기만 마치면 모든 학업이 끝난다면서.

‘그럼 내가 또 줄리를 맡아야 한다는 거야?’

그는 다시 잔머리를 굴려보았다.

딱 한 가지의 방법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프러포즈 해야겠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그렇게 싫지도 않았다.

일단 줄리가 엄마처럼 따르고 있으니 공짜로 평생 베이비시터를 두는 것과 다를 바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예쁘다. 똑똑하고.

내가 손해 볼 건 없지!

그는 큰맘 먹고 지연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런데 어라? 거부해?

‘전 줄리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데요?’

참 황당한 여자였다.

나는 언제 너를 사랑한댔니?

그래도 나는 변호사야! 돈을 잘 못 벌긴 하지만 어쨌든 변호사라고!

한국에서 결혼했으면 열쇠 세 개는 받아왔을 변호사!

그녀가 거부하니 더욱 집착이 되었다. 매일매일 그녀를 찾아가 읍소했다.

하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랑 없는 결혼을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하늘은 그의 편이었다. 때맞춰 줄리에게 사고가 난 것.

그녀는 학업도 뒤로하고 줄리의 간호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태규가 놀랄 정도로 그녀는 줄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정성 어린 간호 덕인지 다행히 줄리는 아무 이상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 그녀가 먼저 다가왔다.

‘줄리의 엄마가 되겠어요.’

당시만 해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원흉, 골칫덩어리 줄리를 맡아줄 여자를 찾았으니까.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참 이상하다.

그녀가 결혼을 거절했을 땐 그렇게 오기가 생기고 집착이 되더니 막상 그녀가 허락하니 딴생각이 드는 것.

‘지연은 왜 돈이 없지?’

유일한 혈육인 아빠는 한국에서 편의점을 한다고 했다.

혹시 단층짜리 건물 하나라도 있나 싶어 이리저리 떠보았지만 아무것도 없단다!

하긴 돈이 있었다면 뉴욕까지 유학 와서 저렇게 쇼핑 한 번 안 하고 학교와 알바에만 올인하진 않았겠지.

그때부턴 지연이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점은 있었다. 결혼할 사이라는 이유로 줄리를 아예 그녀의 집에 맡기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지연은 착한 여자였다.

한국의 아빠에게 인사하러 갈 때 입으라며 고가의 슈트까지 사주었다.

그는 그 슈트를 찾는 날 맨해튼의 한 핫플레이스를 찾았다.

엿 같은 인생 기분이나 풀러 갔는데 그곳에서 운명의 여자를 만나버렸다.

강민희.

‘슈트가 참 잘 어울려요.’

그는 보기에도 화려함을 덕지덕지 감고 있는 민희를 향해 미소를 던졌다.

‘변호사는 슈트가 중요하죠.’

지연이 사준 슈트, 변호사란 명함 한 장은 바로 그날 민희와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는 티켓이 되었다.

그는 민희를 놓칠 수 없었다. 알아보니 그녀는 한국에서 꽤 유명한 오드리 화장품 회사의 외동딸.

그녀는 그의 럭셔리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여자였다.

그는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 일생일대 최고의 잔머리를 짜내기로 결심했다.

태규는 지연에게 읍소하듯 부탁했다.

‘사무실 직원 월급이 밀렸어. 딱 일주일만 돈 좀 꿔주면 안 될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일주일 안에 마지막 학기 등록해야 하니까 기안 맞춰 꼭 돌려주셔야 해요.’

그리고 예술 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이란 커다란 목돈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태규는 그 돈으로 멕시코 칸쿤의 최고 리조트를 예약하고 일등석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물론 민희의 것도 함께.

그리고 캐리비언의 해적들이 넘나들었다는 그 카리브해의 노을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프러포즈했다.

‘평생 너의 노예가 되어줄게.’

그렇게 두 사람은 약혼하게 되었다.

야반도주하듯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온 지 두 달이 흘렀다.

그는 약속대로 그녀의 노예가 되었다.

매일매일 민희의 시중이나 드는 진짜 노예.

하루하루가 후회의 연속이었다.

지연과 결혼했다면 발로 차이고 무시당하고 언제 버려질까 불안한 하룻강아지 신세로 살고 있진 않을 텐데.

그런데 하늘은 그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었다.

그는 우연히 민희의 약점을 알게 되었고 그 약점을 빌미로 민희의 아빠 강 회장에게 오드리 화장품 부사장 자리를 약속받았다.

그리고 월요일이 바로 부사장 취임식이다.

그는 그 자리를 아주 잘 이용할 생각이다.

‘어떻게 잡은 여잔데…….’

하루만 참자, 하루만 참자.

부사장이 되면 민희의 구박도 사라질 것이다.

남자의 위치는 섹시함을 가져다주니까.

일단 부사장이 되어 민희와의 결혼만 성공하면 준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그때까지만 이 수모를 견디자!’

그는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월요일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이제 딱 하루면 난 부사장이다, 쾌재를 부르며.

*

뉴욕 맨해튼의 바카라 호텔 지연의 룸.

옷을 갈아입으러 욕실로 들어간 지연의 낭랑한 음성이 들렸다.

“다 갈아입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수현을 기다리게 하는 게 미안한 그녀가 욕실에서 소리친 것.

이제 곧 그녀가 나올 것이다. 청바지와 니트를 입고.

그는 소파 옆에 있는 그녀의 트렁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모임에 데려가려면 옷이 필요할 건 같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자신의 회사이자 패션회사 줄리아나로 전화를 걸었다.

“나 팀이야. 옷이 좀 필요해서.”

그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아주 자세히, 아주 섬세하게 설명해준 후 전화를 끊었다.

이제 잠시 후면 호텔과 가장 가까운 줄리아나 매장에서 옷이 배달 올 것이다.

옷이 도착하면 즉시 빨간 드레스는 버려야지!

다른 남자가 사준 옷 따위가 이 방에 있다는 건 아주 불쾌한 일이니까.

이래저래 시간을 뺏기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 돼간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딱 하루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 하루의 시간 동안 그녀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가장 먼저 그녀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그녀와의 데이트를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로버트였다.

“어, 로버트 무슨 일이야?”

“오늘 저녁 모임에 참석하실 거죠?”

“그럼. 그래서 뉴욕에 왔잖아.”

“방금 전 탐정으로부터 정보를 받았습니다.”

“애런의 정보원에 대한 정보?”

수현은 뉴욕으로 오는 전세기에서 애런의 정보원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아무래도 애런이 정보원을 이용해 수현의 뒤를 캐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로버트가 말하는 정보는 애런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송지연 씨에 대한 정보입니다.”

“지연이?”

맞다. 로버트는 계속해서 그녀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수현도 그 조사에 동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았고 보이는 것만 믿고 싶었으니까.

로버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차분한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들을 준비가 되셨나요?”

그도 모르겠다. 준비가 됐는지.

확실한 건 두렵다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애런의 여자면 어쩌지?

정말 줄리가 애런의 딸이면 어쩌지?

그의 침묵에 로버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도련님, 송지연이란 여자에 대해 들으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더 이상 대답을 미룰 수는 없었다.

“어, 로버트…….”

그런데 그때 욕실의 문이 열렸다.

“많이 기다리셨죠?”

조금 전의 퇴폐적 모습을 버리고 다시금 밝고 깨끗한 모습으로 지연이 나온 것.

그녀의 맑은 모습을 보니 말문이 턱 막혔다.

그때 로버트의 입이 열렸다.

“송지연이란 여자는…….”

수현의 눈앞엔 환하게 웃고 있는 지연이 보였다.

동시에 로버트의 그녀의 정체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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