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화.
제 안으로 들어올 무기 같은 것에 유정은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곧이어 몸이 뒤로 돌려졌고, 태경이 그녀의 골반을 끌어당겼다. 그러는 바람에 상체가 내려간 유정이 다급히 피아노를 붙잡았다.
푹! 예고도 없이 뒤가 단번에 뚫렸다. 새카만 나무판에 가슴이 뭉개진 유정은 숨을 할딱였다. 뇌가 찌르르 울리는 느낌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강하게 밀쳐 들어온 좆은 천천히 뒤로 빠지더니, 이내 퍽퍽 치받았다. 소음순이 빨려 들어가듯이 후루룩 안으로 말렸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맞닿을 때마다 얼기설기 설킨 음모끼리 불투명한 액으로 늘어졌다.
태경은 좆 크기에 맞춰 벌어진 음부를 내려다보며 손을 밑으로 내렸다. 터질 것 같이 부푼 클리토리스를 찾은 손가락이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고개를 뒤로 확 젖힌 유정이 앓는 소리를 내질렀다.
“흐으으, 아읏!”
눈썹을 설핏 찡그린 태경이 좆을 빼냈다. 두 손가락으로 음부를 펼쳐, 쉴 틈 없이 뻐끔대는 구멍을 내려다봤다.
“많이 벌어졌는데 왜 이렇게 조여.”
“으흣…….”
“맛있어서 그래요? 그래서 끊어 먹으려고 그러나.”
“태경 씨…….”
그는 괜찮다는 듯 유정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쌌다.
“괜찮아요. 좋아서 그렇지. 마저 먹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좆이 푹 꽂혀 들었다. 유정은 숨을 헉, 삼키며, 피아노를 짚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좀 전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찌걱찌걱 움직이는데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벽이 얕게 진동하며, 뱃속이 살살 간지러웠다.
익어가는 집요한 눈빛이 가늘게 휜 그녀의 등으로 꽂혔다. 귀두가 질구에 걸쳤다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며 깊숙하게 찔렀다. 턱턱턱, 고환이 음부를 때리듯 부딪치는 소리가 쉬지 않고 울리며, 점점 더 붉어지는 음부 사이로 끈끈하지 않은 액이 주륵 흘렀다.
“흐응, 으…… 태경 씨, 나, 나…….”
유정은 말을 잇지 못하며 입을 벌렸다. 아찔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곧이어 부르르 반응하는 요도구에서 투명한 액이 분수처럼 팍, 쏟아졌다.
“아아, 아아아……!”
신음을 내지르며 정신을 못 차리는 유정의 몸이 앞으로 돌려졌다. 물이 줄줄 흐르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은 태경이 주저앉지 못하게 했다. 찔끔찔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는 모습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던 그가 어느 순간 작게 웃었다.
“바닥 다 젖었네.”
“……흐으…….”
“끝나고 내가 정리할게요. 내일.”
내일? 유정이 귀를 의심하며 헐떡이는데, 더 싸도 된다고 읊조린 태경이 몸을 붙여 왔다. 축축하게 젖은 음부에 딱딱한 귀두가 닿았다. 유정은 다음날까지 잘 생각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직감으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 * *
사이프레스 힐스는 브루클린에 위치해 있었다. 분위기가 음산하고 으스스한 거리에 시커먼 승합차 한 대가 유유히 가로질렀다. 벽면에 덕지덕지 그래피티들이 그려져 있는 곳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았다. 까만 승합차는 풀턴 가 3201번지 부근에서 정차했다.
“그림 별로네요.”
허름한 주택 외관에 대한 에이든의 소감이었다. 새카맣게 선팅된 창문을 통해서 본 주택은 기실 그랬다. 비워진 지 몇 해나 되었는지 추정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수준의 폐가였다.
주택이 마뜩잖은 건 이광현도 마찬가지였다. 블랙 슈트를 갖추어 입은 것마저 조금 우스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꼴 보기가 싫은 건 강준우였다. 승합차에서 내린 광현은 잔뜩 풀이 죽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 준우를 돌아보았다.
블랙스완 팀은 전원이 우람한 근육 탓에 슈트조차 기성품은 맞지 않았다. 강준우는 몇 달 전 함께 맞춘 블랙 슈트가 약간 헐렁했다. 팀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휴식 기간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음식에 진심인 놈이 툭하면 끼니를 거른 게 문제였다. 살이 내린 것도 내린 거겠지만 근육이 좀 빠진 것이다.
광현은 한숨을 삼키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당장 내리라는 신호였다. 준우는 마지못해 다리를 뻗었다.
그걸 확인한 후에야 광현은 눈길을 돌렸다.
“여긴 현지인들밖에 없는데 왜 하필 여기 짱박혀 있으라는 건지. 더 눈에 더 띄어. 역시 펜대만 굴리는 놈들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지.”
미적거리는 강준우를 밀치고 내리며 에이든이 대꾸했다.
“그래도 근 몇 년 사이 아시아인들이 이민을 많이 왔다던데요.”
에이든은 승합차에서 주택 안으로 진입하는 그 짧은 이동 시간조차 노트북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행히 내부는 그나마 봐줄 만했다. 에이든은 제집 안방인 양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서 노트북을 또닥거렸다.
“총장, 오후 스케줄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에이든은 맞은편에 기운 없는 얼굴로 앉는 준우를 잠깐 보았지만, 이내 다시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했다.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 거지.”
광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총장은 스케줄이 있다는 거짓 핑계를 대서라도 빨리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오전에 브루클린 건너편에 있는 사무국에 강준우와 갔을 때,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겼었다. 연기도 더럽게 못 하지.
블랙스완은 주요 팀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대폭 축소되었다. 그 과정에서 강준우는 6개월간 보직에서 해임되기도 했고, 모친에게는 상시 경호를 붙여 주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팀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이광현의 선언은 반려 당했다. 바로 전 임무였던 민병대 철수 건에서 공을 세운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블랙스완의 정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으나 여전히 그들의 정보력과 전술 전기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내부적인 평가였다. 각 분야 천재들만 모아 뒀으니까.
내부적인 개편이 끝난 직후 임무가 개시되었다. 주태경이 발렌틴에 이어 세르게이의 표적이 되는 데는 윌 터너 소장의 배신이 몫을 했다. 때문에 윌 터너를 응징하는 데 주력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광현은 노트북과 한 몸처럼 있는 에이든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윌 터너는 에이든의 부친이었다. 자식이 부모의 허물을 조사하고 응징하는 게 가능한가. 광현은 떠보듯이 입을 열었다.
“윌 터너 소장은 아마 밖에서 빛 볼 일 없을 거다.”
에이든은 조소했다.
“당연한 소리를 하시네. 뒷구멍까지 탈탈 털어서 못 나오게 할 건데.”
실제로 에이든은 자신의 손으로 부친인 윌 터너의 죄목 수십 개는 더 끌어왔다. 숫제 미친놈이었다.
“잔인한 놈.”
그 말에 에이든은 질색하는 얼굴로 대응했다.
“그 자식이 아버지라는 게 수치이자 분노 버튼입니다. 할 수 있다면 터너 피를 다 뽑아 버리고 싶으니까.”
“그 심정 알겠다.”
뼛속 깊이 공감한다는 얼굴로 대답한 광현은 준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놈은 여전히 주눅이 들어 있었다. 광현은 팔꿈치로 준우의 어깨를 가격하며 에이든에게 말을 던졌다.
“이 자식 뭐 좀 먹여라. 여기 와서 아무것도 먹질 않네.”
그러자 준우는 홱, 고개를 돌렸다. 타인의 염려조차 지금은 부담인 모양이었다. 광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몸을 세웠다. 복도를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욕실 문이 여닫히는 소리와 함께 끊겼다.
강준우와 에이든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 공백을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간신히 채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무신경으로 일관하던 에이든이 신경질적으로 눈썹을 치켜들었다.
“분위기 처지게 하지 말고, 들어가든가 밖으로 꺼져.”
그 말에 준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애석하게도 에이든의 화만 더 돋우는 꼴이었다. 에이든은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
“팀 분위기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놔서.”
에이든은 어디 그 개소리를 계속해 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내가…….”
다행히 준우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든은 그제야 좀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잘못한 인간들은 윌과 세르게이야.”
“…….”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지. 외부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고.”
그 말이 준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에이든은 만족했다. 강준우는 좀 멍청해서 그렇지 언젠간 알아서 깨우칠 놈이었다. 물론 그때까지 착하게 지켜봐 줄 생각은 없었다.
에이든은 노트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희고 기다란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러다 헛웃음을 흘렸다.
“세르게이 아킬레스건이 절단됐다는데. 심지어 자해로. 진짜 정신병이 있었나?”
준우가 고개를 들었다. 에이든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게 아니면…….”
블랙스완이 이용을 당했다. 그 사실에 다들 기함하는 분위기였으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침묵했다.
왜였을까. 왜 우습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가까이 있다는 게 에이든의 판단이었다.
“내가 말 했지.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에이든이 준우를 응시했다.
“내 말이 틀렸다면, 너부터 찾아갔겠지.”
그 악랄한 보복이 강준우만큼은 피해 가지 않았겠냐고 묻는다면, 에이든은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인간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에게 동료애를 기대하는 건 웃긴 일이었다. 확신에 찬 에이든을 바라보는 강준우의 동공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