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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잡하고 다정하게 (52)화 (52/83)

52화.

알고 보면 그는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단추를 달아 주겠다고 밀어를 속삭이다니. 그 말에 유정은 몸이 배배 꼬였다. 머릿속이 녹은 초콜릿처럼 질척거렸다.

그가 브래지어를 밀어 올렸다. 곤두선 유두를 씹어 물고 머리를 털었다. 그 바람에 유륜이 잘빠진 코끝에 쓸렸다. 젖무덤에 소름이 일고, 배 속이 끓었다.

참지 못하고 어깨를 뒤틀자,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어깨를 찍어 눌렀다. 미간이 깊게 팬 채로 시선을 들어 경고하듯 쳐다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입에 물고 있는 젖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흥분감에 턱이 덜덜 떨렸다. 입에서 나오는 숨마저 뜨거웠다.

태생부터 두 번째였다. 아들이 귀한 집안에서 여자아이로, 심지어 둘째로 태어났다. 뭐든지 최고의 대접만 받던 오빠와 달리 매일 찬밥 신세였다. 죽어라 공부해서 일등을 해도 가족들의 관심 밖이었고. 피아노로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을 때는 장남 기죽인다며 적당히 하란 핀잔이 돌아왔다.

그 귀한 장남을 수영장에 빠트렸다는 죄로 온갖 악담을 들어야 했다. 부친의 사업이 부도나며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을 때는, 귀한 장남 대신 가장이 되어 사회로 나와 일했다.

스스로 무얼 좋아하는지, 한때나마 어떤 꿈을 꾸었는지, 무얼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잊고 살아왔다. 잊어야만 살아날 수 있었고.

그러니 태경의 존재감은 컸다. 텅 빈 집 안에 남아 주었고 따뜻한 밥을 해 주었으며 보잘것없는 피아노 연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보 같은 짓을 저질러도 찾으러 와 주었다. 아무도 거들떠봐 주지 않던 그녀가 절실하다는 듯이 굴었다.

이제야 존재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유정은 팔을 뻗어 그를 껴안았다. 군살 없는 탄력적인 몸에 그대로 매달렸다. 손에 닿는 피부의 감촉이 비현실적으로 좋았다. 체온은 달궈진 쇳덩이처럼 뜨거웠다. 몸이 발발 떨렸다. 그의 젖은 머리카락이 귓바퀴에 쓸렸다.

어깨가 절로 쭈뼛 섰다. 손에 두툼하고 딱딱한 광배근이 만져졌다. 그가 몸을 굳히며 욕을 짓씹는 소리가 들렸다. 몸에 남아 있던 옷가지가 순식간에 벗겨졌다.

“피곤할 테니까 한 번 뺄게요.”

“네…… 네?”

그가 바지와 드로어즈를 내리고 꿇어앉았다. 곤두선 성기가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꺼떡거렸다. 낮은 조도의 조명을 받고 반질반질한 선단이 더 매끄럽게 빛났다. 작은 구멍에서 뻐끔뻐끔 솟구치는 쿠퍼액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선단에서부터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기둥을 타고 주륵 흘렀다.

“혀 보여 줘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자, 태경의 눈빛이 한층 깊어지더니 당장 혀를 붙여 왔다. 혀끝과 혀끝이 닿았다. 혓바닥 위로 그의 혀끝이 기어 다녔다. 그러다가 혀를 얽어서 위아래로 비비고. 이내 목구멍으로 침을 삼킨 순간, 그가 입술을 포개어 왔다. 동시에 다리를 비집고 들어와 하반신을 문댔다. 미끌미끌한 귀두가 젖은 음부의 겉면을 휘저었다. 유정은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꺾었다. 그러자 오히려 하반신이 더 빈틈없이 맞붙었다.

“아.”

태경이 돌연 입술을 떼고, 몸을 굳히더니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턱 아래에서 그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허벅지 모아요.”

그의 목소리가 어쩐지 꽉 잠겨 있었다.

“생으로 뚫리면 안 되잖아요.”

유정은 떨리는 허벅지를 가까스로 붙였다. 곧바로 태경이 유연하게 허리를 돌렸다. 귀두가 질구 위에서 빙글, 돌았다.

“하으으…….”

막을 새도 없이 절로 신음이 나왔다. 그러자 태경이 목을 진동하며 웃더니, 기둥을 붙잡고 음부를 넓게 문질렀다. 귀두가 소음순부터 질구, 대음순 구석구석을 느리게 지나갔다.

“흐으…….”

태경이 자세를 낮추며 목을 씹어 물더니, 강하게 허리를 치댔다. 귀두가 음핵까지 비벼 올리며 치덕치덕, 야한 소리가 흘렀다. 그가 허리 짓을 반복할수록 귀두가 아슬아슬하게 질구를 찌르며 튕겨 올라갔다.

아, 그냥 넣어 줬으면 좋겠어. 마구 찔러 줬으면…….

절로 다리를 벌리고, 그의 허리를 감았다. 그 순간 태경이 벌떡 상체를 세우더니, 기둥을 잡고 흔들었다. 곧 구멍에서 희뿌연 정액이 팍, 튀어나왔다. 아랫배며 음모를 향해 길고 긴 사출이 이어졌다.

태경은 덜덜 떨리는 그녀의 하복부가 보이지도 않는지, 다른 손으로 한쪽 다리를 굳이 밀어붙였다. 그 바람에 벌렁거리는 음부가 훤히 드러났다. 흥건한 마찰액으로 하얗게 거품이 덮여 있었다. 유정이 수치심에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지만, 그가 다리를 놓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한 얼굴로 성기에 콘돔을 씌웠다.

그리고 다시 몸을 붙여 왔다. 곧 넣어 줄 것처럼 성급했는데, 또 삽입은 하지 않고 음핵과 그 주변을 비볐다. 이번엔 살살 달래듯이 느리게. 엉덩이를 들어 올려 귀두를 낚아채려고도 해 봤지만, 그는 어림없다는 듯이 몸을 뒤로 뺐다. 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노려보았다.

“화난 얼굴이네.”

콘돔을 씌운 귀두를 질구에 대고 휘저으며 그가 말했다. 유정은 그 태연한 얼굴이 제 앞에서 형편없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샘솟았다.

“……얄미워요.”

“그럼 욕이라도 해요.”

태경은 마치 욕설을 듣고 싶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러시아에서 치솟는 분기에 충동적으로 내뱉었던 걸 기억하고 놀리는 게 분명했다. 유정은 민망한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귀두가 불만스럽다는 듯 질구를 쿡, 찔렀다. 구멍을 벌리고 들어오는 거대한 이물질에 유정은 몸을 부르르 떨며 착실하게 반응했다. 반도 안 들어왔는데.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다급한 마음에 허리를 들어 올리자, 오히려 귀두가 빠져나가 버렸다. 아래가 허전했다. 아쉽고 미칠 것 같아, 절로 탄식이 흘렀다.

“유정 씨가 그러고 나서 날 질질 끌고 갔잖아요.”

“…….”

“그땐 발기도 안 했는데 쌀 뻔했어요.”

태경이 느릿하게 질구를 쑤신 후. 휘저었다. 다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충만감에 입이 말랐다.

“꼴사나울 뻔했네요.”

그가 눈매를 좁히며 허리를 가볍게 쳐올렸다. 귀두가 질구에 퍽, 처박혔다. 그 순간 아랫배에 열감이 확 퍼지더니, 유정이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음부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솟구쳤다. 묽은 체액은 그의 아랫배며 성기에 튀었다. 유정은 수치심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는 와중에도 작은 몸이 움찔, 움찔 경련했다.

태경의 눈이 일순 크게 뜨였다. 아랫배에 튄 묽은 액을 손바닥으로 슥, 훔쳐서 맛을 보았다.

“조절하려고 했는데.”

“…….”

“그런 것도 모르고 넣어 달라고 조르지.”

태경이 그녀의 발목을 쥐고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오늘 잘 생각하지 마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기가 내벽을 뚫고 들어왔다. 겉면만 깔짝거리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벽 깊숙한 곳. 가파르게 좁아지는 구간까지 단숨에 파고들어 왔다. 유정의 동공이 애처롭게 떨리는데, 그는 미치광이처럼 허리 짓을 했다.

퍽, 퍽.

성기가 안에 처박혔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보짓물과 음액이 범람했다. 마찰액이 회음부를 타고 질질 흘러, 엉덩이가 축축했다.

힘에 부친 유정의 몸이 무너지면 일으켜 세우고. 또 일으켜 세우고. 그러다 그것마저 귀찮아졌는지 아예 상체를 일으켜 앉히고는, 아래에서 위로 치받았다. 성기를 깔고 앉은 거나 다름없는 자세라, 깊숙이 찔러 들어왔다.

“흐읏…… 흡!”

몸이 위아래로 들썩거렸다. 천천히 해 달라고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손을 움켜잡고 입을 맞췄다. 허리 짓은 멈추지 않았다. 줄줄 흐른 마찰액이 그의 아랫배며 허벅지에 치덕치덕 묻었다. 이윽고 그가 유정의 허리를 잡아채더니 억눌린 신음을 터뜨렸다. 복근을 잔혹하게 조인 태경이 눈썹을 가파르게 휘었다.

내벽에서 뜨거운 물줄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콘돔을 씌운 상태인데도 선득할 정도로 생생했다. 유정은 놀랍도록 뜨거운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곧 태경이 눈물을 핥아 주었다. 하지만 정신이 몽롱했다. 몸이 눕혀졌다. 정액을 머금은 콘돔 때문인지 배 속에서 물풍선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 * *

“내가 잘못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유정이 욕조 물에 얼굴을 반쯤 숨겼다. 맞은편에서 나른하게 고개를 젖히고 있던 태경이 느리게 목을 세웠다.

“뭘?”

그의 진득한 시선이 자신이 만든 붉은 울혈들을 훑어보았다.

“진짜로 안 재울 줄은 몰랐어요…….”

유정이 나무라듯 말했지만, 태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체를 틀어 샤워 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긴 팔을 더 뻗어 버튼 하나를 누르자, 배수구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더는 몸을 숨길 곳이 없어진 것이다. 유정은 두 팔을 교차해 몸을 감추었지만, 그는 어림없다는 듯 다가왔다.

거품이 잔뜩 낀 샤워 볼을 그녀의 몸에다 문지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왜 하고 싶다고 보채.”

그 말에 유정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보, 보채긴 누가 보챘다고 그래요…….”

태경은 발뺌하냐는 듯이 굽어보며 화두를 바꿨다.

“당분간 바쁠 거예요.”

동시에 겨드랑이 사이로 샤워 볼이 쑥 들어왔다. 유정은 경기하듯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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