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태경이 옷을 벗으며 옷감 스치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의 감은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신경이 다른 데 팔린 걸 눈치챈 그가 혀로 안을 비비고, 문대고, 깨물었다. 등을 쓰다듬던 손은 브래지어 훅을 단숨에 풀어냈다.
헐거워진 선을 따라 태경은 차츰 손을 앞쪽으로 옮겼다. 커다란 손이 가슴을 움켜쥐자, 숨이 당장이라도 넘어갈 듯이 가빠 왔다. 태경의 손가락이 컵 안쪽으로 불쑥 파고들었다. 이내 만져 줄 필요도 없이 이미 빳빳하게 선 유두를 찾아냈다.
입 안에서 그의 숨이 터졌다. 웃은 것 같았다. 유정은 귀까지 벌게져서는,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시도만으로도 역정이 난 듯 그는 그녀를 밀어 눌렀다. 차가운 욕실 벽에 등이 붙었다.
유정은 반사적으로 그의 팔뚝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어느새 상의를 벗은 그의 선명한 근육들이 눈을 어지럽혔다.
“흐으…….”
유정이 원망 섞인 신음을 흘렸다. 어느 틈엔가 그의 입술은 귀로 옮겨 붙어 있었다. 아프지 않게 귓불을 씹어 대다가 혀로 귓바퀴를 핥아 올라가더니, 혀를 길게 빼서 귓구멍을 쑤셨다. 동시에 그의 손이 바지 허리선을 밀어냈다. 좀 헐렁한 바지는 속절없이 아래로 툭, 추락했다.
얼굴을 살짝 떼고 태경이 젖을 주물럭거리며 밑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주저앉지 않고 버틴 게 신기할 정도로 두 다리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사이에 꿇어앉았다.
팬티만 끌어 내렸을 뿐인데, 버티지 못한 유정의 몸이 함께 아래로 푹 꺼졌다. 두 다리가 그의 어깨에 안착했고, 그 사이에 그의 얼굴이 자리 잡았다. 놀라서 유정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태경이 허벅지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끈이 흘러내려 벗겨진 브래지어를 아예 치워 내며 그가 말했다.
“빨기 좋은 자센데 왜.”
유정은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안을 들여다봤다.
“근데 여긴 벌렁거려요.”
새빨간 구멍이 뻐끔뻐끔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걸 보는 태경의 눈은 반쯤 맛이 가 있었다. 이윽고 혀를 길게 빼서는 균열을 아래에서 위로 핥아 올렸다. 그 강렬한 쾌감에 유정이 자지러지듯 허리를 휘었다.
“흐응……!”
뭘 먹지도 않은 구멍 속살이 한계까지 수축했다. 안의 살점이 바깥으로 넘실거렸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태경의 목이 진동했다.
“유정 씨 구멍 말이에요.”
“…….”
“왜 이렇게 예쁘지.”
한탄하듯 말을 내뱉은 직후에 그가 혀로 질구를 쑤셨다. 갈고리처럼 휘어진 혀가 내벽을 쿡쿡 찌르고 문질렀다. 고개가 꺾인 유정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파고들었다. 다시 빠져나간 혀는 소음순을 핥아 올리며 음핵으로 이동했다. 미끄러운 혀로 일정한 방향 없이 문지르듯 짓눌렀다.
“안 돼, 안 돼요, 그만……!”
아래가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더니,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유정이 마구 몸을 뒤틀고, 그의 머리를 밀어내며 거의 난동을 부리는데도 그는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요!”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르게 찡그린 얼굴로 애원하는 유정을 그는 시선만 치뜬 채 바라봤다. 그리고 혀를 넓게 사용해 음핵 포피부터 질구까지 빠르게 핥았다. 중간중간 구멍 안을 쑤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정는 허리를 꺾고 뒤틀며 울먹였다.
“태경 씨!”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친 순간, 동공이 팽창된 그녀가 몸을 굳혔다. 동시에 아래에서 미지근한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손자국이 선명한 그녀의 허벅지가 희미하게 떨렸다. 그는 곧장 입술을 붙이고 솟구치는 묽은 액을 받아 마셨다.
삼키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렸다. 유정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몸을 축 늘어뜨렸다. 이제는 밀어낼 힘도 없었다. 몽롱한 의식 틈에 희미한 수치심만 자각할 뿐이었다. 밑구멍에서 나오는 물을 남김없이 핥아 먹은 태경이 태연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느 틈에 벗겼는지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치우며 애액으로 범벅이 된 입술까지 아깝다는 듯 혀로 훑었다.
“이게 박히는 것보다 좋은가 봐요.”
유정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원망스럽게 노려봤다.
“흑…… 흐윽, 흡.”
그녀는 끝내 서럽게 울었다.
“그걸 왜… 먹어요…….”
혼란에 잠긴 머리 위로 갑자기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가 물을 튼 탓이었다. 태경이 그녀를 바닥에 내려 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진짜 씻어야겠어요.”
그 말이 유정도 반가웠다. 하지만 곧 아랫배에 나무토막 같은 것이 부딪혀 들어왔다. 아래로 향한 그녀의 동공이 경악으로 물드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더 참았다간 터지겠어.”
* * *
욕실 문짝이 거칠게 열리며 벽에 부딪쳤다. 태경이 그녀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침대로 향했다. 서두르느라 닦아 내지도 않은 물기가 걸을 때마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는 침대 위에 유정을 내려놓으며 당연한 듯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언제 집어 왔는지 손에는 콘돔이 들려 있었다. 절개선이 잘 찢기지 않자, 이로 물어뜯었다.
그 사이에도 손을 가만두지 않고 그녀의 밑구멍을 만졌다. 거긴 더 만져 줄 필요도 없이 이미 흥건했다. 샤워하면서도 거의 삽입 섹스를 하듯이 밑을 비벼 댔으니까.
유정은 흉기나 다름없는 검붉은 성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쿠퍼 액이 울컥울컥 치솟는 게, 그렇게 야할 수가 없었다.
유정이 다리를 비비적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만으로도 태경은 사정감이 치밀었다. 성기에 핏줄이 비정상적으로 섰다. 결국 참지 못한 그가 입술을 쭉 빨았다가 놓아 준 후 벌어진 입술에 혀부터 밀어 넣었다. 동시에 성기에는 콘돔을 씌웠다.
그가 유정의 몸 위에 올라타자, 매트리스가 거세게 출렁였다. 중심을 잃지도 않고 그녀에게 엉겨 붙은 태경이 여린 목을 씹고 핥으며 아래로 이동했다. 욕실에서도 실컷 물고 빨아 놓고, 질리지도 않는지 유두를 혀끝으로 문지르며 억눌린 신음을 터뜨렸다.
그는 혀로 원을 그리듯 젖을 넓게 핥으며 허리를 돌렸다. 음부에 빈틈없이 달라붙은 귀두가 사정없이 문대졌다.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유정이 허리를 들썩이며 그에게 몸을 붙이지 못해 안달했다. 넣지는 않고 애만 태우니까 미칠 노릇이었다. 어서 딱딱하고 커다란 게 안을 쑤셔 줬으면 하는 음탕한 욕망에 머리가 녹을 것만 같았다.
“태경 씨…….”
얼굴이 달아오른 유정이 애원조로 읊조렸다. 그는 상쾌하게 웃음을 흘렸다.
“미안. 넣어 줄게요.”
그 말에 유정이 안심할 새도 없이 성기가 밑구멍을 짓쳐들어왔다. 단지 안에 진입했을 뿐인데 그의 등골이 깊게 패고, 엉덩이 근육도 탄탄하게 올라붙었다. 태경은 일순 머리가 욱신거렸다.
아, 씹.
들어가자마자 살점이 미어터지듯이 수축하며 좆을 물어 댔다. 단 걸 제외하면 뭐가 됐건 두 번은 안 먹는데. 이건 뭐 이렇게…….
“하, 맛있어.”
완전히 맛이 간 눈을 하고 태경이 그녀의 골반을 움켜쥐었다. 좁아터진 구멍이 뜨겁고 흥건해서 성기가 쉴 새 없이 맥동했다. 그걸 반쯤 빼냈다가 다시 처박은 순간,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사정할 뻔했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태경은 더욱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물을 가득 머금은 내벽 깊숙이 귀두를 쾅쾅 찧었다. 굴곡진 기둥이 갈고리처럼 내벽을 긁어 댔다. 유정의 풀린 눈 밑이 붉게 달아올랐다.
“……해요.”
“…….”
“사랑해요, 태경 씨.”
기어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태경은 혀로 눈물을 핥아 마시고, 주변까지 넓게 훔쳐 주었다. 이윽고 그가 상체를 세웠다. 교접한 부위가 훤히 보였다. 회음부가 하얀 거품으로 뒤덮여 있고, 음핵은 부풀어 오르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그 모습을 탁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집요하게 보던 태경이 서슴없이 음핵을 손으로 문지르며 성기를 깊이 쑤셔 넣었다. 걷잡을 수 없는 쾌락에 유정이 전신을 떨었다.
“아아흐……. 나, 나 또…….”
그녀의 흰자에 확연한 실핏줄이 보였다. 이윽고 음부에서 또 한 번 묽은 액이 뿜어져 나왔다. 포물선을 그리며 그의 배꼽과 아랫배에 튀었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담긴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태경은 이번에도 절정의 파도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유정의 안에 정액을 분출했다. 사정은 길고 길었다.
유정은 격렬한 쾌감에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잘게 몸을 떨었다.
떠는 그녀를 보다 못한 태경이 성기를 뽑아냈다. 걸리적거리는 콘돔을 벗겨 아무 데나 던져 버리고는, 손으로 기둥을 붙잡고 흔들었다. 정액이 더 길게 뻗어 나갔다. 유정의 배 전체에 사정액이 점점이 떨어졌다. 여전히 정염으로 번들거리는 태경의 눈은 침을 질질 흘리는 그녀에게 고정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