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잡하고 다정하게 (10)화 (10/83)

10화.

유정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야릇한 느낌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간 감질나게 굴었다는 듯이 태경의 손은 무자비하게 옷 속을 파고들었다.

“유정 씨는 손잡는 거로 사과했는데. 나는 더한 것도 하는데.”

“…흡……!”

“다음부턴 미안하다고 하지 마요.”

그는 그녀의 손을 움켜잡아 제 손등을 쓸어내렸다.

“잡고 싶으면 잡고.”

그리고 상의 안으로 그녀의 손을 넣었다.

“만지고 싶으면 만져요.”

단단한 근육이 손바닥으로 느껴지자 유정은 저도 모르게 벌린 입 사이로 신음을 흘렸다.

반응을 지켜보던 그가 맥없이 웃었다.

“할퀴어도 되고.”

한숨 같은 웃음소리가 낮은 음성에 섞였다.

순간, 옷이 벗겨지는 것을 느낀 유정은 브래지어만 하고 있는 상체를 두 팔로 감쌌다.

하얀 가슴이 한데 모이며 봉긋한 선을 만들어 냈지만, 그녀가 알 리 없었다. 태경은 뜨거운 손으로 가득 젖가슴을 움켜쥐고 아프지 않게 주물렀다. 곧 무너지듯 고개를 숙여 목덜미 움푹 파인 골에 입술을 묻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유정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시선을 내렸다. 그의 차분한 머리칼이 턱 끝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광경이 미치도록 야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내 목 아래를 훔치는 매끈하고 뜨거운 촉감이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갔다.

두 팔은 이미 그에 의해 머리 위로 올려진 상태였다. 꼼짝도 할 수 없던 유정은 그가 윗옷을 벗을 때에야 상체를 일으켜 그를 볼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한 가슴은 크게 부풀었다가 줄어들었다. 조금 급해진 숨소리가 들려오자 유정은 찌르르 전기가 오르는 듯했다.

제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빚어 놓은 것 같은 얼굴 뒤로 곰팡이 핀 천장이 배경으로 깔리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를 처음 데려왔을 때와 똑같았다.

이 열악한 상황과 거지 같은 형편은 그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의 시계도 팔았는데, 내가 도움을 준 게 맞긴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저만 좋은 선택이었다.

커튼 사이로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남자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내가 떨려도 되나 이 남자에게.

눈망울에 눈물이 고인 유정이 헛헛하게 웃었다.

“하필 내가 당신을 주워서…….”

주워 왔으니 데리고 있으란 말은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핑계였다.

“태경 씨가 운이 안 좋았어요.”

더럽게도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를 주운 순간 그랬다. 그러면서도 말없이 떠날까 봐 어느 순간 불안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운이 안 좋았다.

“…….”

유정이 말을 잇지 않자 정적만이 흘렀다.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기만 하던 태경이 다문 입술을 뗐다.

“유정 씨.”

“…….”

“난 늘 운이 좋았어요.”

웃는 것도 같았고 평온한 것도 같았다. 홀린 듯이 바라보던 유정의 동공이 순간 확장되며 입이 헤벌어졌다. 차분한 태도와 달리 조금은 급하게 그녀의 팬티를 제치고 균열 속으로 검지를 밀어 넣은 탓이다.

이제껏 무엇도 침입한 적 없는 구멍은 고작 손가락 한 마디만 머금고도 이질감에 내벽이 긴장했다.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너무 놀라서 귀에 이명까지 들렸다. 그 사이에 그가 뭐라고 거칠게 말을 씹어 뱉은 것 같았지만, 삐이 소리에 파묻혔다.

“이, 이게 무, 무슨…….”

어떻게든 문장을 완성해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가 둔부를 붙잡고 한번 끌어당겼을 뿐인데, 엉덩이가 미끄러졌다. 등이 바닥에 쿵 찧었는데 아픈 줄도 몰랐다. 두 다리를 위로 쳐든 자세를 고치기 위해 꼼지락거리는 동안 태경은 단번에 팬티를 끌어 내렸다.

손바닥만 한 천 쪼가리가 한쪽 발목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대롱거리는 걸 내버려 두고, 태경은 허겁지겁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난생처음 겪는 일에 유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태경은 충격으로 한계까지 경직된 몸을 붙잡고 혀를 길게 빼서 회음부를 넓게 핥았다. 동시에 유정이 흐읍, 하고 숨을 삼키며 오들오들 떨었다.

보짓물을 울컥울컥 밀어내는 새빨간 균열만 교묘하게 피해서. 꼿꼿하게 세운 혀로 음핵을 비비고 긁었다.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살점이 전율했다.

이제 유정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다시 하얘졌다가를 반복했다. 낯설고 두려운 감각에 눈물이 고인 채 그를 내려다봤지만, 그는 유정과 달리 태연한 얼굴이었다.

저만 추하게 달아오른 것 같아 수치심에 유정이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태경이 눈썹을 가파르게 휘며 시선을 들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손가락을 감쳐물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밑구멍에 입술을 붙인 채로 읊조렸다.

“여기 다 젖었는데, 지금.”

같잖은 반항은 집어치우라는 뜻이었다. 말은 파동을 만들었고, 밑이 진동했다. 유정이 어깨를 움츠린 순간, 그는 혀를 더 빳빳하게 세워 질질 흘리는 균열 속으로 혀를 푹, 찔러 넣었다.

미끌미끌한 혀가 천천히 안을 들락거렸다. 오돌토돌한 살덩이가 내벽을 문지르자, 강렬한 쾌감이 왔다. 그는 몇 번이고 그렇게 쑤시며, 손가락으로는 음핵을 꾹 눌렀다. 순간 찾아온 극렬한 요의에 유정이 허리를 흔들었다.

“그, 그만……!”

그러자 빠져나간 혀가 더는 안으로 쳐들어오지 않았다. 해일처럼 덮쳐 오던 무언가도 멈췄다. 어리둥절한 유정이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느끼는 사이, 태경은 바지 버클을 풀었다. 그 소리에 무심코 시선을 내린 유정은 일순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지퍼를 내린 후 태경은 헐거워진 바지와 드로어즈까지 한 번에 잡아 내렸다. 핏줄이 두드러진 성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위로 튕겨 올랐다.

그건 경악스러울 정도로 컸다. 평소 지아가 열과 성을 다해 묘사하던 남성을 생각하자면, 말도 안 되는 길이와 두께였다. 유정이 쳐다보자 핏줄이 더 선명해지고,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 공기에 노출되면 몸집이 더 커지는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반질반질한 선단 위로는 쿠퍼액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미 한 차례 사정을 한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의 양이었다.

콘돔을 끼운 그는 후우, 숨을 길게 내뱉으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탁하게 흐려진 눈을 유정에게 고정한 채로, 그녀의 두 다리를 짓눌렀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 발로 차요.”

그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꼼짝도 못 하게 해 놓은 채, 한 손으로 기둥을 잡고 질구에 가져다 대었다. 시간을 줄 것처럼 몇 번 슥슥 문지르고는, 단숨에 쑤셔 박았다.

“아흑……!”

손가락과 혀로 이미 충분히 젖었는데도 강렬한 파열감과 쓰라림이 몰려왔다. 달궈진 쇠꼬챙이에 뚫려도 이거보단 덜 아플 것 같았다. 섹스는 일상의 무료함과 속상함을 단숨에 휘발시킬 정도의 황홀함을 선사한다던 지아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공포스러울 정도의 고통에 유정이 눈물을 흩뿌리며 태경의 목에 매달렸다.

“아, 아, 아파요…….”

“많이 아파요? 미안.”

태경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마와 눈두덩, 콧잔등에 자잘하게 입을 맞춰 주기도 했다. 다정함이 지나쳐서, 가슴이 빠듯했다.

“근데, 아직 반도 안 들어갔어요.”

그 말에 유정이 겁을 집어먹고 도리질을 쳤다. 난 못해요.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고요. 온몸으로 표현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달래듯이 허리를 돌린 후 그가 다시 한번 허리를 쳐올렸다. 무슨 야구 방망이가 안으로 쳐들어온 기분이었다.

통증에 애액은 마르고, 굳은 몸은 덜덜 떨렸다. 제발 움직이지 말라는 듯 유정이 매미처럼 달라붙어 그의 허리를 둘러 안았다. 그대로 꽤 오랜 시간을 버텼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태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고문이라도 당하는 사람처럼 관자놀이로 땀이 흘렀다. 안 그래도 선명했던 복근은 심하게 조여들었고, 그의 팔뚝에는 시퍼런 심줄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었다.

갑자기 그가 안쓰러워졌다. 어떻게 보면 제가 먼저 유혹한 건데, 무책임한 것 같기도 하고.

“후, 하아…….”

귀 바로 옆에서 그의 뜨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난잡하게 터지려는 숨을 간신히 억누르느라 목젖이 들끓는 소리. 남자의 숨소리가 이렇게 야할 수도 있구나. 당혹감과 호기심이 이 행위를 지속할 것을 부추겼다.

유정은 불안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이제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한계였거든. 그렇게 읊조림과 동시에 태경이 허리를 강하게 치받았다. 뭐가 뭔진 몰라도 아까보다 좀 수월해졌다. 귀두가 내벽 곳곳에 처박힐 때마다 성실하게 흘러나온 애액이 윤활제 역할을 했다. 밑구멍은 어느새 늪지로 변해, 질척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흉악한 성기가 두려울 정도로 깊숙이 찔러 왔다. 아주 끝을 볼 작정인지 귀두가 좁고 가파른 구멍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유정이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숨을 헐떡였다. 이러다간 몸이 두 동강이 날 것만 같았다. 눈앞이 아찔하고 배가 얼얼했다.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젖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태경이 뒤틀리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젖을 아래에서 위로 넓게 핥아 올렸다. 일순 머리끝이 쭈뼛 서고, 밑구멍으로는 하얀 점액질이 왈칵 새어 나왔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돌렸다. 점액이 낀 기둥이 내벽을 무참히 휘저었다.

“으읏…… 응!”

더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자비한 움직임에 허리가 들리고, 몸이 자꾸만 뒤로 밀렸다. 어림없다는 듯 그가 골반을 움켜쥐고 포악하게 성기를 쑤셨다. 뿌옇고 질척한 액체가 회음부를 따라 줄줄 흘렀다. 물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무언가를 그가 반복적으로 치받자, 유정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하앙…….”

비명에 가까웠던 신음은 확연하게 교성이 되었다. 죽어라 그의 목을 휘감고 있던 팔에 힘이 풀렸다. 지칠 대로 지친 그녀의 몸이 옆으로 뒤틀리자, 태경이 모로 눕도록 아예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들고 그대로 좆을 박아 넣었다.

귀두가 벽에 부딪히자, 허리를 돌려 문대며 그가 몸을 희미하게 떨었다. 고개를 위로 꺾은 채 윗입술을 핥으며 뭐라고 중얼거린 것도 같았다.

그 시점에 유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태경이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내벽이 딸려 나가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에 정신이 몽롱했다.

마찰열에 붉어진 엉덩이가 위로 번쩍 들렸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도 그는 허벅지를 붙잡고 허리를 흔들어 댔다. 구멍은 이제 태경의 성기 모양에 맞춰 완전하게 늘어났다.

“너무 빠, 빨라요!”

유정이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태경의 팔뚝을 붙잡았다. 난잡한 움직임에 하복부가 들썩였다. 엉덩이 골을 타고 흐른 물이 땀과 만나 등을 축축하게 적셨다. 그녀의 꺾인 시야에 태경이 혀로 아랫입술을 훑는 장면이 들어왔다.

태어나서 이렇게 외설적인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쾌락에 관통당한 유정의 허리가 말리고 발가락은 굽어졌다. 눈이 뒤집히고 입이 추잡하게 벌어졌다. 침이 턱을 타고 줄줄 흘렀다.

태경은 그녀의 턱에 입을 붙이고 침을 갈급하게 허리 짓을 했다. 더는 받아 마실 침이 없어지자 아예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혀를 안에다 쑤셔 넣었다. 유정은 위고 아래고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태경의 탁한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질구에 음경을 처박으며 일순 몸을 굳혔다. 안에서 정액이 터졌다.

유정은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울컥울컥, 내벽 전체를 달구는 온기에 몸을 잘게 떨었다.

이윽고 태경이 음부에서 달아오른 기둥을 빼냈다. 좆을 감싼 콘돔에서 질척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콘돔을 벗겨 내자, 남아 있던 사정액이 유정의 아랫배며 음모에 산발적으로 튀었다.

이윽고 콘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태경이 허리를 구부려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유정은 거물거물한 눈을 가까스로 깜빡거렸다. 온몸이 고장 난 것만 같았다.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마가 몰려왔다.

그런데 태경이 또 다른 콘돔을 집어 들었다. 놀란 유정이 필사적으로 웅얼거리긴 했지만, 그대로 퓨즈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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