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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야 할 천장이 어지럽게만 느껴졌다. 등 뒤에 닿은 푹신한 침대도 요 한 달 사이 익숙해진 그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상의를 벗어 던진 그가 내 위에 올라탔다. 익숙지 않은 무게감이 나를 내리눌렀다. 긴장에 바짝 젖어들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긴장으로 바짝 수축된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살색이 심하게도 자극적이다. 탄탄한 가슴팍은, 근육으로 꽉 조인 상체는 나긋나긋한 굴곡이 진 내 몸과는 달랐다.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는 멋진 몸매였다. 나는 겨우 할딱거렸다.
“자, 잠깐만요, 릴…….”
“쉿.”
내 가냘픈 할딱임은 그의 입 속으로 집어삼켜져 버렸다. 맞닿은 온기 속 뻣뻣하게 굳어 있는 내 혀를 잡아당기는 말캉한 물건이 있었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당겨 빤다. 타액이 달콤하게도 섞여 왔다.
엄마야. 어, 엄마야.
이렇게 진득한 접촉은 처음이었다. 저번에 했던 건 정말 어린애들 장난 수준이었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반, 긴장과 두려움 반이 나를 좀먹었다. 저절로 웅크려진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런 내 떨림과 다르게 상의를 슬금슬금 파고드는 못된 손이 있었다. 한껏 뜨겁게 달아오른 손이 너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향했다.
기겁한 난 순간 이 남자의 얼굴을 냅다 밀어내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 어, 어, 어딜 만져요?”
“응? 가슴.”
그 당당한 속삭임에 할 말을 오롯이 상실했다. 이, 이 인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내 거잖아, 이제. 아니야?”
뻔뻔하리만치 당당하게 되물은 카림은 그대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쥐락펴락한다. 그의 손아귀 아래에서 탄성 있게도 뭉개지는 살덩이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나를 습격했다. 그가 틀어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살덩이였을 뿐인데, 발끝이 오싹하게 저며드는 이유는 왜일까.
덕분에 그 어떤 대꾸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을 때 그가 나지막하게 감탄을 토해냈다.
“생각보다 더 크다.”
“……새, 생각보다라뇨. 보고 못 잊었다면서요?”
칭찬인지 무엇인지 모를 소리에 일단 발끈하고 보았다.
“지금까지…… 못 봤는데 본 척하고 나 놀린 거예요? 앙?”
“크기까지 어떻게 정확하게 기억해. 완벽했던 실루엣을 기억하지.”
중얼거린 그가 손을 조몰락거렸다. 그의 커다란 손아귀 밑에서 내 몸이 소성 좋게 움직이는 생소한 감각. 동그랗게 팽창한 것이 손가락 사이에서 마찰했다. 숨이 빠듯하게 차올랐다.
“정말 부드러워.”
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곧 나를 잘 포장하고 있던 옷을 벗겨내는 손길이 있었다. 사박, 천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야릇한 소음이 들렸다. 더운 공기 속으로 몸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감각이 생소했다.
그는 바짝 굳은 나를 구석구석, 열심히도 살펴보았다. 거울 같은 푸른 눈에 내 하얀 몸이 비추었다.
“괜찮아. 긴장 풀어.”
이윽고 허리를 숙인 그가 자연스레 입 맞춰 왔다. 눈부터 시작해서 뺨을, 턱을, 목을 따라 내려가는 입술 끝에 흥분된 숨결이 느껴졌다. 한껏 곤두선 촉각이 그의 뜨거운 숨결을 받아들였다. 근처 공기가 바싹 달아오른 것만 같았다.
“나쁜 짓 하는 거 아니잖아.”
“그치…… 그치만…….”
이유 모를 흐느낌이 입술을 비집었다.
“나, 나쁜 짓 같다면요?”
“그러면 나쁜 짓이라고 치자.”
“그…… 그렇지만.”
“이제 와서 하지 말라고 하려거든 차라리 날 죽여.”
내 위에서 그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집어삼키고 싶게 알짱거려 놓고 이제 와서 포기하라고 하면 나한테 너무 잔인하지 않아?”
“…….”
뭘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어느덧 가슴 위에 숨결이 닿았다. 뽀얗게 팽창한 곳을 그대로 베어 물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일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이름 모를 흥분이 따라와 발끝이 움찔움찔 진동했다. 나는 겨우 흐느꼈다.
“아, 하지 마요…….”
“넌 이럴 때마저 귀엽네. 다람쥐야.”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분이 아니셨다. 잇새로 부정확하게 중얼거린 그는 혀를 세워 그 붉은 정점을 굴리고 빨아 당겼다. 빳빳하게 고개를 세운 곳을 야무지게도 핥아 올렸다.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신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회색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흐트러졌다.
축축하게 마찰해 오는 살덩이가 젖어버린 마찰음을 흘렸다. 청각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은, 무척이나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야릇한 소음이 무지했던 나를 달뜨게 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흥분이 나를 차지했다. 내 세상이 오로지 이 사람 하나만으로 가득 차는 것 같은 감각.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사람이 내게 주는 감각에 취해 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몸이 원하는 것과 마음이 바라는 것이 오롯이 일치했다.
“하아, 아…….”
“사람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미칠 거 같아.”
“흑.”
“피부조차 이렇게 달콤한데.”
그의 얼굴이 또다시 미끄러졌다. 존재하는 것조차 잊곤 했던, 그 누구조차 허락한 적 없던 곳에 입술이 닿았다. 그곳에서 뜨겁게 부서지던 숨결.
“여긴 어떨까.”
“저기…… 앗!”
나는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부끄러움으로 범벅이 되어도 어떻게 말릴 수가 없었다. 붉은 혀끝이 갈라진 틈새를 부드럽게 핥았다. 흥분을 깨달은 몸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젖은, 야한 마찰음이 뜨거운 여름 공기를 적셨다.
“거…… 거긴…….”
“응, 여기도 달아.”
“아, 아…….”
안쪽으로 파고드는 혓바닥을 느낀 나는 헐떡였다. 뜨거운 살덩이가 어느덧 축축히 젖어버린 안쪽을 헤집었다. 조금 전보다 더 큰 크기의 감각이 나를 잠식했다. 온몸의 선단을 아찔하게 저며들게 하는 이름 모를 떨림이었다.
그에게 매달린 나는 반쯤 흐느꼈다.
“이상해요, 뭔가…….”
“괜찮아. 잘하고 있어.”
중얼거린 그가 헤집은 안쪽 구석구석을 맛보기 시작했다. 연결된 부분에서 울리는 야릇한 마찰음이 오감을 생생하게도 일깨웠다.
뜨거운 혀가 부드럽게 움직여 안쪽의 울퉁불퉁한 돌기를 자극했다. 그의 혀가 나를 쥐고 압박할 때마다 온몸이 짜릿하게 진동했다.
“아앙!”
부끄러운 목소리가 터지고 말았다. 내 입에서 흐른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한 소리가.
그제야 아래에서 입술을 뗀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오들오들 가엾게 떨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내가 그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다만 그는 상냥하게 내 앞머리를 쓰다듬었다.
“조금 힘들지도 몰라.”
나지막한 목소리와 동시에, 어젯밤에 날 기겁시킨 바게트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개를 치켜들은 그것은 실로 거대했다.
엄마야, 저런 게 어떻게 들어와?
깜짝 놀랄 크기에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내 속사정을 모를 그가 자리를 잡았다. 딱딱한 끝의 선단을, 허벅지 안쪽 여린 살에 살살 비벼댔다.
분명한 건, 어제 등으로 느꼈던 것보다 더 뜨겁고 딱딱했다는 것이다. 정말 막 구운 바게트처럼. 나는 할딱대며 중얼거렸다.
“너, 너무 큰데요…….”
“큰지 작은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짓궂은 한마디에 괜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게? 본 적도 없으면서.
“바, 바게트잖아요.”
난 늘 그렇듯 아득바득 기어올랐다. 정말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먹으면 배부르겠어요.”
“…….”
그의 시선에 묘한 열기가 감돌았다. 순간 그 바게트가 날 쿡, 찌르는 듯했다.
“너 지금 그게…….”
깊은 숨을 들이켠 그가 이를 악물었다. 무서울 정도로 낮게 잠긴 목소리로 겨우 중얼거렸다.
“하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거에 더 미치겠네.”
내가 모를 이유로 흥분한 남자에게 더 이상 자제란 없었다.
꾸욱, 하고 커다랗고 딱딱한 것이 비밀스러운 곳에 문대졌다. 굳게 닫혀 있던 나를 꿰뚫고 안쪽으로 침범했다. 생소한 고통에 숨을 크게 들이켰다.
“……흑.”
내 안을 아득바득 벌리며 밀고 들려오는 타인은 한없이 생소했다. 안쪽을 꽉 채우며 비벼지는 뜨거운 감각이 날 달뜨게 했다. 빈틈없이 이어진 곳이 알싸하게 아파왔다.
짤막한 통증은 곧 처음 느껴보는 달뜬 감각으로 변해갔다. 밑이 꿈틀거렸다. 한 차례 입술을 짓씹은 그가 내 이마에,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곧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을 비비며 마찰하는 것에 눈앞이 희게 빛바랬다. 내 근처의 세상이 온통 색스러운 마찰음으로 달아올랐다.
그에게 한껏 매달린 나는 달뜬 숨소리를 토해냈다. 그의 등에 내 손톱자국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