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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친개라 곤란하다-43화 (4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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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내 통통한 뺨을 감싸 안았다. 내 손끝에 닿는 피붓결이 부드럽고 탱탱했다.

‘이렇게 예쁘고!’

이건 자타공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나 예쁜 거 맞아!

더듬더듬 미끄러진 손으로 몸을 어루만졌다.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누가 봐도 완벽한 몸매가 손끝에 피어났다.

‘이렇게 몸매도 쭉쭉빵빵하고! 또, 또, 또…….’

울상을 지은 나는 축, 어깨를 늘어뜨려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외적 매력뿐이다.

하지만 내게 저것 말고 매력이라고 할 만한 게 또 있을까? 외적인 매력은 경쟁력이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카림은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을 아주 많이 봐 왔을 테니까.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사람이었다. 나보다 더 예쁜 사람은 널려 있었다. 당장 말리카나 언니만 봐도 그랬다. 아,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고 고상한 말리카와 다르게 언니는 올챙이 배긴 하지만…….

‘……아니.’

애초에 내가 이 나쁜 놈 때문에 왜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잖아…….’

이건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좀 그럴듯한 무언가를 기대한 건 당연히, 절대로 아니지만 적어도 내 상식으로는 그랬다.

“…….”

입술을 달싹거린 나는 물끄러미 카림을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눈매 위로, 길게 내리깔린 속눈썹이 보였다. 그의 숨결을 따라 가지런하게 오르락내리락한다. 그 그림자마저도 우아했다.

‘……와.’

나는 나지막한 감탄을 토해냈다. 진짜 껍데기만큼은 완벽함에 가까웠다. 카림이 잘하는 표현대로라면 내 취향이다.

뺨 한번 만져볼까? 툭툭 건드려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니……. 그런 건 다 둘째 치더라도.’

내가 왜 이러지. 왜 싱숭생숭한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카림이 날 건드리지 않은 거에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첫날밤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물론 결혼식만큼이나 이것저것 있긴 하지만…… 으, 왜 기분이 묘하지?

일단 와라락 덮치고 보는 게 남편이라고 배워서 그런가? 정말 언니 말대로 혹시 고……. 크흠, 큼.

…답이 나오지 않을 고민을 이어 나가던 조심스레 이불을 걷어 올렸다.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허리를 스르륵 끌어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앗!”

“어디 가.”

화들짝 놀란 내 짤막한 비명 위로, 새하얀 아침에 젖은 나른한 음성이 쏟아졌다. 속절없이 카림에게 끌려 들어간 나는 새침하게 대꾸했다.

“도망이요.”

그가 잠긴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허리를 좀 더 칭칭 옭아매는 손길이 있었다. 마치 거미줄처럼.

“도망 못 간다니까.”

농담처럼 얹어지는 말에 나는 입술을 비죽거렸다. 이 입만 산 남자가 말이야.

“……말뿐인 거 다 알거든요?”

“어라?”

순간적으로 흥미가 돋은 목소리였다. 강인한 손이 도망치려고 버둥거리던 내 몸을 뒤집었다. 자연스레 위치가 뒤바뀌었다.

익숙지 않은 남자의 존재감. 날 짓누르는 묵직한 무게감. 가볍게 내 위에 올라탄 남자는 아찔하게만 비추어지는 회색빛 천장 밑에서 날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야살스럽게도 눈웃음을 내비쳤다.

“울면서 도망갈까 봐 봐줬더니.”

“…….”

아마 내 눈이 크게 늘어났을 터였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방망이질 치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나긋하게 이어지는 동작에, 하얀 벽지 위에 아른거리며 새겨지는 그림자마저 이상한 열기를 띤 채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살포시 움직인 검지가 에로틱하게도 내 뺨과 턱을 스치었다. 살포시 꺾인 얼굴이, 덕분에 돋보이는 콧대까지 참 남성적이었다.

“마음의 준비는 된 걸까?”

침을 꿀꺽 삼켰다. 겨우 중얼거렸다.

“뭐, 뭐, 뭐, 뭐…….”

“안 됐으면서 왜 도발하지?”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달콤하게도 속삭였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시려고.”

따스한 온기가 뺨에 와 닿았다. 입술이 그대로 내 얼굴을 따라 미끄러졌다. 부드러운 입술이 뺨에서 출발하여 광대뼈를 스치고, 입술을, 턱을 그려 나갔다. 나조차도 모르고 있던 내 얼굴이 그의 손끝에서 초상화처럼 돋아났다.

남자의 숨소리가, 은근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떨리게 했다.

“응?”

되묻는 목소리와 함께 뜨거운 숨결이 뽀얀 내 목덜미에 닿았다. 순간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프리드린.”

“…….”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분명 내 것이 맞는 이름조차 묘한 울림을 품은 것 같았다. 마치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어떤 성적인 함유를 담은 것처럼 외설스럽게만 다가왔다.

덕분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나는 숨만 헐떡거렸다. 가냘프게 겨우 이어지던 숨이 턱턱 막혀왔다.

목을 뜨겁게 간지럽히는 숨결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만 같았다. 온몸을 적셔오는 긴장감에 다리가 오들오들 떨려왔다.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이 턱을 간질였다. 어제의 물빛 잔상이, 수면 위에 맺힌 그림자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했다. 그를 붙잡는 손끝이 덜덜 진동했다.

겨우 입술을 열어 말이란 걸 만들어냈다.

“뭐, 뭐, 뭐 하는 짓이에요!”

“매력 없냐면서.”

초옥, 촉촉한 입술이 목에서 미끄러지는 감촉이 생경했다. 그리 강하지 않은 힘으로 목덜미를 빨아 당겼다. 내 여린 목덜미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나갔다.

그와 별개로 의미 모를 손짓, 발짓을 한 나는 또다시 입술을 떨어야 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 들었어요?”

“들으라고 한 말 아니었어?”

“아니거든요!”

내 발악 아닌 발악에 그가 피식, 하고 웃음을 머금었다. 무엇에 취한 듯 열기를 띤 눈빛이 자신의 밑에 깔린 내 구석구석을 참 달게도 핥았다.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한층 더 은밀해졌다.

“너 말이야,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거든.”

“네…… 네?”

…그 칭찬에 발끝까지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눈 하나 안 깜빡이고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이게 나한테 얼마나 생고문인 줄 알아?”

허리를 타고 슬금슬금 올라오는 손이 있었다. 평소에 언니에게 그렇게 자랑하던 내 빵빵한 가슴에 타인의 온기가 닿았다.

……어, 어라?

“남 속도 모르고 쿨쿨 잘만 자더라?”

“그, 그게 있죠……?”

“차분히 알려줄게.”

더운 숨결이 쇄골에 닿았다. 순간 화들짝 놀란 나는 헉, 하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내 여린 몸을 더듬었다. 내게 쏟아지는 숨결도, 무게감도 익숙지 않은데 오직 나를 만지는 손만이 모든 것에 익숙한 듯 능숙했다.

그 사실에 이유도 이름도 모를 부아가 치밀은 나는 그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갑작스러운 내 제지에 그대로 굳어버린 그가 순간적으로 눈을 끔뻑였다.

“……요.”

“응?”

“됐거든요!”

어디서 나온지 모를 괴력으로, 나는 그를 냅다 걷어차고 보았다. 우당탕, 창졸간에 내게서 나가떨어진 남자가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나뒹굴었다. 잠시 후 자리에 앉은 그는 멍청하게 눈을 끔뻑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한테 배워 온 거 나한테 가르치지 말아욧!”

말도 안 되는 억지라는 것은 잘 알지만, 소리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 서둘러 걸어 내려온 나는 후다닥 자리에서 도망쳤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오늘의 물품! 이그드라실께서 직접 키우신 성수입니다!”

…오펠의 거리 한복판에 나선 나는 퍽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거리에 널려 있는 상가 구경에 정신이 없었던 나조차도, 들려오는 목소리에 멍청하게 눈을 끔뻑였다.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푸른 이파리가 무성히 달린 나뭇가지를 팔고 있었다. 그 근처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건강하길 원하십니까? 부자가 되길 바라십니까?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십니까?”

그 사람이 목소리를 높였다. 순…… 사짜 소리를 들을 법한 대사였다.

“이걸 집 안에 걸어 두시면 됩니다! 이그드라실께서 친히 가꾸신 행운목이거든요! 무엇보다!”

남자의 언성이 높아짐에 따라 모여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것만 가지고 있으면 역병에 걸릴 일도 없습니다!”

역병 소리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이곳에서 요즘 가장 큰 관심사였을 테니.

“지금 사시면 단돈 십! 내일은 백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저게 뭔 소리야?”

옆에서 같이 오펠 거리를 돌아다니던 언니가 한마디 얹었다. 고운 이마가 확 일그러졌다.

“이그드라실께서 친히 키우신 행운목? 너 언제부터 원예에 취미 붙였니?”

“……그러게나 말이야?”

나야말로 묻고 싶었다.

지금 이게 뭔 일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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