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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원하지 마세요 (25)화 (25/136)

25화

라비엘리는 마치 홀린 듯 루시안 쪽을 돌아보았다.

허리를 틀어 그를 쳐다보았을 때, 어둠 속에서 마치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루시안의 얼굴을 마주하고 말았다.

아아, 그것만은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비엘리.”

라비엘리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끝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뭉근하고 뜨거운 입술이 그녀 입술에 그대로 닿은 탓이다.

“으읍.”

루시안은 라비엘리의 얼굴을 감싸 쥐고 뜨거운 호흡을 그대로 전하였다.

“흡!”

갑작스럽게 시작된 키스였다.

그 순간 라비엘리의 뇌리에 테아노의 마른 입술과 콧수염이 떠올랐다.

‘안 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지만 생각과는 반대로 라비엘리는 루시안을 몹시 원하고 있었다.

그만하고 싶지 않아.

라비엘리의 목덜미를 매만지던 루시안의 손이 그녀의 등허리를 바짝 움켜쥐었다.

사내의 두 손에 쏙 들어갈 만큼 가늘고 여린 허리였다.

“라비엘리.”

“안 돼.”

입꼬리 끝에 신음이 걸렸다가 이내 쏙 들어가 버렸다. 라비엘리는 손으로 루시안의 가슴을 밀어내었다.

“미안해요.”

라비엘리는 말없이 루시안을 올려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사내의 눈동자는 꼭 불을 닮아 있었다.

인간의 것이 아닌 듯 오묘한 빛을 내는 적갈색 눈동자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라비엘리, 처음부터 당신에게 빠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

“알아요, 당신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몹시 두렵다고 쓰여 있다는 걸.”

“…….”

“겁먹게 해서 미안해요, 난 그저.”

“…….”

라비엘리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선 사내는 그녀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사랑에 빠진 사내의 눈빛이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라비엘리의 가슴이 알 수 없는 기운으로 벅차올랐다.

“루시안.”

라비엘리가 남자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그녀의 시선과 목소리에 루시안이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래선 안 돼요.”

그녀가 다소곳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여전히 위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맞아요, 안 돼요.”

“어서 돌아가요.”

라비엘리의 말에 루시안이 눈썹을 구깃거렸다. 그러곤 조용히 말했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루시안의 적갈색 눈동자가 라비엘리의 것과 비슷한 기운을 내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를 사랑하나요?”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라비엘리는 망설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랑하냐고?

사랑했지만 지금 식은 것도 아니었고, 사랑했지만 마음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 없었을 뿐이다.

“그 얘긴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라비엘리가 고개를 돌리자, 루시안이 그녀의 어깨를 쥐며 다시 강하게 제 쪽으로 당겼다.

“말해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말해봐요, 내겐 중요하니까.”

“세상일이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죠.”

라비엘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 말…… 내가 편한 대로 해석해도 되나요?”

루시안이 라비엘리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소곤거렸다.

강하게 거부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라비엘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에 굳어버린 것도, 얼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희고 여린 손을 든 라비엘리가 루시안의 뺨을 어루만졌다.

우리의 과거가 무엇이든, 현실 속에서 어떤 모습이든, 오늘 이 순간을 마음껏 껴안기를.

“라비엘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 순간 내가 당신의 외로움을 가져갈게요.”

루시안의 말은 그대로 불꽃이 되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루시안.”

루시안은 조심스레 그녀의 슬립을 벗기기 시작했다.

‘어쩌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죄책감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그녀는 지금껏 테아노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걸 상상해본 적조차 없었다. 밤마다 그의 노리개가 되고, 약에 취해 난잡한 짓을 당하면서도.

테아노가 그녀의 주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반항할 수 없었다.

만약 지금 루시안 마이어란 테아노의 아들과 몸을 섞는다면 이것이야말로 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반항일 것이다.

그녀는 몹시 위험한 부정을 저지르기 직전이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도 잠시, 아래에 서늘한 기운이 스미더니 슬립이 들리고 말았다.

“……!”

라비엘리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하지만 이내 몹시 뜨거운 기운이 다시 얼굴 위에 쏟아졌다.

사내의 입술은 몹시 촉촉했다. 입을 벌리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는 여인을, 루시안은 무척 능숙하게 리드했다.

물컹하고 축축한 혀가 라비엘리의 입안을 헤집었다. 마치 너를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집어삼키겠다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뜨거워.’

라비엘리는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그녀 위에 올라탄 루시안을 바라보았다.

우아하게 말려 올라간 속눈썹이 몹시 고혹적이다. 입술 사이로 절로 신음이 새었다.

이제는 참지 않기로 한다. 라비엘리는 신음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루시안의 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

낯선 손이 라비엘리를 움켜쥐었을 때, 그녀는 놀라 새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예뻐요, 라비엘리.”

“하지만.”

그녀의 복잡한 속내와는 상관없이, 루시안은 동그랗고 뽀얀 살덩이를 살살 어루만졌다.

청초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육체였다.

“으읏.”

루시안은 짙은 페팅을 이어가는 동시에 라비엘리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그가 제 몸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부끄러워 라비엘리가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당신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부족한 사람이군요.”

취한 사람처럼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루시안은 라비엘리의 살 냄새에 완벽히 취하고 말았다.

라비엘리는 몸을 내버려 둘 수 없어 허리를 비틀었다. 테아노에게 꽤 강도 높은 애무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가 낯선 사내라는 것, 게다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게 할 만큼 황홀한 미모를 가진 남자라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라비엘리는 온몸에 퍼지는 야릇한 감각을 이겨내려 애를 써야만 했다.

“라비엘리…….”

이미 잔뜩 뜨거워진 음부가 저릿하였다.

그 사실을 들키는 것은 몹시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그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대의 몸을, 전부 핥고 싶어요.”

라비엘리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자, 이번엔 그의 입술이 어깨에, 그리고 팔에, 마지막으로 손등에 닿았다.

뜨거운 제 입술의 흔적을 온몸에 남기려는 듯, 사내는 은밀한 동작을 이어갔다.

“당신의 체향을 잊지 않을게요.”

그러곤 단단한 두 손으로 라비엘리의 무릎을 세웠다. 루시안은 다정하게 그녀의 다리를 쓰다듬더니 허벅지에 키스를 퍼부었다.

루시안은 곧게 세운 라비엘리의 무릎에도 연신 키스하며 달콤하게 웃었다.

“루시안.”

라비엘리의 종아리를 지나, 그녀의 발가락에 하나하나 키스하던 루시안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물결처럼 야들야들한 살을 한동안 애무하던 루시안의 손이 서서히 아래로 향하였다.

속옷을 살살 문지르던 길고 곧은 손가락 하나가 불쑥 라비엘리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아읏.”

라비엘리가 몸을 잘게 떨었다. 루시안은 라비엘리가 잔뜩 젖어 있는 것에 몹시 만족하고 있었다.

“그대도 나처럼 흥분했다는 사실이 기쁘군요.”

“……그렇지 않아요.”

라비엘리는 공연한 앙탈을 부려보지만, 사실 당장에 사내의 것을 쥐고 제 안에 넣고 싶을 만큼 잔뜩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를 어쩌지요, 나는 그대를 조금 더 괴롭히고 싶어졌습니다.”

루시안이 싱긋 웃더니 교묘한 움직임을 계속했다.

‘좋아, 세상에…… 이렇게 잔인한 쾌감이라니.’

라비엘리는 두 눈을 꼭 감으며, 남자의 손길을 마음껏 받아들였다.

그때, 낯설고 집요한 손가락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래가 텅 비더니 이번엔 몹시 생경한 감각이 밀려왔다.

“흐윽!”

눈을 뜨자, 양옆으로 벌린 다리 사이에 루시안의 머리만 빼꼼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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