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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원하지 마세요 (6)화 (6/136)

6화

“이유를 알겠소?”

한참을 주저하던 테아노가 산파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만요, 조금만…… 더 각하.”

테아노는 초조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얌전히 누운 라비엘리의 머리맡에 서 있었는데 어쩐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아주 잠깐만…… 좋아요. 이대로면 되겠어요.”

침대에 누워 있던 라비엘리가 이불을 말아 쥐었다.

아무리 같은 여인이라 해도, 타인 앞에서 다리를 벌리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유쾌하기는커녕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라비엘리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산파는 건조한 손으로 그녀의 아랫도리를 헤집고 있었다.

가랑이 사이에 불쾌함이 스며 라비엘리가 저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아프신가요?”

손가락을 넣은 산파가 라비엘리에게 물었다.

마른 장작같이 쪼글쪼글한 손가락이다.

라비엘리는 만약 나뭇가지를 넣는다면 이런 느낌일 거라 생각했다.

“아가씨?”

“……네.”

“지금은 어떠세요?”

산파가 다시 물었다.

“불편해요.”

“아프신가요?”

“……조금요.”

라비엘리의 대답에 산파가 손가락을 빼었다.

아랫도리가 텅 빈 느낌이 들자, 라비엘리는 곧바로 다리를 오므렸다.

그러자 산파는 남은 손으로 라비엘리의 무릎을 잡더니 다시 옆으로 벌렸다.

“이번에는 배꼽 아래에 다시 힘을 한번 줘보시겠어요?”

부드럽고 친절한 음성이었으나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가랑이 사이에서 음부를 들여다보는 여인은 로튼 일대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산파, 헤레스였다.

로튼의 아이들은 전부 그녀가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헤레스는 경험이 풍부한 만큼 능숙하게 아이를 받고, 후처리를 했으며 돈이 없어 의사를 부를 수 없는 경우 간단한 처치를 하기도 했다.

물론 산파가 처방을 내리는 건 불법이었으나 왕실과 테아노는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었다.

사실 헤레스의 진가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의사보다 여인의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탓에 부부 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임신이 되지 않을 때도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오늘 테아노가 산파 헤레스를 부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테아노는 라비엘리가 메마른 것이 늘 불만이었다.

침이나 기름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유를 알겠소?”

어쩐지 초조해 보이는 테아노가 헤레스에게 다시 물었다.

그녀는 창백하리만치 흰 얼굴에, 머리는 완전한 백발이었다.

얼굴 곳곳에 파인 주름이 그녀의 일생을 짐작할 수 있게 하였으나 눈빛만큼은 조금도 세월을 먹지 않은 듯 선명하게 번뜩였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불감증이십니다.”

“…….”

“그렇게 타고나셨어요.”

“하…….”

테아노가 길게 내뱉은 숨이 방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다.

그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산파에게 물었다.

“그럼 아이는? 설마 아이를 가질 수 없소?”

“아닙니다, 각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요!”

그는 노파의 입에서, 사내인 당신 때문이라는 말이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놀란 후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초조했던 터다.

“회임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물으려던 찰나였다.

헤레스는 하녀가 건넨 세숫대야에 손을 닦으며 목소리를 냈다.

“각하, 사실 아가씨만큼 메마른 분은 저도 처음입니다.”

“…….”

“이 정도로 감각이 없으시다니. 신께서 아름다운 여인에게 너무 가혹한 육체를 내리셨군요.”

이번에는 옆에 서 있던 하녀 메이지가 헤레스에게 마른 수건을 건넸다.

헤레스의 느릿한 움직임을 지켜보던 테아노가 애가 타는 듯 말했다.

“그래서, 방법이 없는가? 내가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불행한 육체라는 건 이제 잘 알겠으니 어서 방도를 얘기해보게!”

손에 남은 물기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헤레스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러곤 고개를 조아리며 말문을 열었다.

“어려운 경우이긴 합니다만…….”

산파는 머뭇거리더니 수건을 도로 메이지에게 건넸다.

그러곤 쪼글쪼글한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가 벌리며 헛기침을 했다.

헤레스의 뜻을 이해한 테아노가 손을 들고 낮은 목소리를 내었다.

“전부 물러들 가거라.”

하녀들이 물러나자 헤레스가 주름진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30년 동안 여인의 몸을 보고 아이를 받았으나 이 방법을 쓴 것은 채 열 번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방법?”

“예, 워낙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비밀스러운 것이 들어가는 터라.”

말을 마친 헤레스는 공손히 머리를 숙이더니 잠시 말이 없었다.

원하는 게 분명한 얼굴이다.

그러자 테아노는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더니 품에서 은화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말해보게. 효과가 확실하다면 처음 말했던 보수의 열 배를 주지.”

헤레스는 은화를 힐끗 살피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각하의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녀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네.”

테아노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내며 라비엘리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누워 있던 라비엘리는 사실 이 모든 대화가 자신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이야기 같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노란 수선화 씨앗을 짜서 만든 유액과 한 달을 넘기지 않은 머멜 새끼의 손톱, 오스트린에서만 자란다는 나무 그렌도르의 뿌리, 늙은 오소리 기름을 섞은 것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이것을 섞으십시오.”

헤레스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건네었다.

“이게 뭔가?”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고약입니다. 이것들을 전부 똑같은 양으로 섞은 뒤, 매일 밤 바르십시오.”

“바르라니?”

테아노가 묻자 헤레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가씨께 말입니다.”

“아…….”

가만히 듣고 있던 라비엘리는 이불 속에서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었다.

“각하의 첫 번째 손가락에 듬뿍 바른 뒤, 천천히 아가씨께 넣으세요. 오른쪽으로 다섯 번, 왼쪽으로 다섯 번.”

테아노는 대답하는 것도 잊을 채, 마치 신의 전언이라도 듣는 양 귀를 열고 경청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다섯, 왼쪽으로 다섯.”

“그리하시면 2주 후.”

헤레스는 라비엘리 쪽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소곤거렸다.

“외람된 말이오나, 매일 밤 울며 각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헤레스의 말에 테아노가 비실비실 웃기 시작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아야 합니다. 하루라도 걸렀다간 효험을 잃지요. 또한, 하녀의 힘을 빌려선 안 됩니다. 반드시 사내의 손이어야 합니다. 각하의 도움이 절실하지요.”

“그래…… 그건 지킬 수 있지.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하면 정말 불감증이 없어진단 말인가?”

“그럼요, 각하.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헤레스가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각하, 이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면 반드시 2주 동안 매일같이 해야 합니다. 도중에 멈춘다면 더는 이 약도 효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

“만약 이 약으로 실패한다면, 그땐 제게도 방법이 없습니다.”

“알겠네. 명심하지.”

헤레스는 다시 머리를 조아리더니 더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테아노는 품에서 두둑한 은화 주머니를 꺼내 건네며 마지막 당부를 했다.

“이 집안사람들 입단속은 내가 할 테니 자네는 자네 혓바닥만 조심하면 될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각하.”

테이블 위에 놓인 은화를 싹싹 챙기며 헤레스가 공손히 대답하였다.

산파가 다녀가고 며칠 후.

테아노는 어쩐 일인지 라비엘리를 찾지 않았다.

산파가 말했던 것들은 전부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그렌도르는 심지어 법으로 벌목이 금지된 나무인 탓이었다.

테아노는 저택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재료를 구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몰래 밀수업자를 만나고 산악지대를 샅샅이 뒤져 머멜 새끼를 찾게 했다.

그가 바삐 움직이는 사이, 라비엘리는 언제가 될지 모를 의식을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전전긍긍하던 테아노는 결국 밀거래로 그렌도르 한 그루를 구했고, 산파가 말한 약물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 루시안은 테아노가 저택에 있는 동안 몸을 낮추고 분위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는 말이 많은 하녀를 통해 산파 헤레스가 다녀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혹시 아이를 가진 것은 아닐까 싶어 집안 분위기를 유심히 살폈으나 그건 아닌듯했다.

그렇게 모두에게 아슬아슬한 시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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