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합시다.” 만난 지 10분 만에, 게다가 냄새가 안 난다고 청혼을 받은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직업, 이름, 나이. 그 세 가지로 결혼을 하자고요?” “제 한주 그룹 지분을 다 드리겠습니다.” 하필 해나는 아빠의 사기와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돈이 필요했고. “해나 씨를 만난 순간, 열한 살 이후 처음으로 숨통이 트였습니다.” 인우는 의사보다, 향수보다 자신의 병에 효과가 좋은 이 여자가 절실했다. 1. 결혼 계약금 3억 즉시 지급 2. 출근 전, 퇴근 후로 1층에 함께 있기 3. 사생활 관여하지 않기 4. 겉으로 사이좋은 부부인 척하기 조건을 걸고 시작하게 된 그들의 계약 결혼 생활. 하지만 가장 당연한, 중요한 조건은 걸지도, 예측하지도 못했다. “키스할 건데, 눈 감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어떡해. 나 저 사람 좋아하나 봐.”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해 준 당신에게 고백해. 살려 줘. 살아 줘. 나의 향기로운 구원자. [미리 보기] 방금 제 볼을 만지던 얇고 긴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자극적이었다. 숨을 크게 내쉰 인우의 눈이 짙어졌다. 해나에게 가까이 다가간 인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를 지키고, 상대방도 지키는 게 안전거리라면서요.” “네, 그렇죠.” “지금 빨리 올라가요. 자고 내일 아침에 봐요.” “네? 아니에요, 하던 정리는 마저….” 바닥만 보고 있던 해나가 고개를 들어 인우를 보았다. 마주친 인우의 눈빛이 타는 듯이 이글거렸다. 그 눈빛에 주춤 뒤로 물러난 해나의 귓가에 잔뜩 가라앉은 인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려놓고 올라가요. 안전거리를 지키려는 중이니까,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