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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99화 (117/233)

제국 북부를 주름잡던(?) 3대 흑마술사 중 두 명은 이미 체포되었다.

한 명은 예전에 카론을 이용했던 바로 그놈이었는데, 우리가 발견했을 때도 그 명성답게 열심히 사기를 치고 다니던 중이었다. 나는 카론의 원한까지 대신하여 그놈에게 꿀밤을 잘 먹여 주었지.

그리고 두 번째는 흑마술사에 대한 탄압에 분개하여 황제에게 테러를 시도하려고 했던 바로 그놈이었다. 그놈은 안타깝게도 우리도 아니고 하필 에이프릴에게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체포되었다. 으,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다시 몸이 떨려 온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놈이 바로 지금 우리가 잡아야 할 놈이라는 건데….

‘원작에는 분명 이런 내용이 없었는데.’

원작에는 흑마술사와 싸우는 내용이 없었다. 외부 근무 같은 건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다.

간혹 있는 전투는 기껏해야 마물과의 전투가 전부였는데, 참고로 원작에서의 마물들은 모두 남주들의 전투력 측정기로 전락했다.

그러나 지금의 제국은 흑마술사를 타도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선임들의 말에 따르면 이전의 흑마술 수색 특수군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딱히 일은 하지 않는 집단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흑마술 수색 특수군 내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우리에게 흑마술사를 잡으라는 임무가 내려오는 것도 그렇고.

제국에서 갑작스럽게 흑마술사 타도에 박차를 가하니 그 여파로 흑마술사들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더욱 활개를 치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오늘 우리가 잡아야 할 놈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까?’

한 놈은 사기, 또 한 놈은 테러 미수. 이제 마지막 한 놈은 무슨 일을 벌일지 흥미진진해지는 지경이었다.

“각 부대별로 마을을 둘러싸며 접근하도록 하고, 발견하면 즉시 체포한다.”

곧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졌고 우리는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우리 국경방위군에서 이런 식의 수색 임무를 할 때는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작전이 진행된다. 오늘의 수색 작전은 3인 1조였는데, 사람이 남아서 한 팀은 4인 1조가 되어야만 했다.

나는 오늘 4인 1조를 자원했다.

“야, 패티, 매티, 컴온.”

“예!”

“알겠습니다!”

패티와 매티는 둘이서 1인분을 하므로, 절대로 떨어뜨려 놔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은….

“달린? 이리 오지 않고 뭐 하니?”

“하하, 사루비아 님, 그게….”

“왜? 내가 보기 싫냐?”

“아니, 물론 저는 사루비아 님을 참 좋아하지만 말입니다. 다만 오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으신 듯하여….”

“빨리 튀어 와라.”

“예….”

결국 달린은 울적한 얼굴로 내게 합류했고, 그렇게 수색은 시작되었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을을 헤집고 다니니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마을을 뒤졌다. 하지만 남의 집에 직접 들어가거나 하면 민원이 올라와서 우리만 털릴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아주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흠, 그러니까 위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사람들을 조사하려면.

“저, 혹시 지금 흑마술을 사용하고 싶으십니까?”

“예?”

“흑마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하며, 친구를 잃어버리신 느낌이십니까? 흑마술을 스스로의 보물 1호라고 생각하며 하루에 흑마술을 4시간 이상 사용하십니까? 화장실에 갈 때도 흑마술을 사용하고 싶으시며, 누군가가 당신에게서 흑마술을 금지하면 불안감을 느끼십니까?”

“아, 아니요?”

“이분은 흑마술사가 아니신가 보다. 가자.”

매뉴얼에 따르면 우리는 이 질문들을 사용하여 흑마술사를 가려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효과 없는 방법이었지만,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야지 어쩌겠냐….

그렇게 우리가 무의미한 탐문을 계속할 때, 콧잔등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가, 어느새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나기가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타이밍에 소나기라니.”

물론 비가 온다고 해서 우리의 작업이 종료될 리는 없었다. 우리는 그냥 비를 맞으며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신세였다.

‘어차피 이 방법으로는 성과가 없을 테니까 그냥 어디서 뺑이나 치다가 가면 좋을 텐데.’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편히 뺑이를 칠 만한 장소가 존재할 리 없었다….

“사루비아 님!”

“어?”

그때 뒤에서 달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달린은 어느새 폐가처럼 보이는 허름한 집 앞에 서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쉬었다 가는 게 어떻습니까?”

“정말 사람이 안 사는 집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점점 마을 구석을 향해 걷고 있었기 때문에 이 주변에 있는 집이라고는 눈앞에 있는 것만이 전부이긴 했다. 게다가 누가 봐도 사람이 안 사는 집의 몰골을 하고 있기는 했군.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달린이 힘차게 문을 열었기에, 나는 부대로 돌아가면 꼭 그녀를 조져 주기로 결심했다.

‘저기 사람이 살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민간인은 갑이라고.’

내 이런 속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열린 문 너머로 고개를 내민 달린이 힘차게 외쳤다.

“아무도 안 사는 집입니다!”

“흠.”

“여기서 쉬다가 가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사실 달린이 난데없이 허름한 집의 문을 열고 쳐들어간 것은 큰 문제지만, 그래도 저기가 진짜 폐가라면 저기서 쉬다 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비를 맞으며 의미 없는 작업만 하느니 저게 더 낫지. 이 멍청한 질문으로는 흑마술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이미 패티와 매티는 달린을 따라 폐가에 들어가 있었다. 저 XX들, 돌아가서 보자….

그렇게 들어간 폐가 내부는 의외로 멀쩡했다. 밖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초라하고 허름해 보였지만, 내부에는 안락한 소파나 불을 피울 수 있는 벽난로도 있었다.

“…정말 사람이 안 사는 집 맞아?”

“신발이나 옷, 식량 같은 생필품이 아예 없습니다!”

“뭐, 그럼 확실하긴 한데….”

외부에 비해 너무나도 멀쩡한 내부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일단 나는 거실에 놓인 소파 중 하나에 앉았다. 패티와 매티, 그리고 달린이라는 3인의 고문관 조합도 이 집이 마치 제집인 양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편하게 굴었다.

“에휴, 이놈의 흑마술사 XX들….”

그들만 없었다면 이렇게 외부 근무를 나올 리는 없었….

끼이이이이익-!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 같기도 했고 사람의 비명소리 같기도 했다.

“야, 방금 들었지?”

“예, 분명!”

“들었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뒤 가만히 기다리자 우리는 아까보다 더 뚜렷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끼이이이익-!

“…무슨 소리지?”

정말 기분 나쁘고 섬뜩한 소리였다. 저절로 몸에 닭살이 돋아서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쿠르릉- 쾅-!

하필 밖에서는 천둥 번개까지 치기 시작했다.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는 이 상황에 나는 몸을 움찔했으나, 내 눈앞에 있는 이 세 명의 고문관들은 전혀 겁먹지 않은 기색이었다.

“분명 소리가 이 집 어딘가에서 난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눈을 반짝이며 소리의 근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불안해졌다.

‘뭐지? 왠지 위험한 상황인 것 같은데?’

물론 나는 집구석에 숨어 있던 범죄자 같은 게 튀어나와도 때려잡을 수 있는 힘이 있고, 웬만한 마물도 해치울 수 있지만….

그냥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이 너무나도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불안함의 이유를 찾기 위해 초조한 마음을 어떻게든 가라앉히고 침착해져 보려고 할 때, 패티와 매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루비아 님! 여기! 여기를 보십쇼!”

“통로가 있습니다!”

“뭐?”

그들은 거실의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건 깔려 있던 양탄자가 벗겨지고 드러난 바닥, 그리고 그 바닥에 나 있는 검은 구멍이었다.

얼마나 깜깜한지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지하. 그곳으로 가는 계단이 존재했던 것이었다.

“이 너머에서 소리가 나는 게 틀림없습니다!”

나는 이 불길한 상황에 당장이라도 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달린은 너무나도 해맑게 지하 통로를 가리키며 그렇게 외쳤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아래로 내려갈 것 같은 기색이었다. 심지어 패티는 한술 더 떠서 계단을 향해 고개를 내밀며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혹시 제이슨 너니~? 거기 있어?”

“야, 무슨 소리야? 패티 너는 갑자기 제이슨을 왜 찾….”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이 상황이 몹시 불길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동작 그만! 이 미친놈들아!!”

이 상황은, 이 상황은 분명…

‘공포 영화 클리셰잖아!’

그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 집에 들어온 것부터가 뭔가 잘못됐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겠다고 폐가로 들어오기!

외관과 달리 생각보다 내부가 아늑하다며 만족하고 그곳에서 지내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데, 굳이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내기!

누가 보더라도 수상한 통로가 있는데, 혼자 그곳으로 내려가려고 하기!

심지어 굳이 “오, 제이슨? 제이슨 너니? 장난치지 마~.”와 같이 멍청한 말을 하며 내려가려고 하기!

이 모든 상황은 공포 영화의 클리셰 그 자체였다.

“동작 그만! 움직이지 마, XX들아!”

“사, 사루비아 님! 왜 그러십니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눈앞에 있는 인물들의 얼굴을 살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달린, 여전히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계단을 내려갈 기색인 패티와 매티….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공포 영화였다면 반드시 죽을 캐릭터들만 모여 있었다….

‘…이 세계는 분명 로판 아니었나?’

하긴 이제 아포칼립스도 있고 별의별 내용이 다 섞인 세계인데 로판이냐 아니냐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공포 영화 클리셰를 밟았다는 사실이지.

나는 우선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당연히 당장 이 집을 빠져나가는 게 답이겠지만….

‘그래서 저 지하에 뭐가 있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지하실에 귀신 같은 게 있을 리는 없다. 이 세계가 오컬트물이나 호러물은 아니었단 말이다.

‘게다가 귀신이 있었으면 황제는 진작 아르콘 귀신 때문에 저주받아 죽었겠다….’

그렇다면 또 다른 후보는 뭐가 있을까?

하나, 범죄자. 예를 들어 톱을 든 사이코패스 살인마 같은 놈들.

그렇지만 사실 그런 놈들이랑 붙으면 내가 이긴다. 하다못해 패티와 매티도 둘이 붙여 놓으면 아르콘이 아닌 평범한 제국민은 거뜬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후보, 흑마술사.

지금 가장 가능성이 유력한 건 이쪽이다. 우리는 이 마을 어딘가에 흑마술사의 본거지가 있을 거라고 추측해서 한창 수색을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만약 흑마술사라면 저 지하실로 내려가 빨리 그를 체포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흑마술사를 잡으면 포상으로 경계 근무를 일주일 정도 빼 준다고 했지.”

안타깝게도 이 국경방위군에는 포상 휴가와 같은 제도는 없었지만, 대신 경계 근무에서 빠질 수는 있었다!

그건 절반 정도는 휴가나 다름없지.

내가 갑자기 흑마술사를 잡았을 경우의 포상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내가 이 말을 한 맥락을 알지 못하면서도 달린이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그런데 저희는 아무 혜택 없는 거 아닙니까? 저희는 아직 경계 근무를 안 서니까….”

“…이게 빠져 가지고. 만약 내가 경계 근무를 쉬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겠지? 화가 줄어들겠지?”

“우와!”

그 말에 갑자기 패티와 매티, 그리고 달린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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