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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2부 69화 (82/233)

* * *

“자, 그럼 정면을 보시고~.”

빅팀과 차이키가 밧줄의 양 끝을 들고 섰다. 그들은 정면에 있는 카메라 비슷한 흑마술 아티팩트를 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차이키 씨, 밧줄 잘라주세요!”

“아, 아, 네!”

차이키가 어리숙하게 가위질을 했다. 밧줄이 잘렸고 이어 축하의 꽃잎이 휘날렸다.

“와!”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차이키는 그들의 환대가 어색한 듯 몹시 쭈뼛거렸다.

흑마술사의 권익을 위한답시고 납치를 자행한 대담한 범죄자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태도였다. 나는 그런 차이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차이키, 기념식에 참가한 소감은 어때?”

“아, 좋습니다…!”

차이키는 과거에 나한테 존댓말을 쓰던 버릇이 굳어진 듯 동료를 납치한 상황인데도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노스던 연맹 내에서 흑마술 사용이 허용된 것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성대하게 진행했다.

약속대로 차이키는 기념식에 참여했고,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던 차이키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문득 입을 열었다.

“저….”

“응?”

그러나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그는 한참이나 우물쭈물하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닙니다, 돌아가서 동료들과 의논해 보고, 확실해지면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그래, 긍정적인 방향이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소중한 인질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동시에 빅팀에게 은밀하게 눈짓했다.

차이키의 뒤에 서 있던 빅팀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번쩍-

차이키의 뒤에서 붉은색 빛이 번쩍이더니, 곧 사라졌다.

‘성공한 거야?’

내가 빅팀에게 눈으로 그렇게 물으니 그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차이키에게 건 흑마술은 바로 위치 추적 마법이었다. 빅팀의 설명에 의하면, 위치 추적 마법을 걸면 대상자의 등 뒤에는 흑마술사만 볼 수 있는 표식이 나타난다고 했다.

물론 차이키가 본부로 돌아가면 그곳에 있는 다른 흑마술사들에게 들키겠지만, 그들이 제이슨을 해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하면 되니 괜찮을 것이다. 역시 흑마술사들은 멍청하다니까.

“차이키, 그럼 이제 돌아가 볼 거지?”

“예? 아, 예!”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부디 우리의 제안에 대해 잘 생각해줘.”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다정하게 토닥이며 나는 미소 지었다.

곧 우리는 제이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

“읍읍! 읍읍읍!”

한편 그 시각, 제이슨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입에 재갈이 묶여 있었다.

‘대체 이게 뭐냐고!’

그는 정말로 억울한 심정이었다. 그냥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그는 이상한 공간에 납치당해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를 납치한 자들은 무려 흑마술사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려했던 바와 달리 제이슨에게 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저 제이슨을 잘 묶어놓고 가끔 그에게 밥을 주며 그를 감시할 뿐이었고, 모여서 쑥덕거리며 어딘가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아마도 제이슨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편지 같았다.

처음에는 그 편지를 어디로 보내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말을 엿들은 결과 이제 제이슨도 대강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루비아 님!’

그들은 사루비아에게 협박 편지를 쓰고 있었다. 제이슨을 붙잡고 있으니 흑마술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라는, 뭐 그런 내용의 편지였다.

‘대체 왜 나야!’

그는 치받는 억울함을 주체하지 못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 그의 인생은 언제나 불운했다. 제대할 때쯤 갑자기 전쟁이니 혁명 같은 것에 휘말리고, 한바탕 소용돌이가 끝난 뒤 좀 자유가 되나 했더니 이제는 흑마술사들과의 분쟁에 이용되다니.

그가 묶인 채 절망하고 있을 때, 그를 자주 감시하던 흑마술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제이슨은 이제 그의 이름이 차이키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듣기로는 그가 오늘 노스던 연맹에 다녀왔다는데, 과연 협상은 잘 된 걸까?

제이슨은 제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어?’

그때 우연히 차이키의 등 뒤를 바라본 제이슨이 고개를 갸웃했다.

차이키의 등 뒤에 빨간색 점 같은 게 떠 있었던 것이었다. 허공에 수상쩍게 떠 있는 걸 봐서는 흑마술의 흔적이 분명했다.

‘무슨 흑마술을 쓰고 있는 거지?’

제이슨이 속으로 의문을 가지던 찰나, 그가 있던 방으로 들어온 다른 흑마술사가 차이키를 보며 비명 질렀다.

“차, 차이키, 너!”

“응?”

“너, 너 임마 위치 추적 마법에 당했잖아!”

“뭐라고?!”

바로 그 순간, 요란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콰지지직-

눈앞에 있던 벽이 와르르 무너졌기에 제이슨은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과연 그는 이대로 죽게 되는 걸까?

* * *

“자, 다들 준비되었나.”

윈터가 제복을 입고 검을 찬 채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전부 준비됐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건 윈터의 옆에 서 있던 아퀼라였다.

그들은 바로 제이슨을 구출하기 위해 임시로 조성된 특수부대였다.

수뇌부에서는 마을의 일원이 실종되었다는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특수부대를 꾸렸고, 그 결과 최강의 정예 요원들이 특수부대로 선발된 것이다.

아퀼라는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유달리 눈에 띄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울끈불끈한 근육의 소유자인 그는 바로 산체스였다.

“예, 그, 그러니까 제 흑마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마법에 대해 설명해야 할 빅팀은 오랜만에 만난 산체스의 앞에서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가련해 보여서 아퀼라는 짠한 눈길로 빅팀을 보았다.

“그럼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그들은 인원을 나눠 말이 모는 수레에 올라탔다.

각각 팀장과 부팀장을 맡은 윈터와 아퀼라는 서로 다른 수레에 올라탔다. 산체스와 한 수레에 타게 된 빅팀은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마침내 수레가 덜컹거리며 출발했고, 빅팀은 두려움에 말을 더듬으면서도 브리핑을 시작했다.

“차, 차이키는 지금 10야드 앞에 있습니다. 지금 속도를 유지하면 들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확인.”

“차이키의 위치 이동이 멈췄습니다. 본부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지금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속도 높이도록!”

그렇게 열심히 달린 결과, 그들의 앞에 웬 폐가처럼 보이는 집이 나타났다.

반쯤 부서져 있는 엉성한 구조물이었지만, 빅팀이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환각 마법이 틀림없습니다. 그대로 진입하면 됩니다!”

빅팀의 말대로, 아퀼라는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그가 보고 있던 폐가가 스르르 사라지고 멀쩡한 건물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손짓하자, 팀원들이 일제히 집을 둘러쌌다.

“너 위치 추적 마법에 당했잖아!”

그리고 안에서 그런 고함 소리가 들린 순간, 아퀼라는 주저하지 않고 외쳤다.

“지금!”

그러자 산체스가 주먹을 꽉 쥐고 벽을 향해 내질렀다.

콰지지직-

그의 돌주먹은 벽을 한 방에 부수기에 충분했다.

무너진 벽 너머에서 아퀼라는 반쯤 혼절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는 제이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이슨! 정신 좀 차려봐!”

그나마 제이슨과 가까웠던 아퀼라가 제이슨의 어깨를 흔들었다. 다행히 그는 아직 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제이슨의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아퀼라는 제이슨을 다른 부대원 한 명에게 맡기고 곧장 집 안으로 돌진했다. 뒤에서 윈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 바로 흑마술사들을 모조리 체포한다!”

“와아아아!”

“아, 안 돼! 흑마술을 써서 막아!”

안에 있던 수십 명의 흑마술사들은 끝까지 저항하려는 듯 그렇게 외쳤지만….

“흑마술을 쓰기 전에 기절시켜라!”

아르콘이 자랑하는 정예 부대의 빠른 동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제이든 납치 사건은 허무하고도 빠르게 막을 내리게 되었고.

마침내 흑마술사들을 모두 진압한 뒤, 아퀼라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미소 지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는 사루비아와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 * *

“제이슨이 무사히 있어야 할 텐데.”

가련한 피랍인을 구하러 간 특수부대원들을 기다리며 나는 중얼거렸다.

설마 제이슨의 목만 달랑 와서는 안 될 텐데 말이다, 하하. …별로 안 웃긴 것 같다.

“안 되겠다, 웃음이 안 나와.”

나는 패티와 매티를 데리고 노스던 연맹의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함에 저절로 다리가 덜덜 떨렸다.

“흑흑, 제이슨….”

“제이슨….”

패티와 매티가 슬퍼하자, 왠지 나까지 불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설마 제이슨이 죽진 않겠지, 응….

그러던 바로 그때, 멀리서 다가오던 수레 여러 대가 연맹의 입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수레에서 아퀼라와 함께 내린 건….

“제이슨!”

제이슨이 두 발로 멀쩡히 마차에서 걸어 내리고 있었다!

나는 감격하여 제이슨의 이름을 외쳤고, 그보다도 빨리 제이슨에게 달려간 건 바로 패티와 매티였다.

“제이슨!”

“보고 싶었어!”

제이슨은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패티와 매티를 받아냈다. 그는 그 사이 몇 년은 폭삭 늙은 것 같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살아서 돌아오다니….”

패티와 매티는 제이슨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런 제이슨의 감동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은근슬쩍 말해 주었다.

“제이슨, 너를 구하는 데 패티와 매티도 큰 도움을 줬어.”

“패티와 매티가요? 어떤 도움을….”

“…어… 아무튼 줬을 거야, 응.”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기억이 안 나서 내가 얼버무렸지만, 어쨌든 제이슨은 내 말을 순진하게 그대로 믿는 듯했다.

“패티와 매티가 마침내 내게 도움이란 걸 주다니….”

그는 내 말에 감동을 받은 듯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는 패티와 매티를 빤히 보더니, 그들을 힘껏 끌어안았다.

“역시 패티와 매티도 쓸 데가 있다는 속담이 맞았어!”

“제이슨!”

“제이스으은!”

그렇게 그들이 감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얼른 아퀼라에게 다가갔다.

“아퀼라,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응, 흑마술사들은 모두 기절시켜서 데려왔어. 그리고 유일하게 기절시키지 않은 사람이….”

아퀼라가 붙들고 있는 사람을 보며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차이키.”

차이키는 나를 바라보며 몹시 분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내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아퀼라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키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감히 우리를 이용하다니….”

“존댓말 써라.”

“이용하시다니….”

…차이키가 공손하게 존댓말로 말했다.

음… 왜 모든 흑마술사들은 이렇게 협박에 약한 거지? 생각보다 참 순한 놈들이라니까.

내가 차이키의 태도에 어이없어하고 있을 때, 그가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저기, 이왕 체포되었으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제안하고 싶은 거? 그게 뭔데?”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건 바로….

“저번에 기념식 때부터 생각한 건데요……, 저희 흑마술사들은 노스던 연맹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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