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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2부 63화 (70/233)

나는 사레에 걸려 격렬히 기침을 하고야 말았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콜록, 이시나 님! 제가 방금, 콜록콜록, 맞게 들었는지….”

“맞게 들었어, 사루비아! 일단 물부터 마셔!”

옆에서 이시나가 등을 두드려주는 가운데, 나는 가까스로 진정할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황당하다는 이시나의 표정을 보면 내가 맞게 들은 게 맞는 모양이다.

“아니, 너는 그런 걸 왜 진작 안 얘기해?!”

“그거야 묻지 않으시길래….”

“내가 묻는 것만 얘기하지 말라니까! 아, 속 터져…. 아니, 그래서 애들이 돌을 왜 던진 거야?”

내가 눈을 사납게 떴다. 혹시나 아르콘에 대한 차별로부터 비롯된 거였다면 아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르겠습니다. 마을에 온 낯선 사람들은 꺼지라고 외친 걸 보면, 국경방위군 전체를 싫어하는 것도 같고….”

“확실하잖아!”

결국에는 아르콘이 싫어서 돌을 던졌다는 소리가 맞았다!

우리 집 애가 밖에서 맞고 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띵했다. 내가 이마를 짚고 비틀거리자, 이시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받쳐주며 물었다.

“카론, 그래서 그 애들한테는 뭐라고 안 한 거니?”

“예, 그냥 저는 사루비아 님을 빨리 만나러 오려고….”

“너는 정말 내 생각밖에 안 하는구나….”

나는 결국 소파에 누운 채 기운 없이 중얼거렸다. 아직도 나는 카론의 사고방식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이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카론, 아직도 거기 그 애들이 있을까? 얼굴은 기억해?”

“음, 기억하는 것도 같고…. 그런데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긴, 내가 그 아이들이 어디 사는지 찾아낼 수는 없으므로 의미 없는 일이다. 그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서 담판이라도 지으려고 했는데.

“휴, 역시 아직 문제가 많구나….”

내가 멍하니 누워 있고 카론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을 때, 이시나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아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한 것 같아. 해야 할 일이 많네.”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갑자기 번개처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시나 님, 저 결정했습니다.”

“응? 뭔데?”

“앞으로 아이들의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다 교육이 부족해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음, 그렇긴 하지.”

“그래서 저는 교육부 관리위원에 지원하겠습니다.”

“뭐?”

이시나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비장하고도 결연한 얼굴이었다.

“아, 그리고 수뇌부의 부서 몇 개에서 관리위원을 모집한다고 했는데 지원해 보지 않겠어?”

얼마 전에 유리와 그런 대화를 나눴지. 그때부터 내가 관리위원이 될 운명이라는 걸 짐작했어야 하는데.

관리위원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었다. 나는 이 자치 도시를 세우는 데 기여한 바가 상당히 크고, 그러니 내가 원한다면 위에서도 한 자리를 줄 것이다.

교육부의 가장 높은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사, 사루비아. 교육부의 관리위원이 되겠다고?”

“뭔진 모르겠지만 저는 응원합니다!”

이시나는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였고, 카론은 언제나 그러하듯 해맑았다.

“예, 저는 관리위원이 될 겁니다.”

“하, 역시나 가만히 있지는 않는구나…. 아퀼라가 자리를 떠난 사이에 갑자기 관리위원이 되겠다니.”

“뭐, 이게 사고 치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내 완벽한 계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음, 아마 지금만큼 전생의 기억이 유용하게 쓰일 순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루비아, 교육부 위원이 되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야? 계획이 있어?”

“예, 물론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아르콘을 차별하는 게 문제라면…. 차별할 시간도 없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뭐, 뭐?”

“후후, 완벽한 교육과정이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이게 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친 이 사회 탓이다. 그러니 나는 교육부 위원이 되어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그 교육과정은 대한민국에 기반해 있겠지. 불지옥 입시 맛을 봐라, 이 자식들아!

* * *

나는 먼저 수뇌부에서 일하고 있는 에이프릴에게 가서 교육부의 위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에이프릴은 바로 교육부 최고위원이 될 수는 없다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네 정책기획안을 정리해 와야 해.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후보가 많으니까, 그게 지원 요건이야.”

“예, 자신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 기획안들을 바탕으로 논의를 거친 뒤 너로 결정되면 연설도 한번 하게 될 거야. 얼마 뒤 총위원장을 뽑는 그 선거에서 말이야.”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눈을 빛내니, 에이프릴이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래, 사루비아 네가 또 그 눈빛을 짓고 있는 걸 보니 믿을 만하네. 너는 그 눈빛을 지을 때면 언제나 뭐든 해내고는 했지, 호호….”

“예, 예?”

“자, 얼른 가서 계획부터 준비해 와!”

에이프릴은 나를 자리에서 쫓아냈고,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 혼자 자치 도시 전체를 아우를 교육정책 계획을 쓰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내 기획안을 함께 봐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를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윈터 님, 윈터 님!”

커다랗게 외치며 윈터네 집 문을 박차고 들어간 난 응접실에 있던 알타이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알타이르가 몸을 움찔하며 떨었다.

“어우야…. 너 정말 박력 넘치게 들어온다?”

“윈터 님!”

“사루비아, 무슨 일이지?”

내가 알타이르를 무시하고 윈터를 찾으니, 그가 평소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는 곧장 그의 평정심을 깨뜨릴 수 있을 만한 말을 꺼냈다.

“윈터 님, 저 교육부 최고위원이 되고 싶습니다!”

“뭐?”

그 순간 윈터의 얼굴이 흔들렸다. 윈터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꼭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그래! 사루비아! 네 재능을 발휘할 때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네 재능을 썩히는 건 아까운 일이지! 드디어 그동안 갈고닦은 네 실력을 세상에 드러낼 때가 왔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윈터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내가 배움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 재능을 발휘하기를 원했으니, 내 결정을 누구보다 반길 줄 알았다.

“윈터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며 두 손을 부여잡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윈터를 올려다보니, 알타이르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뭐지…. 나 이 광경 몇 년 전에 본 것 같은데?”

“윈터 니이임!”

“사루비아! 나만 믿도록! 반드시 네가 명성을 떨치도록 해 주겠다!”

그렇게 ‘네 재능을 썩히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던 윈터의 합류로, 나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었다.

얼마 뒤, 나는 들뜬 얼굴로 완성된 기획안을 들고 에이프릴을 찾아갔다.

“에이프릴 님! 이걸 좀 보십쇼!”

“사루비아, 드디어 완성됐니?”

에이프릴은 나긋나긋한 어조로 답하며 내게서 계획서를 받아들었다.

임시 수뇌부의 핵심에서 일하며 바쁜 상황에도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계획서를 읽어 내려가는 그녀의 동공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 사루비아, 이건….”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 악마…?”

“예?”

“아, 아니야…. 확실히 아이들의 교육에 효과는 있겠지만…. 어른들에게 인기는 많겠지만….”

그녀는 계획서를 보며 뭐라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곧 평소의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 사루비아, 역시 너야! 이 정도는 되야 최고위원이 될 수 있지!”

“와, 인정해 주시는 겁니까?”

“내가 윗분들께 잘 말해볼게. 이미 뽑혔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좋아. 곧 있을 연설도 잘 준비하고.”

“예!”

좋아, 무려 에이프릴에게 칭찬받을 정도면 내가 아주 완벽한 기획안을 써낸 것 같다.

* * *

“후….”

아퀼라는 마차에서 내리며 짐을 꺼내들었다.

아퀼라가 수도에서 챙겨온 짐 안에는 사루비아를 위한 것들이 가득했다. 웨딩드레스라던가, 사루비아가 수도에서 즐겨 먹던 과자, 사루비아를 위한 꽃까지.

아퀼라는 사루비아의 머리 색과 어울리는 꽃다발을 소중히 품에 안고는 길을 걸었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으려나.’

사루비아가 그사이 사고를 치지는 않았을지 걱정하며 집으로 향하던 중,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아퀼라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중앙 광장에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이… 아.’

그는 오늘이 자치 도시의 총위원장을 뽑는 날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짐과 함께 집으로 가니 사루비아는 없어서, 아퀼라는 사루비아가 중앙 광장에 나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 짐을 내려놓은 뒤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어디 있지?’

광장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서 사루비아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사루비아를 찾아낼 수 있는 자신이 사루비아를 발견하지 못한 게 이상해서 아퀼라가 당황하고 있을 때.

“자, 이번에는 새로 임명된 교육부 최고위원의 앞으로의 정책에 관한 연설이 있겠습니다.”

새로운 연설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교육부 최고위원?’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아퀼라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 사루비아?!’

그의 사루비아가 단상 위에 당당히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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