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2부 62화 (3) (69/233)

#7. 고문관에 고문관에 고문관을 더해서 어우 깜짝야

제대 D-1917일.

가그네와 자라가 다른 부대로 떠났다.

쿨민트아이스 78기는 상등병들 중 가장 높은 기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신병이 도착한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였다.

“이번에는 세 명의 신병이 왔습니다.”

“그래?”

내가 베니의 말에 감흥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베니야 아직 신병에 관심 있을 군번이라 그런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하긴, 그녀는 입대한 뒤로 후임인 산체스와 도리가 모두 죽지 않았으니까. 딱히 신병에게서 관심을 뗄 만한 계기도 없었지.

반면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신병이야 뭐… 살 놈은 살겠지….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목숨이었다. 왜냐면 원작상 내가 죽는 시점이 드디어 3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원작에 대한 기억을 되찾길 잘했어.’

그 대가로 원래 내 이름을 잃어버린 건 여전히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그것보다 중요한 건 원작에서의 내 죽음을 막는 거니까.

달린이 입대했을 때 원작에서 아퀼라는 막 상등병이 된 시기였다. 그리고 달린이 입대하기 1년 전에 원작 사루비아가 죽었으니까, 그건 지금으로부터 3개월 뒤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정확히 무슨 사건 때문에 죽었는지는 나오지 않고, ‘마물’로 인해 죽었다는 말밖에 없었다는 거지.

원작은 다른 일에는 다 도움이 되어도 정작 내 목숨을 살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나는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테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더욱 확보한다든가….

내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바느질을 하고 있자, 베니가 어쩐지 안달이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루비아 님, 이번에는 꼭 신병들을 가서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베니와 신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

생각해 보니, 후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내 생존에 중요한 것 같기는 했다. 에이프릴의 동기 베논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들었으니까.

‘너무 먼 사이는 아니면서, 나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정도의 사이.’

그리고 만약 이번 신병들이 특히 강하다면, 내 편으로 만들어서 내 죽음을 막을 때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고.

“이번 신병들은 어떤데? 뭐, 산체스 급의 존재감이야?”

“예.”

그 말에 나는 들고 있던 바늘을 떨어뜨렸다. 아니, 어떻게 산체스 급으로 인상 깊은 신병이 또 들어올 수가 있지?

‘산체스 두 명이 나를 지킨다면, 내가 죽을 일은 없을지도 몰라!’

또 다른 강한 신병이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며, 몇 명인데?”

“세 명입니다.”

“산체스보다 강해 보여?”

“아, 그런 건 아니고….”

베니가 우물쭈물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반대입니다.”

“응?”

“산체스와 반대의 의미로 인상 깊습니다.”

* * *

잠시 후, 나는 베니와 함께 멍한 눈으로 신병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데자뷔. 뭔가 산체스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이번 신병들은 참 어리바리해 보였다.

물론 모든 신병은 원래 어리바리한 게 맞다. 그래, 맞는데….

‘왜 저렇게 어리바리해 보이지?’

신병 세 명은 모두 남자였는데, 그들은 서로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한 명은 흑발이었고, 그의 양옆에 선 신병들은 빨간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신병들은 어쩐지 묘하게 닮아 있어서, 형제가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진짜 어리바리하다.’

그들은 둘 다 굉장히 어리바리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몸짓, 어조. 모든 것이 어색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막 연병장으로 나온 지휘사관 디어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가장 왼쪽에 서 있던 신병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수도의 상단에서 일하다 온! 패티입니다!”

이번에는 가장 오른쪽에 서 있던 신병이 외쳤다.

“저는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 온! 매티입니다!”

‘…와, 진짜….’

왠지 불길한 이름이었다. 뭐랄까, 둘이 함께 사고를 칠 것만 같은 이름?

디어도 비슷한 예감을 느꼈는지 굳어 있을 때, 패티와 매티가 서로를 돌아보며 외쳤다.

“동기야! 너 나랑 이름이 되게 비슷하다!”

“정말이네! 너랑 마음이 잘 맞을 것 같아!”

“하하!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래!”

그들을 바라보던 디어가 자신의 뒷목을 붙잡았다.

“…으윽.”

“대, 대체 무슨….”

베니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고, 나도 좀 괴로워졌다.

어떻게 저렇게 티 없게 해맑을 수가 있는 거지? 대체 고참들 앞에서 자기소개 하다 말고 자신들끼리 대화는 왜 나누고 있는 거지? 인사는 또 왜 저렇게 해맑은 거지?

…사실 이제 그들이 누구인지 완벽히 떠올렸기는 했다. 역시 흑마술 아티팩트의 효과는 참 좋다….

“패티와 매티….”

이름에서부터 느껴지지 않는가? 그들은 개그캐였다.

패티와 매티는 원작 ‘네미집’의 모든 개그를 담당하고 있는 개그캐로, 달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문관들이었다….

그들은 한 명의 정상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었고, 패티, 매티, 그리고 정상적인 동기 조합이 소설의 개그 요소였지….

“…정신 안 차리나?!”

멍한 얼굴로 신병을 바라보던 엘이, 디어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얼른 목소리를 높여 빽 외쳤다. 그러자 패티와 매티가 서로 짜 맞춘 듯이 차렷 자세를 취했다.

“…너는 이름이 뭐지?”

디어가 지친 목소리로 가운데에 서 있던 신병에게 물었다. 앞으로 패티와 매티와 늘 함께 다녀야 할 바로 그 신병이었다.

신병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양옆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저, 저는 그냥 제이슨입니다.”

“그래, 그냥 제이슨.”

그날부터 신병 제이슨의 별명은 ‘그냥 제이슨’이 되었다.

* * *

원래 쎄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법이다.

내 예감이 말하고 원작이 보여 줬듯이, 패티와 매티는 정말 엄청난 고문관이었다. 뭐랄까, 갑자기 원작 여주 달린을 재평가하게 되는 느낌?

달린은 남들이 자신에게 일을 지시하면 그 일을 하다가 사고를 쳤다.

그러나 패티와 매티는 남들이 시키지 않은 일까지 찾아서 사고를 쳤다. 따라서 패티와 매티가 한 수 위라고 볼 수 있겠다.

“어? 여기 새 그릇 모아 두는 데였습니까? 저 아까 실수로 다 먹은 그릇을 이곳에 뒀습니다!”

“아, 저도!”

“이, 이 미친…!”

그들은 식당에서 사고를 쳤고.

“혹시 이 풀은 제초 안 하는 겁니까…?”

“…화단에 피어 있는 꽃은 누가 봐도 제초 대상이 아니지 않냐? 아니, 애초에 풀도 아니잖아!”

“헉, 저 저쪽 화단에 있는 꽃들을 전부 밀어 버렸습니다!”

“앗, 저는 중대 본부 앞에 있던 화단에서 꽃들을 밀어 버렸습니다!”

“으, 으윽, 혈압이!”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쳤고.

“치약이 왜 여기 있지?”

“왜 그래, 패티?”

“우리 아까 빨래할 때 치약 쓰지 않았나?”

“응, 그랬…. 그런데 이건 뭐지?”

“아, 아무래도 우리 치약이 아니라 페인트할 때 쓰는 물감으로 빨래한 것 같다! 하하, 어쩐지 거품이 안 나오더라!”

“헤헤, 그랬나 보다!”

소대 내 잡일을 하다 사고를 쳤고.

“야! 검 그렇게 들지 말라고! 땅바닥에 그렇게 질질 끌면! 뒤에 있는 사람이 다치잖아!”

“검 들 때 옆 사람 찌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XX, 루이즈 님이 이 말씀을 하신 이유가 있었어!”

훈련할 때는 알타이르와 유리의 극대노를 이끌어냈는데, 여기서 옛날 상등병들은 다시 한번 1승을 거두었다.

‘루이즈가 검으로 옆 사람 찌르지 말라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엄청 중요한 말이었어….’

이렇듯 그들은 소대 일을 하다가 사고를 쳤고, 중대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쳤고, 일상생활에서 사고를 쳤고, 훈련 중에 사고를 쳤다.

그렇다면 그들이 실전에서도 사고를 쳤겠지?

아니,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실전에서 사고를 치면 진짜로 사망할 테니 다행인 일이기는 했지만, 실전에서만 묘하게 사고를 피해 간다니 조금 얄미운 일이다.

패티와 매티는 뛰어난 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고, 둘이 합쳐 1인분의 검 실력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둘이 실력을 잘 합쳐 한 몸처럼 행동한 덕분에, 그들은 실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었다. 늘 다칠 듯하면서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물을 죽인다.

‘원작에서는 그냥 웃기기만 했는데….’

패티와 매티가 원작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는 개그캐이고 다른 역할은 바로 ‘설명꾼’이었다.

그러니까, 원작에서는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퀼라 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아퀼라 님? 그분은 완전 대단하셔!”

“맞아, 완전 강하다고!”

“…아퀼라 님은 불 속성의 오러를 다루시며 검술을 정확하게 구사하시고 매사에 꼼꼼한 편이시지.”

“여기 있었구나, 달린!”

“너 그 소식 들었어?!”

“무려 윈터 님과 아퀼라 님이!”

“싸우시고 있어!”

“…윈터 님과 아퀼라 님이 연병장에서 대련하고 있으신데, 아무래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야.”

패티와 매티는 온갖 소식을 주워 와서 깝죽대며 그걸 달린에게 전달했고, 제이슨은 그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정보를 정리해 주는 역할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둘은 어떻게 번갈아 가며 말했던 거지?’

정말 개그캐다운 설정이다! 1년쯤 뒤면 나도 그걸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걸까? 정말 기대된다.

‘…아니, 지금 중요한 게 이게 아니지.’

내가 ‘에휴, 저 고문관들.’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걸로 넘어가지 않고, 패티와 매티에게 이렇게 관심을 쏟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비록 그들이 저렇게 고문관일지라도, 저들은 훗날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먼저 원작의 ‘설명꾼’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그들은 부대의 소문을 꽉 잡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은 돈이 엄청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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