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네 명의 미친놈들이 나한테 집착한다』 원작의 비밀
아퀼라의 계획을 알게 된 뒤, 윈터는 그에 대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다니….”
아퀼라를 바라보는 윈터의 눈빛에서는 이제 살기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흑마술은 국가에서 금지한 마법이고, 흑마술을 사용할 때 나오는 부작용은 제국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흑마술을 이용한다고?”
“전 사루비아만 있으면 다 필요 없습니다.”
아퀼라도 이제 선임인 윈터를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를 향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예전부터 그들은 늘 그랬다.
서로 반대되는 속성의 오러를 가지고 있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꺼림칙한 감정은 그들이 동시에 무언가를 갈망하게 되었을 때, 극에 다다랐다.
아퀼라는 윈터가 사루비아에 대한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우습게 여겼으며.
윈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퀼라의 태도를 비난했다.
그들이 이제 검까지 뽑아 들고 싸울 태세가 됐기에, 아까부터 웃는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던 이시나는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정말, 다들 왜 그러십니까….”
이시나는 아퀼라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낸 후, 윈터의 팔을 붙잡으며 그를 만류했다.
그리고 윈터의 시선이 이시나에게로 옮겨진 순간.
“윈터 님은 원칙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 반역을 준비하시는 겁니까?”
“…뭐?”
순간, 윈터의 호흡이 멈췄다.
완전히 근거 없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올 반응은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정곡을 찔린 자의 반응에 가까웠지.
윈터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자, 이시나가 그를 추궁하듯 말을 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
“어떻게….”
“달린이 일했던 공작령은 황궁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입니다. 자꾸 달린에게 공작성에 대한 정보를 묻고, 외부에서부터 오는 편지에는 황궁 지도가 섞여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윈터는 더 이상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냐고 되묻지 않았다.
더 이상 부정하는 일은 의미 없어 보였으니까.
“그래서, 윈터 님은 이 나라를 뒤엎으시려는 겁니까?”
“그래.”
이제 윈터는 앞으로 성큼 걸어 나와, 아퀼라와 이시나를 노려봤다.
“모든 루트가 머릿속에 있어. 충분히 황제의 목을 칠 기회가 있다.”
아무리 사루비아를 사랑하더라도, 윈터는 절대 흑마술을 이용해 그녀를 불러오는 일에 동의할 수 없다.
그는 언제나 옳은 것을 따랐고, 원칙 아래에 있었으니까.
‘게다가 사루비아가 새로 얻은 몸에 만족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 우린 그 누구도 그녀의 의사를 모르니까.’
그렇지만 그가 따라야 하는 원칙들 중 처음부터 잘못된 원칙이 존재한다면. 사루비아를 죽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에 복수하려면-
이 나라를 뒤엎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루비아를 다시 불러오는 일은 바라지 않아. 황제의 목을 날리고, 나는 함께 죽을 거야.”
사루비아가 살아 있었다면 그녀 또한 동의할 일.
윈터는 예전부터 다른 이종족들과는 다르다는 소리를 들어 왔다.
예를 들어 그는 다른 이종족들처럼 황실에 반감을 품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돌브 제국의 충실한 구성원으로서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황실이 ‘이종족’이라는 존재에 그 얼마나 불합리하게 굴었든, 그는 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었다.
그러니, 예전의 윈터였다면 반역 같은 건 상상도 해 본 적 없을 일이었지만….
‘사루비아를 죽게 만든 법, 사루비아를 죽게 만든 국가. 모두 잘못되었다.’
아퀼라와 이시나가 미처 모르고 있던 건, 윈터 그 자신이 예전과 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사루비아가 미처 막지 못한 알타이르의 죽음 앞에서 울음을 터뜨릴 때부터.
아니, 그 이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랑의 편지를 썼던 순간부터.
사루비아는 그의 원칙이 되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