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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집착보다 내 탈영이 빠르겠다 53화(2) (57/233)

#외전 1. 『네 명의 미친놈들이 나한테 집착한다』 원작의 비밀

사루비아가 죽었을 때, 베니는 참 많이도 울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제 자신은 많이 독해졌고 누군가의 죽음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사루비아가 죽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루비아가 죽은 그날, 베니는 울다가 실신했고 산체스에 의해 업혀 들어가야만 했다.

그녀는 그 이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을 것 같다 생각했지만, 곧 이시나나 아퀼라가 평정을 되찾는 것을 보며 그녀도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나 사루비아의 죽음에 매몰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강해져야 한다. 사루비아도 자신이 이렇게 약하게 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자 숙소를 혼자 쓰는 것은 지독히도 외로웠다.

그리하여 달린이라는 여자 후임이 들어왔을 때, 베니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루비아를 닮은 주황색 머리카락! 게다가 어쩐지 사랑스러운 인상의 외모마저도 사루비아와 닮아 있는 듯했다.

‘사루비아 님이 다시 돌아오신 게 아닐까?’

베니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달린이라는 신병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해야 하는 겁니까…?”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베니는 사루비아가 자신에게 그러했듯 달린을 잘 이끌어 주기로 했다.

무수히 많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

두려운 일에서 회피해도 괜찮다.

사루비아가 자신에게 그러했듯, 베니는 달린을 지켜 줄 것이다.

…그렇지만, 아퀼라의 태도는 좀 섭섭했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

늘 남들에게 무심하던 아퀼라가, 달린이 다치지 않도록 그녀의 곁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며 베니는 너무 분했다.

심지어 늘 사루비아에게 관심을 달라 조르던 카론도 이제 달린의 앞에서 얼쩡거리고.

아퀼라와 사루비아를 보며 자신이 음흉하게 히죽거릴 때 옆에서 “으, 미친놈들!”을 외치던 이시나가, 달린이 어떤 행동을 해도 웃어넘기고.

사루비아를 두고 아퀼라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윈터가 이제 달린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려 들 때는.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 되었다!

“어떻게 다들 그러냐고.”

사루비아가 있었을 때, 베니의 취미는 ‘사루비아를 두고 기 싸움을 하는 윈터와 아퀼라 관찰하기’였다.

물론 늘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아퀼라와 사루비아가 결혼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사루비아가 윈터와 있는 것을 보면 또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고는 했다….

‘사실 카론 님과 있을 때도 좋고, 이시나 님과 있을 때도….’

아니, 물론 전부 좋긴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어쨌든 베니는 달린을 헌신적으로 챙겨 주기를 결심했지만, 생전 사루비아를 따르던 사람들이 달린을 챙기는 것을 보면 또 분해지는 것이었다. 자신도 그들 중 한 명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바로 그날.

아퀼라가 베니에게 ‘그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

“어떻게 하겠어, 베니? 가능하다면 네가 산체스로부터 흑마술사를 소개받고, 연락하는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아….”

“네 아버지가 투스타시라고 들었는데.”

“그, 그걸 어떻게….”

그러나 고작 아퀼라가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낸 일로 놀라기에는, 그 전에 아퀼라가 말한 ‘계획’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네 아버지의 힘을 이용한다면, 밖으로 편지를 보내도 윗분들이 눈감아 주실 테고. 도와줄 수 있나?”

그 말을 들은 순간, 베니의 머릿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아퀼라가 보여 주었던 행동들이 그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으니까.

“아아…!”

베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건 그녀의 신념을 어기는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비윤리적이었다. 세상이 지탄할 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인생을 살아온 방식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일이었다! 베니 그녀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두 분이 결혼하실 때, 피아노 반주는 꼭 제가 맡을 겁니다….”

결국 베니는 아퀼라의 ‘그 계획’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

사루비아가 없었다면, 베니의 신념은 오래전에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었다.

그녀의 인생, 그녀의 신념은 사루비아가 지켜 준 것이었으니….

사루비아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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