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 두 번째 가르침
[기상청] ○월 ○일 02:30 수원시에서 규모 5.3 지진 발생/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멈춘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 주의
[재난지원안정청에서 알립니다. ○월○일 13:07 잠실역 부근 헌터 이능 폭주. 속히 대피하시기를 바랍니다.]
[긴급재난알림] 창원시 던전브레이크 주의령
[평택시] 식품 제조 공장 화재
[재난지원안전청에서 알립니다. ○월○일 20:40 2차 헌터 이능 폭주. 속히 대피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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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탈 조선하면 생존 ㄱㄴ?
댓글(87개)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음
⤷진심 아포칼립스가 오고 있다는 걸 느낌. 설마 이미 진행 중인가...
⤷지진에 던전에 헌터 이능 폭주까지?;; 이게 나라냐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이능 폭주 뭔데. 그건 인재잖아... 힐러가 붙었는데 왜 해결 안 됨?
⤷⤷각성 부작용이 이제 나타나는 거 아님?
⤷⤷⤷부작용이 먼 십 몇 년 지나서야 나타나요;;;
⤷⤷⤷⤷요새 돌아가는 분위기 보면 그럴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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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잠실 이능 폭주하는 영상 본 사람?
D급 헌터였다며. 근데 뭔 핵융합 실험하는 것처럼 번쩍여;
헌터들 폭주하면 다 그렇게 됨? 그럼 고등급 헌터가 폭주하면...
댓글(199개)
⤷핵융합 실험 개에바ㅋㅋㅋㅋ 근데ㅇㅈ 시력 날아가는 줄;
⤷생명력 폭발시키는 건데 그럼 당연하지; 헌협은 암말 안 함?
⤷⤷ㅇㅇ슬슬 단골 멘트 나올 타이밍인데. 아직 조사 중에 있으며 정확한 원인은 어쩌구
⤷⤷⤷레퍼토리 지겹다 나는 얘네가 한 번도 일 처리를 빠릿빠릿하게 하는 꼴을 못 봄
⤷2차 이능 폭주한 사람이랑 다른 사람임?
⤷⤷ㅇㅇ 2차는 F급
⤷⤷⤷F급이 헌터냐?ㅋㅋ
⤷다들 안전 불감증임? 뭐가 재미있다고 처웃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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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거리에 돌아다니는 게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하면
옷깃도 스치기 싫은데;(주어 없음)
댓글(18개)
⤷또, 또 이딴 분위기 조장하는 놈들 나올 줄 알았다
⤷⤷아 주어 없잖아요ㅋㅋㅋ
⤷ㅎㅌ 말이지, ㅎㅌ?
⤷⤷판사님 이 새끼가 말했습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능 폭주를 일으킨다? 나락 가는 거지
⤷어디 무서워서 밖에 나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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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내 친구한테 들었는데
요새 헌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종 뽕이 있다며?
댓글(1002개)
⤷끝났네 이딴 글 올라올 정도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지
⤷그런 게 진짜 있음?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어디서 구함?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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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뭔데 댓글 만선임? 근데 대부분 삭제됐네
⤷⤷전국 뽕쟁이들 다 몰려왔나 봄
⤷헌터도 뽕쟁이가 있다고?
⤷있잖아 어디서 들었는데 곧 검은색 포털이 나타날 거라던데 사실임?
⤷⤷존나 뜬금없네 너네 엄마한테 물어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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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스타 길드.
안색이 좋지 않은 육재희에게 비서가 포션을 건넸다. 연이은 공략 일정과 공대 한 팀이 공중분해 된 일로 –천창현 팀- 마침내 길드장 자리에 오른 육재희는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강희수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찾았나?”
포션을 한입에 털어 넣은 육재희가 빈 병을 비서한테 건넸다. 허리를 꾸벅 숙인 비서가 사무실을 나간 뒤 강희수가 입을 열었다.
“네. 꼬리를 잡았습니다.”
“오래 걸렸네.”
“면목 없습니다.”
골드스타 길드 내에서 어두운 이면을 담당하는 부서. 정보부라고 불리지만 백찬민의 편의에 따라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던 그곳은 이제 육재희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천창현.’
백찬민을 죽이고 금성 그룹의 자제들을 등에 업은 채 활개 치던 그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난 뒤.
육재희는 수족들을 시켜 천창현을 뒤쫓게 했다.
눈엣가시 같던 그가 제 발로 떠났으니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었지만 길드원들까지 데리고 간 게 꺼림칙해 그럴 수 없었다.
육재희가 봐 온 천창현에게는 분명 길드에 들어온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떠났으니 필경 그렇게 한 이유가 있을 터.
해외로 뜬 게 아니라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천창현은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렸다.
“그자가 불법 헌터들을 이끄는 ‘블랙’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신종 약물을 유통하고 있으며 최근 일어난 방화, 헌터 실종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 역시 그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사라진 길드원들 역시 천창현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
“최근 일어난 이능 폭주가 해당 약물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팀의 보고입니다.”
“이능 폭주?”
육재희가 강희수가 내민 보고서를 펼쳤다.
언론에 보도된 이능 폭주자들은 D급, F급이었지만 골드스타 길드 내에서도 B급 헌터가 폭주의 조짐을 보여 긴급히 진압한 일이 있었다.
위험 단계는 지나갔으나 그 헌터는 현재 이능 구속구를 착용한 채 회복실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힐러의 치료가 안 통한다고 했지.”
“네.”
“결국 천창현 본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네.”
“그런데…… 도천 길드 측에서도 천창현을 찾고 있었습니다.”
“한우리 길드장이?”
“네. 그리고 저희보다 먼저 그를 찾아낸 듯했습니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육재희가 생각에 잠겼다. 뜬금없이 한우리와 천창현이라니, 이상한 조합이었다.
다른 길드 헌터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나?
‘한우리 길드장은 천창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건가?’
어떻게, 라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삼자대면을 하면 알게 될 일이니까.
육재희가 지시를 내렸다.
“한우리 길드장에게 사람 심어. 이유가 뭐든 우리가 먼저 붙잡아야 한다.”
***
바쁜 일정 중에 간신히 짬을 낸 유하는 벨키오르를 찾아갔다. 은새가 머무는 레지던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유하가 허리를 넙죽 숙였다.
“스승님, 첫 번째 가르침을 무사히 체득했으니 이제 두 번째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지요?”
벨키오르의 징글징글한 것을 보는 시선에도 그는 아랑곳없이 빙긋이 웃었다.
벨키오르가 유하에게 주기로 한 가르침은 총 세 번. 첫 번째 가르침이 이능을 섬세하게 제어하는 것이었으니 두 번이 남았다.
“약속은 약속이니. 따라와라.”
한숨을 쉰 벨키오르가 마력을 일으켰다. 별이와 마수들의 앙증맞은 배웅 –빠빠이- 을 받으며 마법에 몸을 실은 유하는 이전에 수업을 진행했던 은새의 강원도 집 근처의 공터에 도착했음을 알아챘다.
소복이 눈이 쌓인 정경을 바라보던 유하는 벗었던 겉옷을 주섬주섬 걸쳤다.
실내와 다름없는 차림에도 벨키오르는 입김도 뿜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가르침은 합쳐서 진행하겠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시간이 없다. 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세계의 포식자들이 시시각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 어리디어린 세계의 방벽은 ‘씨앗’의 농간에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중이었다.
“네 능력이 얼마나 효용을 발휘할지 솔직히 큰 기대는 없다.”
“뼈 아픈데요…….”
“빛이라는 건 결국 에너지다. 빛은 빠른 속도로 나아가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것은 때로는 천체마저 파괴할 힘을 가졌으며 빛 자체가 무궁한 확장성을 지녀 시공간을 잠식한다.”
설명을 시작한 벨키오르의 주변으로 빛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쳤다. 유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비교도 안 될 순도 높은 힘이었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빛이 없는 게 아니며 빛은 어디에나 있다. 심지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잠재되어 있으니.”
먼젓번에도 느꼈지만 벨키오르의 말은 퍽 추상적인 데가 있어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유하는 딴지 걸지 않았다.
벨키오르의 조언은 그냥……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게 빨랐다.
“누군가는 빛을 광영에 빗대기도 하지만 빛은 한없이 탐욕스럽고 독선적이다. 빼앗고 찢고 잡아먹는 데 익숙하지. 너와 잘 어울리는 속성이군.”
“……와.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신다고요?”
벨키오르에게 집약되는 힘이 커지며 밝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다. 강압적인 힘에 의해 강제로 빛을 빼앗긴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밤과는 달랐다. 발밑이 아득해지며 우주에 내던져진 기분이 덮쳤다.
만물이 지워진 그 장소에서 유하는 오로지 벨키오르만 볼 수 있었다. 일순 숨이 막히는 듯해 유하가 컥, 목을 틀어쥐었다.
“지금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지만 모으는 빛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
“잠깐! 지금 뭘 하시려고……!”
다음 순간,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
시간을 확인한 천창현이 무장을 갖췄다. 섬뜩하리만치 가라앉은 그의 얼굴에 이아람이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정말 혼자 가도 되겠어요?”
“됐어.”
“나 참. 걱정해 줘도.”
맨날 무슨 자신감이래. 그럴 거면 혼자 다 하지 우리는 왜 데려왔대?
고개를 흔든 이아람이 어딘가 멍한 얼굴을 한 조인준을 발견했다.
“쟤는 왜 저래?”
“몰라. 요 며칠 계속 저러던데?”
약국에서 수거한 돈을 세는 데 집중한 오하나가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진해성이 조인준에게 다가가 뺨을 찰싹찰싹 내리쳤다.
“조인준, 야 인마. 정신 차려.”
“어, 어…….”
난데없이 뺨을 맞았는데도 그의 표정은 여전히 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