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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181)화 (181/190)

180화 – 곧 반응이 올 거야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상황 속에서 결국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 까마득한 등급 상승으로 1차 공략에 실패한 연천군 던전이었다.

“마수들이 절대 도시로 숨어들게 하지 마라! 무조건 한곳으로 몰아! 계속 몰라고!”

도천 길드에서 지원을 나온 건 박도윤 팀과 유하, 그리고 미리내였다.

유하의 ‘천 개의 화살’이 마수들에게 비처럼 쏟아졌고, 헌터들의 스킬이 난무했다.

고등급 던전에서 튀어나온 마수들의 기세는 거센 반면, 동원된 헌터들의 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압도적으로 적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팀장님, 세 마리 더 옵니다!”

“알았다! 오종환, 이예나 헌터는 좌측을 맡아!”

“네!”

그럼에도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다들 노력했다. 그때 정신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박도윤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이봐요! 민간인 대피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숨어서 핸드폰으로 현장을 찍고 있던 남자가 박도윤의 외침을 들었음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박도윤이 진열을 이탈해 남자의 앞에 가 섰다.

방어에 구멍이 생기면 동료 헌터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민간인 보호가 우선이니 어쩔 수 없었다.

“나가세요!”

“아, 조금만 찍겠다고요!”

하지만 남자는 되레 성을 내며 뻔뻔하게 나왔다. 핸드폰 화면을 보니 단순한 동영상 촬영이 아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송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박도윤의 이마에 힘줄이 섰다. 던브가 장난 같나…….

“가시라고요. 이곳에 있다가 죽어도 저희는 책임져 드릴 수 없습니다!”

“아! 헌터가 일반인 친다! 구독자님들, 보셨어요? 방금 보셨죠! 이 헌터가 제 팔 우악스럽게 잡는 거!”

아무리 매스컴에서 매일같이 안전 수칙을 떠들어 대고, 던브의 위험성을 설파해도 이런 인간은 어딜 가나 있었다.

문득 회의감이 밀려왔으나 박도윤은 묵묵하게 남자를 끌어냈다.

해일처럼 쏟아지던 마수들이 잠깐 주춤했을 때, 뒤늦게 지원 온 다른 길드 헌터들이 가세했다.

그들과 힘을 합쳐 2차 웨이브까지 막아 낸 도천 길드원들은 담당 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던전 공략을 그들에게 맡기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다들 휴식이 절실했다.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아까 그 남자 봤어요.”

엘레나 킴이 박도윤의 어깨를 토닥이자 그가 쓰게 웃었다. 오종환이 마수의 체액을 뒤집어쓴 머리에 생수를 들이붓고 수건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인터넷 보면 세상이 멸망할 징조네, 이민을 가야 하네, 지구에 안전한 곳은 없네 난리들이던데 어째 현실만 보면 다 거짓말 같다니까? 어휴.”

“언제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는 거예요? 던전의 수는 줄었는데 난도가 헬이니 정말 죽겠어요…….”

서호랑이 다 죽어 가는 얼굴로 빌빌거렸다. 길드원들의 부상을 봐 주던 미리내가 안쓰러운 얼굴을 했다.

“오늘 던브 수습하느라 다들 수고했어요. 우리 회식 한번 할까요? 든든히 몸보신해야죠.”

“와! 부길드장님 최고! 소고기 먹나요?”

“원하는 건 다 먹어, 호랑아. 1차, 2차, 3차까지 법카 찬스 쓸 거니까.”

“와아!”

시들어 가던 서호랑의 안색이 밝게 개었다. 단순하기는. 미리내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불만이 생기기 전에 길드원들의 멘탈을 케어하는 것도 부길드장의 역할이었으므로 미리내는 선뜻 법카를 꺼내 들었다.

박도윤 팀과 회식한 지도 한참 됐고.

길드로 복귀한 그들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1차로 고급 한정식을 먹고 2차는 서호랑이 노래를 부르던 소고기 집으로 갔다.

다들 몸을 쓰는 직업인 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서호랑은 한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끝없이 음식을 빨아들였다.

2.5차로 노래방에 들렀다가 3차로 간단히 맥주라도 하자고 해서 들어간 가게.

온몸을 잠식한 포만감에, 알코올까지 들어가자 서호랑이 흐물흐물 테이블에 녹아내렸다.

“오늘 진짜 배 터지게 먹었어요. 그것도 최고급으로만. 던브 갔다 온 것만 빼면 완벽한 하루였어요. 당분간 음식 생각은 안 날 것 같아요.”

“만족했다니 다행이네.”

“야, 서호랑. 나 지금 네가 한 말 기억했다? 뭐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만 해. 네 부식비 감당하느라 우리 팀장님 허리가 휜다.”

“아, 형! 뭘 또 그런 걸 기억하고 그래요.”

서호랑이 주먹을 붕붕 흔들며 ‘전 아직 성장기라고요!’ 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 

이제 스물한 살이 되는 놈이 성장기는 무슨……. 팀원들이 코웃음을 쳤다.

“맞다, 이거 보실래요? 얼마 전에 갔던 던전에서 기초 훈련소 동기를 만났는데요. 피로 회복에 좋은 캔디라고 하면서 줬어요. 헌터들한테 특히 좋다는데요? 많아요.”

“뭔데? 영양제 같은 거야?”

“몰라요. 아무튼 까먹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났어요. 나눠 드릴게요.”

서호랑이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한 주먹 꺼내 놓았다. 알록달록한 껍질에 싸인 그것은 사탕처럼 보였다.

그가 나눠 준 물건의 껍질을 까 본 유하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깐, 이거 어디서 났다고?”

“헌협 기초 훈련소 동기가…….”

“다들 먹지 마. 이거 마약이야.”

“네에?”

사탕이겠거니 해서 입에 털어 넣으려던 이들이 멈칫했다. 유하의 말을 듣고 미리내가 얼른 내용물을 확인해 봤다.

분명 ‘나비’였다.

“이게 어떻게……. 얼마나 퍼진 거지?”

“뭔데요, 이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도윤 팀이었기 때문에 유하와 미리내는 신종 약물 ‘나비’에 대해 말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이들이 경악했다. 특히 하마터면 팀원들에게 마약을 먹일 뻔한 서호랑은 뒤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으악, 죄송해요! 이런 물건인 줄 전혀 몰랐어요!”

“너 먹은 거 아니지?”

“아뇨! 이거 준 애랑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어서 잊고 있었어요. 먹었으면 큰일날 뻔…….”

걔랑은 손절해야겠다며 서호랑이 연락처에서 아예 그 지인의 번호를 삭제해 버렸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메신저 채팅창을 열어 우다다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친한 사람들에게 그가 알게 된 사실을 알리려는 모양이었다.

“서호랑이 쉽게 손에 넣을 정도면 설마 우리 길드에서도 벌써 복용한 사람이 있는 거 아냐?”

“안 되겠다, 나 먼저 돌아가 볼게. 다들 잘 마시고 가요. 계산은 하고 갈게요.”

“같이 가. 오늘 재밌었어, 모두.”

유하가 미리내를 따라나섰다.

“아니, 부길드장님. 그렇게 가시면…….”

가게에 남겨진 박도윤 팀은 술맛이 뚝 떨어진 표정으로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

비명과 피비린내가 가득한 어둑한 공간.

“으악! 으아악!”

길게 이어지던 소음이 어느 순간, 뚝 하고 멎었다. 

전 골드스타 길드의 헌터이자 천창현과 함께 행동하고 있는 이아람이 질린다는 얼굴로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그렇게 능력을 계속 흡수하면 부작용은 없어요?”

“버틸 만해.”

살인할 때의 흥분이 가라앉은 눈으로 천창현이 대답했다. 그는 처참한 몰골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었다.

시체를 따라서 붉은 길이 생겨났다.

그의 고유 능력인 ‘강탈’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특성이었으나 전생보다 더 많은 스킬을 흡수한 천창현은 부작용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성질이 정반대인 스킬이 내부에서 충돌하면서 야기되는 고통은 칼날이 핏줄을 들쑤시는 것처럼 끔찍했다.

“그만하면 충분한 것 같은데.”

“아직 부족해.”

“대체 얼마나 욕심이 많은 건지, 원.”

그의 힘에 대한 집착을 알고 있는 이아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러다 몸이 펑, 하고 터져 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녀의 혼잣말을 들었으면서도 천창현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퍽!

시체가 내동댕이쳐진 바닥에는 기이한 문양이 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강림석이 있었고 피가 닿은 부분부터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생기를 흡수당한 것처럼 시체가 미라같이 말라비틀어졌다. 그러더니 이내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틱, 틱.

천창현이 피 묻은 손으로 라이터의 부싯돌을 튀겼다. 벨키오르라는 변수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짜증이 났다.

그가 제대로 된 ‘씨앗’이 아니기에 ‘문’을 열기 위해 이전부터 모아 왔던 마수의 신체 부위 역시 강림석에 흡수시킨 지 오래였다.

“아직도 멀었어요? 결사일.”

“거의 마무리 단계야.”

이아람은 유력 정치인의 숨겨진 사생아로, 친모를 겁탈하고 끝내 죽게 만든 친부에게 깊은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천창현이 복수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했고 실제로 몇 번은 친부를 곤란한 상황에 빠트렸다.

그녀가 온갖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천창현에게 협력하고 있는 이유였다. 물론 그녀는 천창현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 세계의 존망을 위협하리라는 것까지는 몰랐다.

“추격자들의 동향은?”

“골드스타 길드에서 은밀하게 사람을 풀어 우리를 찾고 있어요.”

“도천은.”

“모르겠어요. 정보부가 움직이고 있는 건 분명한데 누군지를 모르겠네. 우리가 모르는 그림자가 있었나?”

천창현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강림석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한 한우리가 절대 자신을 찾는 걸 포기할 리 없으니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했다.

“약국 쪽에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나?”

“딱히?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었고. ‘나비’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이아람이 이죽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창현은 헌터보다 이런 나쁜 짓 하는 쪽에 재능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약, 단순히 헌터들을 중독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했죠?”

“그래.”

“뭐예요? 슬슬 알려 줘도 되잖아요.”

시기를 가늠한 천창현이 천천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곧 반응이 올 거야. 직접 확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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