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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172)화 (172/190)

170화 – 매우 단단하여 결코 부서지지 않는 것

언노운 중 방어를 담당하는 쿠랄.

그는 온몸에 암석을 갑옷처럼 둘러 바위의 골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돌산처럼 크고 장대한 덩치와 가공할 만한 파괴력.

몸에 두른 게 보통 암석이 아닌지 웬만한 공격에는 부서지거나 금이 가지도 않았다.

어쩌다 유효타가 들어가도 금세 수복되는 점이 헌터들을 맥 빠지게 하고, 또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이 위대한 쿠랄 님의 무용 앞에 비천한 것들이 고개도 제대로 못 드는구나! 어이, 이봐! 그래서 간지럽기나 하겠어? 크하하핫.”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쿠랄의 모습에 인찬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그는 방패를 내려놓고 고유 능력 ‘금강’을 발동했다.

단단하기라면 이쪽도 지지 않는다.

그동안 길드 소속의 신체 강화 계열 헌터들과 강도 높은 훈련을 계속해 왔다.

친구들을, 사람들을 지키는 결코 깨지지 않는 ‘방패’가 되기 위해.

클레이모어를 쥔 길아연이 신호했다.

“지금!”

두 사람은 총알같이 튀어 나가 기합을 내지르며 쿠랄에게 각기 무기와 주먹을 휘둘렀다.

쿠콰콰콰!

“음? 또 너희들이냐! 그런 건 내게 아무 소용 없다고 했을 텐데!”

각개 전투할 때 쿠랄을 상대하던 게 인찬과 길아연이었다.

기습 공격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타격은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쿠랄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잘됐군.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죽여 주마!”

“어이, 쿠랄! 진열 이탈하지 마!”

“내가 없으면 잠깐도 못 버티나? 기다려라, 금방 끝내고 돌아올 테니.”

센도라의 부름에도 쿠랄은 두 사람을 향해 쿵, 쿵 묵직한 걸음을 옮겼다.

가로막는 이가 사라지자 마수들이 눈을 까뒤집고 남은 언노운에게로 달려들었다.

“저 뇌까지 돌덩이로 만들어진 것 같은 자식이…….”

“내버려 둬. 말한다고 해서 들어먹을 쿠랄이 아니잖아.”

검을 휘두르며 라크웰이 낄낄거렸다.

촤악!

튀어 오른 핏방울을 혀로 핥은 그가 스산하게 읊조렸다.

“말한 것처럼 금방 돌아오겠지.”

그들이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인찬과 길아연을 따라온 쿠랄은 양측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튼튼한 몸 하나만으로 모두 막아 냈다.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피하기는!”

꽝! 꽝!

망치로 쇠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깨지고 금 간 부위가 금세 수복되는 걸 보고 시선을 교환한 두 사람은 속도를 올려 쿠랄을 더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런 건 내게, 안 통한다고!”

눈 덮인 대지가 뒤집히고, 흙과 암석으로 만들어진 창이 쏘아졌다.

자세를 바꿀 틈도 없이 인찬과 길아연에게 직격했다.

“큭!”

“괜찮으십니까, 길아연 헌터!”

날아오는 창을 몇 개는 피하고, 몇 개는 몸으로 막아 낸 인찬이 신음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나는 괜찮아요! 계속 몰아붙여요!”

“네!”

두 사람은 쿠랄이 눈치채지 못하게 관절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아무리 단단한 암석 갑옷이라고 해도 움직여야 하는 이상 관절 부위까지 두껍게 만들 수는 없었다.

“하하하! 내게는 아무 소용도 없다니까…… 음?!”

퍽!

그 순간, 길아연의 클레이모어가 쿠랄의 발목에 깊이 박혀 들어갔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는 이능을 가득 실어 횡으로 베어 냈다.

“이, 이게 무슨! 어떻게 이 몸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거지? 말도 안 돼!”

“으랴아앗!”

기우뚱하는 거체를, 턱이 불거지도록 이를 꽉 깨문 인찬이 전력으로 들이받았다.

쿠웅!

그 틈을 노려 헌터들이 스킬을 쏟아 냈다.

사력을 다한 집중 포화로 한순간 쿠랄이 무력화된 듯 보였다.

“해치웠나?!”

그 대사를 한 헌터에게로 날 선 비난의 눈길이 쏟아졌다.

누가 저 사람한테 저 대사 금지라고 안 알려 줬어?!

뒤늦게 옆 사람이 몸을 던져 그의 입을 막았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빌어먹을 인간들이! 후욱! 후욱!”

뽀얗게 피어오른 흙먼지 속에서 쿠랄이 몸을 일으켰다.

다 깨지고 부서진 암석 갑옷은 너덜너덜했다.

그러나 귀신처럼 핏발이 선 눈동자에 살기가 넘실거렸다.

쿨럭!

쿠랄의 입에서 걸쭉한 피가 흘러내렸다.

“다 죽인다!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죽인다! 찢어 죽인다!”

대지의 힘이 폭주했다.

모래 폭풍이 일어나고, 뾰족한 돌산이 솟아나면서 무차별적으로 헌터들을 공격했다.

길아연과 탱커들이 방어했으나 이성이 날아간 쿠랄은 절제라는 걸 몰랐다.

“후욱! 후욱!”

시야가 벌게진 그는 위대한 자신이 인간들 따위에게 이렇게까지 내몰린 것에 분노했다.

그의 능력이 성가신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지형을 자기 멋대로 주무른다는 점이었다.

땅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갈라지며 쥐 몰이를 하듯 헌터들을 수세로 몰아갔다.

암석 갑옷이 수복되기 시작했다.

“서인찬 헌터! 마지막 기회예요!”

‘비상하는 방패’를 펼친 채 동료 헌터들 앞에 선 길아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한 번 갑옷이 깨졌으니 쿠랄은 경계 수준을 높일 것이다.

그러면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부숴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인찬이 튀어 나갔다.

그의 머릿속으로 길아연과 나눴던 대화가 빠르게 흘러갔다.

‘저자의 능력은 분명 아득한 경지이지만 우리가 언제는 등급 따져 가며 마수와 싸웠나요? 막막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게 헌터예요. 그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겠죠. 뭣보다 서인찬 헌터, 당신도 똑같은 방어 계열의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제가 말입니까? 하지만 제 고유 능력은…….’

‘스킬이 소망의 발현이라고 말한 거 기억해요? 고유 능력은 말하자면 재능의 영역이에요. 머리 좋은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고유 능력이 <천재>인 사람은 전 세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모두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대단한 발견, 또는 발명을 했다.

‘…….’

‘다시 말해,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고유 능력으로 붙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서인찬 헌터의 금강도 마찬가지예요.’

금강(金剛).

사전적 의미로 매우 단단하여 결코 부서지지 않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인찬은 과분한 칭호라 생각했으나 길아연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강도에 있어서는 서인찬 헌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거죠. 할 수 있어요. 오직 서인찬 헌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확고한 눈빛을 했다.

“흐랴아앗!”

방패를 놓을 때 인찬은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했다.

자신은 탱커였다. 최전방에 나서서 친구들을 어떤 위험에서도 지켜야 할.

길아연의 단언에도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할 수 있을까?

내가, 태생이 S급인 친구들과 출발선부터 다른 자신이.

소심한 성격 탓에 시비가 걸려도 큰소리 한번 내 본 적 없는 변변찮은 내가 쿠랄과의 일대일 정면 승부에서 부서지지 않을 수 있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지 몰랐던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용기가 솟아났다.

심장이 격동하며 온몸의 피가 빠르게 돌았다. 이러다 몸이 풍선처럼 터져 나가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근육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의 피부가 투명한 은빛으로 빛나며 몸이 금속처럼 견뢰해졌다.

고유 능력을 이처럼 극한으로 발휘한 적은 처음이었다.

곧 깨질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인찬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이능이 몰렸다.

‘보인다!’

어그러지는 듯했던 시야가 확장되며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 너머의 세계가 펼쳐졌다.

쿠랄의 암석 갑옷이 몇 번이고 부서지고 수복되면서 ‘틈’이 생긴 지점을 포착했다.

눈에 끔찍한 통증이 덮쳐 오며 피가 흘러내렸지만 인찬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전력으로 들이받았다.

꽈과과광!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듯한 엄청난 폭음.

헌터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 속을 쳐다봤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은.

“크헉…… 헉! 이럴 수는…….”

“허억, 허억…….”

인찬의 손이 쿠랄의 가슴을 꿰뚫고 등 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경악한 쿠랄의 눈동자가 파들파들 떨리며 인찬을 향했다.

거친 숨을 몰아쉰 인찬은 단번에 손을 뽑아냈다.

“크학!”

암석 갑옷이 산산이 부서진 쿠랄의 몸이 거꾸러졌다.

무릎 꿇은 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에 피거품을 물었다.

“말…… 도 안 돼. 이 내가…….”

쿠랄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자 힘을 완전히 소진한 인찬 역시 쓰러졌다.

“힐러!”

“인찬아!”

길아연이 바닥에 닿기 전 인찬의 몸을 받아 냈고, 초조하게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미리내가 즉시 달려가 스킬을 쏟아부었다.

“뭐야, 쿠랄 녀석이 당했다고?”

“그 자식이 멍청하기는 해도 실력 하나만큼은 대륙에서 알아줬는데.”

“흐음.”

언노운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그들은 원래 지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일대와 그 한복판에 무릎 꿇은 쿠랄의 시체를 무정한 눈길로 응시했다.

“인찬아…….”

우리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한계를 돌파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 인찬의 활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담았다.

그의 친구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철의 요새를 무너뜨렸다.

그 또한 철의 방패가 되어.

핏줄이 불거지도록 검을 움켜쥔 우리가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시선 끝에 한 사람이 미쳤다.

라크웰.

“김우종 헌터, 육재희 헌터. 우리도 뭔가를 보여 줘야지 않겠습니까?”

비장한 목소리에 그들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대한민국 헌터들이 침입자 따위에게 질 수는 없지요.”

아우우우!

마수들이 울부짖는 한복판에서 우리의 시선을 알아챈 라크웰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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