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167)화 (167/190)

165화 – 찾았다, 시작의 드래곤의 반려를

[제일일보] 서울시 은평구, 언노운(Unknown)에 의한 테러 발생. 광안리 던전 브레이크 이후 사상자 최대 규모…….

[YB뉴스] 은평구 사태, 피난소 부족해. 후원의 손길 잇따라

[잇데일리] 종로구에서 합동 장례식 치러져.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모 행렬

[한국경제] 한국 헌터 협회장, 책임 통감해. “테러범들과 결단코 타협하지 않을 것”

[헌터디스패치] 언노운, 그들은 누구인가?

포털 사이트를 새로고침 할 때마다 다 읽을 수도 없는 양의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종일 은평구 사태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서울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테러.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여겨졌던 그 일이 단 한 명의 괴한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동시에 헌터 책임론이 불거지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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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게시판] 헌터 이 새끼들 돈은 그렇게 많이 처벌면서

서울시 방어 하나 제대로 못 하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그렇게 선전해 대더니 나라 꼬라지 잘 돌아간다

솔직히 나라에서 헌터들한테 혜택 주는 게 좀 많냐?

운 좋게 이능력 각성한 거 가지고 신흥 귀족이니 뭐니……. 사람들이 연예인처럼 열광해 주니까 좋았냐?

어느 국가에서는 아예 헌터를 인간 이하의 노예로 부린다던데 이 기회에 시스템 싹 다 뜯어고치고 헌터 놈들한테 현실을 일깨워줘야 함.

헌협은 쓰레기고 정부가 제일 무능해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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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헌터협회장사퇴해 @4V2jUek99kU

은평구 테러 일어났을 때 전국 길드장, 부길드장들 송파구에 다 모여 있었다며. 왜 출동 안 했어? 손 놓고 구경만 했어?

너희가죽인거야너희가죽인거야너희가죽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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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Kmedia_choi

꼴좋다. 이게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헌터들 수준인가?

차라리 우리 집 개가 더 용맹하겠다. 적어도 겁쟁이처럼 꼬리 말고 숨어 있지는 않을 테니까.

혼란 속에서 K그룹 차남이자 은새와 갈등 관계를 빚었던 K미디어 대표 최인호가 새벽에 SNS에 글을 올렸다가 빛처럼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인사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충격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지금 헌터들에게 쏟아지는 원색적인 비난은 부당하며, 결국 언노운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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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다들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고 슬픈 마음은 이해하는데

분위기 너무 과열된 것 같아.

그 자리에 헌터들 안 간 거 아니고, 가까운 길드에서는 서둘러 지원 나갔고, 지나가던 헌터들도 많았어.

테러범이 오래 머물렀던 것도 아니고 고작 15분 만에 벌어진 일인데.

그렇게 따지면 대테러부대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시스템은 정말 잘 되어 있는 거거든.

단지 상대가 말도 안 되게 강했던 거지……. 이걸 헌협이나 헌터들 책임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싶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신이 아닌 이상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무슨 수로 막겠어?

빌런이 나쁜 거지, 힘을 가진 헌터들이 전부 나쁜 게 아니잖아.

그보다 언노운 정체가 대체 뭘까? 왜 우리나라로 오는 거지…….

탈출한 실험체라는 말이 있던데 진짠가

댓글(259개)

⤷다 뚫렸는데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는 뭐가

⤷익명게시판에서 이딴 글 싸지르는 거 봐라 음습하기 짝이 없네 속내 훤하죠? 알바인 거 다 들켰죠?

⤷천재지변ezr 그런 거 하라고 세금 내는 거거든? 똑같은 사람인데 왜 못 막아 그게 더 문제지

⤷야이 방구석 폐인들아 테러범들이 쳐들어오면 니들이 목숨 부지할 수나 있을 것 같냐? 입 닥치고 헌터들한테 살려달라고 빌기나 해라 아니면 주님한테 곧 간다고 예고장이나 보내든가

⤷저 사람들 못 막으면 우리 다 죽는 거야?ㅠㅠ...

언노운이 언제든 내륙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촉박하게 움직였다.

남자가 나타난 게 경고의 의미라는 걸 모를 수 없었다.

그런 와중 돈 있는 사람들이 몰래 해외로 도피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걸리면서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국민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전(前) 황해도 지역.

작전지로 지정된 이곳에 한국의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B급에서 S급까지. C급 헌터들도 능력에 따라 더러 눈에 띄었다.

도천 길드에서는 한우리를 위시한 S급들과 더불어 배진혁 팀, 오향기 팀, 박도윤 팀이 왔다.

길드에 소속된 자들 말고도 함락의 수호자 길아연이나 청풍검신 김우종, 부동명왕 이진래처럼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이들도 국가의 위기 앞에서 기꺼이 참전했다.

한자리에 모일 일이 없는 이들이 전부 모이자 그 기백이 가히 재앙이라 불리는 최상위종 마수도 해 볼 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만큼 앞으로 상대할 적은 만만치 않았으므로.

천창현도 팀원들과 함께 골드스타 길드 소속으로 출진했다.

웬만해선 나서지 않는 1세대 헌터들도 온 것을 보고 그는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전생에서는 없었던 일이야.’

테러? 언노운이라는 자들의 이름도 들어 보지 못했다.

측정 불가 등급의 정체불명의 괴한들.

소문이라도 들어봤으면 경계했겠지만 정말 그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무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이세계에서 온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불쑥 나타났다.

회귀로 인한 나비효과를 의심했으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무튼 이 일 때문에 천창현은 기껏 무구를 만들어 놓고도 한서리를 처리하는 걸 뒤로 미뤄야 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림자에 붙은 꼬리를 제거하고 싶은 그로서는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천창현의 거무죽죽한 시선이 저 멀리 도천 길드원 사이에서 마수들을 돌보고 있는 유은새에게 닿았다.

던전 보스의 저주로 일찍이 죽었어야 할 사람이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는 것부터가 변수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통제를 벗어난 변수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변수들이 쌓여서 그가 하려는 일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천창현의 눈빛이 섬뜩해졌다.

한편 은새는 언노운과의 전투를 앞두고 전력으로 조룡 도다리, 영호 민들레, 검은뿔표범 하늘이에 더해 일각수 쿠키까지 데려왔다.

언노운이 ‘시작의 드래곤’을 노리고 있으니 혹시 몰라서 별이는 일부러 데려오지 않았다.

마수들을 배불리 먹인 그녀가 쿠키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드러운 털은 엉키는 것 없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쿠키야, 벨키오르 님은 괜찮으시겠지?”

푸르릉.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쿠키의 콧김이 은새의 뺨을 간질였다.

떠나는 날까지 벨키오르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별이가 권능을 사용해 그에게 직접 전음을 보내려 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가로막혔다.

당황한 아이가 위그드라실에게 벨키오르의 행방을 묻자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뿐,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렴.’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위그드라실의 ‘잠시’와 ‘오래’는 인간인 은새의 기준과 다른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늦을 리 없었다.

하지만 따질 수도 없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별일 없으셔야 할 텐데…….”

걱정으로 그녀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쿠키가 위로하듯 은새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쿠키를 안은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와 미리내는 작전지휘부로 갔고, 솔은 겁을 잔뜩 먹은 양희진을 낄낄거리며 놀리고 있었다.

김일도 길드장이 괜히 말을 얹었다가 혜화 길드의 목화시 길드장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인찬은 오랜만에 만난 길아연 헌터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하는 돌아다니면서 길드원의 긴장을 풀어 주고 있었고.

그 밖에도 많은 헌터들이 있었다.

은평구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두고 날 선 비난을 들었음에도 목숨 걸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들이.

‘큰일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쪼쪼, 그리고 작은 마수들과 함께 집에 남은 별이가 벨키오르가 돌아오면 바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보내겠다고 했으니 늦지 않게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때였다.

“언노운! 출몰했습니다!”

천리안 스킬을 가진 헌터가 소리치자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을 풀던 헌터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얼마쯤 지나자 멀리서 하늘을 떠다니는 천공섬의 형체가 드러났다.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에 진을 치고 있는 그들을 발견했을 텐데도 천공섬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접근했다.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천공섬에서 검은 인영들이 뛰어내렸다.

타닥, 탁.

자료에서 봤던 대로 아주 개성 강한 이들이 지상에 발을 딛고 서서 헌터들을 마주했다.

적들의 숫자는 여섯.

하지만 한 명, 한 명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포식자의 아가리에 들어온 것 같은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는 헌터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야, 많이도 모였네. 하야트 님, 시작의 드래곤은 안 보이는데요?]

은평구 사태를 일으킨 눈 밑에 상처가 있는 남자가 히죽거렸다.

가장 뒤에 선 남자의 무감각한 시선이 헌터들을 훑었다.

한겨울의 호수에 빠진 것처럼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시선이었다.

그러다 은새와 눈이 마주친 하야트의 붉은 눈동자에 안광이 도사렸다.

그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아니. 찾았다, 시작의 드래곤의 반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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