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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152)화 (152/190)

151화 - 우리 큰일 난 것 같은데?

[허락받지 않은 자가 이곳에 발을 들였구나.]

대신관들의 무덤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공간을 웅웅 울리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칫, 신성 결계인가!”

키에라가 손에 마력을 휘감고 언제, 어디서 쇄도할지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함정인가 해서 은새도 베일 카라스의 봉을 들고 사주 경계를 했다.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신성한 공간을 더럽힌 죄인들에게 신의 철퇴를.]

우우웅…….

알아볼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던 벽에서 흰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숨통을 조여 오는 신성한 힘.

다음 순간 벽을 둘러싸고 서 있던 갑옷들이 일시에 끼기긱 녹슨 쇳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투구 안에 번쩍 안광이 들어찼다.

갑옷들은 장창과 검을 빼 들고 일행을 향해 전진했다.

“살아 있는 존재는 아니고, 골렘 같은 건가?”

“안 돼, 안 돼. 시간 없어!”

유하가 탈출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며 서둘러 활시위를 당겼다.

쐐애액, 쾅!

그러나 갑옷에는 흠집만 조금 났을 뿐 멀쩡했다.

이렇게 맥없이 공격이 튕겨 나올 줄은 몰랐던 일행이 당황했다.

“이럴 수가. 어떻게 해야 되지?”

“일단 피해!”

미리내의 지시에 유하가 가장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로먼을 잡아채 옆구리에 끼고 찔러오는 창을 피해 뛰어올랐다.

“그래 봤자 오래된 유적 주제에!”

키에라의 손에서 마력이 범람했다.

좁은 공간에서 펼치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마법이 발현되자 일동이 경악했다.

“아니, 저…… 왜 저래!”

꽈과광!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면서 공간이 뒤흔들렸다.

치솟는 불길과 사방을 가득 메운 연기.

“콜록, 콜록! 얘들아, 괜찮아? 로먼, 다친 곳은요?”

“우리는 괜찮아.”

“저도 다치지 않았어요!”

소매로 코와 입을 막은 은새가 전방을 주시했다.

“갑옷은?”

끼리릭, 철컥.

불길한 소음이 들렸다.

로먼이 바람을 불러와 연기를 한곳으로 몰아내자 여전히 문양에서 흰빛을 뿜어내는 벽과 부서진 곳 하나 없이 멀쩡히 전진하는 갑옷들이 보였다.

키에라가 쯧, 혀를 찼다.

“로먼, 강림석은 어디에 있어요?”

“차, 찾아야 해요! 잠시만요!”

“그럼 로먼은 강림석을 찾는 데 집중해 주세요. 저것들은 우리가 막아 볼 테니.”

“……네!”

궁극적인 목표는 강림석을 찾아서 가지고 나가는 것.

저것들과 싸우는 게 아니었다.

로먼이 눈을 감고 탐지 마법을 펼쳤고 은새와 유하, 미리내는 어떻게 하면 갑옷들을 효과적으로 묶어 둘 수 있을지 고심했다.

부수는 게 안 된다면.

“차라리 묶어 놓는 게 나으려나?”

“뭐라도 해 보자!”

미리내가 스킬, ‘속박’을 걸었고 유하가 아공간에서 아이템 ‘오누이를 구한 동아줄’을 꺼내 갑옷들의 발을 줄줄이 엮어 버렸다.

“오! 통했어?”

“오래 버티지는 못해!”

수가 워낙 많아 힘이 드는지 미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동아줄에 발만 묶인 병사들이 몸부림을 치며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이템의 내구도가 시시각각으로 깎여 나갔다.

“아니 그런데 트로이가 있는 침투 2조는 왜 안 와?”

살짝 짜증이 난 유하가 입구가 있는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함정인가?

하지만 로먼과 키에라도 있는데…….

긴가민가하며 로먼이 강림석을 찾아내기를 기다리던 그때였다.

[이노옴! 정녕 신벌이 두렵지 않느냐!]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벽의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윽!”

로먼과 키에라가 귀를 틀어막으며 주저앉았다.

그들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미리내야, 힐!”

“알았어!”

미리내의 스킬이 개방되며 그들의 망가진 고막이 회복되었다.

로먼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반짝였고 키에라도 놀란 듯 보였다.

이 세계에서 치유술이란 신관의 영역이었으므로.

“얘들아, 우리 큰일 난 것 같은데?”

쿠르릉 소리를 내며 입구가 닫히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러다 갇히겠어!”

“로먼! 멀었어요?”

“찾았어요, 저기 네 번째 관 안에 들어 있어요!”

뭐, 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관을 여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 보니 망설일 틈이 없었다.

“은새야!”

“응!”

관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은새가 속박에서 벗어난 갑옷들의 공격을 피해 달려갔다.

바닥을 굴러 날아오는 창을 피한 그녀가 관 앞에서 사죄의 말을 속사포처럼 늘어놓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한데…… 저희한테 진짜 필요한 물건이어서요. 물건만 챙기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을게요. 나가면 꼭, 꼭 친구들과 함께 사죄의 기도를 올릴게요. 실례하겠습니다!”

베일 카라스의 봉을 지렛대 삼아 관 뚜껑을 열어젖혔다.

다행히 관 안에는 시체는 없고 웬 유리관에 담긴 비석 같은 검은 돌만이 들어 있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은새가 유리관을 열어 강림석을 꺼내려 했을 때였다.

‘응? 방금 뭐…….’

파지직, 하고 전류가 튀어 오르고 은새의 몸에서 금빛 마법진이 떠올라 순식간에 뭔가를 튕겨 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은새가 눈을 깜빡였다.

“은새야, 방금 뭐였어?!”

“모르겠어. 그런데 벨키오르 님의 마법이 발동된 걸 보니 뭐가 있긴 있었던 모양인데…….”

미리내와 유하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수상한 물건인 만큼 저주라든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작용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하지만 사전 정보가 없었는데.

벨키오르의 마법이 아니었으면 은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정황이 의심스럽다 보니 이것마저 트로이의 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이 붉은빛으로 불길하게 물들었다.

벌써 입구는 반쯤 닫혀 있었다.

갑옷을 피해 달아나며 미리내가 소리쳤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키에라, 부숴요!”

“에스퍼 주제에 나한테 명령하지 마! ……젠장.”

상황이 긴급하다 보니 키에라는 어쩔 수 없이 마법을 일으켰다.

여태 이 공간에서 시도한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는?

마력구가 날아갔고 펑! 하고 그 근처가 다 박살이 났다.

“됐다, 나가자!”

“로먼, 불편해도 참아요!”

“으앗!”

유하가 걷는 게 불안한 로먼을 어깨에 둘러업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7분. 아슬아슬했다.

대신관들의 무덤을 벗어나자마자 은새가 통신 아이템에 대고 밖에 있는 친구들을 불렀다.

“얘들아, 어디에 있어?”

-은새야, 왜 이렇게 늦었어!

전투 중인지 우리의 말 사이로 소음이 섞여 들렸다.

“일이 좀 있었어. 바깥 상황은 어때? 경비병 많아?”

-아직은 버틸 만한 수준이야. 그런데 더 지체하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올라와, 그때까지는 우리가…… 뭐야?!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은새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우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황태자.

우리는 대답 대신 낮게 읊조렸다.

앞서 달려가던 유하와 미리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슬란이 여기에 와 있다고?

***

흑마법사들의 근거지에 홀로 남겨진 별이는 쿠션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거렸다.

‘누나가 날 두고 가써…….’

은새가 왜 자신을 놓고 갔는지는 이해하는 부분이었으나 서글픈 건 별개였다.

“사자시여, 밤이 늦었으니 잠자리에 드시지요.”

“…….”

“아니면 간식이라도 드시겠습니까?”

흑마법사들이 별이를 달래려 사근사근 말했으나 아이는 고개를 홱 돌려 못 들은 척을 했다.

은새와 자신을 강제로 떼어 놓은 저들이 미웠다.

한참을 소파 위에서 뭉개던 별이가 느릿느릿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훌쩍거리느라 코와 눈가가 빨개진 채였다.

‘……예언서 찾아야지. 누나가 나한테 부탁했으니까.’

은새가 바란 것이니 그게 뭐든 꼭 찾아 주고 싶었다.

대놓고 흑마법사들에게 예언서가 어디 있냐고 물어볼 수는 없어서 별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옆에서 뭐라도 해 주고 싶어서 서성거리는 흑마법사를 슬쩍 본 별이가 하품하며 졸린 척을 했다.

“나 들어가서 잘래요.”

“……! 네, 다 준비해 놨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별이는 은새와 함께 쓰는 방으로 들어가 오늘따라 커다랗게 느껴지는 침대에 몸을 폭 뉘었다.

이불을 꼭꼭 잘 덮어 준 흑마법사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남겼다.

“안녕히 주무세요, 사자님.”

문이 닫히고 인기척이 멀어지자 별이는 슬그머니 일어나 침대를 벗어났다.

오랜만에 아기 드래곤의 모습이 된 별이가 창문을 드르륵 열고 밤하늘을 날아올랐다.

이동하는 데에는 날개가 있는 쪽이 편리했으므로.

‘어디를 먼저 뒤져 봐야 하지?’

별이는 파닥파닥 저택 근처를 배회하며 경계가 삼엄한 곳 위주로 생각해 봤다.

트로이의 연구실, 그리고 지하 창고 정도가 떠올랐다.

‘그 남자의 연구실부터 가야겠다.’

허락 없이 남의 공간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배웠지만 지금은 예외 상황으로 쳤다.

은새가 허락했으니까.

트로이의 연구실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마법이 걸려 있었으나 별이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계를 비집고 들어가 너른 방을 둘러보았다.

[예언서는 어떻게 생겼지?]

책인가?

아무래도 그게 가장 가능성이 있었다.

별이는 무수히 많은 책이 꽂혀 있는 책장 주변을 날아다녔다.

[움. 없는데…….]

혹시 이 방에 숨겨진 공간이 있나 하고 탐지 마법을 펼쳤을 때였다.

[금고! 여기가 수상해!]

별이의 기감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금고를 발견한 별이가 눈을 반짝였다.

저주 마법이라든가 남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단단히 방비해 놓은 게 척 보기에도 의심스러웠다.

벨키오르의 레어에서 은새에게 줄 선물을 챙기느라 보물 창고를 털어 본 경험이 있는 별이는 반색하며 그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개나리색 마력이 피어오르고, 잠시 뒤 금고가 덜컹 열렸다.

기대감에 부풀어 안을 들여다본 별이의 금색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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