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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148)화 (148/190)

147화 – 수배령을 내린다

아슬란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이능을 끌어올리려던 그 순간, 트로이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발동시켰다.

흑마법사들은 적이 많은 만큼 언제, 어느 때고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다.

저택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일시에 가동되었다.

콰과과광!

폭발음과 함께 강한 열기가 에스퍼들을 덮쳤다.

“전하, 무사하십니까!”

방어막을 넓게 펼쳐 아군을 보호한 에스퍼가 소리쳤다.

염력으로 충격을 밀어낸 아슬란에게는 당연히 피해가 없었다.

안개가 걷히고, 사령술로 만들어 낸 암흑 기사들이 갑옷을 절그럭거리며 에스퍼들을 향해 전진했다.

“쯧. 쉽지 않겠군. 페넬로페!”

“알았어!”

페넬로페가 에스퍼들에게 각종 버프를 걸었다.

아슬란을 제외한 이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암흑 기사들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물이나 불 같은 속성 공격보다 물리 공격이 더 잘 통했다.

흑마법사들을 노려보던 아슬란이 순식간에 암흑 기사의 뒤로 이동해 손을 뻗었다.

쾅!

이능파에 의해 가슴이 뻥 뚫린 암흑 기사는 비명 소리도 내지 않고 아슬란에게 반격했다.

‘완전히 부숴야겠군.’

날아오는 검을 피하며 아슬란이 손에 이능을 휘감았다.

검을 든 암흑 기사의 팔이 휘리릭 돌아 떨어져 나갔다.

기세를 타고 아슬란은 남은 한쪽 팔과 다리, 머리까지 날려 버리거나 아예 우그러뜨렸다.

순식간에 전투 불능이 된 암흑 기사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휘유, 역시 전하십니다!”

“전투에 집중해라.”

에스퍼 군단에서 최정예라고 불리는 1소대인 만큼 다른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암흑 기사들이 그들의 손에 박살이 났다.

“칫, 다들 공격해! 저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돌연변이일 뿐이다!”

트로이가 흑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법사들은 에스퍼를 두고 ‘돌연변이’ 혹은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라고 칭했는데, 그야 힘의 근원도 모르고 귀족가 출신이 많은 마법사와 다르게 에스퍼는 평민 출신이 많아 하극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저택이 무너지면서 마력 방해 마도구가 손상된 것인지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쏘아 보냈다.

성가신 공격이었다.

눈썹을 설핏 찌푸린 아슬란이 허공을 도약해 암흑 기사들을 뛰어넘었다.

단숨에 흑마법사 앞까지 도달한 그가 경고 조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고 했을 텐데?”

트로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슬란의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그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전하!”

“오빠!”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거센 돌풍이 일어나 화염을 가르고 아슬란이 멀쩡히 걸어 나왔다.

그의 눈동자가 이능으로 물들었다.

몸을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힘에 흑마법사들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큭!”

“커헉!”

아슬란은 마력 봉인구를 꺼내 들고 흑마법사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궁지에 몰리고도 트로이는 기회를 노리는 매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트로이가 옆에 있는 이에게 눈짓하자 거센 마력 폭풍이 일어났다.

아슬란이 멀리 날아가 무너지다 만 벽에 처박혔다.

“……후퇴한다!”

트로이는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퇴각 명령을 내렸다.

오늘 집회에 모이기로 한 인원이 전부 있었으면 저 망할 에스퍼들을 납작 짓뭉갤 수 있었을 텐데! 게으른 자식들 같으니.

흑마법사들은 즉시 공간이동 마법을 전개했다.

잔해를 해치고 나온 아슬란이 서슬 퍼렇게 외쳤다.

“붙잡아라!”

“예, 전하!”

에스퍼들이 끈질기게 따라붙는 암흑 기사들을 따돌리고 이능을 펼쳐 마법이 완성되는 걸 방해했다.

경지가 높은 마법사는 어떻게든 성공시켜 저택을 벗어났고 그보다 실력이 뒤떨어지는 이들은 발로 뛰어 도주를 감행했다.

에스퍼들을 피해 달아나던 한 흑마법사가 잔해에 걸려 넘어졌다.

남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트, 트로이! 나도 데려가!”

“쯧, 저 덜떨어진 놈 같으니. 로먼! 알아서 살아남아라!”

트로이는 매정하게 남자를 내버려 둔 채 마법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마법의 흔적을 쫓아 에스퍼들이 흩어졌다.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낸 아슬란이 뚜벅뚜벅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히익!”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불꽃으로 만들어진 창이 아슬란의 발치에 꽂혔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훌쩍 뒤로 물러난 그에게 빛의 화살이 쇄도했다.

이능을 펼쳐 막으며 아슬란이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지?”

무너진 천장에서 은새와 친구들이 뛰어내렸다.

“이야, 구경 잘 했어? 황태자 전하. 큰소리 떵떵 칠 만한 실력이야.”

솔이 히죽거리며 불꽃으로 만들어진 창을 휙휙 돌렸다.

일행을 알아본 아슬란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어졌다.

“외국인 에스퍼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들은 황궁에서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지?

우리가 정중히 말했다.

“유감입니다만 저희가 그자한테 볼일이 있어서요. 양보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별이의 은신 마법으로 황궁을 무사히 탈출한 친구들은 저택에서 멀리 떨어져서 흑마법사와 에스퍼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뛰어난 이 세계 에스퍼들의 실력에 놀란 그들은 시간도 때울 겸 직업병처럼 전력을 분석했다.

특히 황태자의 이능 다루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염력을 다루는 헌터는 지구에도 있었지만 그처럼 잘 다루지는 못했다.

메인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왔으나 별문제 없으면 이대로 조용히 물러나서 다시 황궁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판에 귀에 꽂힌 ‘로먼’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제압당해 불안에 떠는 저 남자가 그들이 찾는 흑마법사인 듯했다.

“……저자들을 붙잡아라!”

아슬란은 일행이 흑마법사를 노리고 그의 뒤를 밟았다는 사실에 싸늘히 분노했다.

어떻게 오늘 자신이 이곳에 오리라는 걸 알았는지는 차치하고 미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게 이상했다.

설마 하니 저들이 흑마법사와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위험 분자로 규정한 이들이 허가 없이 지정된 장소를 이탈했으니 이는 중죄에 해당했다.

하지만 도망간 흑마법사들을 잡느라 에스퍼들이 많이 자리를 빠져나간 게 문제였다.

페넬로페가 서둘러 이능을 사용해 에스퍼들을 불러 모으려 했으나 그 전에 아슬란과 솔이 격돌했다.

“황태자 전하와는 꼭 한번 붙어보고 싶었거든!”

강자라면 반드시 싸워 봐야 하는 솔이 흥에 겨워 거세게 창을 휘둘렀다.

며칠 동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감시를 받았으니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황태자는 강한 이능을 일으켜 솔을 찍어 누르려 했으나 솔의 몸을 둘러싼 홍염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남아 있던 에스퍼들이 가세하고 유하와 우리가 맞섰다.

“오, 브라운 경. 다른 장소에서 보니 반갑네? 경이 칠칠치 못하게 말을 흘리고 다닌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 이 자식!”

유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상대를 도발했다.

브라운 경은 일행을 감시하던 에스퍼 중 하나로, 감시자들과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달리 유하는 에스퍼들에게서 정보를 얻고자 제법 친밀하게 굴었다.

그렇다고 친해진 건 아니고 다만 경계심을 조금 늦출 수 있었다.

유하는 기민한 눈치로 그저께부터 감시자들이 교체된 걸 깨닫고 원래 감시하던 이들이 뭘 하는지 주시했다.

그러다 브라운 경이 다른 이와 오늘 작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걸 몰래 엿듣게 되었다.

자신 때문에 오늘 작전이 새어 나갔다는 걸 안 브라운 경은 분노하며 자신의 주변으로 보랏빛 안개를 만들어 냈다.

유하는 안개를 향해 화살을 연신 쏘아 보냈으나 특수한 작용을 하는지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자꾸만 엇나갔다.

“어디로 쏘는 거지?”

“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실력을 보여 주고 싶잖아.”

씩 웃은 유하가 재차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에도 빗나간 화살이 돌연 궤도를 꺾어 브라운 경의 어깨에 박혔다.

“악!”

“전투 중에 방심은 금물이야.”

뒤에서 날아온 예상치 못한 공격에 브라운 경이 신음했다.

우리와 맞붙은 이는 검을 다루는 에스퍼였다.

명실상부 한국 1위 헌터라는 위엄에 걸맞게 우리는 화려한 검무를 선보이며 상대를 압도해 나갔다.

전력을 내보일 필요도 없었다.

“얘들아, 다른 에스퍼들이 오고 있어!”

별이와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은새가 전투 중인 친구들에게 외쳤다.

한창 흥이 올랐던 솔은 물러날 때임을 직감하고 칫, 혀를 찼다.

“우리가 바빠서 이만 가 봐야겠네? 잘 놀았어!”

솔은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넋을 빼놓고 있는 로먼의 뒷덜미를 잡아채어 은새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우리와 유하도 공격하던 걸 멈추고 합류했다.

“별이야, 공간 이동 부탁해!”

“네!”

준비하고 있었던 별이가 즉각 마법진을 생성해 냈다.

“마법사였나!”

아이에게 뭔가 있을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설마 마법사일 줄이야.

그것도 저 나이에,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경지의.

광활한 빛이 터지고 은새와 친구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이미 흔적도 남지 않은 자리를 아슬란이 흉흉하게 노려보았다.

어찌나 살벌한 눈빛인지 일찌감치 붙잡힌 흑마법사들과 1소대 에스퍼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뒤돌아선 아슬란이 저택을 나갔다.

“당장 이 일을 황궁 에스퍼 총괄부에 알리고 저자들의 수배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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