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98)화 (98/190)

97화 – 기다리고 있었어

[익명게시판] 지금 한국 길드들 다 난리남

아까 오후에 도천 한우리 길드장이 기자 회견한 거 봄?

공략 끝난 던전에서 진동 울리는 거 몇 달 전부터 협회에 보고됐었는데

그 일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걸;;;

헌터들의 나라에 히든 던전과 히든 보스의 등장이라...

A-던전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S급으로 등급 상승했다던데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겠음;;;

쨌든 이거 때문에 길드들 대책 회의 열리고 난리 났는데

부디 목숨만은 보전할 수 있기를....

그런 의미에서 각성석이 유일한 희망인디 어딜 가야 찾을 수 있냐?

늬들 장롱 속에 숨겨 둔 거 다 아니까 이실직고해라

최고가 매입 가능 선제시 바람ㅇㅇ

댓글(792개)

⤷인천 던전 정밀 측정 결과 S+ 등급이라는 말 있던뎅

⤷⤷뭐야 그럼 A-에서 몇 단계가 상승한 거야;; 까딱하다가 다 죽어 나가겠는데?

⤷원인이 뭐래?

⤷⤷헌협에서 조사 중

⤷⤷⤷이제 공략 중에 지진 나면 바로 튀어나와야 함

⤷각성석 그거 환상의 포켓몬 같은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한국에서 발견됐다는 말 아직 들어 본 적 없음

⤷⤷그럴 리 없어 분명 대형 길드 놈들이 숨겨놨을걸

⤷나는 한우리 기자 회견 보고 아득해지더라. 죽은 헌터들도 너무 안됐고... 그게 우리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동감...22

⤷히든 던전이니까 보상이 더 좋으려나?

⤷⤷각성석이라도 발견되는 거 아님?

⤷⤷⤷헐 이거다.

⤷⤷사람 죽은 던전에서 보상 얘기하는 건 좀...

⤷⤷⤷아니 궁금할 수도 있지 멀 그래

⤷⤷사탄도 울고 갈 새X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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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인천 부평구 히든 던전에서 탐사 결과 각성석 ‘파편’ 발견돼

댓글(1015개)

⤷각성석도 아니고 파편은 뭐임? 드래곤X임? 7개 모아야 한 단계 등급 상승 가능?

⤷에바ㅋㅋㅋㅋㅋㅋㅋ 용암 지대라며. 사람들이 하도 각성석 타령해대니까 아무 돌멩이나 들고 무리수 두는 거 아님?

⤷애미야 보상이 짜다.

⤷각성석인 줄 알았는데 각성석 파편이었습니다. 따란

⤷근데 파편이라도 각성석이면 어쨌든 좋은 거 아니야? 기사 보니까 해외에서도 파편이 주로 나오는 모양인데.

⤷목숨 걸고 각성석 파편 나오는 히든 던전 공략하기 VS 아시아 최상위 대학 재학생에 4개 국어 및 5개 컴언어를 구사하는 나와 백년가약 맺기

⤷⤷닥전

⤷⤷닥전222

⤷파편이라도 얻으려면 히든 던전을 노려야 하나

⤷⤷아무리 각성석이 급해도 히든 던전은 좀

⤷⤷말이 씨가 된다. 또 누가 죽을지 알고

⤷야, 야. 부산에서 히든 던전 또 터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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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부산 해운대구 B급 던전에서 히든 던전 조짐 확인돼

금일 공략에 나섰던 낙엽 길드 소속 길드원들이 레이드 도중 던전 이상 현상을 확인하고 긴급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던전은 B급 ‘폐장한 놀이동산’으로 현재 함락의 수호자 길아연 헌터가 투입되어…….

댓글(102개)

⤷이번엔 몇 명이나 죽음?

⤷⤷사망자1 중상자3

⤷전멸한 도천 공략팀보다는 상황이 나은데 그래도 암담하다. 헌협에서 얼렁뚱땅 내놓은 매뉴얼 개쓸모없어

⤷이 정도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자연재해 아니냐고요...

⤷이번엔 그래도 빨리 대응한 게 측정 헌터가 던전 포화도가 이상하다고 말해서라는데 그러면 곧 예측도 가능하지 않을까?

⤷부산에는 길아연이라도 있지, 다른 지역에서 히든 던전 터지면 어떡하냐

⤷⤷다 죽는 거지 뭐...

⤷아니 그래서 히든 던전이 왜 생기는 거냐고. 헌협 원인 파악 제대로 안 하냐?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님도 모르는 걸 걔네가 어떻게 알아요.

***

탁.

급작스럽게 터진 히든 던전 사태로 은새는 비상근무를 하다가 피로에 절어서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은새를 재운 벨키오르가 방을 나왔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박도윤과 팀원들도 길드로 불려가 현재 집에는 은새의 마수들과 드래곤 둘뿐이었다.

사람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뿐인데 왠지 집 안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거실로 간 벨키오르가 별이를 찾았다.

“별.”

“네에, 아빠.”

쪼쪼의 털에 파묻혀 뒹굴고 있던 별이 벌떡 일어나 쫑쫑 달려왔다. 아이는 돌아온 은새가 많이 지쳐 보여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런 별이의 고수머리를 벨키오르가 쓰다듬었다.

“위그드라실을 만나러 잠시 다녀오마.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은새를 지키고 있어. 할 수 있지?”

“네, 아빠! 뉴나는 내가 지킬게요!”

은새 말고 또 다른 보호자인 벨키오르가 자신을 두고 원래 세계에 다녀온다는데도 별이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지키라는 말에 강한 기대감을 갖고 금색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잠든 은새를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게 벨키오르로서는 탐탁지 않았으나 위그드라실의 부름이 있은 지 꽤 시일이 지났다.

그동안 은새가 부탁한 게 있어서 복귀를 미뤘지만 그녀도 돌아왔고 또 위그드라실의 용건이 길어질 것 같지 않아 이 틈에 조용히 다녀오려는 것이었다.

벨키오르가 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어려도 드래곤이기에 은새를 맡기고 가는 것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은새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게 익숙해도 살의에 예민하고 누구보다 강대한 힘을 가졌다. 야생에 내던져 놓으면 제 앞가림은 할 수 있을 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무엇보다 은새를 지키는 데 별이만큼 진심일 자는 없었다.

벨키오르가 시선을 돌려 청백색 털이 몽실몽실한 쪼쪼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은새를 부탁한다. 다른 마수들에게도 전해.”

매애.

쪼쪼가 알겠다는 듯 벨키오르의 손가락을 핥았다.

마지막 안배로 집에 보호 마법을 중첩해 걸어 놓은 벨키오르는 뒷마당으로 가 세계수 분목 앞에 섰다.

세계수는 어느새 제법 자라 우람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금빛 마력이 휘몰아치고 풍경이 뒤바뀌었다.

세계수의 신역으로 들어선 그는 머릿속에 전달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수억 년을 살아온 이 세계의 원천, 위그드라실이 수호자를 맞이했다.

[늦었구나. 혼자 왔니?]

“무슨 일 있나?”

[있어. 그런데 먼저 저 아이부터 달래 줘야겠구나.]

아이?

벨키오르가 미간을 좁힌 그때 멀리서 울먹거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벨키오르 니이임!]

듀가 눈물을 글썽이며 날아왔다. 듀는 백 년은 떨어져 있던 것처럼 벨키오르의 옷깃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어 젖혔다.

혼자 두고 갔다고 이러는 건 아닐 테고. 벨키오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 모양이지?”

[설원의 드래곤의 수족인 마르모르를 찾았는데……. 헤어지고 나서 안 좋게 됐다나 봐.]

위그드라실이 난처한 목소리를 냈다. 뒷목을 잡아 듀를 떼어 낸 벨키오르가 사실 확인을 위해 질문했다.

“마르모르가 죽었나?”

[드래곤 슬레이어, 그 개자식들이 마르모르를 죽였어요! 타데아 님도 모자라서……. 어흑.]

“진정해.”

듀가 마르모르와 교감을 했던 사이라는 걸 아는 벨키오르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듀의 등을 느리게 쓸어내렸다.

그 다정하고도 익숙해 보이는 손길에 위그드라실이 내심 놀라워하는 것을 모르고 벨키오르가 무심하게 질문했다.

“이유는?”

[짐작만 하고 있어. 그것 때문에 신탁의 드래곤을 만나 보는 게 좋겠구나.]

“……아케이아를?”

[인간 용살자들의 행보가 위험하다고 하더구나.]

신탁의 드래곤, 아케이아는 웬만해서는 나서는 일이 없었다. 또한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않으니 그런 그녀가 벨키오르를 찾는다면 예삿일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지체될 것이라 생각한 벨키오르가 걸음을 재촉했다.

“다녀오지.”

[그래. 듀는 나한테 맡기고.]

진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듀를 마법으로 재운 벨키오르가 아케이아의 레어가 있는 ‘젊음의 샘’으로 향했다.

눈을 감았다 뜨자 보이는 건 샘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호수였다.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경관을 잠시 살펴본 벨키오르가 호수 표면을 응시했다.

젊음의 샘은 예로부터 신화로, 전설로 인간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병을 낫게 하고 건강한 시절의 젊음을 되찾아 준다는 이 장소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줄곧 드래곤이 지켜 왔다.

그 수면 아래로 몸을 던진 벨키오르는 몸이 젖어 드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박하게 꾸며진 레어가 나타났다.

마법으로 몸을 말리고 안으로 들어선 벨키오르가 레어의 주인을 불렀다. 이미 젊음의 샘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그가 온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아케이아.”

하지만 대답은 다른 이에게서 들려왔다.

“이게 누구야, 말년에 만난 반려한테 푹 빠져서 외부 세계로 나도는 벨키오르 아니야?”

“와, 벨키오르. 천오백 년 만인가? 너는 변한 게 없네.”

“하하하, 왔어? 하도 안 와서 아케이아의 예지가 틀린 줄 알았다.”

“벨키오르한테 반려가 생겼다는 게 사실이었어?!”

온갖 드래곤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드래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드래곤 로드가 강제로 소집해도 빈둥빈둥거리다가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 마지못해 오는 게 그들이었다.

둘만 모여도 시끌벅적할 판국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결집해 있으니 벨키오르는 절로 머리가 아파 왔다.

“……왜 여기에 다 모여 있는 거지?”

“그렇게 싫은 표정 짓지 말아 줄래? 아케이아가 부른 거니까.”

산체스가 술을 병째로 들이켜며 히죽거렸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뺨을 보아하니 이미 거나하게 마신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여기 모인 거지?

“기다리고 있었어, 벨키오르.”

고요한 울림을 품은 목소리가 소란을 잠재웠다. 백발과 백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새하얀 드래곤이 공간에 들어서며 그와 지그시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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