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74)화 (74/190)

73화 –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국룰

[공식] 유은새 헌터, 폭행 사건과 무관…… 범인은 오리무중

금일 포털을 뜨겁게 달구었던 ‘유은새 헌터 폭행 사건’이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각, 도천 그룹 창립 기념식에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CCTV 판독 결과 유은새 헌터와 비슷한 체형의 다른 인물로 보인다고 경찰은 알렸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유은새 헌터는 ‘피해자들에게 너무 날 선 반응은 삼가 달라’며 ‘오해가 있었을 뿐, 그들에게 악의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측은 용의자를 잡는 데 최선의 노력을…….

댓글(3022개)

⤷유은새가 돈으로 입막음한 거 아님?

⤷맞네 맞아. 솔직히 눈 가리고 아웅이지.

⤷님덜 몰랐음? 유은새 원래 싸가지가 바가지자너~ㅋㅋㅋ 아는 사람들은 다 앎

⤷유은새 도천 그룹 창립 기념식 참석한 건 사실임 (기사 링크)

⤷⤷와, 유은새 얼굴 무슨 일... 기업인들 사이에 당당히 서 있는 저 모습. 근데 스급즈가 그룹 창립 기념식에는 왜 갔대?

⤷⤷⤷한우리 따라갔나 보지 머. 그리고 한도준 회장이 도천 S급들 엄청 아낀다고 했음.

⤷유은새 보살이냐? 나 같으면 무고죄로 싹 다 처넣을 텐데.

⤷유은새랑 체형 닮았다는 그 사람 누구야. 부러움ㅜ

⤷피해자 SNS에 글 올렸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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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도롱 @DorongEee8212

(경찰서에서 찍은 사진. 모두 환하게 웃고 있음.)

(은새, 우리, 미리내 사인이 찍힌 사진)

좋은 일로 만난 건 아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오해를 받아 불쾌하셨을 텐데 짜증 한 번 안 내고 오히려 위로해 주시고…….

거기다 치료 잘하라고 선물까지 보내 주셨네요ㅜㅜ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유은새 헌터,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S급은_배포도_S급인걸까? #제_우상이십니다! #천사는_손도_따뜻_마음도_따뜻 #폭행범은_자수하라

댓글(519개)

⤷다친 곳 괜찮으세요?ㅜㅜ 웃는 모습 보니 다행이에요.

⤷오오오, 스급즈 친필 사인! 부러워요~ㅎㅎ

⤷얻어맞고 좋댄다. 그래서 얼마 받았냐?

⤷경찰서 팬 미팅 현장

⤷유은새랑 만날 수 있다면 처맞아도 좋아

⤷근데 진짜 유은새한테 맞았으면 뼈도 못 추렸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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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ㅇㅇㅅ 요즘 소문 이상하지 않냐?

인성 논란에 폭행 사건까지. 뭔가 감춰 왔던 게 서서히 드러나는 너낌.

댓글(56개)

⤷유은새 원래 업계 평판 좋은데 요새 들어 쎄하긴 함

⤷감춰 있던 게 드러나기는 무슨 유은새 헌터 그런 사람 아니거든???

⤷나 모 호텔 직원인데 ㅇㅇㅅ가 와서 터무니없이 디씨해달라고 해서 애먹은 적 있음ㅠ

⤷⤷엥? 돈도 잘 버는 사람이 왜 구래

⤷⤷⤷원래 있는 놈들이 더함

⤷유은새 도플갱어 있는 거 아님? 이 정도로 평판이 극과 극이라고? 띵리적 갓심

***

경찰서에 다녀온 다음 날. 은새는 솔과 통화 중이었다. 핸드폰 너머로 솔이 씩씩거렸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창립 기념식에 참석 안 했으면 꼼짝없이 뒤집어썼겠다!

“그러게. 다행이지, 뭐.”

-너는 참 속도 편하다. 안 억울해? 커뮤니티에 별말이 다 올라오던데.

그것들 싹 다 잡아서 혼내 줘야 하는데. 솔이 맘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은새가 피식 웃었다.

“억울할 게 뭐 있어. 나는 괜찮아.”

-아무튼 요새 이상해. 누군가 악의적으로 네 평판을 망가뜨리는 것 같단 말이야.

“그래? 나는 잘 못 느끼겠는데.”

-둔감하기는! 그러다 눈 뜨고 코 베어 가도 그렇게 허허 웃을래?

솔이 격분했다. 무어라 말하려던 은새는 방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알았어, 끊자. 나 나가 봐야 해.”

-이 밤중에 어딜 가?

“마당. 별이랑 봄이 데리고 별 구경하기로 했거든. 벨키오르 님이랑 경호팀이랑 같이.”

-너는…… 그래, 천하태평 유은새를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솔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은새는 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갔다. 별이 쪼르르 달려와 은새의 다리에 매달렸다.

아이가 흥분해서 조잘거렸다.

“뉴나, 누나! 오늘은 다 같이 늦게 자는 거예요? 마당에서 맛있는 것두 먹구? 너~무 좋아요.”

“응, 별아. 오늘 신나게 놀고 내일 다 같이 늦잠 자자. 마침 구름이 없어서 별도 잘 보이니까.”

“네에!”

별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호다닥 달려 나갔다. 은새가 웃으며 아이의 뒤를 따랐다.

마당으로 나가자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별 구경과 더불어 바비큐 파티도 할 참이었다.

마수들과 벨키오르, 경호 중인 박도윤 팀이 서로 도와 가며 준비했다.

중국이 눈에 띄는 수작질을 부리지 않는데도 박도윤 팀의 호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크르릉.

꾸꾸.

삐-삐!

마수들과, 벨키오르의 어깨에 앉아 있던 봄이가 다가와 은새에게 머리를 비볐다. 그녀는 마수들의 머리와 턱을 쓰다듬어 주었다.

은새가 마당을 둘러보고 박도윤 팀에게 말했다.

“망원경 설치 다 했네요?”

“네! 제가 이런 것에 흥미가 있어서 많이 만져 봤거든요.”

이예나가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망원경은 총 세 개. 은새가 오늘을 위해 특별히 구입한 것이었다.

은새는 감탄하며 망원경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별 구경을 하는 것은 그녀도 처음이었다.

이예나와 몇 마디 더 나눈 은새는 꼬치에 고기와 채소를 꽂고 있는 박도윤과 오종환에게로 갔다.

“벨키오르 님 도와드리는 거예요?”

“네. 사실 시키지 않으셨는데 눈치껏 하는 겁니다.”

“하하, 하긴. 벨키오르 님은 혼자서도 척척 빠르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마법으로 말이지요.”

장난스러운 오종환의 말에 은새가 맞장구쳤다.

“맞아요. 휘리릭.”

“휘리릭.”

은새와 오종환은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별거 아닌 말장난이었지만 재밌었다.

은새는 긴 테이블에 자리 잡은 벨키오르에게 갔다. 그는 바비큐 소스와 핑거푸드를 만들고 있었다.

별이 도천 그룹 창립 기념식에서 먹었던 음식을 또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드는 중이었다.

아이는 벨키오르의 옆에 착 달라붙어 자신이 먹었던 음식이 어땠는지를 재잘거렸다.

“그건 있죠. 바삭하구, 달콤했어요!”

“토핑으로 뭐가 쓰였지?”

“움, 잼 같은 거였는데. 사과였나, 포도였나. 구랬어요! 그리고 상큼하고 부드러운 것도 있었어요!”

“이런 느낌이었나?”

“네!”

레시피가 없는데도 별이의 간단한 설명만으로 벨키오르는 척척 음식을 만들어 냈다.

은새가 감탄하며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먹었다. 잼을 바른 빵에 아삭한 양상추와 햄, 치즈를 넣은 간단한 샌드위치인데도 맛있었다.

벨키오르가 바비큐 소스를 만드는 걸 보고 은새가 말했다.

“저는 바비큐 구울 때 매콤한 소스가 좋아요.”

벨키오르가 말없이 이미 만들어둔 소스를 가리켰다. 은새의 취향에 맞춰 따로 만들어 둔 것이었다. 시뻘건 소스는 보기에도 매워 보였다.

“와아. 벨키오르 님 특제 매운맛 소스!”

“그런 게 왜 좋은지 모르겠군.”

“한국인은 슬플 때도, 우울할 때도, 즐거운 일이 있을 때도 매운 음식을 먹어요.”

“……?”

“전통이에요.”

은새가 농담을 했다. 하지만 벨키오르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희한한 전통이 있다니.

잠시 뒤 바비큐 준비가 모두 끝났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어슬렁어슬렁 한자리에 모였다.

박도윤이 화로에 불을 붙이고 철판을 올렸다. 철판이 예열되자 벨키오르가 돼지 목살 스테이크와 양념 바른 꼬치를 가지런히 놓았다.

양파와 소시지, 새송이버섯도 한쪽에 구웠다. 싱싱한 새우가 점차 붉은빛을 띠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냄새가 마당에 퍼졌다. 보기 좋게 구워지는 음식들이 침샘을 자극했다.

엘레나 킴이 은새에게 나무젓가락을 주며 말했다.

“이거 저희는 별 구경은 덤이고 먹는 게 주된 목적인 것 같네요.”

“하지만 마수들과 별이는 굉장히 좋아하니까요.”

은새의 마수들은 마당에 배를 깔고 엎드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좋아 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이 굉장히 잘 보였다.

별은 망원경을 보고 싶은 듯 폴짝폴짝 뛰었으나 키가 닿지 않았다.

울상 짓는 별이의 옷을 쿠키가 물어 쑤욱 들어 올려줬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별이 흥분해서 왁왁 소리를 질렀다.

작은 손으로 망원경을 잡고 렌즈를 들여다본 별이 목소리를 높였다.

“뉴나! 너무 신기해요!”

“그래. 예쁘지? 별이 이름처럼 반짝반짝해?”

“내 이름…… 내 이름 별이! 누나가 지어 준 이름!”

이렇게나 반짝반짝하구나! 나는 반짝반짝해! 별이 히히 웃으며 통통한 양 뺨을 손으로 감쌌다.

“고기 다 익었다.”

벨키오르가 접시에 큼직큼직하게 자른 고기를 담아 은새에게 건넸다.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은새가 마당에 누워 있는 마수들을 불렀다.

“자, 별 구경은 이따 하고 먼저 배를 채워 볼까?”

먹는 입이 많아서 고기를 아무리 구워도 부족했다. 철판에 구워지는 돼지 목살과 양념 꼬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수들과 박도윤 팀은 엄청난 먹성을 자랑했다. 활동량이 많은 그들이니 먹는 배포가 남달랐다.

별이와 봄이를 챙기던 은새는 벨키오르가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다.

열심히 고기를 굽고만 있는 걸 보고 그녀는 상추에 고기와 파절임, 쌈장을 넣어 벨키오르 입 앞으로 가져갔다.

“벨키오르 님, 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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