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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55)화 (55/190)

54화 – 따라 할 수 있겠어?

천창현은 일부러 백찬민 길드장에게 건의해 특수 스킬 보조계 헌터들에게 점수를 몰아줬다. 이 미로 던전을 쉽게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특히 백연아는 ‘약점 포착’이라는 귀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이 전투에 직접 나서지 않아도 스킬을 사용해서 마수의 약점을 알아내면 시스템은 공적으로 인정해 줬다.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게다가 스테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천창현은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히든 퀘스트를 발동해 점수를 챙겼다.

팀B, 그러니까 도천 측에서 ‘왕’이 되어 백찬민과 육재희의 점수를 뺏어 갔을 때 도로 복구시킨 것도 그였다.

그러니 백찬민이 천창현을 재밌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치 공략을 아는 듯이 막힘없이 행동했으니까.

그러나 유은새가 등장하면서 점수의 추가 기울어졌다.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예상외의 결과였다.

백찬민이 길길이 날뛰는 게 이해가 갔다. 천창현의 미간 주름이 깊어졌다.

이대로면 유은새가 있는 팀이 먼저 백만 점을 모아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스테이지를 최고점으로 클리어해야 해.’

지금 있는 헨젤과 그레텔 스테이지에는 ‘과자집’의 주인인 마녀를 죽이면 추가 점수를 받는다. 단, 마녀는 최고점을 얻어야지만 등장한다.

키에엑!

쓰러뜨린 마수 주위로 또 한 번 마수의 무리가 몰려왔다. 혼자 고립되어 있는 천창현을 노리려는 듯 마수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내세웠다.

마수들을 올려보며 눈을 번뜩인 천창현이 특이한 형태의 검을 움켜쥐었다.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

[뉴나! 저 거미줄에 걸려써요!]

삐빗!

“하늘아, 아이들 좀 구해 줘!”

함정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별과 봄이를 하늘이가 펄쩍 뛰어서 구해 냈다.

크르릉. 크릉.

하늘이가 아이들을 샥샥 핥으며 괜찮냐고 물었다. 별과 봄이 천진난만하게 히히, 웃었다.

은새가 얼른 다가가 걱정스럽게 아이들을 살폈다.

“괜찮아? 별이랑 봄이, 너희는 내 곁이나 벨키오르 님 곁에서 떨어지지 마.”

[하지만 나두 뉴나 도와주고 시픈데!]

삐-

“알겠어. 도움이 필요할 때 꼭 부탁할게. 약속?”

[우웅…….]

봄이는 몰라도 별이는 나름대로 활약하기는 했다. 하지만 워낙 박도윤 팀이 뛰어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벨키오르가 나서서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었다.

별이 벨키오르를 흘겨봤다. 이게 다 아빠가 와서 그래!

“뭘 보나.”

째려보는 별에게 벨키오르가 물었다.

[흥. 나는 아빠보다 더 훌륭한 드래곤이 될 거예요.]

영문 모를 소리였다. 벨키오르가 설명을 바라는 시선으로 바라봤으나 별은 씩씩거리며 고집스럽게 모른 척했다.

“후. 방금 해체한 게 마지막 함정인가?”

은새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공략이 진행될수록 기상천외한 함정들이 늘어났다.

커다란 암벽들이 땅에서 솟아오르질 않나, 하늘에서 갑자기 우박이 떨어지지 않나.

아까 바닥이 갑자기 꺼지면서 미끄럼틀이 생겼을 때는 진짜 놀랐다. 공격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격이 들어왔으면 위험했을 테니까.

띠링!

마지막 함정을 해체하고 몸 상태를 정비하고 있던 일행들 앞에 시스템 화면이 떴다.

[헌터분들의 앞에는 세 갈래 길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시겠습니까?]

“스테이지인가 보다. 음, 어디로 갈까요?”

“무조건 직진! 직진해야 합니다, 유은새 헌터!”

“서호랑, 너 오늘따라 말이 많다.”

“티, 팀장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타당한 이유가 있다니까요?”

손을 번쩍 들며 참견하는 서호랑을 박도윤이 타박했다. 박도윤에게 헤드록을 당하면서도 서호랑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반드시 직진이라며 가운뎃길로 손을 뻗었다.

그 열성적인 모습에 은새는 어깨를 으쓱하고 가운뎃길을 골랐다.

박도윤이 겸연쩍어했다.

“유은새 헌터, 이 녀석 말에 일일이 귀 기울여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느 쪽 길로 가든 고르긴 해야 하잖아요. 서호랑 헌터가 저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겠죠.”

“맞습니다! 게임에서 확률적으로 가운뎃길로 가면……!”

[스테이지B를 고르셨군요! 이곳의 테마는…… 두구두구두구. 유령의 집입니다!]

쿠궁.

가로막혔던 문이 열리고 으스스한 장관이 펼쳐졌다. 밝았던 하늘이 갑자기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고택. 우우, 하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낮인데 갑자기 밤이 되기 있냐고. 서호랑이 눈을 굴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난도가 비교적 수월할 가능성이 큰데, 하하, 왜 갑자기 유령의 집이 나타났지…….”

서호랑이 쭈그러들었다. 딱 봐도 언데드 몬스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

삐삐!

[뉴나…….]

봄이 화들짝 놀라서 은새의 뒤로 도망쳤다. 별이도 떨리는 눈동자로 은새의 옷자락을 꼬옥 쥐었다.

“괜찮아. 모두가 있으니까 무섭지 않을 거야.”

아이들을 달래며 은새가 생각했다. 언데드 몬스터라. 특수한 마수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필요했다.

은새가 뒤돌아 긴 금발 머리의 여성에게 물었다.

“엘레나 킴 헌터, 성(聖) 속성 스킬이 있었죠?”

“네. 하지만 저 혼자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엘레나 킴이 염려스러워했다. 이때까지 진행해 온 스테이지들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앞의 스테이지는 딱 봐도 난도가 상당해 보였다. 언데드 몬스터가 나온다면 특히.

“음. 아마 괜찮을 거예요. 선두에 서 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은새의 말에 엘레나 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혼자라면 힘들겠지만 다행히도 벨키오르와 별이 있었다. 은새가 벨키오르를 힐끔 봤다가 별에게 말했다.

그는 현재 화염 속성 마법사를 흉내 내고 있으니 별에게 부탁할 참이었다.

“별아, 여기에는 언데드 몬스터가 나올 거야.”

[쭈글쭈글한 몬스터죠? 저 아빠한테 배운 적 이써요!]

“혹시 정화 마법이나, 보호막을 칠 수 있어?”

[녜에. 언데드 몬스터가 뉴나랑 인간들한테 절대 못 다가오게 할게요!]

“그래. 엘레나 킴 헌터가 하는 걸 잘 보고 따라 해. 별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

은새는 벨키오르에게 눈짓했다. 여차할 때는 별을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그 뜻을 알아챈 벨키오르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가죠.”

앞서가는 엘레나 킴을 따라 일행은 으스스한 고택에 입장했다. 끼이이, 쾅! 쇳소리를 내며 닫힌 대문이 그들이 돌아갈 길을 차단했다.

“끄아앙! 엄마!”

서호랑이 난리를 쳤다. 팀원들이 벌써부터 눈물, 콧물 빼는 그를 손쓸 수 없는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도다리랑 하늘이가 엘레나 킴 헌터를 좀 도와줘.”

꾸꾸.

크르릉.

은새의 말에 도다리와 하늘이가 엘레나 킴의 양옆으로 자리했다. 엘레나 킴이 마수들의 목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성물을 걸어 줬다.

긴장한 채로 일행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언제 어디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

그때, 선두에 있던 엘레나 킴이 언데드 몬스터의 사기를 감지하고 정면을 보며 외쳤다.

“스켈레톤, 옵니다!”

가가각각각각.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중앙 계단을 타고 해골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은새가 베일 카라스의 봉을 손목으로 돌렸다.

“시스템! 이번에는 무조건 때려잡기만 하면 되는 거지?”

[글쎄요 (๑❛ڡ❛๑)☆]

“야, 대답해! 불안하게 그러지 말고!”

시스템은 대답을 회피했다. 아, 그러면 뭔가 있다는 뜻인데. 뭐지? 은새가 찜찜함을 안고 스켈레톤에게 달려갔다.

스켈레톤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덤벼 왔다.

도다리와 하늘이가 그들 중앙에 뛰어들어 날뛰었다. 연약한 뼈다귀들이 분해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뼈다귀들은 자석처럼 이끌려서 본래의 형체를 되찾았다.

딱, 딱!

이 부딪치는 소리가 섬뜩함을 자아냈다.

“엘레나 킴 헌터!”

“성스러운 빛!”

은새의 외침에 엘레나 킴이 스킬을 사용했다. 성스러운 빛이 해골 병사들을 감쌌다. 그러자 봄볕에 눈이 녹는 것처럼 스켈레톤들이 스르륵 무너졌다.

엘레나 킴이 연이어 정화의 화살을 쏘았다. 화살을 맞은 해골 병사들이 픽픽 쓰러졌다. 하지만 그녀 혼자서 커버하기에는 스켈레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박도윤과 팀원들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 챙겨 왔던 성수를 뿌려 가며 응전했다. 머리를 부순 스켈레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일이 부수기에는 품이 많이 들었다.

주변을 살피던 은새가 엘레나 킴에게 질문했다.

“쿨 타임이 어느 정도예요?”

“8분 정도입니다!”

짧지 않았다. 이후의 전투 양상을 생각해 봤을 때 확실히 엘레나 킴만으로는 벅찼다.

어쩔 수 없지.

“별아, 엘레나 킴이 했던 스킬. 따라 할 수 있겠어?”

은새의 물음에 별이 고민했다.

[움…….]

솔직히 말하자면 성 속성 마법은 까다로웠다. 다른 속성 마법처럼 간단히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벨키오르처럼 모든 마법에 통달했으면 모를까, 별은 ‘시작의 드래곤’이라는 특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성 속성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조건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누나가 바라는걸. 별은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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