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39)화 (39/190)

38화 – 나갈 때와 옷이 다르군

도천 그룹 산하 도천 길드에서 한국 헌터 협회와 협력해 ‘헌터의 밤’을 주최했다. 이 소식은 매스컴을 타고 금방 널리 퍼져 나갔다.

---

[익명게시판] 헌터의 밤이 뭐임?

헌터들 모아 놓고 파티하는 거임?

헌터 아닌 사람은 소외감 오지네

댓글(124개)

⤷왜 이렇게 꼬였어ㅋ; 기사 내용은 신인 발굴과 스카우트 목적인가 보던데 (기사 링크)

⤷헌터가 이 시대 신흥 귀족이라더니 파티란다~

⤷금성 그룹이랑 골드스타 길드에서 비슷한 거 할 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도천이 한다니까 ezr

⤷⤷그때도 말 나왔음 알못 ㄷㅊ

⤷⤷글쓴이가 소외감 느낀다는데 웬 참견질이야

⤷신인들한테는 좋은 기회 아님? 도천 문턱 개높은데

⤷이미 헌터들 사이에서는 초대장 돈 모양이던데?

---

[한국헌터갤러리] 도천x헌협 주최 헌터의 밤 초대받은 사람 있음?

나 초대 받았지롱

부럽냐?ㅋ

댓글(97개)

⤷이 ㅅㄲ 초대장 뺏어

⤷⤷222

⤷⤷⤷334455

⤷야 너두? 나두ㅋ

⤷구체적으로 가서 뭐 하는데?

⤷⤷인맥 쌓기지. 그리고 잘하면 도천에 스카웃 되는 거고

⤷⤷1부, 2부 나눠서 무슨 설명회하고 헌터들 이능쇼 할 듯

⤷도천 S급들 다 온다던데? 스케일 꽤 클 듯

---

[헌터일보] 도천 길드 S급들 ‘헌터의 밤’ 참가 의사 밝혀… 몬스터 테이머 유은새, 마수들과 동행

[뉴스코드] 화홍염제 남궁솔, 몬스터 테이머 유은새와 ‘헌터의 밤’ 준비 백화점 쇼핑!(포토)

[헌터디스패치] 유은새의 남자, ‘헌터의 밤’ 참가하나?

[세계헌터일보] 미국 출신 헌터 ‘멀린의 후예’ 루번 패트, 유은새의 새 마수, 드래곤 ‘별이’에 크나큰 관심……

***

“아니, 봄이를 소개하는데 왜 파티씩이나 열고 그래.”

솔과 백화점을 다녀온 은새가 우리에게 투덜거렸다. 우리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나갈 때와 다른 은새의 옷차림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평소 입는 편한 차림이 아닌, 정장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프릴 달린 카라에 단추가 촘촘히 박힌 베이지색 원피스가 은새의 검은 머리카락에 잘 어울렸다.

비서팀이 늘 입는 옷임에도 우리는 은새가 입은 걸 보자 묘한 느낌에 심장이 덜컥했다. 그러나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웬 정장 원피스? 파티 때 입을 옷 사러 간 거 아니었어?”

“솔이가 기왕 나온 거 좀 꾸미라고 해서. 많이 이상해?”

“아니, 예쁘다. 그래도 난 평소 네 모습이 좋아.”

“그래? 나도 그게 편해서 좋아.”

다정히 말해 주는 우리에게 은새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화기애애한 두 사람 사이에 솔이 우악스럽게 끼어들었다.

“길짱, 나는 어때?”

“너는 좀 자제하는 게 좋겠다.”

솔에게 시선을 옮긴 우리가 ‘으.’ 하는 표정을 지었다.

화홍염제라는 이명에 맞게 붉은 머리카락인 솔이 무릎까지 오는 화려한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과 허리 쪽에 붙은 꽃잎 모양의 보석들을 보고 우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장미야?”

“내가 그렇게 고아하게 보인단 말이지? 길짱, 너 보는 눈이 있구나!”

“헛소리하지 말고…… 설마 파티 때도 그렇게 입을 건 아니지? 전담 코디팀 불러.”

우리가 정색했다. 솔이 사무실 안에 비치된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며 온갖 포즈를 취했다.

“싫은데? 나 특주로 원피스에 LED 달았잖아. 꼭 해 보고 싶었는데 네가 항상 못 하게 해서 이번 기회에…….”

“당장 남궁솔 코디팀 불러.”

-알겠습니다.

“야!”

우리가 솔의 말을 자르고 비서와 연결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솔이 버럭 성질을 냈다.

우리가 솔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했다.

“너 은새 옷은 제대로 골라 준 거 맞아?”

“VIP 실장이 추천해 준 것 중에 골랐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못 믿겠네. 목록을 받아 봐야겠어.”

“사람을 그렇게 못 믿어서야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아 있냐?”

“너니까 못 믿는 거야. 뭐, LED? 꿈도 꾸지 마.”

은새는 티격태격하는 우리와 솔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오늘도 사이가 좋네.

만나면 앙숙같이 싸우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전우애 넘치는 파트너였다. 던전에 들어가면 누구보다도 손발이 척척 맞았으니까.

우리와 솔이 들으면 소름 끼쳐 할 생각을 은새가 아무렇지 않게 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가라앉았을 때, 정확히는 우리가 은새의 시선을 알아채고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떨어트렸을 때 은새가 다시 질문했다.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왜 파티씩이나 열었어?”

“겸사겸사. 봄이를 소개하는 게 주된 목적이고, 인재도 스카우트할 수 있으면 일석이조지.”

“전후 관계가 바뀐 거 같은데.”

우리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애초에 백악관 초대를 거절한 건 은새 너잖아.”

처음에 우리와 미리내는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회에서 봄을 소개하기로 낙점했다. 그런데 봄이 너무 어려서 그런 자리를 무서워할 거라는 이유로 은새가 거절했다.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던 솔이 이죽거렸다.

“너무 부담 갖지 마, 은새야. 너 한우리 스케일 모르냐? 쟤 부-잣집 도련님이시잖아.”

“내가 부-잣집 도련님이고 나발이고, 너는 미적 감각이 그 모양이라 어떡할래? 은새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너는 패션 교육부터 다시 받아.”

“내가 왜! 나도 마음대로 옷을 입을 자유를 달라!”

솔이 우리의 시비에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두 사람이 다시 시작할 기미가 보이자 은새는 조용히 길드장실을 빠져나왔다.

우리와 솔은 과열되면 다른 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은새가 간 것도 뒤늦게 눈치챌 터였다.

은새는 길드를 나와 도다리를 타고 바로 강원도 홍천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치마를 입어서 어떻게 앉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때마침 밖으로 나온 A급 헌터 배진혁이 그 모습을 보고 말을 걸었다.

“저기, 유은새 헌터?”

“네?”

“재킷을 빌려드릴까요?”

“아, 그러면 너무 고마운데…… 미안해서.”

은새가 난감한 얼굴을 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돌려주십시오.”

배진혁은 은새와 친해질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날이 더워지고 있는 이때 그가 재킷을 챙긴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건물 안이 추워서.

하지만 챙기길 잘했다고 속으로 백번 되뇌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배진혁이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숙였다. 은새는 세탁해서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재킷을 허리에 둘렀다.

꾸꾸!

도다리가 비상했다. 집에 남겨 둔 별이와 봄이가 걱정돼서 은새는 도다리를 재촉했다. 멀어지는 그들을 배진혁의 시선이 한참 좇았다.

“수고했어, 도다리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도다리의 목을 은새가 끌어안아 주었다. 은새의 기척을 느낀 별이 현관문을 열고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나오기 전 입혀 준 꼬마 신사복 그대로였다. 흰 셔츠에 갈색 체크무늬 멜빵바지. 목에는 답답하지 않게 얇은 끈으로 리본이 묶여 있었다.

“뉴나! 다녀오셨어요오.”

삐빗!

별이 동화책으로 배운 대로 배에 양손을 모으고 꾸벅 인사했다. 별의 어깨에 걸쳐진 멜빵끈 한쪽이 스르륵 내려왔다. 머리가 무거워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게 몹시 귀여웠다.

봄은 해맑게 은새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귀여움을 뿜어내는 봄과 별을 은새가 꼬옥 안아 볼을 비볐다. 아이와 새끼 마수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한 온기에, 솔에게 끌려다녔던 피로가 싹 풀렸다.

“우리 봄이랑 별이, 나 기다렸어? 안 싸우고 잘 놀고 있었어?”

“네에.”

삐삐-

은새의 쓰다듬을 받으며 별이와 봄이 기분 좋은 듯 방긋거렸다.

“왔나.”

“벨키오르 님, 다녀왔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거실로 들어오는 은새를 본 벨키오르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은새의 옷차림에 머물렀다.

“나갈 때와 옷이 다르군.”

“아, 며칠 후에 행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 옷을 좀 샀어요.”

“그런가.”

평소 은새는 편한 차림을 추구했다. 마수들과 별이를 돌보기에는 활동성 높은 옷이 좋기 때문이었다.

은새가 꾸밈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가벼운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살아나는 그녀의 외모도 한몫했다. 그걸 은새가 자각하진 못했지만.

옷장에 저런 옷이 있는 걸 보긴 했으나 실제로 입은 건 처음 봤다. 벨키오르는 색다른 느낌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런데 걸리는 게 있었다.

“그 겉옷도 그대 것인가?”

“아니요. 이건 빌린 거예요.”

갈색 재킷에는 은새가 아닌 타인의 기운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옥에 티를 발견한 것처럼 벨키오르의 미간이 구겨졌다. 왠지 불쾌해하는 벨키오르에 은새가 의아스럽게 말했다.

“어…… 그렇게 안 어울려요?”

배진혁이 빌려준 재킷은 캐주얼한 느낌이라 원피스와 안 어울리기는 했다. 그래도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인가 싶어 은새는 황급히 허리에 묶었던 재킷을 풀었다.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는 재킷을 보고 벨키오르가 표정을 풀었다.

“됐으니, 그건 빨리 돌려주는 편이 좋겠군.”

“네! 세탁해서 돌려주기로 했어요.”

“세탁까지 해야 하는 건가?”

그냥 돌려주면 될 것을. 굳이 그녀의 손을 타야 한다는 말에 벨키오르의 표정이 다시금 뚱해졌다.

“어……. 최대한 빨리 돌려줄게요.”

오늘따라 심기가 불편하신가?

평소와 다른 벨키오르의 모습에 은새가 머리를 갸웃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