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26)화 (26/190)

25화 – 1차 각성 전조

도천을 통해서 은새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단독][헌터일보] 유은새 헌터, “결혼설 사실 아냐”, “루머 유포자 강경 대응”

(은새가 친구들한테 보냈던 은새, 아기, 벨키오르가 다 같이 나온 사진)

며칠 전 불거진 논란에 대해 유은새 헌터가 입을 열었다. 먼저 유은새 헌터는 갑작스러운 기사로 놀랐을 대중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결혼한 사실이 없으며 아기 역시 본인의 아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 속 남성은 유은새 헌터가 외국 출장을 갔을 때 만난 이로, 사정이 있어 혼자 아기를 기르고 있다. 남성은 홀로 아기를 돌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던 찰나 때마침 알고 지내던 유은새 헌터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가 이를 수락했다.

남성은 유은새 헌터의 거처에서 항상 지내는 게 아닌 가끔 들르는 정도라고 한다. 그는 마법 이능을 가진 헌터로, 유은새 헌터는 남성과 아기에 대해서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 이거 괜찮을까?”

올라온 기사를 확인한 은새가 걱정했다. 미리내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벨키오르와 아기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싣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은새는 반대했다.

자신은 몰라도 그들은, 특히 아기는 언론에 노출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로 인해 어떤 여파가 미칠지 심히 우려되었다.

하지만 도천의 두뇌 미리내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유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망설이던 은새는 벨키오르의 허락을 받아 기자에게 사진을 건넸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커뮤니티 반응 어때?”

“봐 봐.”

우리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은새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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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ㅇㅇㅅ 결혼설 아니라는데 어떻게 생각함?

구라 같은데... 친척도 아니고 게다가 같은 국적도 아닌 남자가 도와달라고 했다고 선뜻 아기를 맡아 줘?

유은새 미혼인 데다가 애 키워 본 경험 없잖아? 뭘 믿고 애를 맡겨;;

댓글(102개)

⤷아기 마수 키운 경험도 경험이라면 경험이지

⤷잘 짜인 각본 같더라 설정이ㅋㅋㅋㅋㅋ

⤷유은새한테 도천 S급들 말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었음?

⤷응, 황새도 안 믿을 거짓말~

⤷야 근데 남자 얼굴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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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헌터갤러리] 걍 쿨하게 인정해라

주어 유은새ㅇㅇ

댓글(37개)

⤷유은새 남팬들 1인 시위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국내 최초 속도위반 결혼한 S급 헌터

⤷인정하긴 뭘 인정해 아니라는데

⤷유은새 결혼설로 도천 주식 휘청했는데 지금이 탑승 기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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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방] 님들 유은새 헌터 기사 사진 뜬 거 봤어???

기사 사진 보고 헐레벌떡 뛰어온 거 맞음ㅇㅇ

유은새 헌터는 대체 어디서 그런 냉속성 존잘남을 데려온 거래??? 게다가 어떤 사정으로 인해 홀로 아기를 키운다니... 설정 과다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보 공유좀;;;; 그 나라로 이민가게

댓글(405개)

⤷와꾸에서 빛이 나더라... 오랜만에 안구 정화함

⤷저 얼굴로 보증 서 달라고 하면 엄마아빠오빠동생사돈의 팔촌까지 쌉가능

⤷둘 사이에 분명 뭐 있다. 애까지 맡겼는데 아무 사이가 아닐 리 없다. 내가 봤다.

⤷근데 마법 이능 헌터라며. 누구지?? 누구 정보 아는 사람?

⤷⤷해외헌터방으로ㄱㄱ

⤷게시판 이탈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글은 무통보 삭제 처리되며, 경고 대상이 됩니다. 내규 위반 행위 3회 누적 시 강퇴됩니다.

⤷⤷솔직히 이건 생정 묻는 거 맞다. 인정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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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아 그냥 결혼해

유은새 님 그냥 결혼해요. 존잘이니까 저희가 허락할게요. 사회는 내가 볼게 주례는 누가 할래?

댓글(618개)

⤷좋아 주례는 내가 할게 축가는 누가 부를래?

⤷축가는 내가 부를게 앞에서 춤은 누가 출래?

⤷춤은 내가 출게 그런데 혼자 추면 없어 보이니 누가 같이 출래?

⤷나나나 단체 칼각 군무 가자 그래서 식장이 어디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들은 은새의 결혼설보다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해외 헌터만 전문적으로 덕질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와 벨키오르의 신상을 파헤쳤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국적, 이름, 나이, 그 무엇 하나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이세계에서 온 헌터라는 사실과 근접한 별명까지 생겼다.

커뮤니티 반응을 본 은새가 질문했다.

“미리내야, 이걸 노린 거야?”

“본질을 흐리는 데에는 이거만 한 게 없지.”

은새가 결혼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한다는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그다지 힘을 얻지 못했다.

결혼설은 오히려 은새가 잠수를 탄 지난 1년간을 해명하는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면 벨키오르 님한테 시선이 쏠리잖아.”

“과열된다 싶을 때 적당히 지어서 하나씩 풀면 돼. 그분 여기 오래 안 있을 거라며? 충분히 수습 가능해.”

“으응…….”

은새는 잊고 있던 걸 떠올렸다. 아기가 드래곤으로서 자각을 하면 그는 떠날 것이다.

‘다신 못 본다고?’

가슴이 철렁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은새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곰곰이 생각한 그녀는 하나의 답을 도출했다.

‘아기랑 헤어질 생각에 서운한가…….’

귀엽고 순한 아기. 자기가 드래곤인 걸 자각하면 아기는 어떻게 변할까?

자신과 있었던 일을 기억할까?

순식간에 우울해진 은새를 보고 미리내가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당분간 파파라치 조심하고 고소장은 길드 법무팀에서 처리할게.”

“고마워. 부탁할게.”

친구들을 보내고 은새가 방으로 들어왔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벨키오르가 돌아봤다.

“왜 그런 표정이지? 다른 문제가 생겼나?”

“벨키오르 님.”

은새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커뮤니티에서 그의 외모를 찬양하는 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벨키오르가 얼마나 다정하고 세심한지 모르겠지. 외모가 다가 아닌데.

“으응, 아니에요.”

조금만 더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어요. 은새는 웃음으로 뒷말을 지웠다.

***

그날 밤이었다. 아기의 쌕쌕거리는 숨소리에 은새가 눈을 떴다.

잠결에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은새가 벌떡 일어나 아기를 살폈다.

가쁜 숨을 내쉬는 아기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당황한 은새는 우왕좌왕하다가 방을 뛰쳐나왔다.

“벨키오르 님!”

그는 손님방에 있었다. 은새가 다급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을 때부터 눈을 떴던 벨키오르가 문을 열었다.

“아기가, 아기가 아파요!”

“아기가?”

벨키오르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굴러갔다.

“때가 됐나 보군.”

“네?”

벨키오르는 아기가 누워 있는 방으로 갔다. 땀에 젖은 아기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의 손길에 반응해 아기가 칭얼거렸다.

“1차 각성의 전조다.”

“그럼…….”

“드래곤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

은새는 손을 말아 쥐었다. 이렇게 갑자기?

아기가 이곳에 머무는 것이 허락된 유예 기간. 은새는 서운한 마음이 덮쳐 왔지만 그보다 먼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제가 뭘 어떻게 해 줘야 해요? 열을 내리는 약이나 몸을 편하게 해 주는 방법 같은 건 없어요?”

“은새.”

은새는 숨을 헉 들이켰다. 벨키오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금색 눈이 지긋이 시선을 맞춰 왔다. 불안함과는 별개로 가슴이 술렁거렸다.

“아기가 스스로 견뎌 내야 할 일이다.”

“…….”

“그대는 그저 지켜봐 주면 돼.”

은새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 이럴 때 아기와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벨키오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책에서 봤던 대로 우선 체온계로 아기의 체온을 재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얇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양말을 신겼다.

아기가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물을 조금씩 먹였다. 힘내라고, 괜찮을 거라는 말을 끊임없이 속삭였다.

벨키오르는 은새가 하는 양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저것이 얼마나 아기에게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가끔 아기가 눈을 뜰 때마다 은새의 손가락을 붙잡아 오는 게 아주 무용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다음 날 오후가 될 때까지 아기의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은새가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원래 각성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요?”

“괜찮으니 눈 좀 붙여라.”

“벨키오르 님은 아기가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울컥한 은새를 본 벨키오르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앗, 하는 사이에 그녀가 벨키오르의 무릎 위에 앉혀졌다.

은새의 몸이 굳었다. 경직된 어깨를 커다란 손이 토닥거렸다.

마치 은새가 아기에게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기는 잘 견디고 있어.”

“…….”

“그대의 보살핌 덕분이겠지. 아기가 안정되기 위해선 그대도 휴식을 취해야 해.”

“저…… 내려 주세요.”

다 큰 성인이 아기처럼 안겨 있으려니 부끄러웠다. 꼬물거리는 은새를 벨키오르가 가볍게 제압했다.

“자라.”

그 말이 스위치가 된 것처럼 잠이 쏟아졌다. 던전에서 사흘 밤을 지새워도 멀쩡한 그녀였다.

‘어라……?’

순간 벨키오르가 마법을 사용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금색 마력은 잠잠했다.

약 먹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흔들리는 머리를 벨키오르가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그는 은새를 품에 안은 채 침대 위의 아기를 바라봤다.

끙끙거리는 작은 몸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은 오지 않았다.

아기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꿈틀거렸다.

‘잘 해낼 것이다.’

벨키오르가 은새에게 했던 말은 그저 달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아기는 환골탈태의 순간을 생각보다 더 잘 치러 내고 있었다.

벨키오르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녀의 힘인가.’

그저 안아 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 준 것뿐인데 아기는 호응했다.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기는 점차 선명한 힘을 발산했다.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몸이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방 안에 감도는 적막.

아기가 반짝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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