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25)화 (25/190)

24화 - 속보가 떴는데요. 그게……!

“네.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마수의 알이라니, 뭡니까?”

“저희 길드에서 던전 공략 중에 우연히 얻게 된 부산물입니다. 부화시키려고 노력해 봤으나 어떤 조건이 달성돼야 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요.”

유길선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동자에 일순 이채가 감돌았다.

“그래서 유은새 헌터가 그것을 맡아 주었으면 합니다.”

“유은새 헌터가요?”

“네. 그녀는 세계 유일의 몬스터 테이머이니…… 뭔가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 마수의 소유권을 주장하실 생각이라면…….”

“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양도한 시점에서 그 알은 도천 길드의 소유입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 넘겨드리는 것뿐입니다.”

유길선이 넉살 좋게 윙크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 말만 남긴 채 유길선은 대화를 마쳤다. 진아소가 그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쉬고 싶다는 핑계로 유길선이 회장을 빠져나왔을 때 진아소가 우려스럽게 말했다.

“그것을 정말 넘겨도 되겠습니까?”

유길선이 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직 유은새 헌터가 알을 부화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사서 걱정할 필요가 뭐가 있나.”

“유은새 헌터는 왜 외부 활동을 안 하는 걸까요. 혹시 그녀도 3년 전, 던전 보스의 저주를 받아…….”

“쉿.”

유길선이 눈을 돌려 진아소를 쏘아보았다.

“그것은 외부에 절대 새어나가선 안 되는 비밀이다. 잊었나?”

“죄송합니다.”

진아소가 머리를 숙였다. 유길선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유은새 헌터가 죽을 날을 받아 놓았는지 아닌지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스산하게 울렸다.

***

“얘들아!”

은새가 활짝 웃으며 친구들을 반겼다.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우리와 솔, 유하, 그리고 한국에 남아 있던 미리내와 인찬이 은새를 붙들고 샅샅이 살폈다.

“너 괜찮아? 정말 다 나았어?”

“응! 볼래?”

은새가 윗옷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손이 우뚝 굳어 버렸다.

“어라?”

“아무 데서나 속살을 보이려고 하다니.”

벨키오르가 마법을 거두며 못마땅하게 혀를 찼다. 은새가 눈꼬리를 휘어 히히 웃고 친구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진짜 이제 괜찮아. 몸 상태도 전보다 훨씬 좋아.”

그녀의 손끝에 백색 이능이 감돌았다.

“나 저주 내성이 생겼대.”

“야, 그건 진짜 다행이다! 한 번만 더 똑같은 일로 우리 고생시키면 혼난다. 알지?”

솔이 큰소리를 치며 코를 훌쩍였다. 간만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우리가 벨키오르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새를 살려 주셔서요.”

“감사드립니다! 고마워요!”

“저희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말씀해 주세요.”

벨키오르는 자신을 향해 열렬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나중에. 지금은 그대들이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대가는 나중에 받도록 하지.”

“네.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미리내가 은새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 안도와 기쁨이 흘러넘쳤다.

은새가 쑥스럽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얘들아, 너희들도 고마워. 고생 많았지.”

“됐고, 이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그래. 가서 뭐 했냐?”

“나 세계수 위그드라실을 직접 봤어. 그리고 다른 드래곤님도 만났어.”

“뭐?”

“뭔 짓을 하고 온 거야?”

친구들은 다른 드래곤을 만났다는 데에서 크게 놀랐다. 하나도 벅찬데 둘이라니.

친구들이 엉뚱한 상상을 하기 전에 은새가 설명했다.

“산체스 님이라고, 비술의 드래곤이라고 소개하셨어. 화산 지대에 레어가 있었는데 엄청 아름다운 분이셨어. 개안하는 느낌? 드래곤은 다 예쁘고 잘생겼나 봐. 뭣보다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 주셨어.”

“어떤 방식으로 저주를 없앤 거야?”

“나도 몰라. 그분이 주신 차를 마시고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니 집이었어.”

“뭔가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됐는데?”

일행이 벨키오르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해 줄 말이 없었다.

유하가 머리를 헤집었다.

“그래.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지. 이세계 방문기나 좀 풀어놔 봐. 어때, 여기랑 많이 달라?”

“내가 간 곳은 세계수 근처뿐이라 잘 모르겠는데 내가 가 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웠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순하고 영험한 기운으로 꽉 찬 느낌……? 별세계 같았어. 아, 세계수 님이 머릿속으로 말도 걸더라? 처음에 깜짝 놀라서 비명 질렀잖아.”

은새가 뺨이 상기된 채 재잘거렸다. 친구들의 얼굴이 착잡해졌다.

“너어는 왜 낯선 세계에서조차 위기의식이 없냐?”

“유은새를 걱정했던 시간이 아까워. 아까워 죽을 것 같아!”

솔이 가슴을 치며 분통을 내질렀다. 말은 안 했지만 벨키오르는 그들의 말에 십분 공감했다.

“그런데 아기가 그곳에서 왔다면…….”

우리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그의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뭐야? 진혁이인데?”

미리내의 핸드폰에도 문자 수신음이 쏟아졌다. 그들은 무슨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어, 진혁아.”

-길드장님, 큰일 났습니다. 속보가 떴는데요. 그게……!

문자를 확인한 미리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들은 즉시 인터넷 뉴스란에 들어갔다.

“왜, 뭔데? 무슨 일인데?”

일행이 모여들었다. 기사 헤드라인을 확인한 그들이 욕을 씹어 뱉었다.

“미쳤다. 유은새 결혼설 떴어.”

***

[헌터디스패치] 유은새 헌터의 남자는 누구?

(멀리서 줌을 당겨 찍은 사진)

몬스터 테이머로 잘 알려진 유은새 헌터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공개됐다. 유은새 헌터는 지난 1년간 헌터 활동을 중단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 그로 인해 다양한 추측들이 오갔는데 아무것도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밤, 본사로 제보가 들어왔다. 사진에서처럼 유은새 헌터는 어떤 남자의 품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 남성의 다른 팔에는 아기가 안겨 있었고……(후략)…….

댓글(1710개)

⤷이거 팩트임? 찐이라고? 언제 결혼했대? 헐;;;;;;;

⤷애... 애가 있어? 상대가 누군데. 저 남자 누구야? 헌터야? 일반인이야?

⤷한국인이야, 외국인이야. 그것만 말해 줘.

⤷근데 멀리서도 느껴지는 존잘력... 저런 얼굴이 세상에 안 알려졌다고?

⤷헌디패가 또ㅡㅡ 사생활 캐는 짓 좀 그만해라 이러니까 기레기 소리를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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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ㅇㅇㅅ 기사 봤어? 개충격...

그동안 던전 공략도 잘 안 하고 외부 활동도 안 하길래 뭔 일 있나 했더니 결혼...?

애까지 낳았어...?

충격적이다

댓글(68개)

⤷그런 낌새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충격 안 받았을 것 같은데 뒤통수 씨게 맞음

⤷상상도 못 한 정체 ㄴㅇㄱ

⤷나이도 찼겠다 결혼할 수도 있지.

⤷아기는 좋겠다. 태어나 보니 엄마가 유은새야.

⤷⤷다이아몬드 아니 비브라늄 수저ㅇㅇ

⤷도천 S급들은 이 사실 알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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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아 그래서 저 남자 누구야

사진을 뚫고 나오는 저 후광 뭔데. 외국 배우야? 헌터야?

옷 입은 거 보면 헌터인데... 내 존잘 레이더가 심상치 않은 경고등을 울린다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어요

댓글(390개)

⤷ㅋㅋㅋㅋㅋㅋㅋ이미 임자 있다고

⤷여윽시 유은새! 그녀는 아무나 고르지 않지. 미남을 고르는 안목이 탁월해

⤷얼굴 진짜 궁금하다. 사진 공개ㄱㄱㄱ

⤷왜 예전에 미국 헌터놈 하나가 유은새한테 엄청 껄떡댔자나 걔 아닐까?

⤷⤷아 이 결혼 반대요ㅡㅡ 걔 아님. 아무튼 아님. 아우라가 다름

⤷도천에서 입장 표명 안 하나?ㅋㅋ

***

은새의 잠수가 길었던 만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당사자인 은새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도천 길드의 A급 헌터들한테도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밤늦게 다시 모인 친구들에게 은새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다들 미안해. 나 때문에…….”

“망할, 어떤 새X야? 어떤 새X가 사진 찍어서 기자한테 넘겼어? 내가 아주 요절을 내 버릴 거야!”

솔이 위스키를 따며 씨근덕댔다. 독한 술을 쉬지도 않고 들이켰다.

미리내가 말했다.

“확인해 봤는데 우리 측에서 흘러나간 건 아니야. 근데 사진 찍힌 시간이 네가 막 돌아왔을 때인데 뭐 짐작 가는 거 있어?”

“전혀……. 나 기절해 있었잖아.”

은새의 시선이 벨키오르를 향했다. 벨키오르가 생각나는 것을 순순히 밝혔다.

“마지막까지 안 가고 버틴 자가 하나 있었다.”

“그 자식이네! 그 자식이야! A급 박도윤이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면 은신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데 그런 놈은 몇 없지. 애들 시켜서 명단 뽑으라고 해. 일일이 찾아가서 털어 버릴 테니까.”

“솔아, 진정해. 누가 그랬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조져도 돼.”

S급들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눈썹을 늘어뜨린 은새가 벨키오르의 눈치를 봤다.

“저, 벨키오르 님. 죄송해요. 사진을 찍히는 바람에 그런 오해를 사고…….”

“오해?”

“벨키오르 님과 제가 결혼한 사이라고요. 아기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벨키오르가 고개를 숙인 은새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은새가 기운 없어 보이는 게 그는 더 신경 쓰였다.

“됐다. 나에게 피해가 끼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네? 하지만 그런 오해를 받은 것 자체가 불쾌하지 않으세요?”

“어딜 가나 남 얘기 떠들기 좋아하는 자들이 있지. 그대야말로 너무 개의치 마.”

솔직히 벨키오르는 이 건이 그다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미디어의 파급력을 모른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드래곤인 그에게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외려 사진 한 장 찍혔다고 부부라고 의심받는 상황이 신기했다.

‘상상력이 풍부하군.’

다시 말하지만, 그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은새야, 어떻게 대응할까?”

“뭘 어떻게 해? 사실대로 밝혀야지! 결혼 안 했고, 아기는 어쩌다 맡아서 키우고 있다고. 그리고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소장 확 갈겨 버리고.”

“안 믿을걸.”

“나라도 안 믿음.”

“…….”

솔의 표정이 불퉁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은새에게 모였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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