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마수가 드래곤을 물고 왔다 (6)화 (6/190)

5화 –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기

“내 선물?”

은새가 머리를 갸웃했다. 우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렵게 구한 거야.”

“이건…….”

물건을 받아 든 은새의 눈이 커졌다. 감정해 보지 않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우리가 뿌듯하게 말했다.

“S+급 독성 정화 팔찌야. 늘 차고 있어.”

“어떻게 구한 거야? 한국에는 없을 텐데.”

“일본 경매에 나왔어. 소식 듣자마자 길드원 시켜서 낙찰받아 오게 했지.”

“가격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

은새가 부담스러운 표정을 했다.

“네가 지금껏 길드에 기여한 게 얼마인데. 이 정도는 받아야지.”

“우리야…….”

감동이었다. 친구들이 예상 밖의 우정을 보여 줄 때면 은새는 가슴에 따뜻한 것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은새가 우리를 끌어안았다.

“잘 사용할게.”

그는 갑작스러운 포옹에 잠깐 몸을 굳혔으나 곧바로 은새를 마주 안았다. 은새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부디 그래 줘.”

은새는 즉시 팔찌를 착용했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몸 상태가 한결 나아진 듯했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기의 부모를 찾았어?”

“아니. 한국에는 하늘색 머리에 금색 눈을 가진 아기가 태어났다는 기록이 없었어.”

“뭐? 그게 말이 돼?”

은새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나도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나 재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어.”

“허……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기가 있는 방에 절로 시선이 갔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출산을 한 루트를 알아보고 있어.”

“만약 그런 거라면.”

은새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법 시술소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거나, 떳떳한 신분이 아닌 경우에.

그렇다면 아기는 버려졌다고 보는 게 맞았다. 저 착하고 순한 아기를 누가.

“만약 아기의 부모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면…….”

“그건 나중에 생각할래.”

은새가 우리의 말을 가로챘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아기에 관한 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할게.”

“잘 좀 부탁해.”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아 은새는 거듭 당부했다. 우리는 그런 은새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에는 별일 없어?”

은새가 화제를 전환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언제나처럼 골드스타에서 수작질을 부리고 우리는 무시하고 있지.”

골드스타 길드는 국내 2위 길드로, 금성 그룹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도천 길드와는 라이벌 관계로 사실 골드스타의 일방적인 견제에 가까웠다.

골드스타는 도천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솔이 골드스타라면 학을 뗐다.

“협회에 로비를 하는 모양인데 주시하고 있으니 괜찮아.”

“그래도 방심하지 마.”

“그럴게.”

우리가 커피를 마셨다. 그가 눈만 들어 올려 은새를 바라봤다.

“곧 랭킹 대회인데 은새 너는 참가 안 할 거지?”

“응. 아기 때문에라도 나는 참가 못 하지. 집에서 응원할게.”

현재 국내 랭킹은 1위가 한우리, 2위가 남궁솔, 3위가 유은새였다.

세계 유일의 몬스터 테이머인 은새가 고작 3위에 머무는 건 은새가 랭킹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세계 어딜 가나 그녀를 대체할 인력은 없었고 또 객관적으로 따지면 마수들의 능력이 강한 것이지 은새 본인의 전투력이 높은 건 아닌 탓도 있었다.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인력을 파견해 주든 아기를 길드로 데려오든 할 테니까.”

“마수들이 도와줘서 괜찮아. 너야말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민들레나 하늘이 보내 줄게.”

“은새야.”

“응?”

우리는 말을 망설였다. 그는 묻고 싶었다. 너는 지금 삶에 만족해?

하지만 결국 묻지 못했다. 그는 어설프게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아니야. 다음엔 애들이랑 같이 올게.”

“그래.”

은새는 봄볕처럼 포근하게 웃었다.

***

아기는 반짝 눈을 떴다. 사방이 어둡고 고요한 공간.

허기짐을 느낀 아기는 울음을 터트리려다가 볼을 핥는 느낌에 흐느낌을 멈췄다.

“아우?”

충실한 사냥견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쪼쪼가 아기를 달랬다. 아기는 그제야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기는 그간의 경험으로 거대한 덩치의 털뭉치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까르르.”

아기가 쪼쪼의 털을 쥐었다 놓았다. 쪼쪼는 더 열성적으로 아기의 얼굴을 핥았다.

매애!

쪼쪼가 작게 울자 문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은새였다.

“아가 깼니?”

아기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다정하고 포근한 음색.

아기는 곧 그녀가 자신을 안아 줄 걸 기대했다. 울지 않고 기다리자 은새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품에 안았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은새의 냄새를 맡았다. 이제 익숙해진 냄새였다.

아기는 안도했다. 이 공간에서 자신은 외롭지 않았다. 예전에 있던 어딘가처럼 춥고 축축하지 않았다.

아기는 방긋방긋 웃었다. 은새가 아기를 따라 웃었다.

“우리 아기가 기분이 좋나 보네. 뭘 줄까? 장난감을 줄까, 맘마를 줄까?”

아기는 입맛을 다셨다. 은새는 아기가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닫고 주방으로 아기를 데려갔다.

“잠깐만 누워 있어.”

은새는 눈길이 닿는 곳에 요를 깔고 아기를 눕혔다. 아기의 금색 눈동자가 은새를 따라 움직였다.

아기가 누워 있는 곳에 마수들이 모였다. 쪼쪼와 백합이, 황새, 평소에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일각수 쿠키까지.

충만한 관심을 받자 아기는 배고픔도 잊고 신이 났다. 손에 잡힌 백합이를 마구 휘둘렀다.

그사이 은새는 물을 끓이고 분유를 계량했다. 적당히 뜨거워진 물에 분유를 녹였다.

“음, 음음~”

가벼운 허밍이 흘러나왔다. 아기는 되는대로 흥얼거리는 그 소리를 기억했다.

그뿐 아니라 이 장소의 채광, 온도, 습도, 시계 소리, 물 끓는 소리 등을 머릿속에 담았다.

아기는 이곳의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다 됐다! 우리 아기, 울지 않고 잘 기다렸네요? 잘했어요.”

은새의 말은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가 자신을 칭찬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꺄아, 꺄!”

“착한 아이에게는 맘마를 줘야죠?”

은새가 아기를 안아 이마에 뽀뽀하고 젖병을 기울여 줬다. 채워지지 않는 식욕에 허덕일 때는 느껴 보지 못한 포만감이 아기를 감쌌다.

“그억.”

“씩씩하기도 하지.”

아기는 은새가 주는 모든 게 좋았다. 안락한 보금자리, 안온한 손길, 끊임없는 관심 같은 것.

“아, 아우. 앙.”

“배 빵빵한 거 귀여워. 우리 아기, 이따가 목욕할까요?”

은새가 아기의 배에 코를 비비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기는 은새가 내민 손가락을 꼭 손에 쥐었다.

오래도록 이 순간이 이어지길 바라면서.

***

벨키오르는 아기의 흔적을 더듬었다. 처음 누군가 아기를 빼돌렸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온 대륙을 뒤졌다.

하지만 이 땅 어디에도 아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아기가 제 발로 둥지를 벗어났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벨키오르는 마법을 전개했다.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진 금색 눈에 가닥가닥 끊어진 희미한 실이 보였다.

고양이의 발자국처럼 드문드문 남은 아기의 마력은 외부 세계, 즉 이계로 향하고 있었다.

이 땅에는 종종 이계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 때문에 벨키오르는 외부 세계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아기가 무엇에 이끌려 스스로 움직였단 말인가. 벨키오르는 아기의 마력과 뒤엉켜 남은 어떤 잔향을 맡았다.

마력이라고 하기엔 궤가 다른 능력.

‘어쩌면 이것이.’

아기를 홀린 힘일지도.

드래곤을 끌어당길 정도면 위험한 자다. 벨키오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의 주변에 금색 마력이 넘실거렸다. 아름다운 물결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이루고,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게 되겠지.’

이내 번쩍이는 섬광 속으로 그가 사라졌다.

***

헌터 랭킹 대회가 열렸다. 3년마다 열리는 대회인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누가 우승할 것인지에 대해 도박판이 벌어졌고 온갖 예측이 난무했다.

그러던 중 홈페이지에 대진표가 게시되었다. 즉시 커뮤니티에 온갖 반응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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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헌터랭킹대회] 떴다 떴어. 대진표가 떴어요~

(링크)

하이랭커들은 대부분 출진하네. 꿀잼각.

도천길드 한우리, 남궁솔, 김유하

골드스타길드 백찬민, 육재희, 강희수

혜화길드 양희진, 박지연, 강도열

백아길드 조기현

올해도 1위는 한우리겠지?

댓글(1126개)

⤷개꿀잼 예상

⤷♡우윳빛깔 백찬민♡ 찬민 오빠 화이팅!

⤷육재희 요새 기세 올랐던데 형이 함 믿어본다ㅋ 가즈아!

⤷한우리 아니면 누가 1위 함? 한국 랭커 수준 다 거기서 거기

⤷⤷한우리 악개 ㄲㅈ

⤷⤷우리야 너니?

⤷혜화길드 양희진 데뷔하자! 랭커계의 아이돌˚✧₊⁎( ˘ω˘ )⁎⁺˳✧༚

⤷남궁솔!!! 솔이 누나!!! 이때야말로 길짱을 이겨 먹을 유일한 기회야!!!

⤷그런데 유은새 이번에 참가 안 함?

⤷⤷그런 모양인데?

⤷⤷유은새 헌터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님? 왤캐 밖에 안 나와

⤷⤷ㅇㅇㅅ도 이제 지 수준을 안 거지ㅋ

⤷⤷⤷수준 같은 소리 하네ㅡㅡ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ㅇㅇㅅ 데리고 다니는 마수빨이지 저기 있는 랭커들한테 비빌 급이나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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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게시판] ㅇㅇㅅ 헌랭대 참가 안 하는 걸로 말들 많은데

나 도천 직원인데.

ㅇㅇㅅ 이민 감ㅋ

댓글(998개)

⤷ㄹㅇ? 헐. 말도 안 돼

⤷아 어그로 개많네 꺼져

⤷어디로 감? 중국? 미국?

⤷⤷저 말을 믿냐?

⤷님 pdf 땄고요. 님이 도천 직원이든 아니든 도천에서 고소장 날아갈 거니까 딱 기다리세요.

⤷유은새 그럴 줄 알았음. 얼마 전 안성 던전 공략할 때 도천 애들이랑 쇼윈도 같더라니

⤷이거 도천에 문의해봐야 하는 거 아님?;; 유은새 이민 가면 우리나라 국력 떡락한다고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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