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쁜끌림 (111)화 (111/111)

111화

특별외전 2 - 3

살살할게

체육대회 현장으로 복귀한 서현은 입술이 너무 부어올라 눈치를 살폈다.

“엄마, 왜 그래?”

태오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묻자, 숙영이 고개를 돌렸다.

“엄마 왜? 아가 어디 불편하니?”

서현은 서둘러 입을 가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머니, 저 화장실 좀요.”

서현이 화장실로 향하자, 숙영은 태성에게 물었다.

“쟤 왜 그러니?”

“네? 글쎄요.”

총총거리며 달려가는 서현의 뒷모습을 보고 태성이 미소를 짓자, 숙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저렇게 좋을까?

그러면서 이내 태성의 미소에 전염되었는지 숙영의 입꼬리에도 미소가 실렸다.

그때였다.

아빠들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오와 지오는 태성이 몸을 풀자, 그에게 매달려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빠, 파이팅!”

“아빠! 이기자!”

“당연하지. 잘할 수 있지?”

“응!”

태오와 지오는 기합이 잔뜩 들어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태성 패밀리가 줄다리기 대결장으로 비장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화장실로 갔던 서현이 돌아오는 게 태성의 눈에 들어왔다.

“얘들아, 잠깐만.”

태성은 태오와 지오를 두고 서현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살살할게.”

평소라면 이기고 돌아오겠다 말했겠지만, 오늘 밤은 지금의 우승보다 더 중요하게 힘쓸 일이 있었기에 태성은 살살하겠다고 말했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서현은 얼굴을 붉히며 주위 눈치를 살폈다.

“왜 이래요, 진짜?”

서현이 또 귀엽게 굴자, 태성은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걱정 마. 살살할 테니까.”

“태성 씨!”

서현이 찌릿 째려보자, 태성은 남들 눈치를 빠르게 살피고는 그보다 더 빠르게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손을 흔들며 줄다리기 대결장으로 향하는 태성을 서현은 밉지 않게 째려보며 이내 미소를 지었다.

못살아.

한편, 살살하겠다며 줄다리기를 하러 간 태성은… 살살은 무슨?

온 힘을 다해 줄을 당기고 있었다.

“태오야! 힘내! 지오야! 연습한 대로! 영차, 해야지!”

상대편에 라이벌인 민혁이 있었기 때문에 태성의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저 자식은 꼭 이기고 싶단 말이지.

오늘 밤을 위해 살살하겠다고는 했지만, 체육대회 왕좌의 자리도 지켜야 했기에, 태성은 누구보다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결국 태성은 있는 힘껏 줄을 당긴 결과 우승을 했고, 남은 한 개! 이어달리기만을 남겨 놓은 상태가 되었다.

이것만 하면 이제 집에 가겠구나.

태성이 마지막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민혁이 다가왔다.

“야, 살살해.”

“살살하는 거야.”

“이게 살살하는 거라고?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너 이어달리기에서 지면 나한테 지는 건 알고 있지?”

태성이 피식 웃으며, 민혁의 어깨를 잡았다.

“야, 내가 진짜 열심히 하면 너 끝나.”

“뭐?”

“내가 밤에 일만 없었어도.”

“회사 복귀해?”

“아니, 더 중요한 일.”

태성이 피식 거만한 미소를 짓자, 민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뭐냐? 아까 말한 셋째라도 갖기로 했냐?”

“어.”

“뭐?”

민혁이 놀라자, 태성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쳐 격려했다.

“너 오늘 밤에 생길 우리 셋째 아니었으면, 이미 나한테 졌어. 내가 컨디션 조절 때문에 살살해서 그렇지, 이렇게 아슬아슬한 점수 차는 절대 허용 안 했다고.”

“뭐?” 

“근데 살살해도 이어달리기는 워낙 내 필살 종목이라. 내가 마지막 주자인 건 알고 있지?”

“아, 그러셔? 나도 마지막 주자인 건 알고 있지? 그 필살 종목, 오늘부로 내 필살 종목될 거 같은데 어쩌냐?”

“훗, 가볍게 달려줄게. 밤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도 뭐. 가볍게 뛸 생각이야. 밤에 중요한 일은 나도 있거든.”

“얘기된 거냐?”

“옛날에 됐다.”

태성과 민혁은 불꽃 튀는 눈빛을 주고받고는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드디어 이어달리기가 시작되고, 마지막 주자인 태성과 민혁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민혁의 팀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 민혁이 먼저 바통을 건네받고 달리자 태성은 바통을 건네받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놀라운 속도에 모두들 입을 떡 벌리고 있는데, 앞서 달리고 있던 민혁은 한 마리 재규어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만 같아 흠칫 놀라 더 속력을 냈다.

두 사람은 서로 주고받았던 가볍게 달리겠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달리고 있었다.

자녀들의 운동회에 참가한 아빠들의 달리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두 사람이었다.

태성이 바로 뒤까지 따라붙자, 민혁은 더 속력을 내려고 했지만 더는 역부족이었다.

밤에 중요한 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리는 태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민혁은 태성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우와!”

1등으로 골인한 태성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빠들 중 개인 점수 1등도 물론 차지하고.

태성이 1등으로 들어오자, 태오와 지오가 달려가 안겼다.

“아빠!”

태성은 태오와 지오를 껴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고는 가족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순간, 읏!

태성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추자, 앉아서 박수를 치고 있던 서현과 이 회장, 숙영은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태성아!”

* * *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간 서현은 침대에 누워 있는 태성을 찌릿 째려봤다.

“살살한다면서요?”

“살살한 거야.”

“그런 사람이 근육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달려요?”

서현은 이불을 걷어 태성의 허벅지에 찜질팩을 올렸다.

“병원 안 가봐도 돼요?”

“이제 정말 괜찮다니까 그러네.”

서현은 태성의 괜찮다는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애들은 어머님 아버님께서 내일까지 데리고 있으시겠대요.”

그 말에 태성은 서현을 끌어당겨 안았다.

“그럼 내일까지 우리 둘만 있는 건가?”

태성의 허벅지에서 찜질팩이 떨어지자, 서현은 그를 타박했다.

“찜질해야죠.”

“잠깐 근육이 놀란 거야. 운동하다가 흔한 일이라고.”

“그래도… 얼마나 놀란 줄 알아요?”

“미안. 이리로 좀 와봐.”

태성이 허벅지 위로 앉히려고 하자, 서현은 그를 밀어냈다.

“다리 아프잖아요.”

“다 나았다니까 그러네.”

태성이 고집을 부려 끌어안는 바람에 서현은 그의 허벅지 위에 앉고 말았다.

“괜찮아요?”

“괜찮다니까?”

태성은 괜찮다는 말과 함께 분위기를 야릇하게 만들더니 서현의 입술에 입술을 맞물렸다.

태성이 고개를 틀어 더 깊숙이 맞물리자, 긴장했던 서현의 몸이 어느새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깐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안 듣는 그를 오늘 밤 밀어내야지 다짐했는데, 그 결심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농밀하게 맞닿은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이 오고 가고, 서로의 몸은 점점 더 격렬하게 맞붙고 있었다.

태성의 손길이 예민한 살결에 닿자, 서현은 그를 살짝 밀어냈다. 

“태성 씨….”

“왜?”

“당신 몸 안 좋잖아요.”

“괜찮아.”

태성이 다시 입술을 붙이려고 하자, 서현은 그를 밀어냈다.

“이러다 또 아프면 어쩌려고요.”

“그럼 당신이 도와줘.”

태성은 몸이 괜찮아졌지만, 일부러 서현에게 부탁했다.

잠깐 골려주고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서현이 갑자기 가슴을 탁 밀었다.

“그럼 당신은 누워 있어요.”

태성은 침대에 누워 서현을 바라봤다.

표정이 제법 비장하길래 태성은 장난처럼 물었다.

“난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되는 건가?”

“우선은요.”

서현이 정말 결심했는지 태성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어쩐지 느낌이 좀 이상해 태성은 또 다른 곳에 근육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진짜 혼자 하게?”

“왜요? 나 못 믿겠어요?”

어느새 준비를 마친 서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의 위에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흥분한 상태인 태성을 보며 서현은 숨을 크게 삼켰다.

매번 봐도 적응이 안 되는 크기이긴 했다.

서현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시도를 하는데, 털썩-

“어?”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어느새 자신은 침대에 누워 있고 태성이 위에 올라가 있었다.

“태성 씨….”

“몸이 아픈 나랑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가?”

“네? 아니 나는….”

“안 아파. 아파도 당신 혼자 알아서 하게 놔두진 않을 거고.”

“태성 씨….”

“밤은 길어.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고.”

서현이 눈만 깜빡이자, 태성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쪽 입을 맞췄다.

“오늘 밤, 셋째 갖자며.”

“태성 씨….”

“당신은 지치면 안 되니까, 귀하신 몸, 오늘 밤 제가 풀코스로 모시겠습니다.”

“풀코스요?”

“기대해.”

기대하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태성은 정말 귀한 것을 다루듯 서현의 온몸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밀려든 쾌감은 오늘 밤 풀코스의 시작을 알렸다.

“하아… 태성 씨….”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