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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끌림 (110)화 (110/111)

110화

특별외전 2 - 2

누가 먼저 불 질렀더라?

체육대회 중간중간, 서현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는 건 기본이고, 기분이 안 좋은지 잘 웃지도 않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무슨 일이지?

어디 안 좋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만 할 뿐, 서현의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자 태성은 그런 그녀가 신경 쓰여 좀처럼 체육대회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빠들이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제 마지막 순서에 해야 하는 달리기와 줄다리기만 남아 있자 시간의 여유가 생긴 태성은 눈치를 살피고는 숙영에게 다가갔다.

“잠깐 애들 좀요.”

“어, 그래.”

숙영과 이 회장에게 태오와 지오를 맡긴 태성은 서현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잠깐 이리로 와.”

“네? 어딜 가요?”

목적지도 말해주지 않는 태성을 따라간 곳은 주차장이었다.

태성은 차 문을 열어 서현을 보조석에 앉혔다.

“태성 씨… 차는 왜?”

“우선 타.”

서현을 차에 태우고 태성도 바로 운전석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태성이었다.

“장서현?”

“네?”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럼 힘들어서 그래?”

“괜찮은데 왜요?”

서현이 애써 미소를 짓자, 태성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일 있지?”

태성이 빨리 말하라는 듯 눈빛을 보내자 서현은 시선을 피했다.

서현이 시선을 피하자, 잠시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태성이 다시 또 눈을 맞춰왔다.

태성이 끈질기게 눈을 맞춰오자, 서현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그래. 무슨 일인데?”

“아까 태성 씨….”

“나?”

태성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현은 한숨을 또 내쉬었다.

“이봐. 모르잖아.”

“뭘? 왜? 무슨 일인데?”

“아까….”

서현이 자꾸 눈치를 살피자 이번엔 태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내가 당신 뭐 서운하게 했어? 말해줘. 말해줘야 빌기라도 하지.”

태성이 달래듯 묻자, 서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태성 씨 표정요.”

“내 표정?”

“셋째 얘기 나왔을 때요….”

“셋째? 아, 그때? 그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지?”

태성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묻자, 서현은 입을 삐쭉였다.

“그렇게 싫어요? 셋째 갖기?”

“뭐?”

생각지도 못한 말이 서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태성은 당황해서 얼음이 되고 말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렇게 싫냐고 묻는 건….

이거 설마….

태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현은 눈을 흘겼다.

“대답 못 하네요?”

“당신 지금 이 얘기하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건가?”

“…….” 

“설마 셋째를 갖고 싶은 거야?”

태성의 물음에 서현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지 않자, 태성은 서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시선을 돌렸다.

“장서현?”

“왜요?”

“왜 대답을 안 해?”

“아까 싫다는 표정 다 봤는데, 내가 무슨 대답을 해요.”

“내가 언제 싫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렇지 않아. 내가 왜?”

그 말에 서현은 눈을 들어 태성과 눈을 바라봤다.

“그렇지 않다고요?”

“당신은 아직도 남편 표정을 몰라?”

“…….”

오랜만에 삐친 서현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태성은 그녀가 너무 귀여워 손가락으로 볼을 튕겼다.

“귀엽네, 장서현?”

“말 돌리지 마요.”

서현이 손을 탁, 쳐내자, 태성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녀의 볼을 감쌌다.

“장서현.”

“왜 자꾸 불러요?”

“셋째가 갖고 싶은 거야?”

질문에 서현이 부정하지 않자, 태성은 다른 식으로 물었다.

“셋째 가질까?”

태성의 달라진 질문에 서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뭐… 요즘 들어 조금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진짜?”

태성이 정말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자, 서현은 미간을 좁혔다.

“왜요?”

“아니, 의외라.”

태성이 생각지도 못했다는 식으로 말하자, 서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의외라고 하는 거예요?”

“당신 요즘 한창 바빴잖아.”

“바쁘면 애 못 가져요?”

서현의 말에 태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뭐지?”

“왜요?”

“진짜 셋째 가질까?”

“몇 번을 물어요? 싫은 거죠?”

“아니.”

태성이 아니라고 간단명료하게 웃으며 답하자, 서현은 그를 수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 장난하는 거 아닌데?”

“나도 장난 아니야. 당신이 원하면 난 좋아.”

“당신 의견은 없고요?”

“당신 의견이 내 의견이지. 임신은 당신이 힘든 거니까.”

태성의 말에 서현은 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심드렁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서현의 반응에 태성은 다시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려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당신은 별로 원하지 않는 거 같아서요.”

“아니라니까. 당신이 힘들까 봐 그래.”

“정말이에요?”

“난 늘 그랬잖아. 당신이 먼저야. 당신이 힘든 거 뻔히 아는데, 내 욕심 때문에 요구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럼 당신도 원했다는 거예요?”

“당연한 거 아냐? 태오랑 지오 같은 보물이 또 태어나는 건데 마다할 이유가 있나?”

“정말?”

“정말.”

태성은 서현의 볼에 손을 올리고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가볍게 닿았던 입술이 부드럽게 밀려들어 숨결이 섞이자 점점 더 격렬한 숨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진 서현이 더 참지 못하고 밀어내려 하자. 태성은 아쉬운 듯 입술을 뗐다.

“하아….”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이 오가자 태성은 참지 못하고 서현을 끌어당겨 안았다.

“사랑해.”

“태성 씨….”

“진즉 말을 하지.”

“뭘요?”

“지금 당장 셋째 만들러 갈까?”

“뭐예요….”

서현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웃자, 태성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내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까 태성 씨 표정이 너무 좋지 않길래….”

그 말에 태성은 고개를 살짝 뒤로 물러 서현과 눈을 마주쳤다.

“당신이 부담 느낄까 봐 표정 관리한 거지. 아직도 날 몰라?”

“그런 거였어요?”

“거기서 셋째를 원한다고 하면 당신이 부담 느낄 거 아냐.”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당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럴 리가. 당신이 셋째 갖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벌써 흥분한 거 안 보여? 이리 와.”

태성은 서현을 끌어당겨 허벅지 위로 앉혔다.

태성의 눈빛이 진해지자, 서현은 창밖의 눈치를 살폈다.

“누가 보면 어떡해요? 여기 아이들 학교예요.”

“안 할 거니까 걱정 마.”

“그럼 왜….”

“키스하려고. 이 자세가 키스하기 편하잖아.”

“네?”

“키스해 줘. 이대로 나가면 체육대회에 집중을 못 할 거 같아.”

“좀 전에 했잖아요.”

“또.”

“키스하면 더 집중 못 하는 거 아니고요?”

“해주면 집중하도록 노력해볼게. 안 해주면 지금 당장 당신 데리고 집으로 갈지도 몰라.”

정말로 갈 기세인 태성을 보며 서현은 피식 미소를 흘렸다.

“애들은요?”

“아버지, 어머니 계시잖아.”

“체육대회 1등은요? 민혁 오빠 제치고 달리기 1등으로 골인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게 중요해? 당신 이 안에 우리 셋째 골인시키는 게 더 중요하지?”

태성의 손이 야릇한 곳으로 향하자, 서현은 놀라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 미쳤나 봐.”

서현이 창밖을 바라보며 불안해하자, 태성은 그녀를 꼬옥 껴안았다.

“키스 안 해줄 거야?”

“이따가 집에 가서요. 지금 하면 안 될 거 같아.” 

“안 해주면 더 한 거 할 건데?”

태성의 손이 또 야릇한 곳으로 더 파고들려고 하자, 서현은 그의 손을 또 막고는 찌릿 째려봤다.

“태성 씨….”

“당신 생각 안 하고, 내 욕심대로 했으면 셋째가 뭐야? 지금쯤 축구부도 만들었을 텐데.”

그 말이 백퍼센트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아는 서현은 괜히 그를 자극했다 싶어 살짝 후회가 일었다.

집에 가서 얘기할걸….

괜히 지금 얘기해서 그의 스위치를 켰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는데,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든 태성이 몸을 당겨 안았다.

“빨리 해줘. 키스.”

태성이 자꾸만 보채자, 서현은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먼저 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입술을 맞물렸다.

서현의 입술이 닿자, 태성은 소리 안 나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뒤통수를 더 끌어당겨 깊숙이 숨결을 밀어 넣었다.

지금 당장 더 한 것도 밀어 넣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꾹 참으며.

점점 격렬해지는 태성의 움직임에 위험을 감지한 서현이 그를 밀어냈다.

“태성 씨, 이제 그만….”

“잠깐만 더.”

태성은 서현의 거부를 더 격하게 거부하듯 그녀를 끌어당겨 다시 입술을 맞물렸다.

입술이 깊숙이 맞물릴수록 몸이 점점 더 농밀하게 맞붙어갔다.

태성이 더 흥분한 게 느껴지자, 서현은 익숙한 위험함에 그를 또 밀어냈다.

“하아… 태성 씨….”

입술이 떨어지고 마주한 그의 눈빛은 이미 위험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안 돼요.”

“집에 갈래?”

“진짜 이럴 거예요?”

서현의 타박에 태성은 그녀를 꽈악 껴안는 거로 욕망을 달랬다.

“오늘 밤에 잘 생각하지 마.”

“태성 씨….”

“오늘은 무조건 애들 어머니 집에서 재울 거니까 반대하지 말고.”

“체육대회 끝나고 힘드실 텐데 어떻게 그래요?”

“아까 애들한테 오늘 자고 가라고 하시는 거 들었어.”

“그건 또 언제 들었대?”

“그럼 오케이하는 거다.”

서현이 대답을 하지 않자, 태성은 살짝 몸을 떨어뜨려 눈을 마주쳤다.

“누가 먼저 불 질렀더라?”

“난 아닌데?”

“그럼 나 혼자 불난 거다?”

서현이 시치미를 떼자, 태성은 그녀가 반박할 수 없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나 혼자 불난 거지?”

“하아… 태성 씨….”

태성의 야릇한 손길이 이어지자, 서현은 그의 목을 꽈악 끌어안았다.

“그만….”

“오케이한다고 말해.”

“하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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