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쁜끌림 (102)화 (102/111)

102화

추가 외전 18화

좋은 건 한 번 더

유리의 눈빛에 홀린 민혁은 고개를 내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민혁의 숨결에 당황한 유리는 그를 밀어냈다.

그러고는 그의 위로 올라가 그를 제압했다.

“헉….”

화났나?

민혁이 유리의 눈치를 살피는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빛이 얽혀들더니… 곧 서로의 혀가 얽혀들었다.

유리가 고개를 내려 민혁의 입술에 입을 맞춘 거였다.

삽시간에 불이 붙은 두 사람이었다.

밑에서 유리가 리드하는 대로 있던 민혁은 감질나는 듯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유리의 입술을 삼키는 민혁이었다.

그날 이후로 시작된 주짓수 데이트였다. 유리는 자신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남자를 원했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남자를 원했는데, 그 테스트가 주짓수였다.

그리고 그 테스트를 통과한 게 민혁이었고.

덕분에 민혁은 그날 이후로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다니는 신세였지만 고생 끝에는 늘 낙이 있었다.

“넘겨봐요. 정민혁 대표님.”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유리였다.

귀엽기도 하고, 살벌한 그녀였다.

민혁은 유리에게 또 멱살이 잡히고 말았다.

“잠깐, 내 허리….”

“허리가 뭐요?”

“어젯밤의 내 노력을 잊었습니까? 밤새 최선을 다했는데… 잊혀질 밤이 아니었는데?”

유리가 민망해서 입을 가리는 순간, 민혁이 그녀를 제압해 눕혔다.

“넘겼다.”

유리가 찌릿 민혁을 째려봤다.

“이런 식으로 매번 치사하게 넘길 거예요?”

“아직 실력이 안 되면, 이런 식으로라도 넘겨야지. 그래야….”

민혁이 유리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어?”

“왜? 넘길 때마다 뽀뽀해도 된다면서요? 나 그 조건으로 주짓수 하는 건데?”

이때, 유리가 기습적으로 민혁의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전세 역전이 된 민혁은 유리의 밑에 깔렸다.

“윽!”

“내가 언제 뽀뽀하라고 했어요?”

“……?”

“키스하라고 했지.”

유리는 고개를 내려 민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이번엔 민혁이 유리를 눕히고 그 위로 올라섰다.

“뽀뽀가 아니라 키스였습니까? 진작 말하죠. 그럼 더 열심히 했을 텐데….”

더 깊게 입술을 맞물리는 민혁이었다.

* * *

행복 나눔 음악회가 열리는 날.

태교 음반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행사와 더불어 하게 된 공연이었다.

이 공연 역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원래는 서현 혼자 하기로 했던 공연이었는데, 좋은 뜻을 함께하고 싶다는 같은 기획사 아티스트들의 공연 참여에 무대는 더 풍성해졌다.

서현이 한창 공연을 하고 있는데, 관객석에 익숙한 남자가 보였다.

밖에서 만나면 더 설레는 남자, 태성이었다.

태성은 이번 공연에 협찬은 물론 기부금도 내면서 서현의 뜻에 동참하는 외조를 톡톡히 했다.

이렇게 공연까지 와주다니….

서현은 뿌듯한 마음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후, 태성에게 달려갔다.

“온다는 얘기 없었잖아요?”

“당연히 와야지.”

태성은 서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늘도 예쁘네.”

서현이 미소를 짓자, 태성이 그녀의 볼을 만졌다.

“끝나고 다 같이 식사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모두 좋은 뜻으로 이렇게 참여해줘서 공연이 더 풍성해졌는데.”

“내가 낼게. 당신 뜻에 동참해 준 사람들인데, 내가 대접해야지.”

“고마워요.”

* * * 

“내가 살게. 내 아티스트들인데….”

“내가 사야지. 내 와이프 도와주러 오신 분들인데….”

공연에는 일 때문에 와보지 못했던 민혁이 회식 장소에 나타났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태성과 민혁의 자리에는 같이 앉질 않아서 어쩌다 보니 셋이 식사를 하게 됐다.

“내가 낸다니까 그러네.”

“내가 낸다고.”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 힘을 빡 주고 노려보고 있는 태성과 민혁이었다. 

“둘이 왜 그래요? 내가 낼게요. 그럼 됐죠? 얼른 먹어요.”

태성은 서현의 어깨를 안았다.

“우리 지오 선물 보낸 건 잘 받았다. 고마우니까 내가 오늘 밥 살게. 내 와이프 공연이고, 내 딸 선물이니까.”

“그래라. 돈 못 써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태성이 이겼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짓는데, 서현이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일부러 민혁에게 질문을 했다.

“아! 오빠, 성 팀장님이랑은 잘 만나요?”

“그럼.”

“성 팀장?”

태성은 처음 듣는다는 듯 반응했다.

“내가 말 안 했나? 오빠 연애하잖아요. 성 팀장님하고.”

“설마 내가 아는 성 팀장인가?”

“그래, 네가 아는 성 팀장이다.”

“아, 그래? 너 연애 해?”

그제야 눈에 쌍심지를 끄는 태성이었다. 서현의 예상 적중이었다.

“연애 축하한다. 결혼해야지?”

다만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려고 하는 게 문제였다.

“태성 씨, 아직 성 팀장님이랑 오빠랑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때, 민혁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결혼해야지.”

“정말? 오빠, 성 팀장님이랑 날 잡아요?”

“그러려고. 근데 안 넘어오네.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면서….”

이때, 태성이 민혁 쪽으로 반찬을 밀어 넣었다.

“야, 많이 먹고 힘내.”

태성의 안 하던 행동에 민혁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듯 몸서리쳤다.

“뭐 하냐?”

“힘내서 결혼하라고. 힘내라.”

태성의 유치한 행동에 서현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만 해요.”

“왜? 응원하는데? 힘내라, 정민혁. 꼭 결혼하고. 꼭.”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김 기사가 운전을 했고, 서현은 태성의 품에 안겨 뒷좌석에 앉았다.

“민혁 오빠한테 그러지 말아요.”

“남자는 한 번 마음에 품었던 여자… 특히 자기가 갖지 못한 여자한테는 미련을 두는 법이야. 당신이 내 거라는 거 만날 때마다 확실히 해둬야지.”

“이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나 애 엄마예요.”

“당신 애 있어도 좋다는 놈이었어.”

“나 이제 애도 둘인데? 이렇게 멋진 남편도 있는데?”

태성의 표정이 조금 풀리자, 서현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말로만?”

서현이 태성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밖에서 보니까 너무 반가웠어요. 관객석에 당신만 보이는 거 있죠?”

태성이 서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또 예쁜 말만 하네? 이 예쁜 입술로?”

태성이 다시 서현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데, 좀 전과는 달리 농도가 짙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아쉽게 떨어지자, 서현이 다시 태성의 입술을 찾았다.

어느새 진해진 분위기였다.

잠시 후, 차는 차고에 도착했고, 김 기사도 차에서 내렸지만, 태성과 서현은 여전히 뒷좌석에 남아 있었다.

나신이 된 채로.

“하아… 태성 씨….”

서현은 다리 사이에 있는 태성의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차 안에 촉촉한 마찰음과 거친 숨소리가 채워졌다.

서현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자, 태성이 고개를 들어 입술을 삼켰다.

신음 마저 삼키듯이.

“올라와.”

태성의 허벅지 위로 올라간 서현은 천천히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하….”

“당신 지오 낳고 더 느끼는 거 알아?”

“응. 하… 나 좀 이상해졌나 봐.”

“이상한 게 아니라 좋은 거지. 나한테는 감사한 거고.”

“하… 어떡해….”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서현은 멈출 수 없었다.

태성이 더 빠르게 움직이자, 서현은 자지러지듯 그의 목을 껴안았다.

“하….”

서현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고, 거친 숨을 내쉬는 그의 떨림도 느껴졌다.

“태성 씨… 하… 너무 좋아요.”

서현이 태성의 입술을 진하게 맞물렸다. 

아직 서현을 빠져나가지 못한 태성은 다시 열이 오르고 있었다.

서현이 다시 차오르는 부피감에 놀라 입술을 떼자, 태성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은 건 한 번 더 해야지.”

“태성… 읍!”

서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태성은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그러고는 다시 허리에 힘을 실었다.

* * *

“이지오, 너 그러다 넘어져. 천천히.”

이제 제법 잘 걸어다니는 지오는 요새 태오의 뒤만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정원에서 태오와 함께 잡기 놀이를 할 정도로 많이 큰 지오였다.

“이지오, 그만 따라와.”

“오빠. 오빠.”

서현은 거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순애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반찬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보내셨어요?”

- 아니 그 근처 갈 일 있다길래 그냥 몇 개 만들어서 보냈어. 잘 받았어?

“네, 안 그래도 양념장 거의 다 떨어졌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할머니?”

- 내가 다 알지.

“이건 태성 씨도 좋아해서 벌써 다 먹은 거 있죠?”

- 떨어지기 전에 말해. 그래야 안 떨어뜨리고 먹지.

“애들이 또 놀러 가자고 해서 다음 주에 놀러갈게요. 그때 먹었던 김밥 얘기를 계속하는 거 있죠.”

- 그럼 김밥을 또 만들어줘야겠구만.

“고마워요, 할머니.”

- 고맙긴. 네가 매달 용돈도 주는데 내가 이런 거라도 해야지.

“에이, 할머니도 참….”

이때, 지오가 넘어져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아앙.”

서현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할머니, 지오, 넘어졌어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 그려.

서현은 전화를 끊고 지오에게 달려갔다.

“지오야, 괜찮아?”

“엄마, 오빠… 오빠….”

알고 보니 지오는 넘어진 게 아니라 혼자서 철퍼덕 주저앉은 거였다.

태오가 자꾸 안 잡히니까 신경질이 나서.

“태오야, 지오한테 한 번만 잡혀주면 안 돼?”

“아, 이지오… 자.”

태오는 지오 옆에 바로 섰다.

이때, 지오가 태오를 덥석 잡았다.

“잡았다!”

금세 미소를 짓는 지오였다.

“이번엔 오빠. 오빠.”

“알았어, 내가 술래할 테니까 도망쳐.”

도망치는데, 도망쳐봤자 걸음이 느린 지오였다.

서현이 태오에게 귓속말을 했다.

“못 잡는 척 좀 해줘, 태오야.”

“알았어.”

태오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면서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못 잡겠네. 아, 재미있다. 이지오 엄청 빠르네.”

태오가 그러는데도 지오는 재미있어서 까르르 까르르하면서 도망쳤다.

서현은 정말 대충 놀아주는 태오를 보면서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

언제 저렇게 커서….

뿌듯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노는 걸 보고 있던 서현이 비명을 질렀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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