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추가 외전 15화
좋았어요
“응애. 응애. 응애.”
태성이 아기 띠를 매고 달래는데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 지오였다.
“응애. 응애. 응애.”
이제 태어난 지 2개월이지만, 지금 지오는 이 집안의 서열 1위였다. 폭군 서열 1위.
“꾹꾹… 아니 지오야, 울지 마.”
이때, 태오가 달려왔다.
“아빠, 여기! 여기!”
태오가 가져온 건 지오가 가장 좋아하는 공갈 젖꼭지였다.
“어, 그래. 잘했어.”
태성이 공갈 젖꼭지를 받아 지오의 입에 물리자, 조금 빠는 것 같더니 퉤!
공갈 젖꼭지를 뱉어버리는 지오였다.
태성은 절망했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태오는 지오의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틀어막았다.
“아빠, 엄마 언제 온대?”
“미용실 갔으니까 금방 올 거야. 서현아, 빨리 와. 지오야, 그만 울어. 뚝!”
“응애. 응애. 응애.”
더욱 우렁차게 우는 지오를 보며, 태성은 울상을 지었다.
“지오야, 왜 우는지 말 좀 해줘라. 아빠도 울고 싶다, 진짜.”
“아빠, 지오가 어떻게 말을 해? 아빠 울어?”
이때, 서현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난리야?”
“어? 당신 왔어?”
태성은 서현을 보자마자 구세주를 본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달려갔다.
“지오, 언제부터 이래요?”
태성은 서현을 와락 껴안았다.
“서현아, 나 좀 살려줘.”
서현은 지오의 상태를 보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손만 씻고 바로 올게요.”
“옷도 갈아입고 와. 그동안은 볼 수 있으니까.”
자신만만하게 미용실에 다녀오라고 할 땐 언제고, 쩔쩔매고 있는 태성을 보며 서현은 웃음이 나왔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현은 지오를 받아 안았다.
“지오야, 엄마 왔어, 엄마. 우리 공주님 잠에서 깼는데, 엄마 없어서 놀랐어요?”
여전히 우는 지오였다.
서현은 혹시나 싶어서 지오의 입 주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손가락을 따라 입을 벌리고 오물거리는 게, 왜 우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서현은 지오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집 안에 평화가 찾아왔다.
지오의 울음이 멈추자, 집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태성과 태오는 너무 신기해서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지오가 서현의 젖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배고픈 거였어?”
지오가 운 이유를 알고 허탈해진 태성이 방으로 들어서자, 태오도 따라 들어갔다.
“배고팠나 보다.”
“이렇게 단순한 걸 몰랐다니….”
“자다 일어나서 배고팠나 봐요. 냉동실에 모유 얼려 놓은 거 있었는데. 당신 그거 생각 못 했구나?”
“그러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더라고.”
태오는 언제 울었냐는 듯 평화롭게 젖을 먹는 지오를 바라봤다.
“천사 같다. 아까는 악마 같았는데.”
“뭐야? 이태오. 동생한테 예쁜 말.”
“아, 진짜 아까는 악마 같았단 말이야. 그렇지, 아빠?”
태성은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서현과 지오를 바라봤다.
“배고파서였네. 저렇게 배고픈데 공갈 젖꼭지를 물렸으니… 당신 한 번 더 외출해. 내가 지오 보고 있을게.”
“나중에요. 왜 자꾸 날 내보내려고 해요?”
“당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까 봐 오늘은 자유 좀 주려고 했지. 근데 당신 더 예뻐졌네?”
“이제 보여요?”
“우와, 엄마 예쁘다.”
오랜만에 머리 손질을 한 서현이었다. 모유 수유를 해야 해서 염색이나 파마는 못 하지만 출산 후, 부쩍 빠진 머리카락과 새로 나는 잔머리 때문에 지저분했던 걸 정리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태성과 함께 지오를 보느라 피곤했는지, 태오가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태성은 그런 태오를 업고 서현의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잠시 후, 두 아이가 단잠에 푹 빠지자, 서현은 지오의 방으로, 태성은 태오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태성은 서현을 보자마자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
“고생했어.”
“당신이 고생했죠.”
서현이 태성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태성을 침대에 앉힌 서현은 그대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
“고생했어요.”
“팔목도 아픈데 안 해도 돼.”
“잠깐만. 나도 당신한테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럼 이거 말고 다른 거.”
태성이 단숨에 서현을 안아서 허벅지 위로 앉혔다.
“어머!”
“오늘 더 예쁘네.”
태성이 쪽. 쪽. 쪽.
입술에 여러 번 입을 맞추자, 서현의 입꼬리가 금세 올라갔다.
태성이 이젠 볼에 눈에 이마에 코에 사정없이 뽀뽀를 퍼붓자, 서현이 그를 밀어냈다.
“태성 씨, 그만요. 간지러워.”
그러나 밀릴 리가 없는 태성이었다.
연신 퍼붓던 뽀뽀의 종착지인 서현의 입술에 도착한 태성은 진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공기마저 뜨겁게 달굴 정도로 진하고 촉촉한 마찰음이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한 채, 혀를 옭아매고, 여린 살결을 자극하는 야릇한 숨결이 오가자 온몸은 달아오르고 있었다.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짜릿한 전율이 발끝을 오그라들게 할 때쯤 태성은 입술을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서현을 와락 껴안아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키스만으로도 숨이 차올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서현의 가슴 위에 얼굴을 묻은 채로 태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서현이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이내 서현의 살결에 얼굴이 닿자, 태성이 고개를 들었다.
“……?”
“나 오늘… 안아주면 안 돼요?”
“서현아….”
“물론 태성 씨 괜찮으면요.”
태성이 서현을 와락 껴안았다.
“당신이 괜찮아야지.”
“오늘 병원도 다녀왔고, 이젠 다 나았다는데….”
태성은 놀란 눈으로 서현을 바라봤다.
“병원 다녀왔어?”
“네, 미용실 갔다가… 그랬더니 병원에서 괜찮다고… 악.”
태성이 서현을 침대에 눕히고, 그대로 그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그의 단단한 팔 사이에 갇힌 서현은 태성을 올려다봤다.
“태성 씨….”
“진짜 괜찮은 거지?”
“태성 씨는 괜찮아요?”
“자꾸 뭐가 괜찮냐는 거야?”
“남자들이 출산 후에 관계 갖는 거… 부담스러워한다던데….”
“조심스럽겠지. 행여 나 때문에 다칠까 봐 걱정되고. 정말 괜찮겠어? 나 때문에 무리하는 거라면….”
“아뇨.”
태성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는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괜찮은 거지?”
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프면 말해.”
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성이 브래지어 버클을 열기 위해 등으로 손을 넣었다.
툭-
하얀 가슴이 드러나자 태성이 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태성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옆구리, 배꼽, 골반을 지나가고 그의 손길이 바지 버클을 열자, 서현이 몸을 움츠렸다.
“태성 씨….”
“응?”
“괜찮을까요?”
매일 샤워를 같이하기 때문에 몸을 보여주는 건 부끄럽지 않았지만, 느끼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운 서현이었다.
게다가 샤워를 같이했다지만, 그래도 은밀한 곳을 보여주는 건 너무 오랜만이기에 기분이 야릇했다.
“커튼 치고 불 끄고 하면 안 돼요?”
“왜?”
“너무 환해서… 그리고 좀….”
“우리 매일 같이 샤워하는데도 부끄러워? 난 당신 보고 싶은데? 괜찮은지 확인하면서 해야지.”
“당신이 실망할까 봐 좀 무서워요.”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태성은 서현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상태를 확인시켜줬다.
“이래도 실망을 한다는 거야? 보기만 해도 흥분될 정도로 당신 지금 너무 예쁘다고.”
“만약에 당신이 못 느끼면 어떡하지? 내가 못 느끼면 어떡해요? 출산하고 못 느끼는 사람 많다던데….”
“태오 낳고도 느꼈잖아.”
“그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니까… 근데 지금은….”
“의사도 괜찮다고 했다며. 나한테 맡겨. 아플 때만 말하고.”
서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불을 끌 수 없다면, 그냥 눈을 감자.
서현은 떨리는 마음으로 태성이 주는 감각에 집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가 느껴졌다.
“예뻐.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거짓말.”
태성이 조심스럽게 서현의 몸에 입술을 누르며 말했다.
“당신 몸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귀한 몸이야. 그 어떤 것보다 귀하고, 아름다워. 그러니까 당신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난 어제보다 오늘 더 당신이 예뻐 보이고, 당신을 아끼고, 또… 당신을 사랑하니까.”
태성의 숨결이 여린 살결에 닿았다.
“하….”
“아프면 말해.”
태성이 한 손으로 서현의 손을 잡았다.
서현은 알았다는 듯 그의 손을 세게 잡았다.
부드러운 그의 숨결이 밀려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을 하나하나 느끼며 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아….”
행여 느끼지 못할까 봐 겁이 났는데, 그건 괜한 우려였음을 그가 증명시켜주고 있었다.
다리가 떨리고, 꾹 다물고 있던 입술까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태성 씨… 하아… 하아….”
서현의 허리가 휘자, 태성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받히고 입술을 움직였다.
“하아… 태성 씨… 어떡해….”
서현의 격한 떨림이 멈추자, 태성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어땠어?”
“좋았어요.”
“아프진 않았고?”
“응.”
대답을 끝내는 순간, 다리 사이로 그가 느껴졌다.
서현의 어깨가 잔뜩 긴장한 채 뭉쳐 있자, 태성이 어깨를 주물렀다.
“천천히 할 테니까 긴장 풀어.”
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성은 천천히 허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어때?”
“괜찮아요. 당신은요?”
“좋아.”
서현이 괜찮다는 허락이 떨어질 때마다 태성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서현을 안았다.
“하아….”
“아파?”
“괜찮아요. 아니, 좋아요.”
마치 처음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끊임없이 괜찮냐 물어봐 주고, 배려해주는 그의 모습에 더 감동받았던, 그래서 더 설레었던 시간.
점점 더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 태성과 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