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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끌림 (98)화 (98/111)

98화

추가 외전 14화

예뻐

“꼭꼭아, 빨리 나와라. 엄마 힘들다.”

“아.”

“왜?”

“꼭꼭이가 발로 차서요.”

“우리 공주님이 성질 있네. 아빠가 잔소리했다고 삐쳤나?”

“자꾸 차요.”

태성이 서현의 배 위에 대고 속삭였다.

“꼭꼭아, 얼른 자자. 아빠가 미안.”

“바로 사과할 거면서 혼내요?”

서현이 미소 짓자, 태성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내가 우리 집 여자들한테 약하잖아.”

“잠 다 달아났어.”

“그럼 뭐 할까?”

“당신은 자요. 내일 출근해야지.”

“나도 잠 깼어. 그리고 당신이 안 자는데 같이 놀아야지.”

태성은 서현의 온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사지 받으면 잠이 올 거야.”

“당신이 힘들잖아요.”

“안 힘들어. 그러니까 눈 감아. 잠을 자야지, 컨디션도 좋지.”

“나 그냥 안아줘요. 그럼 잠 올 거 같아.”

“그래.”

태성이 침대에 누워서 서현을 뒤에서 껴안았다.

“우리 언제 정면 보고 안지?”

“그러게요. 난 언제 하늘 보고 잘 수 있을까요?”

임신 중에는 옆으로 누워 자는 게 태아에게도 산모에게도 좋다고 해서 벌써 몇 개월째 옆으로 누워서 자는 서현이었다.

태성은 서현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그리고 혼자만 힘들게 해서 미안.”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사랑해.”

“나도요.”

* * *

“왜 또 나왔어?”

만삭의 몸으로 연습실에 나온 서현을 보고 민혁이 깜짝 놀랐다.

“너 이렇게 나와도 괜찮아?”

“통화로만 하는 게 답답해서요. 그리고 아직 예정일도 남았어요.”

“이태성한테는 정확히 말해라. 내가 너 부른 거 아니라고.”

“지금 태성 씨 몰래 온 거니까 비밀.”

“너 진짜 어떻게 하려고?”

“괜찮아요. 애 처음 낳아 보나?”

“여유까지?” 

“그래서 앨범 재킷 컨셉은요?”

“뭐 이렇게 급해? 숨 좀 돌려.”

“나 태성 씨 집에 들어오기 전에 빨리 가야 되거든요.”

못 말리는 서현을 보며 민혁은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열심히 산다.”

“대표님도 원본 갖고 있다면서요? 강 팀장님이 외근 중이라고 대표님한테 보여달라고 하던데?”

“강 팀장이랑 너는 날… 너무 대표로 안 보는 경향이 있어.”

민혁이 툴툴댔지만, 서현은 그를 재촉했다.

“대표로 봐요. 대표님, 그러니까 얼른 보여주시죠.”

“자, 여기 있다. 안 그래도 강 팀장한테 전해 듣고 챙겨왔으니까 봐.”

민혁이 서현에게 재킷 시안을 건넸다.

집중해서 보던 서현은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이렇게 하는 거 어때요?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직선 말고 곡선으로?”

“네.”

“색감이 좀 부드러웠으면 좋겠는데….”

“내 생각도 그래.”

“그리고 사진 말인데요… 나 너무 배 나온 거 아닌가?”

“그럼, 만삭 사진인데 배가 나오지.”

“이 사진이 더 안 나와 보인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 사진이 태오 얼굴이 좀 더 안 보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거 같아.”

“그래, 네가 원하는 거로 하자.”

서현은 이번 태교 앨범 재킷을 태오와 함께 찍었다.

태오는 옆모습이라서 얼굴이 잘 안 보이지만, 이건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였다.

태오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서현을 뒤에서 안고 있는 사람은 바로 태성이었다.

태성은 손만 특별 출연을 했다.

그리고 뱃속에는 꼭꼭이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보면 가족사진이었다.

함께 태교를 하고 음악을 듣고, 모든 음악에 영감이 되어준 가족에게 의미가 있는 앨범이었기에 재킷 사진을 함께 찍은 거였다.

만삭 사진 촬영 겸 재킷 촬영을 했기 때문에 태성의 얼굴과 태오의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은 집에 따로 보관하고 있고, 이건 재킷용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이런 특별한 재킷 사진이기에 서현이 더 신경을 쓰는 거였다.

한참 동안 콘셉트 얘기를 한 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나… 후… 이제 갈게요.”

“서현아, 갑자기 안색이 왜 그래?”

“만삭이라서… 후… 가끔 이렇게 배가 당겨요.”

“괜찮아?”

“그럼요….”

상태가 아무래도 심각한 것 같아 민혁은 서현을 부축했다.

“안 되겠다, 너 병원 가야지.”

“아직 예정일 되려면 멀었는데….”

“병원 어디야, 같이 가자.”

“최 기사님 기다리고 있어요. 그거 타면 돼요.”

“그럼 같이 가.”

“나 혼자 가도… 악!”

서현의 상태가 급속도로 심각해지자, 민혁은 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빨리 병원으로 와. 아무래도 지금 네 자식 나올 것 같다.”

* * * 

서현이 벌써 10시간째 진통을 하고 있자, 곁을 지키던 태성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서현을 보고 있는 게 너무 괴로운 태성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태성 씨… 나 괜찮아요.”

태성이 너무 괴로워하자, 서현이 오히려 걱정을 할 정도였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와중에 내 걱정이라니. 애는 진짜 마지막으로 낳자. 내가 나쁜 놈이다. 진짜.”

서현은 아픈 와중에도 태성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파, 웃기지 마요.”

“진짜야. 내가 진짜 나쁜 놈이지. 당신 이렇게 아프게 하고.”

서현은 웃음을 참으며 태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되는 게 쉬운가…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냥 수술할까? 수술하면 금방 낳을 수 있다는데?”

“낳을 수 있는데 왜 수술을 해요? 그리고 수술하면 회복도 느리고 더 아프대요.”

“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태성은 답답해서 서현이 안 보이게 발만 구를 뿐이었다.

태성은 서현의 땀을 닦아주고, 손을 잡아주고, 팔다리를 마사지해 주며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태성 씨… 잠깐 쉬어요.”

“괜찮아.”

태성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서현이 또 진통에 괴로운지 이를 악물었다.

태성은 서현의 손을 꼭 잡았다.

* * *

“아이고, 예쁘다. 이렇게 예쁘게 태어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어요?”

꼭꼭이는 15시간 진통 만에 세상에 나왔다.

오늘은 서현이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집으로 온 날이었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면회가 안 됐기에 숙영은 꼭꼭이를 처음 안아보는 거였다.

“꼭꼭아. 아니지, 이제 이름이 있으니까 이름을 불러줘야지? 지오야, 할머니야. 우리 지오, 집에 오니까 어때요? 고생 많았지?”

“어머니, 식사는 하셨어요?”

“그럼, 내 걱정은 하지를 말고 얼른 들어가서 쉬어. 여기 도와주시는 분도 계시고, 태오는 이따가 네 시아버지가 데리고 온다고 했으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

“저 괜찮은데….”

이때, 태성이 트렁크에 있던 짐을 마저 들고 들어오면서 말을 거들었다.

“괜찮긴, 얼른 들어가서 쉬어. 나 이 짐만 놓고 바로 방으로 들어갈게.”

“너는 왜 방에 들어가니?”

“저 사람 챙겨야죠.”

“아주 지극 정성이야. 서현아, 넌 좋겠다. 남편 사랑받아서.”

“어머니도 요즘 아버지 사랑 듬뿍 받고 계시잖아요. 소문이 자자하던데….”

“뭐야?”

숙영이 민망해하자, 태성은 피식 웃고는 서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서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욕실로 향했다.

“왜? 씻게?”

“네. 탕 목욕 해도 된다길래. 몸 좀 담그려고요.”

그러자 태성도 함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당신은 왜요?”

“씻겨주려고.”

“나 혼자 해도 돼요.”

“탕에 들어가서 마사지 좀 해줄게. 들어가자.”

“나 좀 그런데….”

“왜?”

“아직 살도 다 안 빠졌고.”

“난 또 뭐라고… 괜찮아.”

태성이 서현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했다.

“하나도 안 쪘네.”

“아니란 말이에요.”

서현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자, 태성이 그녀의 몸 곳곳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췄다.

“예뻐.”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곳에 태성의 입술이, 손길이 닿았다.

“여기도 예쁘고. 여기도 예쁘고. 다 예쁜데.”

태성의 말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거짓말….”

“진짜.”

태성은 서현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당겼다.

“그럼 들어갈까?”

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성이 그녀를 번쩍 안아서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성에게 기댄 서현은 몸이 나른해지고 있었다.

태성은 서현의 손목을 마사지해 줬다.

“지오, 너무 많이 안지 말고, 당분간 피아노도 시간 정해 놓고 치면 좋겠는데, 그러면 안 돼?”

“네, 그럴게요.”

“어때? 아파?”

“괜찮아요.”

“발도 이리 줘 봐.”

태성은 서현의 몸을 돌려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발 마사지도 배웠어요?”

“베이비 마사지도 배웠어. 지오 해주려고.”

“정말 대단해요.”

“당신이 더 대단하지. 어때? 발은 좀 편해?”

“네, 좋아요.”

태성이 계속 마사지를 해주자, 서현은 좋긴 했지만 어쩐지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신 힘들 텐데… 이제 그만 해요.”

“괜찮아.”

“나도 괜찮아요. 이제 그만 해요.”

서현이 발을 빼자, 태성이 다시 발을 잡고 입을 맞췄다.

서현의 어깨가 움츠러들자, 태성이 발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 말아요. 더럽잖아.”

“뭐 어때, 깨끗한데.”

“그래도.”

“발가락도 예쁘네, 장서현은.”

“아, 간지러워.”

태성은 서현의 발등에도 입을 맞추더니 이제는 발목, 종아리, 무릎으로… 그의 입술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현은 저도 모르게 눈에 힘이 풀리고 있었다.

“하아….”

태성은 서현을 허벅지 위에 앉히고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가슴에 입을 맞췄다.

“아….”

태성은 살살 달래듯 그녀의 가슴 끝을 입에 물었다.

“괜찮은데….”

“가만있어….”

젖은 마찰음이 한참 동안 이어지자, 서현이 태성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다.

“태성 씨….”

“괜찮아?”

“응.”

서현은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끄러워 매번.”

“부끄러워하지 말라니까. 나 당신 남편이야.”

“그래도….”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태성과 서현의 입술이 더 깊숙이 맞물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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