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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끌림 (92)화 (92/111)

92화

추가 외전 8화

자제해 주세요.

“피가 살짝 비쳤어요.”

“피?”

이때였다. 초인종이 눌렸다.

“어머님, 아버님이신가 봐요.”

“괜찮아?”

“괜찮을 거예요. 조금 놀라긴 했는데… 우선은 어머님, 아버님께는 비밀이요. 걱정하시니까.”

“알았어. 얼른 준비해. 나가자.”

“네.”

서현은 방으로 들어가고, 태성이 문을 열어줬다.

이 회장과 숙영의 뒤로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온 황 기사가 따라 들어왔다.

황 기사는 주방에 음식을 내려놓고 나가고, 숙영과 이 회장은 서현을 찾았다.

“새아가 아직 자니?”

“아뇨.”

이때, 서현이 방에서 나왔다.

“어머님, 아버님 오셨어요?”

“아이고, 서현아, 축하해. 장하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발목 다 나으셨어요?”

멀쩡히 걸어 다니는 숙영을 보고 서현이 깜짝 놀랐다.

숙영은 이 회장의 눈치를 보고는 멋쩍어서 화제를 돌렸다.

“몸은 어때?”

“괜찮아요.”

“아가,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이렇게 아침 일찍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이 회장과 숙영은 병원에 가는 태성과 서현을 대신해 태오를 돌봐주러 아침 일찍 온 거였다.

서현은 그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숙영은 손사래를 치고는 서현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죄송은 무슨! 어젯밤에 달려오고 싶은 걸 아침까지 참느라 고생했구만. 아침은 먹었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 좀 싸 왔는데….”

이때, 방으로 들어갔던 태성이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 병원 좀 다녀올게요.”

“이렇게 빨리? 아침이라도 먹고 가지.”

“다녀와서 먹을게요. 가자, 서현아.”

“네. 아버님, 어머님. 금방 다녀올게요.”

“그래.”

순식간에 사라진 서현과 태성이었다.

“왜 저렇게 서두르지?”

“빨리 보고 싶나 보죠. 아이가.”

“그런가?”

숙영이 주방으로 걸어가는데, 이 회장이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잘만 걷네.”

“그만 해요. 진짜 아팠었다니까 그러네.”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어?”

“됐어요.”

숙영이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는데, 이 회장이 맞은편에 앉았다.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냐니까?”

“왜요? 평생 속이면 평생 해주려고요?”

“그래 줄 수도 있고.”

“……?”

숙영이 물을 마시려다가 놀라서 멀뚱멀뚱 쳐다보자, 이 회장이 휴지를 뜯어서 입가를 닦아줬다.

“칠칠치 못하게 물도 흘려?”

“무슨 말이에요?”

“내가 모르는 줄 알았어? 당신 엄살떠는 거?”

“알고 있었다고요?”

“그럼. 근데 그래도 살짝은 아픈 줄 알았는데, 완전 괜찮을 줄은 몰랐네.”

“왜 말 안 했어요?”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보려고 했지.”

“왜?”

“그냥. 당신이 좋아하는 거 같길래.”

“……?”

숙영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이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봐?”

“나 놀린 거예요?”

“놀리긴 누가 놀려. 놀린 건 당신이지. 난 그냥 당신한테 해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왜요?”

“그냥.”

“뭐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요?”

“뭐?”

“그럼… 나한테 뭐 잘못할 거예요?”

“아니, 이 사람이….”

“근데 왜 그랬냐고요, 당신이.”

“나도 그럴 수도 있지. 태성이랑 서현이 사는 거 보면서, 나는 왜 젊을 때 저렇게 못 살았을까. 왜 일밖에 모르고 살았을까? 그런 나한테 시집온 당신이 가엾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 싶었어. 이런 기회 아니면 당신이 언제 나한테 이런 거, 저런 거 부려먹겠어?”

“갑자기 왜 이래?”

“달라진다고 했잖아.”

“참… 진짜 노망이 났나….”

“숙영아, 우리 방 합칠까?”

“네?”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우리끼리 의지하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앞으로 내가 잘할게. 방 합치자.”

“어머, 남사스럽게….”

“내가 갈까, 네가 올래?”

“어머, 어머.”

“오늘부터 방 합치고, 당신이 와. 내 침대가 더 크니까.”

“어머….”

“내가 전화할게. 짐 옮겨 놓으라고.”

‘어머, 주책이야.’라고는 말했지만, 숙영은 도우미에게 전화를 하는 이 회장을 말리지는 않았다.

내심 기다렸다는 듯이.

* * *

한편, 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태성은 뒷좌석에 함께 앉아 서현을 안아줬다.

태성은 일부러 김 기사를 불렀다. 직접 운전을 할 수도 있었지만, 서현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아서였다.

차가 병원에 도착하자, 태성은 먼저 내려서 서현이 내릴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그녀를 부축했다.

“천천히 나와.”

“태성 씨, 안 이래도 돼요.”

“손잡아. 안 그래도 귀한 몸 더 귀해져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네.”

“태성 씨도 참….”

조금 불안해하는 서현을 태성이 꼬옥 껴안았다.

“걱정 마.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렇겠죠?”

“그럼.”

태성의 품에서 안정을 찾은 서현은 그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검사 결과를 듣는데 서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이죠, 선생님?”

“걱정 많으셨구나.”

“네, 정말 아이 괜찮은 거죠?”

“그럼요. 착상혈이라고 해서 이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고요. 피는 곧 멈출 겁니다. 만약 멈추지 않는다. 아랫배에 통증이 있다 하시면 꼭 병원 들리셔야 하고요. 첫째 아이 때도 피 보셨다고 하셨죠?”

“네, 그땐 유산기도 있었고, 병원이어서… 혹시나 이번에도 유산기가 있는 건가 싶어서 걱정했거든요.”

“지금 입덧 시작하셨다고 했죠?”

“네.”

“입덧한다는 거 자체가 착상이 잘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걱정 덜으셔도 됩니다. 임신 5주 차 되셨고요. 지금 보시다시피 초음파상으로도 문제없는 거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제야 긴장을 하고 있던 태성이 티 안 나게 숨을 내쉬었다.

서현의 앞에서 자신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티를 내지 않고 참았는데, 아이가 무사하다는 얘기에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태성은 서현의 손을 꼭 잡았다.

아까부터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부관계는 당분간 안 되는 거 아시죠? 한 달 정도? 자궁 수축으로 인한 유산 위험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임신 초기에는 부부관계를 자제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지켜주세요.”

* * *

집으로 가는 길.

태성은 병원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뒷좌석에 앉아 서현을 안았다.

“안 피곤해?”

“괜찮아요. 당신이야말로 괜찮아요?”

“내가 뭘?”

서현은 김 기사와 사이에 있는 격벽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한 달 동안 부부관계 안 된다는 거요. 당신 조금 실망하는 눈치던데?”

“실망은 무슨. 당신과 아이 위해서라면 당연히 참아야지.”

서현이 입을 맞추자, 태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달이 좀 막막하긴 하네.”

“벌써요?”

“장서현, 너무 위험해.”

“당신도 위험하거든요. 난 어떻게 참지?”

“……?”

“왜요?”

태성이 서현을 더 끌어당겨 안았다.

“자꾸 훅 들어오지?”

“당신이야말로 한 달 동안 조심해요. 이런 것도 금지.”

“부부관계만 금지라고 하지 않았나?”

태성이 고개를 내려 입을 맞추자, 서현도 그의 입술을 빨아 당겼다.

맞물린 입술이 점점 진하게 얽혀 들어갈수록, 태성의 손은 점점 더 야릇하게 서현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의 손길이 점점 더 농도가 짙어지자 서현은 입술을 뗐다.

“안 돼요.”

“이 정도도?”

“나 이상해지고 있단 말이에요.”

“……?”

“아무튼 안 돼요.”

서현이 얼굴을 붉히며 떨어져서 앉자, 그제야 눈치를 챈 태성이 그녀를 다시 끌어당겨 안았다.

“알았어.”

“뭐가 알았다는 건데요?”

“손만 안 쓰면 되는 건가?”

“…….”

“키스는 해도 되는 거지?”

서현이 대답을 안 하고 입술을 깨물자, 태성이 그녀의 입술에 손을 올렸다.

“키스는 해도 돼?”

“…응, 해줘요.”

태성은 가볍게 입을 한 번 맞추고는 좀 전의 키스보다 더 강렬하게 서현의 안을 밀고 들어갔다.

이내 입술이 떨어지고,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데…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태성이 서현의 뒤통수를 끌어당겨 입술을 더 깊숙이 맞물렸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리고 너무나도 좋은 그와의 키스….

앞으로 한 달, 정말 어떡하지?

서현은 태성이 걱정되면서도 키스를 멈출 수는 없었다.

* * *

“축하드립니다, 부회장님.”

“고마워, 고 비서.”

“고 비서 와이프 얼마 전에 출산했잖아. 지금 이맘때 필요한 게 뭐가 있지?”

“그게요….”

고 비서는 얼마 전에 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아무래도 경험자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 태성은 고 비서에게 이것저것 팁을 얻고 있었다.

“필요한 건 이 정도면 될 것 같고, 또 이건 제가 추천하는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뭔데?”

“청진기요.”

“……?”

“아이가 잘 있나, 제 말에 아이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아이와 소통을 하는데… 저는 이게 좋더라고요. 나중에 부회장님 회사에서 야근하실 때 아이 심장 소리 듣고 싶으시면 전송해서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 게 있어?”

“태교 중요한 거 아시죠? 태교할 때 책 많이 읽어주는데 이때 아빠 목소리를 애들이 더 잘 듣는답니다.”

“이유는?”

“엄마 목소리보다 아빠 목소리가 양수를 잘 통과한대요. 뭐 음파 때문이라고 하던데… 아무튼 태아는 아빠 목소리를 더 잘 듣고 안정감을 느낀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부터 책 엄청 읽어 줬습니다.”

“그랬구나….”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된 태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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