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추가 외전 2화
그럼 더 좋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 문 앞에 선 태성은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 들어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문을 열었다.
“나 왔어, 서현아. 태오야, 아빠 왔다.”
벌컥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선 태성은 눈앞에 펼쳐진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아버지, 어머니… 여기는 왜?”
“우리가 못 올 데 왔냐?”
“너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새아가 말로는 저녁에나 온다고 했다며?”
“그렇게 됐어요… 서현이는요? 태오랑?”
“서현이는 집에 없고… 태오야!”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태오가 얼른 달려 나왔다.
“아빠!”
태성은 무릎을 굽혀서 태오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태오가 와락 안겼다.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빠 빨리 온 건데?”
“진짜?”
“그럼.”
“아빠 회사 나쁘다. 아빠 멀리 보내고.”
“아, 그 나쁜 사람 저기 계셔.”
태성이 이 회장을 가리키자, 태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아빠 보낸 거였어?”
“응, 할아버지가 보냈어.”
“할아버지, 왜 그래요?”
태오의 원망스러운 눈빛에 당황한 이 회장은 얼른 둘러댔다.
“태오야? 할아버지가 시킨 게 아니라 네 아빠가 일 벌인 거다.”
태오가 인상을 구기고 태성을 바라봤다.
“에이, 아빠가 그랬다는데?”
“아니야. 할아버지가 그랬어.”
태오가 이번엔 이 회장을 향해 입을 삐쭉였다.
“할아버지, 진짜예요?”
“아빠가 그런 거라니까?”
태오를 데리고 자꾸 장난을 치자, 숙영이 이 회장의 옆구리를 찔렀다.
“둘 다 그만들 좀 해. 애 데리고 장난은!”
태오가 고개를 갸웃하는 게 귀여워서 이 회장은 미소를 짓는데, 태성의 표정은 금방 가라앉았다.
태오를 내려놓은 태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현이는 왜 집에 없어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고, 우리 보고 태오 유치원에서 픽업 좀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무슨 급한 일이지?”
“너 오기 전까지는 온다고 했어. 근데 왜 이렇게 빨리 왔어?”
“그냥 좀 빨리 끝냈어요.”
“연락을 하고 오지. 밥은?”
“괜찮아요.”
서현이 없으니 입맛도 없는 태성이었다.
태성은 안겨 오는 태오를 한 손으로 번쩍 안고는 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안 받네….”
“급한 일 있다는데 그거 해결하느라 그런가 보지.”
“무슨 급한 일인지는 안 물어보셨어요?”
“그냥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만 하던데? 연습실이라고 했으니까 일 얘기겠지.”
“무슨 일이지?”
“어련히 잘 알아서 할까.”
태성은 우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태오를 안고 방으로 향했다.
한시도 태성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태오였다.
* * *
연습실에서 한창 곡 작업을 하던 서현은 문득 시계를 바라봤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서현은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태성이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서 어디쯤인지 통화를 하려고 휴대전화를 보는데, 이미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서현은 화들짝 놀라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는 태성이었다.
- 어디야?
“연습실이었어요. 어디쯤이에요?”
- 집.
“정말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좀 늦는다고 했잖아요.”
- 당신 놀라게 해주려고 말 안 했지. 데리러 갈까?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갈걸. 미안해요.”
- 아니야, 조심히 와.
잠시 후, 태성이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저 잠깐 서현이 마중 좀 나갔다 올게요.”
“뭐 한다고 마중을 나가?”
이 회장이 타박하자, 숙영이 말렸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은가 보죠.”
이때, 태오가 달려 나왔다.
“아빠, 나도 같이 가.”
“태오야, 아빠가 금방 엄마 데리고 올게. 알았지?”
“힝….”
“금방 올 거야. 우리 아들 착하지? 아빠, 갔다 올게.”
태오가 서운해하는 걸 알았지만, 태성은 얼른 문을 열고 나갔다.
1분 1초라도 서현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대문 앞에서 서현을 기다리는데, 한 10분쯤 지났을 때쯤 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서현이었다.
서현은 태성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렸다.
“나 기다렸어요?”
“그냥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태성은 성큼성큼 다가가서 서현을 와락 껴안았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태성 씨….”
태성은 이내 고개를 내려서 입술을 맞물렸다.
골목길에서 하기에는 농도 짙은 키스가 오가고, 아쉬움을 남긴 채 입술이 떨어졌다.
“장서현,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미안해요.”
태성은 서현은 와락 껴안고는 점점 더 세게 껴안았다.
“태성 씨, 나 숨 막혀.”
“미안.”
태성이 힘을 풀고, 제 품에 가둔 채 서현을 바라봤다.
“옆에 타. 주차는 내가 해줄게.”
“네.”
서현을 보조석에 앉힌 태성은 운전석에 앉아 차를 움직였다.
차고 문이 열리고, 차고에 주차를 한 태성은 차 시동을 껐다.
서현이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태성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
“안 내려요?”
“위에 어머니, 아버지 다 계셔.”
“그게 왜요?”
태성이 대답 대신 시선을 내리자, 서현도 따라 시선을 내렸다.
“……?”
“이대로는 안 되겠지?”
“미쳤나 봐.”
“그러게, 이놈이 당신만 보면 이러네.”
“남 얘기하듯 말하지 마요.”
서현은 밉지 않게 그를 째려봤고, 태성은 진득한 눈빛을 보내더니 이내 서현의 입술을 삼켰다.
농밀하게 얽혀드는 입술이, 여린 살결을 쓸어내리는 그의 숨결이 서현을 점점 더 젖어 들게 하고 있었다.
태성은 의자를 뒤로 당겨, 서현을 위로 올라오게 했다.
자연스럽게 태성의 허벅지 위로 올라간 서현은 입술을 떼고 그를 위에서 바라봤다.
거친 숨을 몰아쉬자, 서로의 숨결이 입술 사이로 전달됐다.
“하아… 우리 진짜 미쳤나 봐요.”
“나만 미친 거 아니었네?”
태성은 서현의 옷을 젖혀, 브래지어 위로 입을 맞췄다.
태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 서현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태성 씨… 여기서… 여기서 하려는 건 아니죠?”
태성은 대답 대신 콘솔박스를 열어 손을 깊숙이 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그걸 본 서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어디에서 났어요?”
태성이 말없이 미소만 짓자, 서현이 미간을 좁혔다.
“처음부터 계획적이었죠?”
“그렇게 보이겠지만 그런 건 아니고, 처음엔 진짜 당신 마중, 지금은 나도 모르게… 이건 언제 할지 몰라서 챙겨둔 거. 근데 이렇게 쓸 줄은 몰랐고.”
준비를 끝낸 태성이 얼굴 가득 여유로운 미소를 짓자, 서현도 같이 웃음이 나왔다.
“속아줘야 해요?”
“그럼 더 좋고.”
분위기는 삽시간에 짙어지고 몸은 엉켜들었다.
서현이 애써 참는 게 힘들어 보이자, 태성이 그녀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깨물어도 돼.”
서현이 싫다고 고개를 젓자, 태성은 그런 그녀를 달랬다.
“괜찮아.”
“싫어.”
싫다고는 했지만, 계속되는 자극에 서현은 저도 모르게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으흣….”
“하….”
색다른 쾌감이 일자, 태성은 더 흥분했다.
“잠깐… 그만….”
서현의 애처로운 외침에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더 강해질 뿐.
“하아….”
서현이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고 나서야 태성의 움직임이 점점 잦아들었다.
“하아….”
“하….”
서현은 태성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들렸으면 어떡해….”
“뭐 어때?”
서현은 대꾸할 기운도 없어 숨만 골랐다.
잠시 후.
“저희 왔어요.”
“그래, 늦었구나. 저녁 먹자.”
“네.”
태성과 서현이 집으로 들어가자 태오가 달려 나왔다.
단숨에 태성의 품에 안긴 태오는 서현을 바라봤다.
“엄마랑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
“아, 차가 좀 막혀서… 엄마가 좀 늦었어.”
서현의 말을 듣고, 태성을 바라보던 태오가 그의 목에서 무언가 발견했다.
“아빠, 여기 아야 했어?”
태오가 태성의 목덜미를 만지자, 서현이 더 깜짝 놀랐다.
“태오야, 엄마 옷 좀 갈아입고.”
서현은 태성에게서 태오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는 태성의 목덜미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를 밀며 거실을 가로질렀다.
“어머님, 아버님, 저희 금방 나올게요.”
“그래….”
지금 뭐가 지나간 거지?
태성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온 서현은 그를 침대에 앉히고는 얼른 그의 목덜미를 살폈다.
“내가 미쳤지….”
“그렇게 좋았어?”
태성이 서현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미안해요… 아팠지?”
“아니, 안 아파.”
“내가 밴드 붙여줄게요.”
서현이 움직이려고 하자, 태성이 더욱 세게 허리를 끌어안았다.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자.”
“우리 또 안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뭐 어때….”
서현은 태성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그의 이마에 입술을 쪽 부딪혔다.
“우리 우선은 약부터 발라요, 응?”
“약 바르기 전에 뽀뽀해 줘.”
완전 덩치 큰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서현은 고집 센 대형견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려고 고개를 내렸다.
근데… 읍!
갑자기 밀려드는 그의 숨결에 서현은 또 몸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이러면 어떻게 나가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거 알면서도 태성을 밀어낼 수가 없는 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