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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끌림 (78)화 (78/111)

78화 

어떻게 해줄까?

“태오가 나랑 같이 자자고 하네? 엄마가 잠은 혼자 자야 한다고 했는데… 이걸 어쩌나?”

태성은 서현에게 도와달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서현은 피식 웃고는 태오를 바라봤다.

“우리 태오는 아빠랑 자고 좋겠네.”

“응?”

태성이 당황하는데, 태오가 목에 매달렸다.

“응! 아빠, 여기로 와. 엄마, 나 아빠랑 자도 되는 거지?”

“그럼!”

태성이 쭈뼛쭈뼛 침대로 올라가자, 서현은 피식 웃으며 안방으로 향했다.

그때 서현에게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태성이었다.

「자지 말고 기다려. 나 곧 간다.」

서현이 피식 웃고는 휴대전화 화면을 끄는데, 문자 메시지가 또 하나 날아왔다.

「아니다. 6시간 꽉 채울 거니까 미리 좀 자둬.」

서현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순간적으로 몸이 달아올랐다.

“진짜 미쳤나 봐….”

서현은 얼른 안방으로 달아났다.

태오와 함께 침대에 누운 태성은 서현에게 문자 메시지를 다 보내고 책을 펼쳤다.

“태오는 책 읽는 거 좋아해?”

“응, 엄마가 읽어주는 거 좋아했는데, 이젠 아빠가 읽어주는 거도 좋아.”

“아빠가 매일 읽어줘야겠네?”

“응! 아빠가 매일 읽어줘.”

“알았어.”

태성은 게스트룸을 한번 쭉 스캔하고는 태오를 바라봤다.

“아들, 내일은 같이 가구 보러 가자. 침대랑 책상이랑 또….”

“아빠, 나 갖고 싶은 침대 있어.”

“어떤 건데?”

“2층 침대.”

“2층 침대? 태오는 혼자인데… 2층 침대는 왜?”

“나중에 동생 태어나면 같이 자야 되잖아. 동생이랑 같이 쓰게 2층 침대 사줘.”

“동생?”

“응.”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응. 우리 유치원 친구들은 다 동생 있어. 나만 없어.”

금세 입을 삐쭉이는 태오였다. 태성은 그런 태오를 달랬다.

“그래서 우리 태오 서운했어?”

“응. 나만 없어. 그러니까 나도 동생 낳아줘. 응?”

태성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까짓 거. 아빠가 엄마한테 말해볼게.”

“진짜?”

“그럼 우리 아들이 동생을 원한다는데!”

“우와, 나도 동생 생긴다!”

태오가 만세를 부르자, 태성이 심각한 얼굴로 목소리를 깔았다.

“잠깐, 아들. 동생을 원하면 아들이 이 아빠를 좀 도와줘야 돼.”

“뭐?”

“늦게까지 놀면 안 되고, 일찍 자는 거야. 할 수 있어?”

“몇 시에 자야 하는데?”

“9시?”

“9시에 자면 나 동생 생기는 거야?”

“그럼.”

“왜?”

“그건… 원래 일찍 자는 착한 어린이한테는 예쁜 동생이 생기는 거야.”

아들아 미안하다. 지금은 말해줄 수가 없다.

태성은 태오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기에 얼버무렸다.

근데 또 뭐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니까.

그래도 태오는 알아들었다는 듯 비장하게 눈을 부릅떴다.

“아빠, 지금 몇 시야?”

“지금이….”

태성은 태오에게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여줬다.

“9시 거의 다 됐다.”

“진짜? 나 빨리 잘래. 나 일찍 잘 테니까 동생 꼭 낳아줘야 돼.”

“그럼. 아빠가 노력해 볼게.”

“아빠 최고!”

“우리 아들이 최고지! 그럼 9시 되기 전까지 책 읽을까?”

“응!”

태오는 눈을 꼭 감았고, 태성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너무 신나게 논 탓인지 태오는 태성이 책을 다 읽어주기도 전에 잠이 들고 말았다.

태성은 그런 태오의 볼에 뽀뽀를 건넸다.

“아들, 아빠가 오늘 노력해 볼게. 잘자.”

태오에게 인사를 건넨 태성은 침대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방문을 살며시 닫고 안방으로 향했다.

* * *

“지금이 몇 시지?”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되는 서현이었다.

“6시간이면….”

서현은 혼자서 손가락으로 시간 계산을 하고는 깜짝 놀랐다.

“잠을 거의 안 자겠다는 거잖아….”

전에도 잠 한숨 안 재우고 밤새 달려들던 태성이었기에 서현은 그가 정말 6시간을 채울까 봐 걱정이 됐다.

“운동이라도 해야 되나? 난 왜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해서….”

침대에 누워 혼자 중얼거리던 서현은 상체를 일으켰다.

“내가 오늘 뭘 입었더라?”

속옷을 뭘 입었나 확인한 서현은 화들짝 놀랐다.

너무 오래된 속옷을 입은 탓이었다.

서현은 다른 속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침대에서 나왔다.

“다른 거 없나? 어디 있더라… 새로 산 게 있는데….”

오늘 싸 온 짐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찾던 속옷을 발견한 서현은 방긋 웃었다.

“아, 여기 있다. 얼른 갈아입어야지.”

서현이 입고 있던 오래된 속옷을 벗고 새 속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태성이 들어오자, 서현은 깜짝 놀라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엄마야!”

“……?”

태성은 그런 서현을 보면서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속옷을 입으려고 한 건지 벗으려고 한 건지… 분명 아까 씻어서 속옷을 갈아입었을 텐데… 왜 갈아입으려고 한 거지? 아니, 벗으려고 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이게 또 무슨 신박한 유혹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뭐야?”

“뭐… 뭐긴 뭐예요. 돌아서요. 옷 입게….”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태성은 피식 웃으며 걸음을 뗐다.

“뭐 하러 입게?”

“어? 다가오지 마요.”

태성이 점점 다가오자, 당황한 서현이 다리를 움츠리고 브래지어 버클을 채우려는데… 자꾸만 어긋나면서 실패를 하고 말았다.

“아, 이거 왜 안 돼…”

곧 울 것처럼 혼잣말을 하는 서현을 보며 태성은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이렇게 귀여워?”

어느새 바짝 다가온 태성은 서현이 동아줄 붙잡듯 잡고 있는 속옷을 뺏어서 던지고,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악!”

“쉿, 태오 들어.”

서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그의 몸에 붙자, 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려줘요.”

“싫은데?”

태오가 깰까 봐 큰 소리도, 큰 반항도 못한 채 서현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태성 씨….”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시간 줄이려고? 아님, 내 수고 줄이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당신 거 벗기는 건 내 몫으로 남겨놔도 되는데… 난 이것도 좋지만, 벗기는 것도 좋아해서 말이야.”

서현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자, 태성이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흐읏….”

서현이 움찔하자, 태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간은 단축되니까 좋네. 6시간! 기억하지?”

태성이 서현을 침대에 눕히고 그 위로 올라가서 팔 안에 그녀를 가뒀다.

“내가 지금 태오랑 무슨 얘기하다 왔는지 알아?”

“무슨 얘기했는데요?”

“태오가 2층 침대 사달래.”

“2층 침대요?”

“동생이랑 같이 잔다고.”

“네?”

“태오가 동생을 그렇게 원하더라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요?”

“내가 노력해보겠다고 했어.”

서현이 깜짝 놀라 태성의 가슴을 콩 때렸다.

“네? 미쳤나 봐. 애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요?”

“자세히는 말 안 했지.”

태성이 서현의 살결 위로 손을 올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둘째?”

“흣….”

“당신 생각은?”

손길이 점점 야릇해지고 있었지만, 태성은 시치미를 떼고 대화를 이어갔다.

“응?”

“하… 당신이 태오한테…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면서요?”

“우선은 그렇게 말했지. 근데 당신 의견이 중요하니까.”

“저도 낳을 거면 빨리 낳았으면 해요. 태오랑 터울 더 안 나게.”

태성의 눈이 반짝이자, 서현이 눈을 흘겼다.

“눈빛 왜 그래요?”

“내 눈빛이 왜?”

“좋아하는 거 같은데?”

서현이 눈을 흘기자, 태성이 가볍게 입을 맞췄다.

“태오가 원하니까.”

태성이 다시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무래도 노력해야겠지?”

태성이 씨익 웃자 서현이 찌릿 째려봤다.

“당신이 원하는 거 아니고요?”

“난 당신만 원하지. 그러다가 둘째가 생기면… 태오도 좋은 거고?”

“치….”

“이제 마음껏 해도 되는 건가?”

“몰라요….”

“모르면 이제 알려줄게.”

태성의 입술이 서현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 사이로 야릇하게 얽혀드는 숨결에 몸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태성이 시간을 예고했을 때부터 서현의 다리 사이는 젖어 들고 있었다.

입술을 맞물리면서 태성의 손은 서현의 몸을 부드럽게 타고 내려갔다.

“말해 봐. 해달라고.”

“뭘요?”

태성의 눈짓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서현은 펄쩍 뛰었다.

“미쳤나 봐.”

“왜? 말해 봐.”

“싫어요. 말 못 해요.”

“그럼 안 해줘야겠네.”

“태성 씨….”

서현의 안달 난 표정이 왜 이렇게 좋은 건지. 태성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얼른 말해 봐. 말하면 좋아서 기절하게 해줄게. 빨리 말해 보라니까?”

“못됐어.”

“빨리.”

자꾸만 감질나게 건드리는 그의 손가락 때문에 서현은 안달이 나고 있었다.

서현이 말할까 말까 입술을 옴짝거리자, 태성이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장난쳤다.

“그래, 말만 하면 된다니까?”

서현은 입술을 깨물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힘겹게 입을 뗐다.

“해줘요….”

“어떻게?”

“태성 씨….”

서현이 이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정하자, 태성은 조금 양보하기로 했다.

“봐줬다.”

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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