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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끌림 (8)화 (8/111)

8화

매달려, 제발 해달라고.

“하…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근데 진짜 나랑 그걸 하겠다는 거야? 날 원한다고? 왜?”

아무리 생각을 해도 태성이 이해 가지 않는 서현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서현은 분명 태성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 불현듯 서현은 민혁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남자들은 마음이 진짜 이만큼도 없어도 할 수 있는 거냐고요. 할 수 있어요?”

“왜 해야 하지?”

“안 해요?”

“왜 해야 하냐고. 굳이.”

그래, 왜 하는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안 하는데 왜 나랑… 날 좋아해? 그럼 5년 동안 한 번도 연락 없었던 건 뭐라고 설명할 건데?

자꾸만 혼자서 답을 찾으려다 보니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잡다가 결국 부정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서현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기가 처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고민 자체가 사치 아닌가? 내 몸이라도 원한다는 거… 고맙다고 여겨야 하는 거 아닌가?”

모든 게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허탈해졌다.

목적은 그와의 결혼, 이 목적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명확하게 나와 있었다.

안 할 이유…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그가 원하는 걸 주면 그만이었다.

원래하기로 했던 결혼, 그냥 진행하면 되는 거였다.

* * *

“후….”

길게 한숨을 내쉰 서현은 심장 위로 손을 올렸다.

왔잖아. 왔으니까.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후… 별거 아니야. 촌스럽게 굴지 말자.”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서현은 이번에도 또 차마 누르지 못하고 손을 거두고 말았다.

벌써 몇 번째인지….

태성의 집 앞에서 이 웃긴 짓을 10분 넘게 반복하고 있었다.

“후….”

숨을 내쉬면서 초인종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비추는 환한 불빛을 향해 고개를 돌린 서현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감은 눈을 뜨자, 어느새 집 앞에 세워진 차에서 내린 태성과 서현은 눈이 마주쳤다.

“……!”

“……!”

탁-

차 문을 닫은 그가 다가와 문 앞에 서자, 서현은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그였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낸 그는 그 흔한 인사, 왔냐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따라 서현은 그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쾅-

현관문이 닫히고, 태성이 소등 버튼을 누르자 집 안의 불이 일제히 켜졌다.

집 안이 환해지자, 그의 집 거실이 서현의 눈에 들어왔다.

태성은 아무렇지 않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치며 안으로 들어가는 태성의 뒷모습을 보며 서현의 눈동자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제 발로 찾아오긴 했지만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서현이었다.

물론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온 것도 처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길 망설이자, 태성이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안 들어와?”

“…….” 

“왜? 벌써 후회하는 건가? 제 발로 찾아올 때는 언제고?”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태성의 차가운 말투에 서현은 울컥했다.

서현은 고개를 들고 태성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눈을 태성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마주 봤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후회되면 돌아가. 싫다는 사람 억지로 안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여전히 아쉬운 것 없다는 듯 말하는 그였다. 

말을 마친 그가 미련 없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아뇨, 안 돌아가요. 돌아갈 거였으면 오지도 않았어요.”

서현이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나 어떡해…’

완전히 집 안으로 들어온 서현을 확인한 태성은 다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고는 천천히 움직였다.

“들어왔네?”

그는 마저 남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 헤치며 천천히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히 서현의 눈을 뚫어질 듯 응시한 채.

“여길 들어왔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건지… 알고 있겠지?”

절대 서두르지 않는, 천천히 읊조리는 그의 음성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를 듣는 서현은 그러질 못했다.

점점 빨라지는 심장은 고장이 난 것 같았고,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서현의 숨통은 조여 왔다.

그리고 가까워지는 그의 눈빛은 온몸에 열을 오르게 하고 있었다.

숨을 삼키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그의 향기가 몸속으로 훅 들어와 온몸에 퍼졌다.

찌르르 소름이 돋았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숨쉬기가 힘들어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자 그가 그 위로 가볍게 손가락을 내렸다.

“왜 이래? 긴장 풀어.”

“…….”

“당신 발로 들어온 거야. 이 결혼은 당신이 선택한 거고. 정확히 말하면….”

그가 이미 가까워진 거리를 더 좁혀왔다. 

그의 뜨거운 눈빛에 데일 것만 같아 눈을 감는 순간, 어느새 서현의 귓가에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당신이 매달렸지, 나한테.”

태성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욕망에 휩싸인 태성의 탁한 음성이 귓가를 울리자, 서현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재킷을 벗어 던진 태성이 서현에게 바짝 다가와 몸을 붙였다. 

고개를 내린 태성이 그녀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 입술을 가져다 대자 서현이 숨을 멈췄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자, 입꼬리를 말아 올린 태성이 그녀의 입술로 숨결을 전달하듯 입을 열었다.

“준비… 됐나?”

“…….”

“대답해야지. 시작할까?”

태성이 고개를 까딱이며, 동의를 구하자 서현이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약속해요. 거래랑 투자 유지한다고.”

“훗….”

입은 웃지만 그러지 못한 눈을 한 태성이었다.

“약속해요.”

“그래, 좋아. 유지할게. 됐나? 더 할 말은?”

“없어요.”

“그럼 진짜 시작할까?”

태성이 고개를 까딱이며, 다시 한번 동의를 구하자 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태성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읍!”

서현이 입술을 꾹 다물고 있자 태성이 입술을 뗐다.

“벌려.”

“……?”

“입술.”

강압적인 그의 어투에 압도당한 서현이 입술을 벌렸지만, 태성은 성에 안 찬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올려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내렸다.

입술이 더 벌어지자 태성의 혀가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읍…!”

손으로 감싼 그녀의 뒷덜미를 끌어당겨 빈틈없이 입술을 맞물린 그였다.

입술 사이로 끈적이게 혀가 얽혀들었다.

태성은 서현의 타액을 모조리 빨아 먹을 듯 그녀를 몰아붙였다.

“읍….”

생각지도 못한 강한 힘에 당황해 그를 밀어낼 뻔했지만, 서현은 그러질 못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그에게, 이 결혼에 매달리고 있는 건 자신이니까.

격렬한 키스에 혼이 빠진 서현의 몸이 무너지려 하자, 태성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한 두 팔로 지탱한 채 그녀를 품에 가뒀다.

숨을 쉬라고 살짝 떨어뜨린 입술 사이로 서현이 가쁜 숨을 내쉬자, 태성이 그녀의 턱을 쥐고 눈을 맞췄다.

“더 절실하게 매달려야지, 장서현. 제발 결혼해 달라고… 제발 안아달라고.”

숨이 차서 그런 건지 서현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뛰었다.

그의 말이 잘 들리지도… 대꾸를 할 수도 없을 만큼 모든 게 몽롱한 그녀를 태성이 번쩍 들어 안았다.

“악! 뭐 하는 거예요?”

“침대가 편하지 않겠어?”

“……?”

“내 침대에 누워 내 밑에서 좋다고 매달리는 널 빨리 보고 싶은데?”

이윽고 태성이 서현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그녀의 위로 올라가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심한 갈증을 느낀 사람처럼 다급하게 입술을 집어삼키는 그를 감당하느라 서현은 숨 쉴 틈도 잊은 채,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잠시 떨어진 입술 사이로 서현의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하….”

태성이 서현의 여린 목덜미에 입술을 내렸다.

“읏….”

서현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열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살결을 조금씩 맛을 보듯 핥는 그였다.

목덜미, 쇄골, 그리고 가슴으로 입술을 내리자 서현의 움찔거리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 떨림이 태성을 더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그의 숨결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무슨 향수 쓰지?”

“읏. 아… 안 써요.”

“그럼 이게 당신 살냄새인가?”

그의 열감 있는 목소리가 서현의 심장을 울리는 순간, 태성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들이마셨다.

서현은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해 일부러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읍.”

“훗, 참으려고? 언제까지?”

서현은 입술을 더 세게 깨물었다. 

그와 관계를 갖기로는 했지만, 그를 만족시켜주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에게 만족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미 자극으로 달아오른 몸은 견딜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윽….”

신음은 참고 있지만, 표정은 열락에 들떠 느끼고 있는 서현을 내려다보며 태성은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흥분을 한다고?

서현의 몸은 어느 한군데 예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느새 감당하기 힘든 욕망에 휩싸인 태성은 순식간에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

그러고는 서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서현의 눈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예민한 살결로 옮겨갔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서현이 부끄러움에 다리를 모으자, 태성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시작해볼까?”

“……?”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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