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뻔한 유혹이라니.
벤은 우아한 척하며 경멸하는 듯한 그녀의 말투를 떠올릴 때마다 이를 갈았다. 그래, 사실 그녀와의 우연한 접촉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었고 그의 남성이 점점 단단해질 정도였다. 그녀를 겨우 살짝 만졌을 뿐인데도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그는 그런 느낌을 가져보지 못했다. 마치 너무나 맛있는 걸 알고 있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금단의 열매를 몰래 훔쳐, 살짝 그 감미로움을 맛본 것 같았다. 지금 그는 그녀의 기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젠장, 그녀의 강한 매력에 반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해진 것 같았다. 반면 그녀는 마치 성가신 파리를 휘 내쫓듯 차갑고 덤덤하게 그를 계속해서 내몰고 있었다. 제기랄, 그녀의 냉담함은 진실일까, 아닐까? 그녀가 분노를 터트릴 때면 그 내면에 숨어 있는 흥분된 열정을 엿볼 수 있었고, 그의 키스에도 그녀가 열렬히 반응했음을 느꼈지만, 기어이 그녀는 고집스럽게 그를 받아들이기를 거절했다. 그리고 그녀가 발코니의 해먹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그는 분개해서 밤을 지새웠다. 원래 남자들이란 점찍어 둔 여자가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사랑을 나눴을까 하는 종류의 일들을 궁금해했다.
그의 육체와 본능은 질리언이 정열적인 여자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이성은 이 주장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댈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의심하고 있었고, 서로에게 말장난 이상의 것은 없다는 듯 그가 접근해 오면 어깨를 으쓱하며 피했다. 만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조금의 진전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눈에 띄지 않는 일부분이고 표면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 그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의 여자 관계는 항상 가볍게 즐기며 그저 좋은 시간을 갖는 걸 의미했지만, 질리언에 관해서는 전혀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녈 갖겠다는 그의 결심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강해졌다.
빌어먹을, 그녀가 어쨌다는 거야? 그저 평범하고 관능미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전혀 없었다. 숱이 많고 윤기 흐르는 그녀의 갈색 머리칼은 그런대로 매혹적이었지만, 고개를 빼며 뒤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길고 검은 속눈썹 아래의 푸른 눈동자는 꽤 괜찮았다. 벤을 가장 매료시킨 건 그녀 얼굴에 나타난 지성미였고, 자신이 여자에게 매혹된 사실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았다. 매력적인 이상형이 잡지 속에 일렬로 죽 늘어서 있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가 다소 매력적이라는 건 인정했지만, 그의 남성 호르몬은 세상에서 그녀가 가장 매력적이고 유혹적이라고 생각했다.
벤은 이런 사실이 싫었다. 주변에 우글거리는 시커먼 남자 친구들보다 차라리 한 여자와 오붓하게 있고 싶은 동시에, 유쾌하게 걸어나가 자신을 만족시켜 줄 만한 다른 여성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이것도 인생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었기에 바꾸고 싶지 않았다. 나머지는 제외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지배하려는 여자만큼은 정말 사양하고 싶었고, 특히 그의 정열에 걸맞는 불꽃 튀는 욕망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여자라면 더 끔찍했다.
그는 꼭 정신이상자처럼 그저 그녀가 유일한 여자 동행이기 때문이라고 혼자 지껄이면서 이후 몇 일을 보냈다. 테레사라도 여행에 같이 왔었다면 질리언은 두 번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테레사는 같이 동행하지 않았고 마음속에서 질리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이런 문제로 갈등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와 관계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물론 그런 일은 드물었지만, 다른 여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녀의 끈질긴 저항과 대단한 인내심도 문제였다. 일단 질리언을 몇 번 가지기만 한다면, 그녀는 여느 다른 여성과 다를 바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 가졌던 그녀에 대한 환상을 사라질 것이다.
밖에서 밤을 지샌 지 6일째 되던 날, 벤은 날카롭게 몇 마디 명령을 내렸고, 양쪽 배에 타고 있던 브라질 사람들은 손에 벌채용 칼을 들고 해안으로 뛰어갔다. 질리언은 그들이 사방에 복잡하게 널려 있고 물가에 엉킨 해초를 잘라서 깨끗이 치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벤이 아주 성급하게 그녀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거예요?」
「오늘밤 우리는 해변에서 저녁을 먹을 거요.」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난 이 배가 정말 지긋지긋해요. 모두들 같은 생각인 것 같은데.」
그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벤은 지난 며칠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플로리아노와 비센테는 하루종일 서로 으르렁거렸다 하나님만이 두 번째 배에 탄 사람들의 기질이 얼마나 나쁜지 알고 있었다. 매일밤 그녀는 다른 배에서 욕지거리와 말다툼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게 얘기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강둑에서 뒤돌아보지 않고도 두트라가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을 지켜보며 코웃음을 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벤도 동시에 그 사실을 알아챘다.
「두트라, 벌채용 칼을 들고와서 도와요.」
전에 듣지 못한 벤의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에 놀란 그녀는 힐끗 쳐다보았다. 평소 환하게 빛나던 두 눈은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이 확고했다.
두트라는 기가 찬 듯 침을 내뱉으며 나무에 기댔다.
「혼자서 해.」
둑에서 다른 여섯 명의 남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벤은 미소를 지었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좋아. 그러면 이 캠프에서 떠나는 거야. 일하지 않으면 당신 식사는 없소. 이 배에서 당신의 역할은 없는 거요. 당신 없이도 우린 아침에 떠나니까.」
「거기 잠깐만.」
스티븐 케이츠가 해변으로 뛰어왔다. 그의 잘생긴 외모는 화가 나서 경직되어 있었다.
「두트라는 내가 고용한 사람이고, 당신도 마찬가지요. 누가 있고 없어도 되는 건 내가 결정해요.」
「아니, 당신은 그렇게 못해요.」
벤은 그에게 쌀쌀맞은 미소를 보이며 돌아섰다.
「우리가 마나우스에서 밧줄을 풀 때부터 당신에겐 명령권이 없었소. 내가 이번 여행을 책임지고 있는 거요. 외과 의사가 수술실을 책임지고,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책임지듯. 당신은 내게 일하도록 돈을 지불하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내 명령 하게 있소. 두트라가 일하든지 아니면 이곳에 혼자 남든지, 일하지 않는 사람의 음식과 장비는 없소.」
질리언이 본 두트라의 비열한 눈은 죽음을 감지한 동물의 눈처럼 이글거렸다. 그녀는 벤에게 천천히 몸을 돌리면서 개인 소지품이 든 가방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강둑에서 그녀를 계속 주시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의 머리만 보였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위험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녀는 최대한 조용히 가방 지퍼를 열고 가방 속에 손을 넣어 총을 찾았다. 그녀의 손이 차가운 금속에 닿았다. 총의 개머리판을 손바닥에 안전하게 쥐었다.
「아마 당신이 이곳에 남아야 할 거야.」
두트라는 늑대같이 잔인한 송곳니를 드러내는 동시에 말을 내뱉곤, 등뒤에 있는 칼집에서 벌채용 칼을 꺼내며 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럴 리는 없을 거요.」
벤의 움직임은 비단처럼 유연했다. 등 쪽의 헐렁한 셔츠 안에서 자신의 자동 소총을 집으려 할 때조차도 그의 표정은 온화했다. 질리언은 반쯤 놀라고 반쯤 감탄하는 눈길로 그 총을 바라보았다. 신중한 행동이었다. 아주 큰 건 아니었지만 9미리 구경의 큰 물건이라 숨길 수도 없었다. 그가 총을 소유한 게 이상하지도 않았다. 두트라는 꼼짝 않고 서 있었으며, 벤이 총을 갖고 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사람 다 손을 떼요.」
케이츠가 말을 낚아채며, 앞으로 나섰다.
「내가 당신이라면 화를 자초하진 않겠소.」
벤의 충고에 케이츠는 주춤했다. 배에 남아 있던 릭은 둑으로 뛰어가다 비틀거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봐.」
용감한 릭이었다.
「이봐, 도대체 여기서 뭐들 하는 거야?」
그는 취해 있었다. 질리언은 입술을 꽉 다물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릭이 불 속으로 뛰어들지 않기를 바랐지만, 오빠를 밀어내고자 자신이 끼여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순 없었다.
「두트라, 어떨 것 같소?」
벤은 자신 있게 물었다.
「일할 거요. 아니면 당신의 종지뼈를 날려버릴까? 나에게 인의 책임 따윈 없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나우스 경찰은 추궁하지 않을 거요. 오히려 나와 손을 잡으려 할지도 모르지. 난 당신을 여기 강둑에 남겨놓을 생각이니까. 아마 당신 다리가 문드러지기 전에는 마나우스로 돌아오는 차을 얻어 탈 수도 있겠군.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강에는 친구가 많지 않으니까 말이오. 그렇다면 역시 표범 한 마리가 당신을 습격할 가망성이 가장 크군. 신선한 피 냄새를 잘 맡으니까.」
「루이스, 당신 너무 지나친 거 아니오?」
케이츠는 그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당한 것처럼 얼굴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 펄펄 뛰었다.
「케이츠, 난 그저 기본적인 규칙을 말한 것뿐이오. 이건 내 탐험대요.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서 안전하게 살아 돌아오도록 하는 게 내 일이지. 내게 그런 의무가 있는 거요. 그러니까 다들 내가 말한 대로 해야 해요. 내가 하는 얘기에 말대꾸도 할 수 없고, 협상도 할 필요 없소. 순식간에 이곳을 살아서 나가느냐, 죽어서 나가느냐 하는 차이가 있소. 당신 친구 두트라가 이쪽 방면에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당신에게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소. 그는 이 강 또는 우리가 들어가려는 영토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소. 그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 해도 아마존과 그곳의 강둑들 정도일 거요. 당신이 원하는 더러운 살인이나 저지르겠지. 아마도 그는 이 깊은 정글에 대해 잘 안다고 말했을 거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오.」
질리언은 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케이츠가 살인적인 재능 때문에 두트라를 고용한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벤이 왜 그 같은 말을 했는지 곧 깨달았다. 벤 생각에 두트라는 자신이 전문지식이 있다고 속였고, 케이츠가 그렇게 믿도록 하고 싶었던 것이다. 케이츠가 정직한 사람인양 인정하면서 두트라를 형편없는 녀석으로 만들었다. 질리언과 벤이 그들을 의심한다는 사실을 케이츠가 깨닫지 못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큰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케이츠는 그들이 해가 될 거라는 결론을 내리면, 두트라에게 기회가 올 때 그들을 죽이라고 지시할 게 뻔했다.
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두트라를 죽일 수만 있다면, 문제는 더 간단해 질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겐 그들 모두를 마나우스로 무사히 돌아가게 할 책임이 있고, 그 때문에 살인을 책임져야 하는 위험에도 빠질 수 있었다. 경찰은 개인적으로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벤에게 감사하겠지만, 공식적으로 벤을 기소할 것이다.
만약 두트라가 배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다면, 벤은 자기방어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그를 쏘아버릴 수 있었다. 두트라가 벌채용 칼을 꺼내 배 쪽으로 발길을 돌렸을 때 그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질리언은 두트라가 직접적인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케이츠는 두트라가 맹세코 일하기 위해 벌채용 칼을 꺼냈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벤이 그에게 지시한 대로 말이다.
릭은 휘청거리며 일어서려다 다시 쓰러졌다.
「그를 좀 잡아줘요.」
벤은 조용히 말했고, 자동적으로 케이츠는 몸을 돌려 릭의 팔을 잡았다.
릭은 그를 뿌리치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오빠, 제말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질리언의 목소리를 채찍처럼 매서웠다. 릭은 우거지상으로 그녀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내게 입 닥치라고. 아무도 네가 따라오는 걸 원치 않았어.」
「하지만 결국 질리언은 함께 왔소.」
벤은 말을 하면서도 두트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으며, 총도 여전히 그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없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전투는 이미 시작됐고, 그녀가 이긴 거요. 나를 제외하면 그녀만이 이 탐험을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요. 나머지는 시간만 소모할 뿐이오.」
「당신도 포함시키다니 대단하군요.」
질리언이 중얼거렸다.
「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소.」
벤은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낮은 어투로 대답했다.
「두트라, 어떻게 할 거요? 당신의 결정을 기다리며 밤새 여기 서 있을 순 없소. 지금 일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당신의 종지뼈를 날려 여기에 남겨두든지 하겠소.」
두트라는 그곳에 잠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돌격을 준비하는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작은 머리를 불쑥 앞으로 내밀었다. 질리언은 쭈그리고 앉아서 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꽉 잡아당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트라 역시 보았는지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결정했는지, 갑자기 돌아서서 덤불을 마구 자르기 시작했다.
「그가 더 좋은 때를 기다리나 봐요.」
그녀가 말했다.
「알아요. 하지만 케이츠는 영악한 사람이야. 이번 여행길에 내가 필요한 존재란 걸 알 거요.」
그들의 얘기소리는 강둑에서 말할 때처럼 다시 낮아져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벤은 그녀에게 재빨리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한 발짝 물러나는 게.」
질리언은 조심스럽게 총 손잡이를 그에게 보여주려고 가방에서 손을 꺼냈지만, 생각을 바꿔 다시 집어넣고 지퍼를 올려버렸다. 그녀가 실제로 총을 사용하려 했는지 결정하려고, 벤은 그녀를 오랫동안 같은 눈 높이에서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에 확실한 대답을 해주었다. 만약 그녀가 총 사용법을 알고 있고, 과거에 사용한 사실이 과장된 거라 생각한다면 다시 고려하는 게 좋을 거라는 시선이었다. 그가 보기에 이 여자는 자신의 인생이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다. 서서히 그의 표정이 밝아졌고, 며칠간 눈에 드리워졌던 까다로운 성미는 순간 사라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표면에 나타난 그의 미소를 질리언은 믿지 않았다. 벤 루이스가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건,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벤은 해변 쪽으로 뛰어가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벌채용 칼을 휘두르는 두트라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 질리언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그에게 보여주었고,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최대한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책임지고 있는 심각한 몇 가지 문제를 당장 처리해야 했고, 무표정한 얼굴로 케이츠에게 다가갔다.
「나와 함께 좀 걸읍시다.」
두트라에게서 멀리 떨어진 다른 배 쪽으로 걸어가며 벤이 말했다. 그러자 케이츠는 마지못해 뒤를 따랐고, 릭은 그들과 동행하려고 비틀거리며 걸었다.
「두트라를 다룰 수 있겠소?」
벤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당신이 할 수 없다면 다음 캠프에서 그를 남겨둘 거요. 난 내 뒤를 항상 지킬 수도 없고, 사소한 것에까지 신경 쓸 수 없소. 그에게 총을 들이대고 일하라고 소리지르는 일 따윈 지긋지긋하단 말이오.」
「여기까지 오는 비용을 누가 대는지 당신은 잊은 모양이오. 다시는 내게 대장 노릇을 하지 마시오.」
케이츠는 희뿌연 담배 연기 속으로 벤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군. 내 일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음 캠프에서 손떼겠소. 당신이 지옥으로 들어가든 내 알 바 아니오.」
「좋아요.」
케이츠가 짧게 말했다.
「당신 좋을 대로 해요. 두트라는 깊은 정글 속 지리에 익숙하다고 했거든. 난 그를 믿어요. 우리는 이제 당신이 필요 없소.」
벤은 코방귀를 꼈다.
「당신이 누구와 가도 상관없으니 당신이 결정해요. 즐거운 소풍이 되길 바라오. 어쨌든 당신이 찾고 있는 건 찾지 못할 테니.」
「그건 당신 생각이죠. 우리 모두 당신 의견이 일리가 있다는 건 알아요.」
도전적인 자세로 릭이 끼여들었지만 벤과 케이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요? 하지만 우리는 찾아낼 거요.」
케이츠는 확신에 차서 대꾸했다.
「질리언이 없다면 안 되는 일이지.」
그 말을 들은 케이츠는 망설였고, 그의 잘생긴 얼굴이 차갑게 돌변했다.
「질리언이 어쨌다는 거요?」
「그녀는 나와 함께 있을 거요. 두트라는 그녀에게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잖소.」
「그러면 이미 당신은? 그녀는 당신을 징그럽게 생각하는데?」
픽이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침대에선 만족하죠.」
벤은 흐뭇해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허세를 부리는군.」
케이츠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시선을 보냈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오?」
「질리언은 누구보다 잃어버린 도시를 찾고 싶어해. 옛 남자 이름쯤은 쉽게 지워버릴 수 있다고. 당신이 그녀와 관계를 했다고 해서 기회를 포기하진 않을 거요.」
케이츠가 말했다. 릭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웅얼거렸다.
「내 여동생이? 농담이겠지. 질리언은 정말 괴짜요. 그녀는 희한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 무슨 말인지 알아요?」
릭이 벤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셔우드를 계속 무시하며 말했다.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오. 절대로. 하지만 두트라를 한번 잘 쳐다보시오. 당신이 여자라면 그와 어떤 일을 책임지고 함께 하고 싶을지. 그리고 질리언은 왜 내 배에 태우려고 고집하는 지 생각해 봤소? 그녀가 두트라와 함께 같은 배에 타기를 거부했거든.」
물론 그는 좀 과장하고 있었다.
그는 질리언이 ‘고집불통’이란 걸 이미 잘 알았다. 그녀는 잃어버린 도시를 찾겠다고 마음을 정했고, 하나님마저 그녀와 함께 가는 사람을 거들도록 돕고 있었다. 그러나 케이츠와 릭, 이 두 사람은 질리언을 과소 평가한다는 걸 벤은 간파했다. 그 두 사람에게 평가 절하될 질리언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를 과소 평가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무관심한 태도로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 그녀에게 물어보시오.」
릭은 시키는 그대로 따랐다.
「이봐, 질리언. 벤이 정말….」
벤은 두 번째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이 멍청이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했고, 순식간에 주먹이 셔우드 창자로 날아갔다. 릭은 욱하는 숨소리와 함께 몸을 굽히며 배를 움켜잡음과 동시에 기침하며 토하기 시작했다. 즉시 벤은 뒷걸음질 쳤고, 케이츠 역시 뒤로 물러섰다.
발작이 끝나자 벤은 릭의 셔츠를 손에 움켜쥐고는 아주 엄하게 나무랐다.
「정신차려!」
그의 목소리는 평소 욕하던 느린 어조와 전혀 달랐다.
「정신차리라고. 질리언에게 쓸데없는 말을 나불대면, 네 엉덩이를 진흙탕에 처박아줄 테니. 당신이 반격할 만한 상황이든 아니든 말이야. 알아듣겠어?」
릭은 빠져나가려고 버둥댔지만, 벤은 옷을 더 단단하게 비틀었다.
「분명히 말했어. 알겠어?」
마침내 릭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아… 알았어. 알았다구.」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벤은 그를 살짝 밀치며 놓아주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부라리며 케이츠를 쳐다보았다.
「자, 어떻게 결정했소?」
벤 루이스의 가늘게 뜬 저 눈빛은 자신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케이츠는 이런 결정이 싫었고, 사실 그는 배가 마나우스 부두를 떠날 때부터 빌어먹을 이 탐험이 싫었다. 케이츠는 보물을 찾게 되면 반드시 유능한 가이드를 가르겠다고 맹세했다. 사실 보물을 찾게 되면 벤과 질리언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그가 벤의 목에 총을 갖다대어도 벤이 지금처럼 씩 웃을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좋소. 두트라에겐 내가 말하겠소.」
케이츠가 중얼거렸다.
「그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줘야 해요. 만약 그가 날 째려보기라도 한다면 그는 그걸로 끝장이오.」
벤은 첫 번째 배로 되돌아갔고, 질리언의 매섭고 호기심 어린 눈초리도 감지했다. 그는 질리언이 말다툼을 보려고 해변으로 오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줘서 고마웠다. 아마도 그녀는 두트라를 계속 지켜보려고 그랬던 모양이었다. 그의 뒤를 보호해준 그녀에 대해 생각하자 따뜻한 감정이 밀려왔다.
릭과 케이츠는 벤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며 분노와 증오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개새끼!」
릭은 입을 닦으며 말했다.
「죽여버릴 거야!」
케이츠는 릭을 사나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릭 셔우드는 아무 쓸모도 없고 진짜 별 볼일 없는 인물이었지만, 건들거리고 걸으면서 굉장히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의 투덜거리는 불평은 케이츠의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릭을 제거하면 더 없이 기쁠 테지만, 지금 당장은 화가 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기다려야 했다.
「당신은 지금 너무 취해서, 잘난 체하는 저 빌어먹을 녀석을 죽일 수도 없다고. 그의 말이 옳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이러면 득 될게 하나도 없어.」
「젠장, 이 강은 너무 지긋지긋해. 하루종일 할 일도 없고, 그저 멍하니 앉아서 지나치는 나무나 바라봐야 하잖아.」
릭의 표정은 시무룩했다.
「두트라조차 멀쩡히 정신차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당신을 뒤에 남겨둬야 할 것 같군.」
벤을 어떻게 뭉개버릴까 궁리하며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던 케이츠는, 살인적인 힘을 과시하며 벌채용 칼을 휘두르고 있는 두트라 쪽으로 걸어갔다.
「두트라,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어.」
케이츠는 고갯짓으로 일행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엿듣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를 바라며 주위를 살폈다.
두트라는 휘두르던 벌채용 칼을 멈췄다. 그의 눈은 소름끼칠 정도로 매서웠으며 표정은 덤덤하고 잔인했다. 케이츠마저 꺼림칙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난 오늘밤 그를 죽일 거야.」
두트라는 벌채용 칼을 들어올리며 말했고, 그의 윗입술이 뒤틀리며 흉측한 이를 드러냈다.
「한방으로 배 바닥에 머리를 처박아버릴 거야.」
「빌어먹을, 지금은 안 돼.」
케이츠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개자식 없이는 그 여자가 협조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그녀가 필요하거든. 보석을 찾을 때가지만 잘 참고 지내자고. 그 뒤엔 두 사람을 어떻게 하든 당신 마음대로 해.」
「난 그녀가 협조하도록 만들 수 있어.」
두트라는 첫 번째 배에 타고 있는 제법 말쑥한 여자에게 눈들 돌리며 대답했다. 케이츠를 어리석은 사람들과 협상하는 일에 정말 짜증이 났다.
「내가 말한 대로만 해.」
케이츠는 그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두트라의 소름끼치는 시선이 그의 등에 꽂혔고, 두툼한 입술은 흉악한 미소로 뒤틀렸다.
「뭐예요?」
질리언은 조용히 벤에게 물었다.
「정리할 일이 몇 가지 있었소.」
「어떤 거죠?」
「예를 들면 누가 일을 지휘하느냐 그런 거지.」
「그게 오빠를 때린 이유인가요? 오빠가 뭐라고 하던가요?」
벤은 영리하고 빈틈이 없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벤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알아챌 것이다.
「어… 그게… 당신에게 그 일을 물어보려 했거든. 우리가 함께 잤는지 말이오.」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고, 마침내 그가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빠가 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우리가 함께 잤다고 그들에게 말했거든.」
그는 무심코 말했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한방 먹이는 대신, 그녀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을 바라봤다.
「그거 말고 딴 이유는 없나요? 남자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허풍떠나 보죠?」
「그들이 날 남겨놓고 떠날 생각을 하더군. 그래서 당신은 나 없이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소.」
「아주 똑똑하시군요. 하지만 내 텐트 안에 들어올 수는 없어요.」
「적어도 경우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소. 텐트를 함께 쓰는 것도 우리의 일이오.」
그녀는 당장 그를 거꾸로 매달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당신은 나를 꺾었다고 생각하는 거 맞죠? 왜 당신을 차버리는지 이유를 대라면 당장 토론을 벌일 수도 있을 정도예요.」
그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날 위험에 빠지게 하고 싶소?」
「내 눈에 당신은 덩치 큰 소년이에요. 당신 자신이나 지켜요.」
「그 말, 기억해야 할 거요. 당신은 나와 두트라를 재고 있군.」
이를 드러내며 그가 말했다.
「어림도 없는 생각이에요.」
그녀가 충고했다.
「두트라는 택하느니 차라리 구더기를 택하겠어요.」
일행들이 덤불 따위를 깨끗이 청소하고 나자, 넓은 장소에 편하게 앉아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그들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덤불이 다시 사방을 뒤덮고 자신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없애버릴 것이다. 페페는 흔들리는 배에 올라타서, 기름 난로와 전등과 저녁식사에 필요한 식품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질리언이 그를 도우려고 움직이자 여위고 작은 체구의 인디언은 머리를 숙이고 굽실거리며 수줍은 듯, 감사하다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가 처음으로 포르투갈 어로 말하는 걸 들었다.
벤은 그날 아주 만족스러웠다. 두트라의 고집을 꺾어놓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자제력을 잃지 않았었다. 케이츠는 영악한 사람이었다. 벤과 질리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자신이 고용한 살인자를 억제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건 질리언에 관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차갑고 무관심한 것 같았지만, 남자에게 무관심한 여자라면 위험한 상황에서 총을 꺼내 그를 방어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쌀쌀맞고 냉담한 여자라면 용기나 열정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모든 열정을 차가운 행동으로 감추고 있었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관심이 무엇인지 간파했다. 그녀가 가방을 휘두를 때부터 그것을 알았거나, 적어도 그의 신체는 느끼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완전히 헛껍데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젠장, 그의 육체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남녀간의 친숙한 화학반응은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가 아주 마르고 고집 센 여자에게 강한 성욕을 느끼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더구나 남자의 머릿속을 완전히 꿰뚫어보는 여자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투드라를 쏴버렸을 것이다. 그런 감정은 남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해변에서의 식사는 평온했다. 사람들은 배에서 내린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식사를 끝낸 후 그들은 꾸물거리며 배에 다시 타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질리언은 카드 몇 벌을 건네주었고, 일행들은 감사히 받아들었다. 그녀는 게임에 끼여들지 않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장작불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벤 역시 카드놀이에 끼지 않고 그녀 곁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멋진 생각이군. 당신이 카드를 갖고 있는지 몰랐소. 왜 진작에 꺼내놓지 않았소?」
「미리 줬다면 아마 벌써 카드에 싫증이 났을 거예요. 이제 앞으로 며칠은 카드놀이를 하느라 정신없을 거예요.」
「고고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 같군.」
「경험에서 얻은 거예요. 전에도 여러 번 발굴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루한지 잘 알거든요.」
「당신도 역시 지루하지 않았소?」
작은 미소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엔 불꽃이 어른거렸다.
「조금요. 다른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난 이런 생활을 좋아해요. 책이라도 몇 권을 가져왔어야 했어요. 텔레비전이나 전화 같은 것은 필요없지만요.」
「왜 안 가져왔소?」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네 가방에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휴대해야 했죠. 카메라 두 대와 충분한 필름, 녹음기와 카세트, 여분의 건전지, 빈 노트와 방수용 펜을 갖고 왔어요.」
「다른 작은 물품들도 잊지 말아야지.」
무관심하게 그는 말했다. 총을 의미했다.
「잊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왜 카메라가 두 대요?」
「카메라 한 대에 문제가 생길 경우는 대비해서죠. 제 경험상 항상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 개인 물품으로 뭘 갖고 왔소?」
이때 그녀의 미소가 더 커졌다.
「양복솔과 모종삽.」
「뭐라고?」
「제 말 들었잖아요.」
「양복솔이 도대체 뭐 때문에 필요하지?」
「이건 고고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구예요. 당신은 우리가 삽을 사용할 거라 생각하셨죠?」
「흙을 판다고 하면 양복솔은 전혀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그걸로는 뭐든 찾아내는 데 한참 걸릴 것 같군.」
「맞아요. 하지만 발견물에 흠이 생기는 걸 최소화하는 방법이에요. 모든 것을 망쳐버리면 다시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다루는 것을 배워야 해요. 어쨌든 우리는 실제로 발굴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 장소를 찾고 싶을 뿐이에요.」
그녀의 눈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환하게 빛났고, 오래된 해골과 옛 건물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흥분할지 그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황금이나 보석하고는 다른 차원이었다.
「동아프리카에 중요한 새 유적지가 발견됐어요.」
질리언이 하던 말을 이었다.
「오살라에서. 수천 년 전에 있었던 마을인 것 같았죠. 팀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원했지만 거절당했어요. 사실 서류전형에서 탈락된 거죠.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다면 직접 발견물들을 종합해보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죠.」
「왜 당신이 탈락됐지? 당신 아버지 때문에?」
「그래요.」
반짝이던 질리언의 눈이 그 빛을 잃었다. 그녀는 장작불만 오래 지켜보았다. 벤은 그 주제를 끄집어 낸 것을 후회했고, 사실 그녀에게 자신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를 상기시켜준 셈이 되어버렸다. 잠시 후 그녀는 먼저 일어난다며 배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