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사랑 에반젤린-11화 (11/19)

11장

에비는 그날 밤 9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내리 열 시간을 잤다. 덕분에 기분은 나아졌지만 너무 많이 자서 멍한 상태였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가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기도했다. 특히 커피메이커는. 다행히 모든 것이 멀쩡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커피를 끓이고는 그동안 샤워를 하러 갔다.

15분 후,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잠옷을 그대로 입은 채 그녀는 커피잔을 들고 잔교 베란다로 나가 편안히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얼굴을 비춰 주자 그녀는 행복해서 눈을 감았다. 깨끗하고 향기로운 화창한 아침이었다. 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귀고 기온은 아직 23도 정도로 서늘했다.

사륜구동의 지프차 타이어가 세차게 차도에 스치는 소리를 들었고, 곧 로버트가 그녀 집 차도로 들어선 것을 알았다. 잔교 베란다에선 차도를 볼 수 없고 지프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 로버트만이 아니었지만, 이른 아침 방문객의 정체를 직감으로 알았다. 피가 세차게 끓기 시작했고 햇볕이나 뜨거운 커피와는 상관없이 열기가 몸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를 사랑했을까? 그녀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았다. 여자들이 불쌍했다. 부드럽지만 잔인할 정도의 매력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그가 그 여자들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로버트, 베란다에 있어요."

그녀는 큰소리로 말했다. 잔디를 돌아오는 그는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았고, 잠시 후 잔교 베란다의 계단으로 올라왔다.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놀란 그녀는 의자에 좀더 붙어 앉았다.

"뭐 잘못된 것 있어요?"

그녀 옆 의자에 앉는 그의 표정은 느긋했다.

"잘못 안 거요. 화난 게 아니라 이건 욕망의 눈길이오"

"아‥‥‥."

그녀는 컵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뭔가 찔리는 것 없어요?"

"그래야 하오?"

"당신에게서 너무 자주 그런 표정을 봤다는 소리 아니겠어요?"

그녀의 심장이 더욱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자기가 지금 그에게 꼬리치는 것인지? 그 사실을 깨닫자 스스로 놀랐다. 남자의 욕망을 화제로 얘기하기는커녕 남자들과 노닥거린 것도 처음이었다. 매트와도 이런 식으로 말해 본 적은 없었다. 그들 사이는 너무나 확고해서 결혼을 약속하기 전 어지러을 정도의 구애기간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서로가 짝이겠거니 하면서 어른이 되어 간 그들이었으니까.

"당신은 아예 잘못 알고 있는 거요."

로버트가 천천히 말했다.

"어떤 면에서요?"

"에반젤린, 욕망은 항상 들끓고 있었소."

그 조용한 선언에 그녀는 숨이 막혔다. 갑자기 예의를 차리듯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손님 대접했다.

"커피 드시겠어요?"

"내가 가져오겠소"

그는 어깨에 손을 짚어 그녀를 만류했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어깨 부위를 어루만졌다.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워 보이는데. 거기 앉아서 컵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주시오"

"커피메이커 바로 위 수납장에 있어요. 크림은 따로 준비해 둔 것이 없는데‥‥‥."

"상관없소. 나도 블랙커피를 좋아하니까. 당신 커피도 더 갖다 줄까?"

조용히 그녀는 컵을 내밀었고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수납장에서 컵을 꺼내면서 그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놀랍고 우스웠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항상 반쯤은 발기된 상태로 지내야 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오늘 아침 머리를 풀고 있는 그녀를 보고 싶다는 소원이 풀리자 자신이 이렇게 강렬하게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치 못했다. 풍성한 솜털처럼 부드러운 머리가 등에 흘러내려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평소 하나로 땋은 머리와는 달리 부드럽게 흘러내린 머리는 끝만 살짝 말려 있었다. 한 줄기 머리카락이 어깨를 거쳐 가슴으로 내려와 있었고 마치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유두 근처에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그 연한 살색 옷 속에 그녀가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빛나는 피부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그녀를 볼 때마다 그 빛나는 피부에 새삼 감탄했다. 졸음에 늘어진 고양이처럼 맨발과 잘빠진 다리를 드러낸 채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녀에게 반사된 밝은 햇빛은 마치 그녀의 내부에서 빛이 발산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로버트?"

그가 꾸물거리는 것 같자 그녀가 불렀다.

"당신 커피 잔들에 새겨진 글을 읽는 중이오"

그는 소리쳐 말했고, 그녀가 웃는 소리를 들었다.

'49퍼센트는 달콤하지만 나머지 51퍼센트는 좀 걱정할 필요가 있는 사람임.'이라고 새겨진 잔을 선택하고 커피를 따른 뒤 그녀의 컵도 채웠다. 그는 두 개의 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와 그녀의 다리에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컵을 건네주었다.

"커피 잔이 엄청나게 많던걸."

"그렇죠? 제이슨과 페이지 덕분이에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때마다 커피 잔을 선물로 줘요. 이젠 전통이 돼 버렸어요. 걔들이 들인 시간과 정성 때문에 그 선물을 풀어 보는 게 파티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죠. 자기 엄마, 아빠에게도 비밀이어서 그들도 같이 놀라며 봐요"

"몇 개는 아주 선정적인 글들이던데."

그녀는 씩 웃었다.

"페이지의 선택이에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덴 도사라니까요"

그는 눈썹을 올렸다.

"그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아이가?"

"바로 그 상상력 풍부하고 조숙한 아이가요! 수줍어한다고 속지 말아요"

"내겐 수줍어하지 않던데. 처음 만나자마자 말을 걸던데."

"당신 매력 탓이겠죠. 그렇게 개방적인 아이는 아니에요. 셰리의 아기가 당신에게 보인 반응을 생각해 봐요."

그녀는 배심원처럼 말했다.

"어린 소녀들은 당신의 팬인 것처럼 보여요."

"아주 잘된 일이오"

그는 대답하고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쳐다봤다.

"성인 여자들은 어떨까?"

"내일 커다란 빗자루를 갖다 줄 테니 다가오는 여자마다 다 쓸어버려요."

그는 천천히 커피 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손에서도 잔을 받아 내려놓았다. 그녀는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봤다.

"뭐 하는 거예요?"

"이것."

그는 재빨리 움직여 그녀를 의자에서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놨다. 그녀는 놀라서 등을 곧추세웠고 커다란 눈이 더 둥그레졌다. 그는 그녀의 잔을 다시 돌려주었고 몸을 움직여 그녀가 균형을 잃고 자신의 가슴에 기대게 만들었다.

"로버트."

그녀는 조그맣게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에반젤린."

그는 평소보다 길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향기와 따뜻한 체온, 그리고 강한 힘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그의 심장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큰 것은 알았지만 무릎 위에 앉았는데도 그녀의 머리는 그의 턱에 닿지 않았다.

그의 허벅지가 단단하게 느껴졌고 다른 것도 역시 단단했다.

"당신 커피를 다 마셔요."

그가 말했고 그녀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그렇게 평화롭게 앉아서 강에 배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커피를 다 마시자 그는 잔을 옆으로 치우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꽃처럼 그녀는 몸을 움직여 자신의 몸을 더욱 세게 그에게 밀착시켰다. 그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 모두에서 커피 맛이 났다. 그의 혀는 부드럽게 움직였고,그녀는 몸을 떨며 손을 들어올려 그의 몸을 휘감았다. 얼마 동안이나 서로의 입술을 마셨는지 몰랐다. 시간은 전신을 요동치며 흐르는 혈관의 맥박으로만 의식이 되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운 뒤 풍만한 가슴을 감쌌다. 에비가 약간 몸을 움츠리자 그는 뜻도 없는 나직한 중얼거림으로 그녀를 달랬다. 손과 입으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 그녀가 애무에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부드럽게 손가락 끝으로 유두 주위에 원을 그리며 돌렸다. 그녀가 느긋하게 즐기길 바랐는데, 그녀의 긴장이 어느새 강렬한 에너지로 바뀌어 그는 자신이 그녀를 흥분시켰음을 알았다.

천천히 그는 잠옷의 단추를 풀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날카롭게 신음을 흘리며 그녀가 얼굴을 그의 목에 묻었지만 멈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비단 같은 피부는 서늘했고 작은 유두는 단단하게 돌기가 졌다. 손가락 사이에 넣고 문지르며 그녀가 어떤 자극을 좋아하는지 알 요량으로 살짝 꼬집었다. 그녀의 젖가슴은 그의 손길 아래 뜨거워져 이제 핑크빛으로 반짝였다.

에비는 거의 숨쉬지도 못하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자신을 그에게 맡겼다. 형용하기 힘든 달콤한 쾌감이 밀려들었다. 자신이 불장난을 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멈추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할까? 아직 생리 중이라 어차피 멈춰야 할 테지만,그에게 부끄럼 없이 그 사실을 얘기할 만한 세련됨이나 경험은 갖추지 못했다.

"그만 둘까?"

그가 낮게 깔린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는 침을 삼켰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들지 않았고 그것을 멈추라는 표시로 보긴 힘들었다. 그는 그녀의 노출된 젖가슴을 입 안 가득 물었다.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유두가 바르르 떨렸고 불길이 그녀 깊은 곳에서 치솟았다.

그가 먼저 입술을 떼고 그녀를 다시 무릎 위에 제대로 앉혔다.

"멈춰야겠소"

아쉬움이 담긴 음성이었다.

"당신이 끝까지 갈 준비가 안 됐는데 더는 내 자제력을 시험할 자신이 없소."

에비는 머리를 숙이고 안도와 아쉬움 속에 서투른 손길로 단추를 잠그고 매무새를 정리했다. 물론 그가 옳았다. 그녀는 지금 상태에서 애무가 더 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무릎에서 내린 그녀는 미소지으며 커피 잔을 집어들었다.

"고마워요"

그녀는 커피 잔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로버트는 손으로 눈을 문질렀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그녀가 끝까지 사랑을 하게 해 주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느꼈다. 몇 분 더 흘렀다면 그녀는 분명히 거부했을 테고, 도중에 멈춰야 했다면 그는 죽을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다행히 허락했어도 이 집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멈출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들은 평화롭게 남은 아침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미 충분히 욕구불만에 시달렸으므로 더는 육체적인 접촉을 피했다. 그녀가 호수를 가로질러 계류장으로 갈 시간이 되자 그는 그녀에게 간단히 키스한 뒤 집으로 향했다.

호수를 가로질러 가는 그녀의 얼굴에 상쾌한 바람이 느껴졌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는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했다. 휴가 중이라곤 했지만 그의 성격으로 봐서 그냥 가만히 죽치고 있을 남자는 아니었다. 수리 작업을 많이 처리해서 그날 오후에 트럭 모터를 교체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버트의 말에 그녀는 한 시름 덜었다. 내일이면 차로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머피의 법칙이 이제는 끝났나 보다.

그녀는 근처의 패스트푸드점마다 전화를 걸어서 아침 시간만 일할수 있는 파트타임 일이 있는지 알아봤지만 여름방학 기간이라 일손이 더 필요한 곳은 없었다. 방학이 끝나고 나면 다시 연락하라는 얘기만 들었다.

"이쪽은 확실히 가망이 없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아직 행운의 여신은 그녀 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극도의 내핍생활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자였다. 그 주 내내 그녀는 경비를 극도로 줄였다. 아침엔 오트밀이나 시리얼만 먹었고, 점심과 저녁으론 샌드위치 한 개가 전부였다. 군것질거리나 음료수 등을 사 먹는 것은 완전히 포기했다. 집의 에어컨은 아예 껐고 그저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며 살았다. 그녀는 갑자기 줄인 지출로도 특별히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점점 로버트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아침에 집에 들르지 않으면 오후에 계류장에 들렀다. 둘만 있을 때면 자주 키스했지만 섹스에 대한 중압감은 주지 않았다. 그가 억제하면 할수록 그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전에 경험이 없다는 것에 아쉬워한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아쉬웠다. 그를 상대하며 겪는 감정적인 괴로움을 어떻게든 소화해야 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그의 육체를 원하게 되었지만, 지금보다 그가 더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조심스러웠다.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자신의 작은 부분이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그녀의 육체를 소유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그는 그녀의 전부를 가지게 될 것이고, 결국 끝이 날 때까지 그녀는 어떤 것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얼마나 능숙하게 거리를 좁혀 오는지 알았다. 매일 그의 키스와 손길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를 보기만 해도 흥분으로 젖가슴이 욱신거렸다. 의지가 꺾였을 때의 결과가 두려워 피임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기 시작했지만, 임신을 막을 수 있다는 것때문에 더 쉽게 허락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주말이 되었을 때, 로버트는 크레이그와 시간을 바꿔서 저녁에 외출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함께 한 첫 저녁식사가 즐거웠던 것을 생각한 그녀는 쉽게 허락했다.

다음날 저녁 그가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선 천천히 불꽃이 타올랐다. 에비는 그의 반응에 여자로서 행복감을 느꼈다. 머리 스타일과 화장이 특별히 잘되었고 드레스와도 잘 어울려 자신이 오늘 아름다워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드레스는 3년 전, 마을의 상공회의소에서 건터스빌의 산업을 부흥시키려고 중소기업주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을 때 거기 입고 가려고 산 것이었다.

비록 그 거래는 실패했지만 드레스는 정말 멋졌다. 청록색으로 그녀의 피부색과도 잘 어울렸고 치마가 무릎 아래에서 둥그스름하게 퍼지고 하트 모양의 꼭 끼는 상체는 뒤가 깊이 파졌다. 그녀는 느슨하게 머리를 틀어 올리고 귓가에 몇 가닥의 잔 머리카락이 내려오게 한 뒤 동그란 금귀고리와 결혼반지로만 자신을 치장했다.

로버트는 검정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받쳐입었다. 더운 날씨를 어떻게 참을지 걱정이 되었다. 물론 그가 더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눈빛을 제외하면 그는 언제나처럼 세련되고 냉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당신 정말 아름답소"

그녀의 볼을 만지며 그가 말했다.

"고마워요."

그의 칭찬에 우아하게 대답한 뒤 그를 따라서 밖으로 나가 문을 잠갔다. 그는 지프차에 그녀를 태우고 말했다.

"우리가 갈 클럽이 당신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소. 조용하고 식사도 괜찮고, 게다가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하더군."

"헌스빌에 있는 건가요?"

"아니, 이곳에 있는 회원전용 클럽이오."

그가 어떻게 회원들만 가는 곳을 예약했는지는 묻지 않았다. 로버트는 부유한 권력자 행세를 하진 않았지만 분명 힘이 있어 보였고, 그건 그의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건터스빌은 그리 넓지 않아서 그들은 금세 클럽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강변으로 들어가는 도로로 접어들자마자 그는 곧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클럽은 단층 벽돌 건물이었다. 보트를 타고 지나가다가 본 기억이 났다. 겨우 7시 30분인데도 주차장엔 차들이 많이 있었다.

에비를 안으로 데려가는 로버트의 손은 소유욕을 드러내며 그녀의 등에 올려져 있었다. 식사를 주문하면서 로버트는 샴페인을 주문했고, 와인과 샴페인에 대해선 잘 모르는 에비였지만 로버트의 주문에 웨이터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샴페인을 맛본 것은 결혼식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그것도 평범한 상표였다. 로버트가 그녀의 잔에 따라 주는 연한 황금빛 액체의 기포는 입 안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고 그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알코올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라 조

금씩 입에 넣고 맛만 즐겼다.

저녁 시간은 역시 황홀하게 지나갔고, 그녀는 미처 깨닫기도 전에 자신이 점점 코너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로버트는 점잖고 신사답게 행동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유혹은 끈질겼다. 초록빛 눈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확실히 이 밤이 끝나기 전에 그녀를 가질 작정이었다. 끊임없이 그녀를 만지는 손길과 눈길에서 그의 의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손길과 가벼운 애무는 그녀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그의 손길에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그녀는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그들이 춤을 출 때 그의 손가락 끝은 그녀 등의 맨살 위를 오르내렸고, 그녀는 자신의 신경이 미묘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리듬을 따라 그녀와 함께 움직였다. 그들이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녀 옆에 거의 붙어 앉았다. 그녀는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는 희미한 그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가볍게 그녀의 팔을 어루만지며 긴 손가락으로 턱이나 목의 뼈 부분을 만졌다. 그의 다리는 그녀의 다리를 스치듯 움직였고, 그녀는 그의 팔이 등을 만지고 손은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모든 행동은 그녀로 하여금 그를 잔뜩 의식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곳에서 그녀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 다른 남자들에게 강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몸짓이었다.

에비는 놀란 동시에 흥분이 됐고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겁이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이 도회적인 남자의 세련된 모습 아래 숨겨져 있는 원초적인 남성을 처음부터 눈치챘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 정열을 자신이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날 밤 그녀를 침대로 데려갈 작정이고, 그녀가 과연 그를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그를 멈추게 하고는 싶은 건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샴페인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유혹 때문인지 그녀는 그가 처음 키스를 한 그 순간부터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평소의 차분하고 명확한 생각의 흐름은 자신의 육체에서 느껴지는 욕구로 정신없이 헝클어졌다. 그를 거부하고 그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생각해 보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젖가슴에 느껴지던 그의 입술과 그의 손길뿐이었다.

육체적으로 그는 그녀가 고독 속에 쌓았던 자제력을 무너뜨렸다. 그녀는 매트 이후 로버트가 나타날 때까지 그 누구도 원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매트도 이렇게 많이 원하진 않았었다. 매트는 완전히 성인 남자가 되기 전에 죽었고 그녀의 마음속에선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젊은 소년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로버트는 순수한 의미로 진짜 성인 남자였다. 그는 육체의 힘을 알았다. 그가 그녀의 육체를 가짐으로써 결국 소유권을 행사하게 되리란 것도 알았다. 그의 경험은 그녀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능란할 테고,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어떤 것도 뒤로 남겨 둘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 작은 목소리가 두려움에 질린 소리를 냈지만,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마치 그녀의 내부에서 나오는 그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녀가 두려움에 질릴 때마다 그는 그 이성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육체의 유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유혹의 천재였고, 그 사실을 알아도 그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면 언제든지 그녀를 가질 수 있음을 씁쓸하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의 능란함에 그녀의 의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뭔가 자신만의 이유로 시간을 늦추었을 뿐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다시 춤을 추자고 말했고, 그녀는 그의 품안으로 안겨 들었다. 그녀는 다시 열기에 휩싸였고 피부는 더욱 예민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스치는 옷감의 감촉을 허벅지와 복부, 그리고 유두에 느꼈다. 그들이 춤추는 동안 그는 더욱 가까이 몸을 밀착시켰고 허벅지를 교묘하게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 움직였다. 그가 어쩌다 다리를 떼기라도 하면 그녀는 허전한 느낌마저 들었다. 갑자기 하늘이 자줏빛과 황금빛으로 반짝이더니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 왔다. 공기가 갑자기 습해지고 탁해졌다.

그녀는 육체적으로 약한 자신을 절실하게 느꼈다. 욕망이 근육의 힘마저 앗아갈 수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마치 뼈 없는 사람처럼 그에게 안겨 있었고 그가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안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하며 귀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집으로 갈까?"

마음속에서 마지막으로 작은 목소리가 안 된다고 소리 질렀지만 이미 관능의 거미줄에 걸린 그녀는 그저 머리를 끄덕였고 소리는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지프차까지 가는 동안 그녀는 계속 그에게 안겨 있었다.

집에 가는 동안에도 그의 유혹은 계속됐다. 기어를 바꾸는 그의 손은 그녀의 허벅지에 올려져 살짝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녀가 신음을 흘릴 때까지 어루만졌고, 그녀는 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기는 당신 집이잖아요?"

그녀가 놀라서 말했다.

"에비, 안으로 들어오시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싫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있었다. 자기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저 장소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 뒤에 서린 의도는 무자비했다. 그는 그녀를 차지할 것이다.

그녀는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렸다.

그녀의 조심스런 항복에 그가 야만스런 만족감을 느낄 것을 감지했지만, 그는 여전히 점잖았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제정신이 들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하기엔 그는 너무 능숙했다.

그녀는 어느새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호수가 내다보이는 프랑스식 창문을 봤고 멀리서 다시 천둥소리가 들렸다. 아직 비가 내리진 않지만 곧 번개가 휘몰아치며 하늘을 밝혀 줄 것이다.

로버트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대고 그를 마주 보게 했다. 그녀의 심장은 아플 정도로 쿵쿵거렸고, 그가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그의 키스는 매우 느렸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는 빨려 들어갔다. 그의 혀가 밀려들어오고 그의 손이 그녀 드레스의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기는 동안 그녀는 그의 입술을 마음껏 마셨다. 드레스의 상체 부분이 허리까지 내려오고 곧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잠시 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만지면서 매혹적인 허리의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드레스를 완전히 벗겨 옆으로 던졌다.

이제 그녀는 그의 앞에 하이힐과 팬티 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잡고 다시 키스하며 혀를 깊이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은 가슴 위로 움직여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을 감싸 안았다. 힘이 빠진 그녀는 그의 넓은 근육질 어깨에 꼭 매달렸다. 그의 실크 셔츠가 단단하게 솟은 유두에 스쳤고 그녀는 신음을 흘렸다. 그는 그녀를 달래며 셔츠의 단추를 풀고 벗은 뒤 역시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녀의 맨 가슴은 그의 맨 가슴에 완벽하게 밀착되어 곱실거리는 검은 털 속에 파묻혔다. 그녀는 자신이 욕구에 가득한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에비, 괜찮소"

그는 속삭였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바지 허리띠를 풀어 아래로 떨어뜨렸다. 팬티 앞이 불룩 솟은 것이 보였다. 그녀가 맹목적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그에게 밀어붙이자 그의 숨이 헉하고 새어나왔고, 그 순간 그의 자제력은 사라졌다. 그는 격정적으로 그녀를 껴안았고 그녀는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는 그의 어깨에 파묻혀 버렸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고 뜨겁게 달아오른 살갗에 시트는 차갑게 느껴졌다. 재빨리 그는 팬티도 벗어버렸다. 완전히 벌거벗은 그가 욕망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는 모습으로 앞에 서자 에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마른 것 같은 겉모습은 완전히 속임수였다. 그의 몸은 날렵한 표범의 우아한 힘이 느껴지는 강철같은 근육질의 육체였다.

그는 그녀 옆에 몸을 눕히고는 한 팔로 그녀의 머리를 껴안고 다른 손으론 구두와 팬티를 벗겼다. 완전히 벌거벗자 갑자기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녀는 잠시 몸을 감추려는 몸짓을 했지만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머리 옆에 고정시키더니 천천히 그녀 위에 올라탔다.

에비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생각한 것보다 많이 무거웠다. 그 감각은 아주 놀라워서 그녀의 의식을 멍하게 만들었다. 근육질의 허벅지가 그녀의 허벅지를 벌리고, 털이 무성한 그의 복부가 부드러운 그녀의 복부에 부딪히고, 젖가슴을 압박하는 그의 가슴이 주는 감각은 너무나 강렬했다. 그가 자신의 몸을 갖다 대자 그녀의 여성은 갑자기 부풀어오르고 심장은 미칠 것처럼 쿵쿵거렸다.

어둠 속의 그는 더 크고 강한 모습으로 그녀를 지배했다. 달빛에 드러난 그의 얼굴에는 야만적인 남자의 승리가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놓고 턱을 잡고 들어올린 뒤 입 안으로 깊숙이 혀를 밀어 넣고 그녀의 입술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그녀가 몸을 비틀 때까지 젖가슴을 빨며 애무하는 동안 그의 긴 남성이 그녀의 부드러운 곳으로 참을성 없이 밀고 들어오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한쪽 팔로 자신의 몸을 들어 지탱하고 그들의 몸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속살을 부드럽게 헤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엉덩이가 본능적으로 들어 올려졌고 미칠 것 같은 감각이 전신에 소용돌이쳤다.

"로버트‥‥‥."

그녀는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긴장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그는 여전히 에비의 속살을 열고 자신의 것을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 에비의 호흡이 빨라지며 몸이 굳었다. 압박감은 타는 것 같은 고통으로 바뀌었다. 시트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꽉 쥐어졌다. 그녀는 얼른 머리를 돌리고 눈을 감았지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진실을 깨달은 그는 동작을 정지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거세게 뛰는 심장으로 그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였고 그 소리는 조용한 침실에 크게 울렸다. 그녀 위에 몸을 숙인 남자의 모습에서 도회적인 세련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욕망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그녀는 아주 잠시 그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두려울 정도로 강렬하고 원초적인 정열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그 엄청난 자제력을 부수고 튀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비밀의 문으로 거세게 돌진해 처녀막의 경계를 단숨에 넘어 버렸다. 갑작스런 고통이 찢어질 듯 찾아오자 그녀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침입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과 함께 상상한 것보다 더 고통스런 아픔을 견디느라 그녀의 속살이 심하게 떨렸다.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거칠고 낮은 신음을 으르렁거리며 정신없이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격렬하게 삽입을 반복하며 그녀의 육체에 봉인이라도 새기는 것처럼 앞뒤로 거세게 움직였다. 부드러운 섹스에 익숙했던 그가 에비에게는 야만스러울 정도로 거칠게 욕구를 표현했다. 머리와 심장이 쿵쿵 울리고 전신이 야만적인 쾌감에 떨리는 지금, 부드러움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뜨거운 실크처럼 부드러운 에비의 촉촉한 그곳을 그가 처음으로 연 것이다. 이제 그녀는 그만의 것이 되었다.

더 참을 수 없게 된 그는 전신을 떨면서 그녀의 깊은 곳에 자신을 분출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지탱해 줄 것을 찾아 천천히 밑으로 무너졌다. 그의 육중한 체중이 그녀를 내리눌렀다.

혼미한 상태로 에비는 그렇게 그의 밑에 깔린 채 누워 있었다. 온몸이 다 부서진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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