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늪지 보고서 (92)화 (92/163)

92화

키스는 성급하게 시작됐다. 입술이 예상보다 더 부드러워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렉스는 버릇처럼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발간 입 안이 보였다.

“음.”

달콤한 샘은 어떤 것보다 습윤했다. 렉스는 제 혀를 바짝 붙인 채로 그 달콤한 물을 찾아 수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더 진한 맛이 배어 나왔다.

“쿨럭.”

너무 깊이 파고들었던 걸까. 수지가 괴롭다는 듯이 기침을 했다. 그는 그제야 제가 뭘 한 건지 알아차렸다.

‘이건 전쟁이 아니야.’

그러니 무작정 파고드는 공격은 멈추는 게 좋겠지. 잠시 뒤로 빠졌다가 방금과는 다르게 이번엔 부드럽게 혀를 놀렸다. 버터를 핥듯이 입천장을 훑고 치열도 만지자 그제야 얼어붙은 듯이 있던 혀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열정적으로 혀를 휘어 감자 작은 혀가 바르르 떨었다. 돌기가 느껴질 정도로 밀착하여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이자 혀가 못 이긴 척 따라온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살짝 신맛도 느껴졌다. 아마 바갈에게 머리를 잡힐 때 입 안의 핏줄이 터진 모양이다.

‘그 개새끼.’

너무 편하게 보내 줬어. 렉스는 죽은 자에게 분노를 느끼며 수지의 혀를 빨아당겼다. 단맛도 느껴졌다. 빌어먹게 좋아. 이런 게 처음이라서 좋은 걸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걸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키스가 얼마나 농밀하게 이어졌는지 렉스는 아래가 뻐근해지는 걸 느꼈다. 하면 할수록 속도가 붙었고 더 치밀해졌다. 말랑거리는 혀를 휘감고 비빌수록 흥분을 느끼는 건 저만이 아닌지 타액을 받아 마시기 바쁜 수지의 입술에서도 나른한 신음이 나오고 있었다.

“으응.”

그녀의 눈가가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듯 가늘어졌을 때였다. 마침내 렉스는 키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그녀의 목뒤를 지긋이 누르기 시작했다. 아랫도리가 속도를 내라고 팔팔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렉스는 다소 성급하게 수지의 옷을 벗겨 가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시종복을 벗기자 피부와 밀착된 브래지어가 보였다. 수지가 새로운 세계로 넘어와서도 끈질기게 챙겨 입은 속옷이었다. 렉스는 이 병기처럼 생긴 옷을 어떻게 열어야 하나 고민했다. 찢을까도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그녀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별게 다 신경 쓰이네.’

전쟁에서 수많은 인간을 죽였지만 그들에 대해 뭐 하나 신경 쓴 적이 없다. 근데 수지의 작은 속옷 하나는 이렇게 고심하게 되다니.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렉스는 최대한 속옷을 무리 없이 벗겨 내고 있었다.

‘익숙한데.’

갑옷을 벗는 게 일상이라서 그런 걸까? 손끝에 왠지 모를 친근함이 있었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손 아래 느껴지는 젖살의 부드러움이 그의 신경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렉스는 잠시 전율이 오른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으며 포동포동한 가슴살과 그 주변을 어루만졌다.

“아, 아, 음.”

그녀의 신음이 조금 더 커졌다. 살이 얼마나 보드라운지, 손끝에 느껴지는 유두는 또 얼마나 민감한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수지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렉스는 마침내 입술을 떼었다.

수지의 눈동자가 잔뜩 흐려진 게 보였다. 흥분했는지 그녀의 양 볼도 발그레했다. 어쩐지 부끄러운 듯 수줍은 표정을 보자 확 쏠리는 피를 느끼면서 렉스는 그녀의 목으로 얼굴을 내렸다.

요, 예쁜 목덜미. 하얗고 가느다란 목은 몇 시간을 빨아도 기분 좋게 생겼다. 죽일 때만 유의미한 부위가 아니었구나. 이렇게 빨고 저렇게 핥고 요렇게 깨물면 흔적도 보기 좋게 난다. 렉스는 혀를 길게 빼 수지의 여린 살을 이리저리 쓸었다.

“으, 으응.”

수지의 목소리가 늘어졌다. 눅눅한 혀가 살을 이리저리 훑는 기분이 몸을 야릇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미 깊고 뜨거운 키스에 풀어진 몸이었다. 거기에 렉스의 손이 그녀의 가슴살을 조물조물 만지자 머리까지 뜨거워졌다. 수지는 그의 어깨를 잡은 채로 더운 숨을 뱉어 냈다.

“아!”

그때 무언가가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아프다는 탄성을 내자 미안, 맛있게 생겨서. 라는 대답이 빠져나온다. 렉스는 이렇게 생기면 곤란해, 라는 말을 제멋대로 중얼거리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유두를 물었다.

“아, 응, 아…….”

앙증맞은 유두는 한입에 머금기 좋은 크기였다. 살짝 단단해진 젖꼭지를 쪽쪽 빨면서 수지의 가슴을 매만지면 수지가 못 견디겠다는 듯이 신음을 내었다. 렉스는 몸속의 피가 더 빠르게 순환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몸을 수지 쪽으로 낮췄다.

“아, 아응一.”

그녀의 허벅지로 단단히 부푼 성기가 비벼졌다. 수지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렸다. 그게 몸 안에 무사히 들어갈 것을 아는데도 왠지 두렵다. 렉스는 움찔거리는 수지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무서워하지 마.”

태연하게 그녀의 하얀 갈비뼈 부근에 입술을 맞추면서 말을 이었다.

“아프지만은 않을 거야.”

그 말은 아프긴 하다는 건가? 수지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러나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 렉스의 숨결이 배꼽 주변에 머무는가 싶더니 어느새 두 손으로 수지의 허벅지를 꽉 잡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다리를 좁히려던 수지는 그 탓에 속절없이 그에게 안쪽 깊은 곳을 모조리 보여 줘야 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가 떠들었다.

“뭘 숨겼지? 빨면 알게 되나?”

수지는 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어쩐지 너무나도 짓궂었다. 너무 보고 싶었던 탓에 꿈에서 급조한 건지 그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같았다. 심술도 호기심도 잔혹함도 있던 그. 그때의 렉스를 떠올리며 멍하니 바라보자 렉스의 시선이 움직인다. 시선이 맞닿자 렉스가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아니, 찡그리는 듯 웃었다. 이런 건 처음이라는 듯이 아주 어색하고 난처하게.

“넌, 참 이상한 여자야.”

그리고선 하는 한마디. 그의 절절한 진심이었지만, 느닷없이 욕을 먹은 기분에 수지는 발끈하고 말았다. 항의하려고 입술을 벌렸으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라곤 민망한 신음 뿐이었다.

“아, 아으흣.”

그의 혀가 검은 숲을 훑는다. 간지러운 바람 같기도 하고 털이 잔뜩 난 짐승의 구애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음모를 혀로 핥은 그는 곧바로 움찔거리는 멍울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참으로 앙증맞게 생겼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나를 자극하는 여자지.”

렉스의 혀가 멍울에 감겨들었다. 수지는 데인 것처럼 허리를 휘었다. 화끈한 감각이 몰아치며 전신을 삼켰다. 치밀하게 핥는 렉스의 혀가 너무도 뜨거워 말이 나오질 않는다. 등허리가 후끈해지고 목덜미가 땀으로 축축해진다. 언어와 생각이 엉켜들고 머리가 번쩍거리는 가운데 렉스의 입이 멍울을 머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흐으……!”

짜릿했다. 아픔보다 강한 쾌감은 눈물샘을 기어코 자극했다. 넘실거리는 쾌락의 물결이 온몸의 통점을 깨우듯 몸을 흔들었고 짜릿한 아픔처럼 깊은 전율이 몸을 뒤흔들었다. 수지가 전신을 바르르 떠는 것을 보면서 렉스는 수지의 다리를 더욱 꽉 벌렸다. 이 달고 촉촉한 방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그의 몸이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좋으면 더 깊은 안쪽은 얼마나 황홀할까.’

그저 호기심이라 생각했다. 눈을 뜬 이후로 그 무엇에도 관심이 머물지 않았던 터라서 작은 도시에서 만난 여자에게 더 호기심이 들었던 거라고.

‘창문에서 볼 때만 해도 이럴 줄 몰랐는데.’

입성할 때, 먼 발치에서 저를 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기척은 얌전했고 기운은 잔잔했다. 절대 공격을 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쳐다보던 것에 불과하지만 렉스는 어쩐지 그 시선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뭔가 있어서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잘 맞아서 끝내주게 기분 좋을 것까지는 몰랐다. 그녀의 작은 멍울이 흠뻑 젖을 때까지 빨면서 렉스는 손가락을 천천히 입구로 밀어 넣었다.

“아.”

긴 손가락은 부끄러움을 모르며 안쪽 살을 밀고 들어왔다. 다소 거칠게 안을 쑤시는 그 동작에 수지는 눈앞에 불꽃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민감하고 촘촘한 살을 꽉꽉 누르며 앞뒤로 쑤시자 등골까지 웅웅 울렸다. 그 아픈 듯한 행위에서도 속절없이 아래는 투명한 물을 흘렸기 때문에 수지는 수치심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간신히 중얼거렸다.

“처, 천천히…….”

작은 목소리였지만 렉스는 멍울을 핥는 것을 멈추고 집중했다.

“부, 부드럽게 해 줘요.”

“그래.”

바로 대답한 렉스는 곧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고분고분하였나 생각했다. 아마 몸을 맞대는 여자라서 다른 거겠지. 여자의 말을 따라 주면 따라 줄수록 반응이 좋을 테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마친 렉스는 다시금 여자를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으, 으읏.”

멍울은 이제 살짝 부풀어 있었다. 렉스는 신음하는 수지를 보면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음순을 깊게 파고든 손가락 또한 완전히 젖어 있었다. 투명한 물이 정겹게 손가락에 엉겨든 것을 보면서 그를 천천히 빨아 보았다. 별다른 맛이 없는데도 마치 청아한 샘처럼 먹은 것처럼 속이 상쾌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몸이야.”

이런 액들이 가득하다니. 렉스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맞이해 기쁘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화가 났다. 여자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이런 존재는 안쪽까지 모두 파고들어 파헤쳐 봐야 할 것이다. 렉스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수지의 음순에 입술을 내렸다.

“아으흣!”

아까보다 더 두껍고 뜨거운 것이 들락날락한다. 수지의 호흡은 급격하게 가빠졌다. 축축한 혀가 음순을 파고들어 내벽을 누를 때마다 눈앞이 번쩍 뜨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