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정사는 5일 연속으로 이어졌다. 중간에 수지가 피곤해하거나 배고파하면 반드시 멈췄다. 렉스는 먹거나 자는 행위는 꼭 챙겼다. 어떤 생물도 지쳐 있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신념으로 수지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잘 재우고 잘 먹였다. 그 덕분인지 수지는 잠이 부족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하지 않은 채로 그와 몸을 겹쳤다.
건강한 몸은 그 덕에 그를 더 잘 느꼈고 더 잘 반응했다.
“아, 아-”
그의 손길 하나에도 쉽게 젖어 들어가 애액을 흘리는 몸이 되고 말자 수지는 민망해지고 말았다. 그저 그가 허벅지를 쓸어 올린 것인데도 절로 아래가 찌릿하고 울린 것이다.
“읏!”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가 엉덩이를 꽉 쥐거나 가슴을 핥기만 해도 음부에선 투명한 애액이 돌아 미끈거렸고, 그의 음경을 별다른 애무 없이도 삼킬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마치 그를 기다려 왔다고 몸이 나서서 받아들이는 기분에 수지는 고개를 똑바로 들 수가 없었다. 이토록 남자에게 굶주려 있었을까?
“수지, 이수지.”
아니, 렉스라는 남자라 이러는 것이겠지. 수지는 고개를 돌린 채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렉스는 그녀를 똑바로 보는 채로 커다랗게 성난 것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바짝 밀어 넣었다. 꿀꺽 삼키는 질구가 기특했다.
그녀의 작은 늪은 이미 투명한 애액으로 넘쳐흘렀고 렉스는 그걸 윤활유 삼아서 부드럽게 밀어 넣을 수 있었다. 내벽의 조임을 생생히 느끼면서 끝까지 집어넣자 수지의 고개가 약하게 떨리며 하얀 목이 젖혀졌다. 귀여운 목덜미. 렉스는 꼼꼼하게 목을 핥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부드럽게 왕복 운동을 이어가자 귀여운 입술에서 신음이 빠져나왔다.
수지가 부탁했던 것처럼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임이 지속되자 수지는 점차 달뜬 신음을 뱉어 냈다. 렉스는 그대로 고개를 수그려 젖살과 유두를 빨았다. 입 안 가득 넘치는 고소한 살결이 미각적으로도 완벽했다.
“아, 읏-!”
가슴을 애무하면서 아래를 좀 더 세게 박아 넣자 수지의 눈빛이 혼탁해졌다. 아래로 느끼는 감도가 점점 커지는지 그녀의 아랫배와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렉스는 퉁퉁 바닥에 튕기는 둔부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의 토실한 엉덩이를 마음껏 주물렀다. 손아귀에 가득 차는 느낌이 빌어먹도록 좋았다.
렉스는 입가를 찢어질 것처럼 올리면서 그녀의 신음이 터져 나오는 작은 입술로 얼굴을 올렸다. 혀를 내밀어 입술을 이리저리 사납게 핥자 수지가 못 견디겠다는 듯이 비음을 터트렸다. 렉스는 그녀의 코와 인증을 모두 핥고 목 좌우까지 핥아서 그녀의 떨림과 호흡을 모조리 관찰했다.
“아, 아……!”
그녀는 삽입과 애무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흐릿해진 눈동자엔 물기마저 맺혀 있었고 입술은 깨물 것처럼 아랫입술이 말린 상태였다. 렉스는 그러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입술에 밀착해서 억지로 열게 하고는 그녀 입 안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흡입했다. 그러자 가냘픈 신음이 그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지는 살아남으려고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몸을 움직였다. 숨결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아래에선 뜨겁고 열띤 기운이 몰아쳐서 폐에 남아 있던 숨까지 태워 버리고 있었다. 밀착된 그의 입술과 그의 성기에 몸의 산소란 산소는 모두 고갈되는 기분. 수지가 괴로워하며 눈가를 왈칵 찡그리자 렉스는 그제야 입술을 떼고 호흡을 가능케 해 주었다.
“흐읏…….”
수지의 신음이 울음소리에 가까워졌다. 렉스는 흐느끼듯 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며 가엽다는 생각과 동시에 더 괴롭히고 싶다는 정복욕을 느꼈다. 수지는 곤란한 존재였다. 이렇게 해도 부족하고 저렇게 해도 부족한, 그래서 모조리 다 해 보고 싶은 여자.
렉스는 그녀를 위로하듯이 부드럽게 입술에 여러 번 키스를 했다. 그 상냥하고 다정한 솜털 같은 입맞춤에 수지의 눈가가 느슨해지며 눈에 온기가 들어찼을 때였다. 렉스는 허리를 바짝 밀어붙였다. 강직도가 꼿꼿한 성기는 그녀의 안쪽을 강하게 쳐올렸고 수지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그대로 굳어 버렸다.
몸을 관통하는 뜨거운 열기, 이 늪지에서 가장 맹렬하고 음습한 무언가였다. 수지는 얼어붙어서 입을 뻐끔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중심이, 그의 본능이, 그의 존재가 그녀의 안에 단단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수지는 그의 어깨를 부서질 것처럼 잡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정사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을 받으면서.
그렇게 5일이 금세 흘러갔다. 6일째 되는 아침. 수지는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리는 눈을 끔벅였다. 머리가 조금 몽롱했으나 그건 잠을 오래 잤기 때문이었다. 다 남자의 배려였다. 그는 성교 후에는 늘 휴식과 잠을 충분히 취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지친 정사로 잠을 뒤척이면 그러지 말란 듯이 등까지 쓰다듬어 주면서.
‘이래도 되나 싶어.’
그에게 더욱더 의지하고 만 자신을 느낀다. 수지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사내는 밖에 있었다. 매일 같이 보수가 필요한 거처를 위해 구해 온 단단한 잎사귀를 벽에 엮어 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 일이 끝나면 사냥을 해 올 것이다. 후식으로 먹을 만한 달콤한 열매까지 구해서.
‘오늘은 알도 가져올까.’
그렇다면 저녁은 수지가 할 수 있다. 제 몫을 하고 싶은 건 여전하다고 느끼면서 수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액으로 미끈거리는 몸이 불편했지만 그것도 오후에 샘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지는 바지를 챙겨 입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울긋불긋해진 몸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정사에도 발그레하니 살결이 좋았다. 건강해 보였다. 절대 오지에서 고생하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아서 수지는 조금 멋쩍게 웃고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렉스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한 수지는 곧 자신의 인사가 이 상황에 맞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
수지의 얼굴에 부끄러운 난감함이 떠올랐다. 그와 이런 관계가 되리라고 첫 만남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이곳에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 예상조차 못 했으니까. 수지의 어색한 인사에 렉스가 벽에서 내려와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안색이 좋군.”
그는 아침 댓바람부터 근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널찍하게 뻗은 어깨와 습기를 머금은 근육들, 살짝 처진 바지를 따라서 치골까지 드러난 사내에게는 숨 막힐 듯한 야성미와 관능미가 공존했다. 치렁치렁한 바람이 걸리는 결 좋은 머릿결을 멍하니 보던 수지는 그와 눈이 딱 마주치자 놀라서 고개를 움츠렸다. 그러자 사내의 손이 목덜미를 감쌌다.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하란 듯이.
“왜 그리 낯설어하지? 충분히 관계했는데도.”
사내의 입가는 짓궂은 듯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아직 부족하단 뜻인가.”
“모, 목 좀 놓아주시겠어요?”
이럴 때 못 알아듣는 게 다행인 거 같기도 하다. 수지는 그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조금 더 뻔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몸을 억지로 뒤로 뺐다. 그러자 사내가 웃음기 있는 얼굴로 손에 힘을 풀었다. 수지는 소리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저어, 오늘은 높은 곳을 가 보고 싶은데요.”
못 알아들을까 싶어서 수지는 시선을 흐릿한 안개 어딘가에 두었다. 그곳엔 제법 높은 언덕이 진한 산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지의 시선에 렉스의 눈가가 왜인지 가늘어졌다. 수지는 설명하려 애썼다.
“멀리 보고 싶어서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수지는 한 손을 넓게 펼친 뒤 다른 손으로 눈을 들여다보는 시늉을 했다. 그 제스처에 렉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고요한 듯 무게 있는 시선으로 수지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안 된다는 건가?’
수지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을 때였다. 렉스가 그녀 앞으로 무언가를 가져왔다. 길이가 긴 얇은 나무줄기 막대기였는데 그 형태가 조금 특이했다. 한쪽 끝이 축 늘어져서 손바닥 모양으로 벌어져 있었다. 렉스는 시범을 보이듯 그것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손바닥 모양의 부위가 착 하고 앞쪽에 있던 돌을 감싸면서 렉스가 휘두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
수지가 깜짝 놀라자 렉스는 가볍게 설명했다.
“나무껍질을 찢어 만든 거야. 공격도 할 수 있고 도망가는 데 쓸 수도 있어.”
렉스는 그걸 두꺼운 나뭇가지에 휘둘렀다. 그러자 손바닥이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달라붙었고 렉스는 그곳에 잠깐 매달릴 수 있었다.
“오래는 어려워. 임시로 만든 거라 내구성에 한계가 있지. 하지만 상대는 이런 걸 가지고 있다고 예상하지 못할 테니까. 방심한 걸 노려서 도망가기 좋을 거야.”
렉스는 수지의 손에 막대기를 쥐여 주었다. 수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처럼 부드럽게 막대기를 휘두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무에 매달리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자 채찍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고 무게도 가벼워서 들고 다니는데 부담도 없었다. 렉스는 수지가 곧잘 하자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꿈틀했다.
“잘하는군. 초보치고는.”
렉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칭찬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수지는 멋쩍게 중얼거렸다.
“저 줄넘기 잘했거든요. 고무줄도 해 봤고…….”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렉스는 그녀의 조잘거리는 소리가 좋다는 듯이 입가를 올렸다. 렉스는 곧 수지가 가리킨 언덕을 바라보았다. 저곳은 탁 트인 곳으로 습지의 생물들이 적었다. 대신 다른 것이 살고 있었다.
“먹고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갑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해 무기는 하나 있어야 할 것이다. 렉스는 수지의 손에서 흔들거리는 막대기를 보았다. 수지는 그가 준 것이 신기한지 연신 바닥을 찰싹거려 보고 있었다. 렉스는 그런 수지를 만족스럽게 보고는 이내 사냥감을 구하러 발길을 옮겼다.